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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에 위협받는 금융거인들

  • 기사입력 2021.01.27 13:27
  • 최종수정 2021.01.27 13:53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1년 2월호에 실린 '본 게임 시작! 토스 vs. 빅테크·금융거인'의 딸림 기사입니다.>

▶빅테크들의 대두가 비단 토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금융거인들에게도 빅테크는 위협적이다. 금융그룹사들 사이에서 빅테크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Fortune Korea] “당시만 해도 임직원들 사이에 안일한 생각이 만연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 목소리가 나오긴 하지만 모두 다 지금이 위기상황이라는 데는 공감합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의 고백이다.

최근 금융권 현장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빅테크발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빅테크 첨병인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고 2018년부터 금융그룹 회장이나 은행장 신년사에 빅테크들과의 경쟁 어려움이 언급됐지만 현장에서의 안일한 분위기는 여전했다. 이런 기조는 2019년까지 계속됐다.

◆ 안일했던 이유

인터넷은행 출범 초기엔 잠깐의 경각심이 일었다. ‘며칠 만에 몇만 명 가입자를 돌파했다’ 같은 흥행기사가 쏟아진 덕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먼저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한 해외 여러 나라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그리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평안을 되찾았다.

빅테크와 핀테크들이 주도한 사용자 친화적인 UI·UX 앱 디자인이 나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 역시 그리 큰 위기감을 심어주진 못했다. 거인들이 이들 아이디어를 빠르게 흡수해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복제했기 때문이다. ‘너무 따라 한 거 아니냐’라는 지적이 현장에선 ‘우리와 그들이 크게 다르지 않구나’로 변질돼 받아들여졌다.

오도된 해석은 이후에도 계속 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말한다. “카카오뱅크의 초기 돌풍을 라이언 캐릭터빨이라고 깎아내렸습니다. 카카오뱅크가 자본 확충 난관에 부딪히자 ‘것 봐라 금융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같은 인식이 있었고요. 근원 경쟁력 문제가 아니었는데도 이걸 연결해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죠. 게다가 각종 순위 발표나 리서치에서 저희를 보고 소비자 편의가 좋다느니 혁신적이라느니 하며 띄워주니까 일부에서는 ‘우리가 주도해 전체 금융권의 디지털 혁신을 이끌어 간다’는 착각도 했습니다.”

◆ 현실에 눈뜬 계기

2019년 카카오뱅크가 출범 2년 만에 흑자전환했다거나 1,000만 가입자를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현장에서도 위기감이 퍼졌다. 눈을 가렸던 희뿌연 안개가 걷히자 라이언 너머 태산 같은 카카오 플랫폼이 눈에 들어왔다. 금융권 수장들은 디지털 퍼스트, 모바일 퍼스트를 외치며 이젠 생존이 걸린 일이 됐다고 위기감을 키웠다.

당시 현장에서는 빅테크와의 경쟁을 아주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얼마나 빠르고 편리하게 고객들에게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전략적 무시도 동반됐다. 리테일금융에 한정된 빅테크들은 한계가 명확하다는 자위였다. 여기엔 이들과 비교될수록 오프라인 지점 축소 당위성이 선명해진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오프라인 지점 축소는 곧 구조조정 공포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금융거인의 경영진들은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했다. 금융권 주요 관계자는 말한다. “외부수혈이 상당한 효과를 거뒀습니다. 금융권 출신이 디지털 부서 리더를 맡고 있으니 전문성도 전문성이지만 분위기가 굉장히 늘어지는 감이 있었는데 이게 해결됐거든요. 소문이 났는지 여기저기서 외부 인사수혈에 나서 현재는 대부분 금융사에서 외부 출신 디지털 임원 한둘은 두고 있습니다.”

◆ 회장의 오너십 필요

최근엔 네이버가 금융권 공세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저축은행 사태, 사모펀드 사태 등 과거 대규모 사고 경험에도 규제완화 기조를 이어가 금융거인들을 더욱 코너로 몰고 있다. 이 같은 정부 기조는 세계적인 추세여서 우리만 멈춰 있을 수도, 되돌릴 수도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대응여력이 있을 때 ‘이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인지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아직 힘이 꺾이지도 않았다. 금융거인들의 수장을 다투는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에도 지주 설립 이래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그렇다면 금융거인들은 미래에도 거인으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 금융권 주요 관계자는 다음과 같은 전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말한다. “빅테크들과의 경쟁은 매우 힘든 일이지만, 제반 여건은 갖춰져 있습니다. 이제부터 진짜 중요한 건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오너십입니다. 따뜻한 말잔치로 조직 전체가 합심해 이렇게 이렇게 바꾸자 많이 이야기하는데 사실 조직을 가장 확실하게 바꿀 수 있는 건 이분들이잖아요. 주인 없는 회사라고, 자기 임기 내에만 문제없으면 된다고 생각해 현시점에서 단기실적 위주로 운영했다간 돌이킬 수가 없게 됩니다."

이 관계자는 구조조정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해 눈길을 끈다. 그는 덧붙인다. "디지털화는 확고히 진행 중인 거대 흐름인데도 실적 부분에선 당장 크게 드러나지 않아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매일 조금씩 온도가 올라가는 냄비 같은 상황이고 여러가지 복잡·미묘한 건이 얽혀 있어 직원들이 판단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아요. 금융권 수장들이 이를 알고 일부러 (장단기적으로 실익이 엇갈리는) 실기를 둔다고 해도 직원들은 조직이 망하는 그 순간까지도 뭐가 문제였는지 모를 수 있습니다. 현재에 연연하지 말고 과감히 미래를 위해 전진해야 합니다. 바뀌는 상황에 맞게끔 기존 인력을 재교육·재배치하고 필요하다면 구조조정도 해야 합니다.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지금부터 해야 하는 일입니다. 이분들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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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테크 플랫폼과 소비자 이익

금융권에서는 빅테크 위주의 종합 금융 플랫폼 시장이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빅테크들이 광고비나 수수료를 많이 낸 업체 상품 위주로 노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금융권 내부에서조차 현실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반론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말한다. “빅테크들은 물론 저희를 비롯한 수많은 업체가 각자의 종합 금융 플랫폼을 내놓을 테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건 아주 소수일 겁니다. 한 플랫폼 안에서 다할 수 있는데 굳이 여러 개를 쓸 이유가 없거든요. 가장 좋은 1, 2개가 남거나, 정부가 ‘그 꼴은 못 본다’고 하면 그보다 조금 더 많은 과점 체제로 가겠죠. 마이데이터와 플랫폼 고도화에 따라 고객들은 이 플랫폼에서 저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게 매우 쉬워질 겁니다. 그래서 플랫폼 설계자들은 최고의 고객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거고요. 이런 상황에서 빅테크들이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상품공급사들로부터 광고비와 수수료 좀 더 받겠다고 장기적으로 더 이익인 고객 관계를 희생할까요? 금융은 옷가지 쇼핑이랑 달라서 개인에게 얼마나 최적화한 상품인지 소비자가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숫자로 하는 장사거든요. 소비자 선택권 침해 우려는 기우라 생각합니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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