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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투자자들은 여전히 인종차별적인 관행을 경험하고 있다

INVESTORS STILL ENGAGE IN RACIST REDLINING

  • 기사입력 2021.01.29 08:50
  • 기자명 MARIAH LICHTENSTERN 기자

IT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필자는 백인을 포함해 다민족의 피가 흐르는 흑인 여성이다. 이런 이야기만으로도, 나는 실리콘밸리의 문화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으로 낙인 찍힌다. 내 성장 배경까지 말하게 되면, 더욱 더 그렇게 보인다. 나는 어린 시절에 일정 기간을 위탁 가정에서 보냈고, UC 버클리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했다.

나는 대학에서 시민운동가가 됐다. 그리고 사회 정의와 관련된 수많은 문제들의 중심에는 경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기업가 정신’을 갖추는 것이 가능한 해결책으로 보였다. IT업계에서는 나처럼 흑인 여성의 롤 모델이나 멘토를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경력 사다리’를 가능한 한 높이 올라가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싶었다.

나는 자력으로 학비를 감당하기 위해 학부생으로서 첫 회사를 차렸다. 회사를 운영하고 투자 규칙을 배우면서, 나는 스타트업계와 금융 산업이 성차별주의와 구조적인 인종차별주의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됐다. 여성과 유색인종이 다른 분야에서 부의 축적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 것처럼, 이쪽 업계에서도 똑같은 차별이 존재했던 것이다.

오늘날 나의 입장을 뒷받침할 증거들이 많이 있다. 우리는 다양한 인종의 창립 멤버와 경영진으로 구성된 회사들이 투자자들의 투자 회수 시점에 더 높은 수익률을 안겨준다는 데이터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계에 따르면 벤처 캐피털은 의사 결정권자의 인적 네트워크에 속한 사람들—대부분은 "그들과 같은 사람들"이다—에게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투자의 수혜자는 압도적으로 백인 남성들이 많았다.

흑인과 라틴계 여성은 2018~2019년 전체 벤처 캐피털 자금의 0.64%만 유치했다. 링크트인 보고서에 따르면, 벤처 캐피털리스트의 2% 미만이 “투자 결정에서 인종의 다양성을 우선시한다”고 응답한 반면, 40%는 “뉴스에서 다양성을 이야기를 듣는 것이 지겹다”고 답했다. 이런 반응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오늘날 나는 벤처 캐피털 회사 다이버스시티 벤처스 DiverseCity Ventures를 운영하고 있다. 나는 IT스타트업 펀딩 과정에서 나타나는 차별적인 격차를 좁히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상황이 무척 악화하고 있었다. 투자업계에서 구조적인 차별이 만연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대공황 시기의 주택 정책에서 볼 수 있었던 인종차별주의와 거의 다를 바가 없었다. 1930년대에 흑인들이 주택 소유를 통해 부를 창출할 수 없도록 하는 법이 통과됐다. 당시에 동일한 목적을 가진 차별적인 투자자 규제법도 함께 만들어졌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만든 ‘공인 투자자’ 규정은 흑인들이 증권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것을 막았던 것이다.

이쯤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해 약간의 배경 설명이 필요하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벤처 캐피털의 투자를 받기 전에, 주로 친구와 가족으로부터 투자금을 모으는 경향이 있다. 2012년 이전에는, SEC가 자금을 받을 수 있는 범위를 창업자의 개인 및 전문 네트워크로 한정했다. 나처럼 ‘부자 인맥’이 없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자금을 모금할 수 없었다.

그 후에 스타트업 지원법인 잡스법(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sㆍJOBs)이 제정됐다. 이 법은 특히 두 가지 규정을 통해,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개인이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벗어나 광범위하게 자금을 모금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우선, D규정(Regulation D)의 506(c)조는 모든 투자자는 ‘공인을 받아야 한다(accredited)’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이 정의하는 대로 자격을 갖추기 위해선, 투자자 자신이 연간 20만 달러의 소득이 있거나, 최소 2년 동안 가구소득이 30만 달러가 된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혹은 순자산(개인 거주지 제외)이 최소 100만 달러이거나, 매우 드문 전문 투자자 자격증 중 하나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미국 가구의 약 10~15%는 이런 자격 조건에 부합하는 ‘공인 투자자’가 된다. 이 가운데 1.3%가 흑인이고, 2.8%는 라틴계다. 주로 흑인 및 라틴계 사회에 뿌리를 두고 있는 사람의 경우, 이는 ‘그들과 같은 사람들’ 가운데 1% 미만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두 번째 규정은 크라우드펀딩 허용에 관한 것이다. 크라우드펀딩은 비공인 투자자에게 비상장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편 이러한 종류의 투자에 참여하기 위해선, 창업자(자금을 모금하는 자)가 몇 가지 어려운 요구사항을 충족해야 한다. 예를 들어, 등록된 크라우딩펀딩 플랫폼으로부터 자금 모금 승인 /*역주: 크라우드펀딩을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에 자금 모금 신청서를 제출하면, 그 플랫폼 회사에서 검토 후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을 받아야 한다. 아울러 고가의 법률 및 마케팅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고, 재무 감사 및 연간 SEC 보고서도 준비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개인이 크라우딩펀드에 투자를 하거나, 그것을 통해 자금을 모금할 수 있는 금액에는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나와 같은 벤처 캐피털 회사들은 자금조달을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SEC의 다른 규정들을 보면, 비공인 투자자는 공인 투자자들이 갖는 투자의 특권과 자유가 없다. 그래서 여성이나 유색 인종의 설립자와 투자자는 자금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실리콘밸리를 유심히 살펴보면, 이런 규정들이 다양성을 막는데 효과를 발휘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 규정들은 과거 대부분의 흑인과 라틴계 사람들이 부동산을 통해 부를 쌓지 못하게 했던 것처럼, 기업가 정신과 투자를 통해 세대의 부를 창출할 기회를 사실상 방해하고 있다.

SEC는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런 규정들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물론, 규제가 중요하다. 하지만 어느 한 개인이 주식시장에 투자할 때는 공인 투자자 자격을 갖출 필요가 없다. 게다가 복잡한 풋과 콜옵션, 스프레드, 그리고 기타 투자 전략을 다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케임브리지 어소시에이츠 앤드 캐피털 다이내믹스 Cambridge Associates and Capital Dynamics의 데이터에 따르면, ‘사모펀드 투자가 개인의 주식투자보다 금융 침체 시 금융 산업을 보호하는 순기능이 더 크다’고 한다. 2008년 주식시장 폭락으로, 미국인들은 16조 4,000억 달러의 순자산과 2조 달러의 퇴직금을 날렸다. 버니 매도프 Bernie Madoff가 저지른 폰지 사기는 반복되는 경보음에도 불구하고 몇 년 동안 허용됐다. 오늘날 ‘개미 투자자’들은 모바일 증권 앱에서 평생 저축한 돈을 날릴 수 있다.

그렇다, 사람들은 궁극적으로 실패한 사업에 투자하면 돈을 잃을 수 있다. 비상장과 상장기업 모두에 위험이 존재한다. 하지만 SEC는 1929년 주식 시장 붕괴 이후 상장기업들을 관리하기 위해 설립됐다. 비상장기업들을 통제하려고 설립된 것이 아니다.

비상장이든 상장이든, SEC의 접근 방식이 정말로 투자자들을 보호하는가? SEC는 변동성이 적지만, 고위험 고수익 투자 상품을 선택할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 동시에 (옵션 등) 다른 위험한 투자는 허용하고 있다. 이는 불공정한 처사다. 자본주의와 인종 평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소비자들은 정해지지 않은 금액을 교회에 기부할 수 있고, 자신의 저축을 여행이나 평가절하된 자산, 또는 심지어 도박에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우리가 지출에 대한 자율성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투자에 대해서는 그럴 수 없을까?

공인 투자자 규정은 변경될 필요성이 있다. 그것이 인종간의 부 격차를 심화화고, 소득 불평등을 영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이 우리가 뿌리뽑아야 할 제도적 인종차별주의를 담고 있다는 것은 모순이다. 설상가상으로 인종차별 정책들은 저소득층 백인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인종차별주의자들은 흑인 탄압을 할 때, 대다수 국민들을 위한다는 ‘더 높은 대의’를 들먹인다. 저소득층 백인들은 그로 인해 2차 피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 인종차별주의를 제거하기 위해, SEC는 공인 투자자에 대한 정의를 개정해 투자자들이 스스로 인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금융 및 비즈니스 문제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다. 또한 미래의 투자에 따른 장점과 리스크를 평가할 수 있으며, 변호사와 공인 회계사 또는 고문 등과 투자 상담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나와 같은 벤처 투자가들뿐만 아니라 창업자들도 공개적으로 자금 조달 능력을 키울 수 있다.

1968년 공정 주택법은 공식적으로 부동산 인종차별주의를 불법화했다. 하지만 흑인 사회는 그런 (과거의) 부당한 처우로 인해 여전히 대가를 치르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 부동산 인종차별주의는 그 너머의 영역에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타트업 인종차별주의로 인해, 미국은 매년 900만 개의 일자리와 3,000억 달러의 순이익을 놓치고 있다.

지금은 행동할 때다. 나는 SEC에 공인 투자자에 대한 정의를 민주주의 시대에 맞게 고칠 것을 청원하고 있다. 2021년은 거의 100년간 이어진 투자자 인종차별주의의 비극을 마침내 끝내는 해가 돼야 한다. -MARIAH LICHTENSTERN

※이 글의 필자 머라이어 릭턴스턴은 다이버스시티 벤처스의 창립 파트너이며, 애스펀 연구소의 기술정책 허브(Tech Policy Hub) 연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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