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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속의 시계 | 세이코] 품질의 왕, 다이버워치에서도 빛나다

  • 기사입력 2020.12.28 15:00
  • 최종수정 2021.01.18 13:21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1년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세이코에서 제작한 거의 모든 시계가 그렇듯, 다이버워치 역시 탁월한 품질을 자랑한다. 덕분에 세이코 다이버워치는 새로운 장비들이 지배하는 오늘날에도 다이버들의 손목 위를 지키고 있다.◀

(왼쪽부터) 세이코 최초의 다이버워치 62MAS, 다이버워치 최초의 하이비트 모델이었던 6159-7001, 갑주를 두른 외관으로 출시 당시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6159-7010.
(왼쪽부터) 다이버워치 최초의 하이비트 모델이었던 6159-7001, 세이코 최초의 다이버워치 62MAS, 갑주를 두른 외관으로 출시 당시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6159-7010.

[Fortune Korea] 최근 명품시계 브랜드들의 마케팅 동향을 보면 꽤 독특한 면모가 하나 눈에 띈다. 바야흐로 한겨울에 접어든 이 시기에 의외로 다이버워치 마케팅이 활발하다는 점이다. 수상 레저 활동이 거의 없다시피 하는 겨울에 이들이 다이버워치 마케팅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명품시계 업계 한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계절이 다이버워치 판매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습니다. 명품시계 다이버워치는 사실 기능적으로만 다이버워치죠. 수천만 원이 넘는 명품시계를 차고 바닷물에 들어가는 사람은 매우 드물거든요.”

다이버워치는 손을 씻거나 비가 오는 상황에서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되는 편의성과 남성미 넘치는 디자인 덕분에 사시사철 인기가 많다. 시계가 생활방수 기능을 지원하더라도 실제 물이 닿았을 때 느끼는 찜찜한 기분을 훨씬 덜 수 있는 데다, 남성의 명품시계 수요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 ‘품질의 왕’ 세이코

“실제 현장에서는 카시오나 순토 같은 곳에서 내놓는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기능이 훨씬 다양한’ 전문 다이버 장치(이 관계자는 기계식시계 이외의 것을 모두 장치라고 불렀다)가 다이버워치를 대신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계식시계가 현장과 완전히 분리된 건 아니에요. 세이코 시계가 여전히 경쟁하고 있습니다.” 앞서 관계자의 부연 설명이다.

세이코 다이버워치가 여전히 실전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다. ‘품질의 왕’ 세이코에서 제작했다는 점과 명품시계 브랜드 로고를 달았으면서도 가격이 비교적 합리적인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세이코는 중저가를 아우르는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하면서도 품질 명성 하나로 명품시계 제조사에 이름을 올리는 독특한 시계 브랜드이다.

물론 세이코 다이버워치 역시 가격이 저렴한 건 아니다. 다이버시계 국제 표준인 ISO6420을 충족시키는 엔트리 모델 가격이 200만 원 안팎이다. 그랜드 세이코 등으로 수준이 올라가면 1,000만 원대까지 가격이 뛰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세이코 품질 프리미엄을 인정받아 현장에서 사용된다. 다이버 생명과 직결되는 장치인 만큼 이 품질에 이 정도 비용까진 지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바탕을 이룬다.

◆ 셀프와인딩 무브먼트

최초의 세이코 다이버워치는 1965년 출시됐다. 세계대전을 거치며 발달한 다이버워치 역사를 생각하면 출시가 상당히 늦은 편이다. 이 시기 다른 시계 브랜드들이 2중 케이스나 스크류 다운 조립 방식 등 여러 아이디어와 경험을 이미 고안·축적해 놓은 덕분에 세이코는 단번에 완성형 다이버워치 제작 단계로 직행할 수 있었다.

세이코가 1965년 출시한 최초의 다이버워치는 62MAS였다. 이 모델이 다른 세이코 시계들과 상이한 이름을 가진 건 62MAS가 세이코가 붙인 이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6217-8000 이름을 달고 나온 이 시계는 6217 셀프와인딩 무브먼트를 사용해 6217 autoMAtic Selfdater란 별칭이 붙었다. 이후 이 별칭이 극단적으로 축약돼 62MAS 혹은 MAS로 불리게 됐다. 워낙 유명한 이름이어서 오늘날엔 세이코 공식행사에서도 종종 쓰인다.

1960년대 당시 시계 마니아들이 62MAS의 셀프와인딩 무브먼트 사용에 주목한 건 그만큼 특별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다이버워치에 셀프와인딩 무브먼트를 사용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당시엔 그렇지 못했다. 셀프와인딩은 존 하워드가 1924년 창안한 혁신적인 기술이었음에도 회전력 부족 등으로 보편적 상용화에는 어려움을 겪던 시절이었다. 따라서 대부분 다이버워치는 핸드와인딩 무브먼트를 사용했다.

◆ 6159-7001 모델 출시

핸드와인딩 무브먼트를 탑재한 다이버워치들은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동력 축적을 위해 주기적으로 크라운을 여닫아야 해 방수문제가 불거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계 브랜드들은 케이스 덮개나 크라운 가드를 더하는 방법을 썼지만, 세이코는 셀프와인딩 무브먼트 사용으로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했다. 역시나 품질 자신감이 바탕이 됐던 덕분에 취할 수 있던 조치였다.

62MAS는 당시로써는 매우 탁월한 수준이었던 150m 방수 등급을 인정받았다. 케이스 직경은 37mm로 대부분 40mm대였던 다른 시계 브랜드 다이버워치(큰 것은 50mm가 넘기도 했다)에 비해 작은 크기를 자랑했다. 케이스 뒷면이 나사를 돌리듯 앞면과 결합해 물의 침입을 차단하는 스크류 다운 방식으로 조립됐으며 시계의 엔진인 6217 셀프와인딩 무브먼트는 2.5Hz 진동수로 구동됐다. 62MAS는 1966년부터 1969년까지 진행된 일본 남극 연구 프로젝트에서 극한환경 검증까지 마쳐 세이코 품질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첫 다이버워치임에도 62MAS가 굉장한 호평을 받자 세이코는 상당히 고무됐다. 1965년 62MAS 출시와 거의 동시에 다이버워치 R&D 부서를 만들고 다음 제품 개발을 시작했다. 이후 3년 만인 1968년, 세이코는 전작과 완전히 구별되는 새로운 다이버워치를 출시하며 또다시 주목받았다. 6159-7001 모델의 등장이었다.

2020년 세이코 다이버워치 55주년을 기념해 출시된 SLA037, SLA039, SLA04(왼쪽부터).
2020년 세이코 다이버워치 55주년을 기념해 출시된 SLA037, SLA039, SLA04(왼쪽부터).

◆ 최초의 하이비트 다이버워치

6159-7001은 세이코가 개발한 첫 프로페셔널 다이버워치였다. 케이스 직경이 44mm로 커졌고 방수 등급도 300m까지 올랐다. 62MAS 대비 두 배나 향상된 수치이다. 크라운이 3시에서 4시 방향으로 옮겨간 것 역시 특이했다. 4시 방향 크라운은 이후 등장하는 프로스펙스 다이버워치에 자주 사용되면서 세이코 다이버워치 시그니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 시계가 전작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하이비트 무브먼트인 6159 칼리버와 모노블록 케이스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62MAS의 진동수가 2.5Hz였던 데 비해 이 시계의 진동수는 10Hz로 4배나 높았다.

진동수는 밸런스가 일정한 시간 동안 진동한 정도를 나타낸다. 시계의 정확도나 성능을 결정짓는 중요 요소로 진동수가 많을수록 정밀도가 높아지고 진동수가 낮을수록 내구성과 안정성이 향상되는 특징이 있다. 앞서 언급되는 Hz 단위는 1초 동안의 진동수를 나타낸다.

6159-7001가 주목받은 건 다이버워치 최초의 하이비트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하이비트는 진동수가 8Hz 이상에만 붙는 수식어인데, 6159-7001 진동수는 10Hz로 이보다도 더 높았다. 세이코가 내구성과 안정성을 담보하면서도 고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부품 제작에 성공한 덕분이었다.

◆ 업계의 인정과 새로운 도전

모노블록 케이스 사용은 세이코 다이버워치 제작 방법이 다변화했음을 시사했다. 모노블럭 케이스를 사용한 시계 제작은 ‘무브먼트 제작 후 케이스를 입히는’ 기존 공정과 정반대의 순서를 따른다. 케이스 전체가 하나의 블록으로 만들어진 까닭에 케이스 제작 후 (다이얼 면을 통해) 케이스 안에서 무브먼트를 조립해나간다.

다이버워치 제작 방법은 시계 브랜드들의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현재는 두 가지 방법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62MAS에서 사용된 스크류 다운 제작 방식과 6159-7001에서 사용된 모노블록 케이스를 사용한 제작 방식이다. 세이코는 1960년대에 이미 이 두 가지 다이버워치 제작 공정을 정립함으로써 비교적 늦게 다이버워치시장에 뛰어들었음에도 가장 효율적인 생산 프로세스와 신뢰도 높은 완성품으로 현장에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세이코는 곧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6159-7001 출시해인 1968년 고객으로부터 포화잠수(다이버의 체내에 불활성 기체를 포화시킴으로써 수압에 따른 기체 중독 등 잠수 합착 현상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한 잠수 방법) 확산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었다.

◆ 헬륨에 대처하는 방법

당시 다이버 업계는 격변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바다 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탐사가 증가하면서 다이버 장치와 기구도 상당한 업그레이드 과정을 거쳤다. 수중 활동 시간을 늘리면서도 다이버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여러 방법이 고안됐고, 이는 포화잠수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포화잠수가 이전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산소통 구성물이 변했다는 점이다. 산소-질소 혼합가스가 산소-헬륨 혼합가스로 바뀌면서 다이버들의 수중 활동 시간은 늘고 기체 중독 현상은 완화됐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가 다이버워치에는 큰 문제를 일으켰다. 다이버가 날숨으로 내뱉는 공기 방울에 헬륨이 포함됐는데, 이 헬륨이 다이버워치 속으로 침투했기 때문이다. 헬륨의 분자 크기가 워낙 작다 보니 생겨난 문제였다. 다이버워치 속으로 들어간 헬륨은 다이버가 수면 가까이 이동해 수압이 낮아지면 바로 부피가 팽창해 시계를 손상시켰다.

같은 문제를 인지했던 다른 시계 브랜드들은 헬륨 방출 밸브를 추가하는 방법을 찾았다. 이 방법은 호불호가 상당히 갈렸다. 헬륨 방출 밸브 자체가 고기능성 다이버워치임을 인증하는 덕분에 과시욕이 앞서는 시계 마니아들로부터는 큰 호응을 얻었지만, 매끈한 케이스 라인을 방해하는 까닭에 심미적 요소에 가치를 두는 시계 마니아들로부터는 혹평을 받았다.

1990년 세이코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컴퓨터 다이버워치 스쿠바마스터.
1990년 세이코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컴퓨터 다이버워치 스쿠바마스터.

◆ 세이코, 새로운 문을 열다

세이코는 1975년 궁극의 완성형 기계식 다이버워치 6159-7010를 출시하며 완전히 새로운 해답을 내놓아 주목받았다. 세이코는 L자형 변형 개스킷과 모노코크 케이스를 사용해 물은 물론 헬륨마저도 침입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 구조는 심해에서도 헬륨 가스 침투율을 1/100까지 억제시켜 시계를 보호했다.

6159-7010은 출시와 동시에 여러모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케이스를 보호하는 세라믹 보호 슈라우드가 ‘갑주처럼’ 외관을 두르고 있어 상당히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 독특한 비주얼은 참치캔과 비슷하다고 해 ‘튜나’라는 별칭이 붙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600m까지 잠수가 가능한 초 프로페셔널 모델이면서도 전작과 같이 하이비트 6159 칼리버를 사용한 것도 이채로웠다.

6159-7010 이후 세이코 다이버워치는 새로운 장을 향해 나아갔다. 1978년 쿼츠 버전 6159-7010인 7549-7009 모델을 선보여 다이버워치 분야에서도 쿼츠시대를 열었고 1990년에는 세계 최초의 컴퓨터 다이버워치 스쿠바마스터를 론칭했다. 스쿠바마스터의 출현으로 시계 브랜드들의 다이버워치 경쟁은 완전히 새로운 장으로 전환, 현재에 이르고 있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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