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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근의 ‘법과 생활’] 엉뚱한 피해자 만들기 쉬운 권리질권 담보
[조민근의 ‘법과 생활’] 엉뚱한 피해자 만들기 쉬운 권리질권 담보
  • 조민근 변호사
  • 승인 2020.12.28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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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1년 1월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코로나19 확산과 금융권 신용대출 옥죄기, 임대차 3법 등 다양한 압력이 가해지며 부동산 계약 관련 사건사고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임차인이 눈 뜨고 코 베이기 쉬운 권리질권 담보 관련 사건을 알아봤다. / 조민근 안심 대표변호사◀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Fortune Korea]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무섭다. 연일 1,000명 안팎의 확진자가 발생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또 장사가 안되면서 경제적으로 압박을 받는 사람들도 함께 많아진다. 여기에 최근 금융권이 신용대출까지 줄이면서 이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는다.

금융권의 신용대출 억제에는 정부가 자신이 주도해 개인과 기업의 대출을 관리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돼 있다. 물론 정부가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현재의 위급한 상황과 개인의 경제적 자유, 또 기업활동의 자유를 생각하면 기본권 보장 측면에서 이 같은 조치가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제1금융권 대출이 힘들어진 개인사업자들이 제2금융권 이하로 발길을 많이 돌린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약정이나 계약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 보니 사고 역시 잦다. 과거 사건과 판례를 예로 들어 독자가 생각지도 못한 피해를 입는 일을 예방해보고자 한다.

법원의 판례가 복잡하고 어려우니 먼저 배경부터 간단히 풀어본다. 은행은 대출을 하면서 담보로 임대차보증금에 권리질권을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차용인이 은행의 동의 없이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으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이렇게 상황이 꼬이면 의외의 대상이 덤터기를 쓰기도 한다. 다음 사례가 좋은 예이다.

수원지방법원 2015노692 판결에서는 이하 사건이 문제가 되었다. A는 B은행으로부터 1억2,000만 원을 대출받으면서 자신의 임대차보증금에 권리질권을 설정해주기로 약정하였다. 대출이 실행되자 B은행은 A의 임대인인 C에게 권리질권 설정통지를 하였다. A는 대출을 제대로 갚지 못했고, B은행은 C에게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청구하였다. 하지만 C로부터 “이미 A가 (자신으로부터) 보증금 전체를 반환받아 더 이상 반환할 금액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에 B은행은 A를 배임혐의로 고소하였다.

형법 제355조 제2항에서는 배임죄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성립하는 범죄’라고 규정한다. 위 사건에서는 A가 B은행에 대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B은행이 손해를 입었는지가 문제 되었다.

1심과 항소심에서는 ①A가 B은행에 대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고, ②B는 손해를 입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원지방법원은 “이 사건과 같이 차용인과 대여인 사이에 차용금채무를 피담보채무로 한 권리질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차용인인 A는 권리질권설정계약에 따라 대여인의 권리질권이라는 재산의 보호 또는 관리를 위하여 협력하여야 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A가 이미 보증금을 모두 반환받았으므로 B은행이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임대인인 C가 질권설정에 동의하여 승낙서를 작성해주었기 때문에 설사 질권설정자인 A가 임대차보증금을 모두 반환받았더라도 C는 여전히 B에게 대항할 수 없으므로 B은행에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하면서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1심 및 항소심의 결론과 대법원의 결론이 다른 지점은 ‘보증금이 반환되기 전에 질권설정통지나 승낙이 있었는지’이다. 하급심에서는 질권 설정의 통지나 승낙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은행에는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것이고, 대법원에서는 질권설정의 통지나 승낙이 있었다면 임대인인 C에게 여전히 보증금 반환의무가 있어 결국 B 은행에는 손해가 없다는 것이다.

어느 쪽 결론이든 임차인인 A의 행위 때문에 은행 B 또는 임대인 C가 피해를 입는다. A는 보증금을 반환받아서는 안 됐다. A가 보증금을 반환받아 은행 B는 담보권을 잃었고, 연체된 대출금을 상환받기 어려워졌다. 결국 A 이외의 대상이 손해를 봤다. 대법원의 결론을 따라 은행 B가 임대인 C에게 보증금반환청구를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C는 이미 A에게 보증금을 돌려줬다. 그런데 같은 돈을 또 B은행에 돌려줘야 한다. 하나의 채무 건을 두 번 갚는 것으로 역시나 A 이외의 대상이 손해를 본다. C가 A에게 보증금을 돌려받는다면 다행이지만, 대법원 판결을 확인한 A가 그럴 것 같지는 않다. A는 돈을 빌리고도 갚지 않은 것이 된다. 이는 과연 정의로운 결론일까?

신용대출이 어려워져 야기되는 문제치고는 과한 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최근 임대차 3법 등 임대인을 옥죄는 정책이 여럿 나왔는 걸 생각해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임대인도 자신의 자금운용 능력을 고려해 사업 규모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짜 행동하기 마련인데, 짧은 시간 우후죽순 튀어나온 규제가 임대인의 계획을 어그러뜨리고 결국엔 임차인 역시 피해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위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다.

사회의 모든 것은 관계이며 엮여있다. 한쪽을 옥죄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거나 연결된 다른 쪽이 책임 일부를 전가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이다. 사업자든 근로자든 임대인이든 임차인이든 한쪽에 부담이 과중하게 지워지지 않도록 현명한 정책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 독자들은 위와 같은 곤경에 처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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