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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롯데, 신세계 엇갈린 2020 성적표…새해에도 차별화 행보 이어질까?
쿠팡, 롯데, 신세계 엇갈린 2020 성적표…새해에도 차별화 행보 이어질까?
  • 김타영 기자
  • 승인 2020.12.28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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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1년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온라인 노출 날짜에 맞춰 본문 일자가 조정됐음을 알립니다.> 

▶코로나19가 휩쓴 2020년 유통업체들은 어떻게 한 해를 보냈을까? 포춘코리아가 유통 빅3인 쿠팡, 신세계, 롯데쇼핑의 올해 행보를 되돌아보고 이들의 2021년과 조금 더 먼 미래까지 예측해봤다.◀

서울 명동 신세계 백화점 본점. 91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우리나라 오프라인 유통매장, 그중에서도 백화점 역사를 대변한다. 사진=신세계
서울 명동 신세계 백화점 본점. 90년 역사를 자랑한다. 우리나라 오프라인 유통매장, 그중에서도 백화점 역사를 대변한다. 사진=신세계

[Fortune Korea] 2020년은 코로나19가 유통업체들의 부침을 더욱 가속한 한 해였다. e커머스 태생 혹은 e커머스 사업을 잘 준비한 업체들은 수혜를 받았고 그렇지 못한 업체들은 더욱 궁지에 몰렸다. 평소대로였다면 수년에 걸쳐 진행됐을 업체 간 희비 등락이 코로나19 덕분에 짧은 시간 압축돼 나타났다.

이를 극명하게 잘 보여주는 세 업체가 쿠팡, 신세계(이마트), 롯데쇼핑이다. 이들은 각각 e커머스 태생 업체, e커머스 사업에 잘 대응한 업체, 그렇지 못한 업체를 대표한다. 국내 빅3 유통업체로 묶이면서도 디테일은 서로 달랐던 세 업체는 2020년을 어떻게 보냈을까? 그리고 2021년에는 어떤 행보를 보일까?

◆ 냉온탕 오간 쿠팡

쿠팡은 올해 냉온탕을 오갔다. 지난 6월 덕평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큰 홍역을 치렀지만, 신속히 물량을 분산하고 시스템을 복구해 위기를 극복했다. 쿠팡은 배송지연 우려로 빠졌던 트래픽도 불과 2주 만에 회복하는 괴력을 보였다.

가장 우려됐던 배송 과부하 우려도 쿠팡은 쉽게 받아넘겼다. 지난 8월에서 9월 코로나19 2.5단계 격상과 태풍 이벤트가 겹치며 e커머스 주문이 폭주하던 때에도 쿠팡은 배송 노이즈를 하루 이틀로 틀어막았다. 시장 관계자들은 당시 쿠팡에 몰린 주문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0% 이상 늘어났을 것으로 파악한다.

시장 관계자들은 올해 쿠팡의 배송 능력이 훨씬 고도화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관계자는 말한다. “올해를 기점으로 쿠팡의 일일배송 능력이 400만 건을 넘어선 것 같습니다. 지역 배송캠프를 여기저기 촘촘히 뿌려놓은 데다가 쿠팡 플렉스 규모가 훨씬 커졌거든요.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한) 점배송 시스템을 롯데마트와 이마트가 먼저 활용했는데, 정작 현시점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곳은 쿠팡인 것 같습니다.”

◆ 롯데, 여전히 흐림

롯데는 잔뜩 웅크린 한 해였다. 올해 4월 론칭한 롯데온은 처음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9월부터 대규모 마케팅 행사를 통해 성장세를 타기 시작했지만,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롯데쇼핑이 온라인 사업 부문을 강화하겠다고 하고 또 쇼핑 사업부를 하나로 합치면서 실제로 노력하는 모습은 보였습니다. 하지만 올해 퍼포먼스는 매우 실망스러웠어요. 시장에서는 롯데온이 참패했다고 평가합니다. 저는 롯데온이 (주력 경쟁에서) 한발 밀려난 상황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올해 초 공언했던 부실점포 구조조정에서 상당한 진척을 이뤘다. 롯데쇼핑은 3~5년에 걸쳐 200여 개 매장을 순차적으로 줄일 것이라 했지만, 올해만 110여 개 점포를 정리해 신속한 구조조정으로 주목받았다. 롭스 사업부는 마트 사업부에 흡수통합됐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말한다. “구조조정을 굉장히 속도감 있게 잘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3분기부터 실적에 반영(2020년 3분기 판관비가 전년 동기 대비 2,300억 원 감소했다)되기 시작했어요. e커머스 사업 부문의 부진에도 내년을 기대할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실속 챙긴 신세계

신세계는 신규 점포 오픈과 리뉴얼에 힘쓰며 조용히 실속을 챙겼다. 이마트 신촌점, 트레이더스 안성점, 스타필드 안성점을 새로 열었으며 신세계 영등포점, 이마트 월계점 등을 리뉴얼했다. 면세점 업황에 큰 영향을 받는 화장품이나 명품사업 부문에서 큰 도전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꾸준히 관련 사업을 강화하는 모습이었다.

e커머스 사업부에서도 비교적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분기마다 전년 동기 대비 40% 가까운 매출 성장을 했고 적자 폭도 크게 줄였다. 2019년 3분기 235억 원 적자를 냈던 SSG.COM은 올해 3분기 31억 원 적자를 기록해 적자 폭을 무려 200억 원이나 줄이는 기염을 토했다. SSG.COM 영업이익은 2019년 4분기 이후 꾸준히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관계자는 말한다. “올해 SSG.COM 취급고가 국내 e커머스시장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식료품에 특화한 곳이라 수혜를 많이 본 것 같아요. 지난해 말 가동을 시작한 네오003 물류센터 덕분에 처리할 수 있는 배송량이 늘면서, 또 그룹사 차원의 마케팅 활동이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올해 실적으로 많이 반영됐습니다.”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모집 광고. 쿠팡은 올해도 다양한 확장 노력으로 주목받았다. 이미지=쿠팡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모집 광고. 쿠팡은 올해도 다양한 확장 행보로 주목받았다. 이미지=쿠팡

◆ 쿠팡, 왕성한 활동 기대

이들 세 기업은 2021년 어떤 모습을 보일까? 가장 활발한 활동이 기대되는 곳은 쿠팡이다. 쿠팡은 해외직구와 오픈마켓 사업 부문에서의 왕성한 확장정책과 OTT 서비스 론칭으로 주목받는다.

쿠팡은 지난 12월 개인정보 처리 방침을 개정하고 회원 개인정보 수신 주체에 쿠팡 상해 무역 유한회사(Coupang Shanghai Trading Co., Ltd)를 추가해 눈길을 끌었다. 업계에서는 ‘중국 직구 서비스 론칭을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주류를 이룬다.

쿠팡은 2017년부터 미국 해외 직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보통 열흘 넘게 걸리던 배송 기간을 3~4일대로 끌어내리면서 해외직구족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입소문이 퍼져 현재는 상당한 규모로 성장했다. 2017년 8만 개에 불과했던 로켓직구 상품 규모가 올해는 630만 개까지 늘었다.

중국 직구 서비스 론칭은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업계 주요 관계자는 말한다. “미국 직구 사업과 달리 중국 쪽은 중국 사업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사용할 가능성도 커 보입니다. 중국 소비자들의 한국상품 수요를 공략하겠다는 거죠. 알리바바와 직접 경쟁하는 대신 니치마켓을 뚫겠다는 전략인 것 같은데, 괜찮은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오픈마켓 사업 확장은 현재 국토교통부 승인만을 남겨놓은 택배사업자 자격 획득 이후 더 공격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오픈마켓 상품들도 로켓배송에 준하는 ‘속도’를 갖게 되면서 쿠팡의 입점사·소비자 지배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신사업인 OTT 서비스를 유통에 어떻게 접목할지, 어떤 시너지를 보여 줄지 등 관전 포인트에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신세계·롯데, 정중동 행보

신세계와 롯데쇼핑은 상대적으로 정중동(靜中動)의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는 2018년 2분기 이마트 적자 이후 호흡을 길게 가져가고 있다. 신세계 주요 관계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조금 느린 것 같지만 탄탄하게 가겠다’는 의도이다. 과거 e커머스 업체들의 대두에 맹렬히 항전했던 신세계가 정작 SSG.COM 론칭 이후에는 내실 다지기에만 힘쓰는 이유이다. 외형성장뿐 아니라 수익까지 챙기겠다는 이 같은 움직임은 올해 SSG.COM의 실적에 그대로 반영돼 적자가 대폭 감소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신세계 안에서는 SSG.COM이 2021년 수익 전환할 수 있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흘러나온다.

롯데쇼핑은 남은 과제 해결에 주력할 방침이다. 점포 구조조정 마무리와 롯데온 성장궤도 안착 등이 주요 목표이다. 특히 롯데온 특장점 만들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관계자들은 지난 9월 이후 롯데온 성장세가 유지되려면 ‘쿠팡-로켓배송, SSG.COM-신선식품’과 같이 롯데온을 대표할 수 있는 특장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롯데온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지난해 경쟁사 인력을 스카우트하는 등 반전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 신규 경쟁자 출현 예고

2021년 이후 이들 기업은 어떤 모습일까. 좀 더 먼 미래에는 이들 기업 전체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 태생 기업들의 미래가 전체적으로 어둡기 때문이다. 이는 쿠팡과 같은 e커머스 태생 업체들 역시 마찬가지다. 2018년 이후 본격화한 네이버나 카카오의 1선 침공에도 이들은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네이버나 카카오가 유통사업 경험이 빈약한 데도 이렇게까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이들이 강력한 플랫폼을 가지고 있어서다. e커머스에 최적화한 검색 플랫폼, 확장성 높은 메신저 플랫폼은 이들 기업의 강력한 무기이다.

앞으로는 ‘더 강력한 무기’를 가진 사업자들 역시 유통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주요 관계자는 말한다. “버튼만 누르면 즉시 휴대폰 화면을 분석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일상에서 사용될 겁니다. 현재도 앱을 통해 일부가 구동 중이지만 나중엔 휴대폰에 기능이 달려서 나올 거예요. 그런 기능을 제공하는 휴대폰 제조사, OS 사업자들이 이 시장에 들어온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 기능을 쇼핑과 연관시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생각이죠. '플랫폼 이상의 플랫폼'을 기본 속성으로 장착한 이들과의 경쟁이 머지않았습니다.”

◆ 오프라인 업체들의 가능성

물론 유통기업들도 바뀐 환경에 적응하며 생존의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새로운 사업자의 파트너가 돼 분업을 유도할 수도 있고, 오프라인 사업에 새 가치를 부여해 활로를 열 수도 있다.

신규 사업자의 등장에 초점을 맞춰보면 재밌는 사실을 한 가지 발견할 수 있다. 이 사업자가 네이버, 카카오 이상의 강력한 플랫폼을 가지고 있을 것이란 예상에서 새삼 다시금 플랫폼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업체들이 어떤 식으로 적응하든 결국엔 오프라인만 한 ‘믿을 구석’이 없다는 점도 발견하게 된다. 새 사업자 플랫폼을 백업하는 역할로 전락하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든 결국 오프라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결국 가상의 공간이어서 실물의 상품을 다루는 오프라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앞의 관계자는 덧붙인다. “벌써 수년 전부터 ‘진짜 두려운 건 네이버·카카오다’라고 말씀드렸는데, 대부분은 쿠팡을 애써 무시하려는 말로 착각하더라고요. 하지만 어떻습니까. 현실이 됐죠. 마찬가지로 ‘미래에도 오프라인 매장은 존재할 거다’는 말도 허투루했던 말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말 속엔 ‘당장은 e커머스 태생 업체들에 밀리지만 길게 보면 상황이 바뀔 것’이란 뜻도 내포돼 있습니다. 당장은 보이지 않지만,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오프라인 태생 업체들의 새로운 가능성이 주목받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롯데쇼핑 라이브 커머스 캡처. 롯데쇼핑은 오프라인 매장 운영 장점을 반영하기 위해 현장감을 적극 살린 라이브 커머스 채널을 운영 중이다. 사진=롯데쇼핑
롯데쇼핑 라이브 커머스 캡처. 롯데쇼핑은 오프라인 매장 운영 장점을 반영하기 위해 현장감을 적극 살린 라이브 커머스 채널을 운영 중이다. 사진=롯데쇼핑

----------<이하 박스기사>----------


◇ 2021년엔 현대백화점그룹에 주목?

시장 관계자 중 일부는 2021년엔 현대백화점그룹의 행보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끈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말한다.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렇게 조용할 때 뭔가 많은 밑작업을 진행하는 경우(그 결과는 아울렛·가구·패션·면세점 사업 진출 등이었다)가 많았습니다. 올해 그룹이나 계열사 차원에서 SK바이오랜드를 비롯한 몇몇 사업체를 조용히 인수한 걸로 알고 있어요. 향후 사업 다각화를 위한 밑작업에 들어갔다는 예상을 해볼 수 있습니다. 크게 눈에 띄진 않았지만, 변화의 기대감을 심어준 2020년이었던 것만큼 2021년엔 깜짝 놀랄만한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악역으로 회귀한 쿠팡

쿠팡의 입지는 최근 몇 년 동안 상전벽해가 됐다. 망하느냐 마느냐 하는 논란의 중심에 섰던 쿠팡이 이제는 리딩기업의 자리에 올랐다. 매번 수익성 문제를 제기하며 ‘곧 망할 기업’ 딱지를 붙였던 경쟁업체 취재원들도 과거 괄시 모드에서 ‘적자 일관 기업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무시 모드를 거쳐 현재는 ‘어나더 레벨 Another Level’로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워낙 정보 공유에 인색한 쿠팡이어서 밖으로 크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쿠팡 내부에서도 분위기 변화는 있었다. 2019년 초 쿠팡 한 관계자는 “최근 쿠팡의 고민은 조직이 커지고 또 안정되면서 창립 초기의 민첩함이나 적극성이 무뎌지는 것”이라 토로한 바 있었다.

최근 네이버나 카카오의 유통 영토 확장은 쿠팡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쿠팡이 과거의 ‘성장에만 몰두하는’ 악역으로 회귀하는 자극제 역할을 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한동안 뜸했던 쿠팡의 머리 들이밀기가 요즘 다시 극심해졌다”며 “신사업 부문의 마구잡이식 확장이나 인력 빼가기가 심각하다”고 귀띔했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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