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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 그립 대표 “카피업체들 신경 안 써…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일에 집중”

  • 기사입력 2020.11.25 14:25
  • 최종수정 2020.11.25 15:48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0년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국내 첫 라이브 커머스 업체 그립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네이버, 카카오, 쿠팡 같은 대형 사업자들이 속속 시장에 뛰어들면서, 또 후발업체들 역시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어려움이 예상되기도 한다.◀

김한나 그립 대표가 11월 19일 서울 서초구 그립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김한나 그립 대표가 11월 19일 서울 서초구 그립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Fortune Korea] 기자는 과거 중견 e커머스 기업을 취재한 적이 있었다. 해당 기업 주요 관계자는 오프더레코드 조건으로 계획 중인 신사업 내용을 공개했다. 동영상 e커머스 플랫폼이었다. 이 관계자는 “쉽게 말하면 장바구니와 결제기능이 첨가된 유튜브와 틱톡”이라며 이 사업이 성공할 것 같은지 물었다. 기자는 아이디어에 감탄하며 되물었다. “그런데 말씀하신 유튜브나 틱톡에서 같은 기능을 선보이면 어떡하죠?”

시간이 지나 2020년 현재, 비대면 트렌드가 확산하며 라이브 커머스가 가파른 성장을 시작했다. 라이브 커머스 기업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곳은 그립이다. 2019년 2월 국내 최초의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그립을 론칭하며 시장을 열어젖혔다. 최근에는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빅테크들도 연이어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를 론칭하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 문득 과거 기억이 오버랩된 기자는 그립의 문을 두드렸다.

◆ 라이브 커머스 아이디어

“저는 유통을 잘 몰라요. 쇼핑도 마찬가지고요. 그저 유저단만 바라보고 사업을 시작했고, 지금도 그러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19일 서울 서초구 그립 본사에서 만난 김한나 대표는 뜻밖의 고백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스타트업 업계에 ‘자신의 사업 분야에 경험이 없는 창업자’가 비교적 흔하다고 하지만 기자가 직접 만난 건 처음이었다.

김 대표의 고백이 겸손의 표현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이력과 완전히 무관한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김 대표는 네이버에서 카메라앱 스노우와 라이브 퀴즈쇼인 잼라이브를 서비스하며 라이브 커머스 관련 경험을 쌓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김 대표는 말한다. “제가 아주 젊은 친구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들을 많이 맡았습니다. 그래서 이 친구들이 뭘 좋아하는지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던 와중에 정말 인기가 많았던 라이브 퀴즈쇼를 서비스하며 재밌는 아이디어를 한 가지 떠올렸습니다. 이 친구들한테 옆집 친한 언니가 라이브로 영상통화하듯이 물건을 팔면 잘되지 않을까 하고요.”

◆ 세상이 더 좋아지는 서비스

김한나 그립 대표는 2018년 8월 6일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해줄 개발자 동료 4명을 이끌고 네이버에서 퇴사했다. 같은 해 10월 디자이너와 기획자 등이 합류해 초기 8인 체제를 갖췄고 2019년 2월 국내 최초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인 그립을 론칭했다.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라이브 커머스가 주목받으면서 회사 규모도 대폭 커져 현재는 29명이 근무 중이다.

김 대표는 말한다. “막연히 생각만 하던 중에 6시 내 고향 TV프로그램을 보게 됐습니다. 시골에서 노부부가 티격태격하며 사과를 따는 모습이 나왔어요. ‘아, 저거다’했죠. 저 노부부는 그저 카메라를 켜놓기만 해도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업 모델이 명확해지니까 속도가 붙었고 이에 퇴사, 개발, 론칭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동료들이 불확실한 미래에도 좋은 직장을 관두고 그립을 선택할 수 있었던 건 라이브 커머스의 경쟁력과 사회적 가치를 높이 샀던 덕분이다. 김 대표는 덧붙인다. “밖에서는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거나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 취향에 맞는다 같은 내용에만 주목하는데, 저는 라이브 커머스가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더 좋아지는 서비스라고 생각해요. 노부부의 성실한 모습을 직접 보며 특별한 감동을 느낄 수도 있고 또 내가 사는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또 어떤 사람이 파는지 알 수 있으니 판매자·소비자 간 신뢰와 유대도 돈독해지죠. 중간 유통과정이 빠지면서 양쪽 모두 가격 면에서도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 사업 모델과 수익 구조

그립은 크게 두 가지 사업모델로 운영된다. 플랫폼과 솔루션 사업이다.

플랫폼 사업은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인 그립앱에서 파생하는 사업이다. 그립앱에서 셀럽 혹은 일반인들이 (상품 소개·판매)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올린 매출고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취한다. 플랫폼 사업에서는 유명 셀럽과 제조 브랜드를 매칭시켜 주는 에이전시 사업과 라이브 방송 콘텐츠 제작 사업도 병행한다.

솔루션 사업은 SaaS(Software as a Service) 모델로 운영된다. 그립에서 개발한 라이브 커머스 API를 다수의 고객사에 제공하고, 고객사는 이 API로 라이브 방송을 운영한 만큼 그립에 돈을 지불한다. 최근 라이브 방송에 뛰어든 SSG.COM이나 AK몰, 아모레퍼시픽 같은 유수의 유통·제조기업들도 그립 라이브 커머스 솔루션을 사용한다.

김한나 그립 대표는 말한다. “뛰어난 IT 개발 계열사를 가지고 있는 곳에서도 저희 라이브 커머스 솔루션을 사용합니다. 저희 시장점유율이 80%에 달해요. 저희가 라이브 커머스를 제일 먼저 시작했고 또 방송량도 가장 많다 보니 신뢰하고 써주시는 것 같습니다. 저희 라이브 커머스 API 방식은 현재 특허출원 요청이 들어가 있는 상태입니다. 곧 결과가 나올 거예요.”

◆ 그립을 위협하는 요소들

한창 성장하는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지만, 그립의 현재 상황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분위기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같은 대형 사업자들이 속속 시장에 뛰어들었고, 후발업체들 역시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유튜브나 틱톡 같은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기업들이 언제든 자사 서비스에 장바구니와 결제 버튼을 달아 위협할 수도 있다.

김 대표는 이들 불안요소 중 대기업의 사업 확장이 가장 신경 쓰인다고 했다. “대기업들이 다 비슷하지만, 최근 특히 신경쓰이는 곳이 하나 있습니다. 저희 그리퍼(그립에 소속된 셀럽)들을 데려가려고 무척 애를 쓴다는 이야기가 많이 올라와요. 수수료 더 많이 주고 이것저것 챙겨줄 테니 옮기라는 거죠. 이 기업이 너무 빈번히, 또 세게 접근하는 데다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몰라 피곤하고 걱정됩니다.”

후발업체들의 도전도 무시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는 말한다. “이들이 다 같이 잘돼 시장을 더 크게 키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만 플랫폼 운영에서 발을 빼는 곳들이 솔루션 사업 단가를 후려치고 나와 여기도 신경이 쓰이긴 해요. 저희 솔루션을 거의 그대로 모방한 플랫폼을 절반 가격으로 서비스해드리겠다고 고객사에 접근하면 난감합니다.”

◆ 카피 전략에 대응하는 자세

그립은 이들과의 경쟁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김한나 그립 대표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다음과 같은 답변을 내놨다. “네이버도 그렇고 카카오도 그렇고 여기저기서 라이브 커머스를 내놓았는데 너희 서비스는 뭐가 다르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사실 상대방이 원하는 명확한 답변은 내놓기 힘들어요. 저희가 뭘 하든, 이렇게 하면 이렇게 저렇게 하면 저렇게 대기업이든 후발업체든 모두 따라 하니까요.”

김 대표는 다른 기업들의 카피 전략에 초탈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제 다른 기업들이 어떻게 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고 개발하기에도 바쁜데 여기저기에 에너지를 분산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른 기업 행보에 신경쓰다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초심을 잃어버릴까 걱정된다고도 했다.

그는 말한다. “이 사업을 하면서 소상공인들한테 매우 많은 응원을 받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해 어려웠는데 그립 덕분에 재기할 수 있었다는 감사 메시지를 많이 받았어요(김 대표는 주문이 들어오자 셀러가 감격해 우는 라이브 방송 VOD를 보여줬다). 저희는 제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서비스라는 모토나 이를 위한 노력이 차별화로 나타날 거라 생각해요.”

◆ 유저들이 열광하는 서비스를 위해

그립은 내년에도 매우 바쁜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가파른 수요 확대에 더해 다양한 사업 계획이 준비돼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전략적인 부분이라 공개하기 어렵다면서도 기자의 요청에 두 가지 내용을 슬쩍 흘려줬다. 미국시장 진출과 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창출이었다.

김한나 그립 대표는 말한다. “더는 공개가 어렵습니다. 분명한 건 그립은 더 재밌고 유저들이 열광하는 서비스로 거듭날 것이란 점이에요. 유저 경험의 차별화죠. 물론 이는 현재도 저희가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고요. 네이버나 카카오가 라이브 방송을 한 번에 1개에서 5개밖에 열지 않는 데 반해 저희는 하루에만 400여 개가 열리면서 판매자와 소비자 간 심적 거리가 가깝고 커뮤니케이션이 극단적으로 발달해 있거든요. 일반 유저 판매자가 95%에 달하다 보니 이들 방송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대신 동네 사랑방 같기도 하고 친목회 같기도 합니다. 저희는 스스로를 팬심 커머스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 특별한 방향성을 크게 살리는 데 집중할 겁니다.”

김한나 그립 대표는 그립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서비스라고 자부했다. 내년엔 유저들이 더 열광하는 서비스로 거듭나겠다고도 했다. 사진=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김한나 그립 대표는 그립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서비스라고 자부했다. 내년엔 유저들이 더 열광하는 서비스로 거듭나겠다고도 했다. 사진=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이하 박스기사>---------------

◇ 마켓컬리보다 더 어려운 상황

현재 그립의 상황은 마켓컬리와 비슷한 면이 있다. 마켓컬리는 국내 새벽배송 시장을 개척하고 키웠지만 대기업들의 카피 전략에 고전하고 있다. 이 같은 기자의 비교에 김한나 그립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상황은 저희가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웃음). 마켓컬리는 그나마 다행이었던 게 3년 정도는 오롯이 혼자 클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저희는 그 시간이 1년밖에 없었거든요. 코로나19는 저희가 급성장한 배경이었지만, 대기업들이 이 시장에 더 빨리 눈 뜨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천천히 다질 기회 없이 바로 대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에 내몰렸어요. 힘들지만, 똑똑하게 잘 개척하고 견뎌야겠다고 생각합니다.”


◇ 자율 규제에 앞장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소비자 피해 우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비슷한 형식의 TV홈쇼핑이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는 데 반해, 신생 채널인 라이브 커머스는 전자상거래법 정도의 규제만 적용받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에서는 최근 라이브 커머스 규제 논의가 일기도 했다.

김한나 그립 대표는 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속도는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말한다. “당연히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하지만 시장이 이제 막 열렸는데 바로 엄격한 규제를 들이대면 잃는 게 더 많다고 생각해요. 코로나19 상황에서 많은 소상공인과 중소 제조사가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활로를 열었는데 이게 위축될 수 있거든요. 소비자 피해 이상의 긍정적인 면도 많은 만큼, 정부가 신중하게 잘 판단하리라 믿습니다.”

김 대표는 그립이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말한다. “TV홈쇼핑 수준은 아니지만, 그립은 자체적으로 많은 규제를 만들어 약관과 운영 정책을 통해 알리고 이를 엄격히 적용하고 있습니다. 시장을 선도하고 기준을 만들어 가는 기업인 만큼 매우 빡빡하게 움직여요. 경고나 퇴점조치도 신속하게 진행하고요. 저희는 라이브 커머스 기업 중에 미디어적인 면에서도 소비자를 보호하는 거의 유일한 곳이기도 합니다. 너무 선정적이거나 불결하거나 해서 시청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콘텐츠들이 있는데 이들을 모니터링하고 규제하며 조정하고 중재를 맡기도 합니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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