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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월가의 퍼스트 레이디

MOST POWERFUL WOMEN / THE FIRST LADY OF WALL STREET

  • 기사입력 2020.12.07 09:07
  • 기자명 CLAIRE ZILLMAN 기자

내년 2월 시티은행 CEO에 취임할 예정인 제인 프레이저 Jane Fraser는 어떻게 은행업계에서 가장 높고 가장 단단한 유리천장을 깨뜨렸을까? BY CLAIRE ZILLMAN

미국 최대 은행들 가운데 7개 은행의 CEO들이 2019년 4월 하원 금융위원회(House Financial Services Committee)에 출석했다. 참석자들은 전부 백인 남성들이었다. 선서를 한 그들은 후계자가 여성인지 유색인종인지 질문을 받았을 때, 아무도 손을 들지 못했다.

한마디 말도 못한 CEO들은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월가에는 여성 CEO가 단 한 명도 없고, 가까운 미래에도 없을 거라는 사실이었다.

그들의 메시지는 당시 미국 재계의 분위기와는 정반대였다. 예를 들어, 미투 운동으로 직장 내 역학관계에 대한 철저한 재조사가 시작됐다. 아울러 기관 투자가들은 이사회들이 더 많은 여성을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은행을 비롯한 기업들은 직원 다양성의 장점을 강조하던 때였다.

CEO들이 한마디 말도 못했던 그 장면은 매우 암울한 인상을 남겼다. 그래서 포춘은 2019년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을 다룬 호에서 긴급하게 세 가지 질문을 다뤘다. ‘왜 은행 CEO 자리는 여성들에게 허락되지 않을까? 그 유리천장을 뚫을 첫 번째 여성은 누구일까? 그리고 그 시기는 언제일까?’

우리는 현재 마지막 두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을 찾았다. 시티그룹은 9월 중순 제인 프레이저 가 마이클 코뱃 Michael Corbat의 뒤를 이어 내년 2월 차기 CEO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로써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오랫동안 뚫지 못했던 월가 은행의 유리천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프레이저의 임명이 그렇게 오랫동안 여성 CEO의 등장을 가로막았던 기업 문화를 사라지게 만든 것은 아니다. 사실 그것은 새로운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월가 대형 은행의 첫 여성 CEO가 될 그 여성은 어떤 인물인가? 그리고 그녀는 오랫동안 성취할 수 없었던 일을 어떻게 해낼 수 있었을까?’

한편으로 프레이저의 가장 최근 경력을 살펴보면, 그녀는 헤드헌팅 회사 콘 페리 Korn Ferry에서 CEO 승계 업무를 총괄하는 제인 스티븐슨 Jane Stevenson이 묘사한 것처럼 “CEO로 가는 청사진”을 잘 따라가고 있었다. 그녀는 해당 은행의 주요 사업부를 두루 거치면서, 그 부서들을 처음보다 더 많이 발전시켰다. 하지만 동시에 경력을 위해 개인생활을 희생하지 않았다. 이는 정상에 오르기 위해 요구됐던 많은 ‘기존 관행’들을 무시한 행위였다. 균형—아주 오래된 미로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을 잡는 그녀의 능력은 내년에 CEO를 맡게 될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아울러 미로를 빠져나오는 경험을 솔직하게 공유하려는 그녀의 마음가짐 역시 높이 평가받고 있다.

프레이저(53)는 골프로 유명한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 St. Andrews에서 태어났다(태생적으로 그녀는 골프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다). 고등학교를 다니기 위해 호주로 건너간 그녀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가 있었다. 하지만 곧 자신이 생물학에는 서툴지만, 수학과 경제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녀가 자신의 커리어를 금융업으로 정한 일은 매우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한 후 그녀는 20세의 나이에 런던의 골드만 삭스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그녀는 몇 년 후 자신이 회사에서 “고리타분한 영국 소녀”라고 한탄하곤 했다. 그녀는 2016년 AS/COA(Americas Society and Council of the Americas) 연설에서 "다른 모든 사람들은 훨씬 더 이국적이었다. 유럽 전역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나이가 좀 더 많고, 여러 언어를 구사했다. 그리고 그들이 나보다 훨씬 더 인생을 즐길 줄 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 느낌은 그녀가 런던을 떠나 마드리드로 향하는데 충분한 동기부여가 됐다. 그녀는 컨설팅 회사 아세소레스 부르사틸레스 Asesores Bursátiles에서 2년간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그리고 거기서 배운 스페인어가 향후 몇 년 동안 아주 요긴하게 쓰였다.

1990년대 초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그녀의 경력은 전형적인 은행 업무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그녀는 골드만 삭스 같은 곳으로 돌아가는 대신, 컨설팅 회사 매킨지 입사를 택했다. 자신이 더 이상 ‘예쁜 척’을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2016년 연설에서 당시 은행업계에서 경험했던 동료 여성들이 “다소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 시절에는 커다란 어깨뽕과 남성용 정장을 착용하던 때였다. 그녀는 여성들과 많은 남성들이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며, "그들은 매우 성공했고 똑똑했다. 하지만 직장 생활은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한마디로, 그녀는 자신의 삶을 원했다.

매킨지에서의 업무는 여전히 힘들었다. 하지만 이번 직장에서는 이전과 같은 역할—고객에게 신뢰할 수 있는 컨설턴트가 되기—을 하면서도 (시장, 경력 등에서) 예측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달랐다. 

프레이저는 “나는 어떤 분야에선 매우 취약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그것이 내 약점이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포춘US
프레이저는 “나는 어떤 분야에선 매우 취약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그것이 내 약점이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포춘US

그녀는 2년 후 결혼을 하고, 파트너로 승진한 바로 그 해 임신을 했다. 그녀는 포춘이 10월 개최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정상회의'에서 필자에게 "나는 ‘파트너가 되는 해에는 임신하지 말라’는 충고를 꽤 많이 받았다.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그녀가 출산한 지 2주 후에 파트너가 될 거라고 알렸다.

그 순간—아이를 낳고, 파트너가 된 순간—이후, 그녀는 다른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멘토 중 한 명이 '너는 인생에서 다양한 커리어를 경험할 것이다. 그리고 너의 커리어는 수십 년 후 평가를 받게 된다. 그렇다면 서두를 필요가 없다. 동시에 모든 것을 가지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반문했던 사실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5년간—2004년 매킨지를 떠나 시티은행으로 옮길 때까지—줄곧 파트타임으로 파트너로 일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녀는 "그 결정은 쉽지 않았다. 내 자아가 그로 인해 심적인 고통을 약간 받았다. 당신보다 더 어린 사람들이 더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것을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그 결정으로 나는 정말 행복했다. 그리고 워라밸을 지킬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그런 경험이 일에 대한 그녀의 시각과 사무실에서 일하는 방식을 바꾸었다.

프레이저는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 풀타임으로 일하게 됐을 때, 고객들은 내게 '지금은 당신의 공감 능력이 더 향상됐다. 전에는 단지 일하는 기계처럼 보였다'고 말하곤 했다"고 털어놓았다.

2004년 프레이저는 런던에 있는 시티의 투자 및 기업 뱅킹 부문 고객전략책임자로 합류했다. 이때는 그녀가 전통적인 은행 업무로 복귀해 차곡차곡 경험을 쌓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그 후 16년 동안 시티에서 다양한 업무를 맡았던 그녀는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계열사들을 경영하기도 했다. 이로써 회사 내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와 그에 따른 높은 인지도를 얻게 됐다. 스티븐슨은 "그녀의 배경을 보라"며 “프레이저는 다양한 업무를 거쳤다. 10년 이상 경험이 축적되면서 CEO에 적합한 역량을 갖추게 된 멋진 케이스다. 이사회가 승계 계획을 고려할 때, 그녀의 역할과 신뢰가 큰 힘이 됐다"고 설명한다.

물론 이런 역할 중 일부는 어려운 선택을 내리거나, 위기에 빠진 기업을 총괄해야 하는 것도 있었다. 게다가, 그런 힘든 업무를 처리하는데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입증해야 했다. 이 모든 경험들이 그녀의 승진에 도움이 됐다.

그녀가 투자 및 기업 뱅킹 업무를 맡은 후, 당시 CFO였던 게리 크리텐든 Gary Crittenden이 2007년 9월 프레이저에게 글로벌 전략 및 인수합병 총괄 자리를 제안했다. 당시는 금융 위기가 고조되던 때였다. 그녀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뉴욕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녀는 당시 CEO였던 비크램 팬딧 Vikram Pandit이 은행의 구조조정 방식을 결정하는데 일조했다. 그녀는 시티의 일본 증권 사업부문을 스미토모 미쓰이 파이낸셜 그룹에 80억 달러에 매각하는 것을 지휘했다. 은행은 2009년 이 매각 자금 덕분에 재정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녀는 또한 시티가 스미스 바니 증권사를 모건스탠리에 매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 역할을 맡은 18개월 동안 25건 이상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은행은 이 과정에서 1조 달러 가까운 자산을 매각하고, 10만 명의 일자리를 줄였다.

프레이저는 당시 업무를 리더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소중한 계기 중 하나로 회상한다. 그녀는 지난 10월 필자에게 "그 일은 가만히 앉아 있게 하지 않았다. 결단을 내리게 했고,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고객 중심이 된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 단순히 벽에 걸린 상패로 대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전략적인 선택은 무엇인가? 일찍 선택하고, 잘 선택해야 한다. 그런 선택들이 쌓여서 성공으로 가는 것이다....위기만큼 가장 많이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는 없다."

그런 경험들이 소중했지만, 프레이저는 여전히 기업을 경영하고 싶었다. 팬딧은 2009년 그녀에게 그 기회를 줬다. 그녀는 런던으로 복귀, 4년간 시티의 가장 부자 고객들을 관리하게 됐다. 매력적인 업무였다. 특히 다음에 맡게 될 업무에 비하면 말이다. 그녀는 2013년 세인트루이스에서 시티모기지 CEO를 맡게 됐다. 그녀는 2016년 연설에서 “모기지 사업부는 서브프라임 위기 이후 '지구의 재앙'으로 치부됐다”고 시인했다. 그녀는 좌초된 배를 살리기 위해, 느리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도맡았다. 당시 시티는 수년 전 모기지 업체 패니 메이와 프레디 맥에 부실 모기지 상품을 팔았던 잘못을 해결하느라 수십억 달러를 썼다.

그 후 2015년, 프레이저는 기업회생 업무를 또 다시 맡게 됐다. 코뱃이 그녀를 시티의 라틴 아메리카 사업부 CEO로 임명한 것이다.

라틴 아메리카 시장은 순수입 기준으로 시티의 지역 사업부 가운데 규모가 가장 작다. 하지만 수익률은 가장 높아 ‘왕관의 보석’과도 같은 존재다. 당시 방코 나시오날 데 메히코 Banco Nacional de México(Barnamex)로 불린 소매은행은 멕시코 최대 은행들 중 하나로 1,400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었다. 시티 글로벌 지점 수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프레이저가 CEO로 임명될 당시, 멕시코 사업은 문제가 많았다. 시티는 2014년 2월 정유회사 오시오그라피아 Oceanografía가 4억 달러를 불법 대출 받기 위해 바나멕스를 속였다고 공개했다. 몇 달 뒤에는 바나멕스가 시티 임원들에게 경호를 제공하던 자체 보안 부서를 해체했다. 경호 직원들이 (도청 등) 외부인들에게 승인되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불법 활동에 연루된 사실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프레이저는 2017년 아메리칸 뱅커 American Banker와의 인터뷰에서 “중남미 은행의 기업 문화를 바꾸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직원들이 더 편안하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바꾸고, 상사의 잘못된 행동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녀는 "이 많은 문제들은 결국 신뢰로 귀결된다"며, “직원들이 이의를 제기할 때 자신의 신상에 별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고, 보스가 그 문제에 대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레이저가 CEO로 있으면서 중남미 사업부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에서 소매 은행과 신용카드 사업부를 매각했다. 대신 이들 지역에서는 기업 뱅킹에 더욱 집중했다.

동시에 시티는 멕시코에 10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멕시코는 소매 은행업무를 하는 유일한 중남미 국가였다. 2016년 발표된 4년 간의 투자 계획은 새로운 ATM, 새로운 디지털 수단, 그리고 지점 재배치를 통해 고객 경험을 한층 더 강화하는 내용들을 포함했다.

프레이저 재임 기간 중 중남미 사업부의 순수입과 순이익은 각각 8%와 38%씩 성장했다.

프레이저는 2019년 10월 글로벌 컨슈머 뱅킹 사장 겸 CEO로 승진했다. 이는 그녀가 중남미에서 보여준 성과를 인정받아, 정상에 한발 더 다가갔음을 시사했다. 동료들은 “이번 승진은 프레이저가 코뱃의 후계자가 될 것이 분명하다는 점을 확인해주는 사건”이라고 평했다. 존 듀건 John Dugan 시티 회장은 "그녀에게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부를 맡기고, 사장으로 임명한 것은 CEO가 될 준비를 시키기 위한 조치였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시티는 예상보다 빠르게 프레이저를 CEO 자리에 앉혔다. 그녀가 사장에 임명됐을 때, 코뱃은 “CEO가 되려면 몇 년 더 남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2인자였던 프레이저는 11개월 만에 코뱃의 후임자로 낙점됐다.

코뱃은 자신을 “임기 제한을 확실하게 지키는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그것은 그가 링크트인에 자신의 은퇴 시기를 설명하면서 올린 내용이었다. 듀건은 “코뱃은 항상 2021년 떠날 계획이었다. 하지만 좀 더 일찍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래야 프레이저가 통제와 위험 프로세스를 개선하려는 은행의 노력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빨라진 후계자 선임 일정은 시티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사회도 그런 점을 간과하지 않았다. 시티가 여성 CEO를 지명한 첫 은행이 되는 것이었다. 듀건은 "우리는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다. 여성이 CEO에 오르는 것은 언젠가 일어날 일이었다. 이 일에 아주 적합한 후보가 있어 매우 기뻤다"고 말한다.

프레이저의 철두철미한 경력은 여러모로 그녀보다 먼저 대형 은행 CEO에 올랐던 사람들의 경력과 비슷한 점이 많아 보인다. 하지만 자신의 일을 대하는 그녀의 개인적인 시각이 항상 최고경영자라는 자리에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아주 많은 CEO들이 멋진 양복 속에 자신들의 불안감을 감추는 것처럼 보이는 반면, 프레이저는 자신의 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편이다. 글로벌 전략 및 인수합병 총괄 자리를 제안 받았을 때, 그녀의 초기 반응은 자신이 그 역할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설득한 친구를 떠올렸다. "왜 실패할 것을 걱정하니? 한번 해봐. 설령 실패하더라도 무슨 상관이야?"

프레이저는 일을 하면서 한 인간으로서 느낀 점들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자기 확신이 부족하다거나,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부모로서의 애로사항, 또는 은행 문화의 과거 실패 사례 등이다. 이런 점에서 그녀는 월가 동료들과 차이가 난다. 아울러 각 산업에서 ‘최초의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성취한 다른 여성들과 다르다. 이들 여성들 가운데 일부는 개인 생각을 공개하면 여성 CEO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닐 것을 걱정한다. 하지만 프레이저는 오히려 이런 점을 장점으로 여긴다. “나는 특정 분야에서 더 취약할 수 있다. 남성 동료들에 비해, 이런 단점을 더 소탈하게 이야기 하는 편이다.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내가 절대로 부드럽거나, 약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사실 나는 솔직히 표현하는 것이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라틴 아메리카로 부임하기 전에, 프레이저는 현재 은퇴한 세실리아 스튜어트 Cecilia Stewart의 뒤를 이어 시티의 미국 내 소매 및 상업 은행의 CEO로 재직했다. 경영진 교체의 일환으로, 이 두 사람은 미국 전역 은행원들과의 미팅 자리에서 만났다. 스튜어트는 “프레이저가 인생이나 일에서 누구와도 그저 자연스럽게 앉아 이야기하고, 연결될 수 있을 사람이었다”고 회상한다.

스튜어트는 "성별에 상관없이 리더십과 그 정도의 공감 능력을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울러 모든 종류의 상황에 있어, 토론을 하려는 오픈 마인드와 의지 또한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접근법은 특히 팬데믹 상황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스튜어트는 "2021년과 2022년은 미국 기업에 있어 정말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다"며, "제인은 그런 변화를 솔선수범해서 이끌어 낼 수 있는 유연성을 갖고 있다. 그런 여성과 함께 한다는 것은 결과에 상관없이 시티에는 멋지고 긍정적인 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물론 유리천장을 깨는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대형 은행의 첫 여성 CEO는 기름 칠이 필요한 고물 기계를 물려받은 상황에 놓였다.

프레이저가 차기 CEO로 임명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던 때였다. 미국 연준과 통화감독청 (Office of the Comptroller and the CurrencyㆍOCC)은 시티가 오랫동안 리스크 통제를 잘못했다고 질책했고, 시티는 4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를 했다. 시티는 이런 조치 이후에도 지난 8월 화장품 회사 레블론 Revlon 채권자들에게 9억 달러를 잘못 송금하는 당혹스러운 실수를 저질렀다(이 금액은 채권자들이 받기로 한 것보다 100배나 많았다). OCC의 명령은 규제 당국에 시티의 주요 인수건에 대한 거부권을 부여했다. 필요한 경우, 은행의 고위 경영진이나 이사회 구성원을 바꿀 권한까지 갖게 됐다.

금융 규제를 연구해온 아서 윌마스 Arthur Wilmarth 조지워싱턴대 법대 교수는 “규제 당국이 그 정도로 심하게 통제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그들이 뭔가 불만족스럽다는 뜻”이라고 지적한다. 시티그룹은 성명서에서 “규제 당국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망스럽고, 중대한 시정 조치들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또한 프레이저가 시티의 수익성 문제를 해결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오랫동안 월가의 경쟁자들보다 뒤처져 있었기 때문이다.

시티가 통제를 못하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바클레이즈의 애널리스트 제이슨 골드버그 Jason Goldberg는 "우리는 팬데믹과 불황의 한복판에 있다. 대출 손실은 증가할 것이며, 금리는 역사적인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은행에는 힘든 시기다.

규제 조치는 시티에 불시의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윌마스는 어떻게 보면 그런 조치로 프레이저의 위치가 더 단단해진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규제 당국의 암묵적인 승인이 없었다면, 그녀가 그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시티는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골드버그는 “프레이저의 경력을 보면, 이 위기의 순간에 가장 적임자가 바로 그녀”라며, "시티는 어느 정도 리셋이 필요하다. 그녀는 어지러운 상황을 정리하는 능력이 있다. 기업회생을 성공시킨 경험치가 많다"고 설명한다.

프레이저는 10월 인터뷰에서 동일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녀는 “어떤 위기에 직면하면, 나는 '근본 원인이 무엇일까? 그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전환해서 은행을 한층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지?라고 자문한다. 그런 후 ‘어떻게 조직을 활성화시켜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지?’라고 생각한다. 나는 민간 은행에서도 그랬고, 모기지업체에서도 그랬고, 멕시코에서도 그랬다. 그리고 여기서도 그렇게 할 수 있어 매우 흥분된다"고 말했다.

프레이저는 지난 9월 월가 은행의 CEO 타이틀을 쟁취한 최초의 여성에 올랐다. 내년 2월이 되면, 그녀는 실제로 CEO 업무를 하는 첫 여성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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