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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속의 시계 | IWC]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의 역사적 의미
[시계 속의 시계 | IWC]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의 역사적 의미
  • 김타영 기자
  • 승인 2020.10.30 0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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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0년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IWC에서 포르투기저 컬렉션과 퍼페추얼 캘린더 컴플리케이션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IWC는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로 이들의 역사를 계승·강조하고 있다.◀

2020년형 포르투기즈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
2020년형 포르투기즈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

[Fortune Korea] 시계 마니아들 사이에는 ‘같은 가격이면 IWC 시계를 사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동가격대 최고 성능이라는 깊은 신뢰가 묻어나는 표현이다. IWC는 국제 시계 공방 영문 표현인 International Watch Company의 약자이다. 시계 마니아들은 이를 한국식으로 표현을 줄여 ‘국시공’이라 부르기도 한다.

어느 것 하나 쉽게 넘길 수 없는 IWC 컬렉션·컴플리케이션이지만, 역사적 의미를 따진다면 단연 포르투기저 컬렉션과 퍼페추얼 캘린더 컴플리케이션이 가장 주목할 만하다. 포르투기저 컬렉션은 시대를 앞선 오버사이즈 손목시계의 출현으로, 퍼페추얼 캘린더는 위기의 IWC를 기사회생하게 만든 특별한 기술로 의미가 깊다.

◆ 마린 크로노미터를 손목 위로

포르투기저 컬렉션의 시작은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르투갈의 두 항해 사업가인 로드리게스와 테세이라는 IWC 시계에 매료돼 자신들을 위한 특별한 손목시계를 주문했다. 이들의 주문 내용은 꽤 추상적이었다. ‘세계 항해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조국 포르투갈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기념하되 높은 정확성까지 갖춘 항해용 정밀시계’가 요구 조건이었다.

이 요구를 접한 IWC의 장인들은 자연스레 마린 크로노미터를 떠올렸다. 정밀한 항해용 시계를 뜻하는 마린 크로노미터는 그 정확성에 따라 배의 운명이 결정됐기에 대단히 까다롭게 제작·인증됐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선박들이 지점 간 시간 측정과 별 관측으로 현재 지역 경도를 계산했기 때문이다.

1930년대엔 마린 크로노미터가 조타실 대시보드나 수평 조절 장치가 장착된 별도 상자에 담긴 형태로 존재했다. 배의 진동이나 습기, 온도 변화 등의 환경이 시계 정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들로부터 최대한 격리하기 위해서였다. IWC 장인들은 이 마린 크로노미터를 손목 위에 올리기로 결심했다.

◆ 포르투기저 컬렉션의 탄생

IWC 장인들은 1939년 마침내 이 시계를 완성해 세상에 공개했다. 시계업계는 적잖이 당황했다. 장식 가득한 아르데코 스타일의 작은 사각형 시계를 추구하던 당시 유행과 매우 동떨어진 시계였기 때문이다.

이 시계는 심플한 다이얼과 원형 케이스, 그리고 큰 다이얼로 주목받았다. 당시 손목시계 사이즈가 33mm 안팎이었던 데 비해 이 시계는 무려 43mm 직경을 자랑했다. 너무나 이질적이었던 까닭에 이 시계는 별다른 수식어 없이 그저 ‘큰 손목시계’로 소개됐다.

이 큰 손목시계가 바로 현재 IWC 브랜드를 대표하는 컬렉션인 포르투기저의 원형이자 시초였다. 이 시계가 최초의 오버사이즈 손목시계라는 타이틀을 얻은 데는 마린 크로노미터 시계라는 특수성이 작용했다. 당시 기술로는 사이즈가 큰 포켓워치 무브먼트만이 마린 크로노미터 수준의 정확도를 담보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이 시계에는 포켓워치 무브먼트인 98 칼리버가 사용됐다.

출시 당시만 해도 이름 없이 큰 손목시계로 불리던 이 모델은 1993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포르투기저라는 이름을 얻어 IWC 주력 컬렉션으로 자리 잡았다. 포르투기저는 Portuguese 이름 그대로 포르투갈을 위한 시계를 뜻한다. 컬렉션 탄생의 배경이 된 포르투갈 항해 사업가들의 주문 내용을 떠올리게 하고 그 의미를 기리기 위해 이 이름을 선택했다.

IWC 레전드 워치들. 왼쪽부터 1939년 출시된 최초의 포르투기저, 1985년 혁신적인 퍼페추얼 캘린더 기술로 주목받았던 다빈치 퍼페추얼, 1993년 54년 만에 부활한 포르투기저.
IWC 레전드 워치들. 왼쪽부터 1939년 출시된 최초의 포르투기저, 1985년 혁신적인 퍼페추얼 캘린더 기술로 주목받았던 다빈치 퍼페추얼, 1993년 54년 만에 부활한 포르투기저.

◆ 퍼페추얼 캘린더 구현의 어려움

퍼페추얼 캘린더는 시/분/초 등의 기본적인 시간 외에 일/월/요일/연도 등을 긴 달과 짧은 달, 윤년까지 정확히 보여주는 특별한 기능이다. 디지털 기술로 이 기능을 구현하자면 별것 아닌 일이 되지만, 이를 톱니바퀴가 구르는 아날로그 기술로 구현하자면 매우 어려운 일이 된다.

날짜와 톱니바퀴를 매칭시켜 일정 배율로 연동하는 일이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 생활하는 환경이 1일 24시간, 1년 365일로 정확히 나눠 떨어지지 않는 까닭에 이를 아날로그적으로 표현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4년에 한 번씩 윤년을 두되 연수가 100의 배수가 되는 해에는 윤년을 무시해야 하고, 400의 배수가 되는 해에는 또다시 윤년을 계산해야 한다. 이 모든 걸 고려해 톱니바퀴 배율 차이를 미세하게 조정하고 이를 또다시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은 명품시계 브랜드나 돼야 겨우 할 수 있는 일이다. 퍼페추얼 캘린더가 컴플리케이션 기술로 분류되는 이유다.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이 장착된 시계들은 실시간으로 달의 형상을 보여주는 문페이즈 기능도 함께 적용된 경우가 많다. 문페이즈 기능 역시 29일 12시간 44분 주기로 변하는 달의 모양을 형상화하는 복잡하고도 세밀한 기능이지만, 그 기능이 퍼페추얼 캘린더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두 기능이 사용된 시계는 복잡한 메커니즘 덕분에 시계 부품이 1.5배 이상 늘어나 무겁고 두꺼워지는 특징이 있다.

◆ 시대를 앞선 퍼페추얼 캘린더

IWC에 있어서 퍼페추얼 캘린더 컴플리케이션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퍼페추얼 캘린더를 통해 1970년대 쿼츠파동을 극복하고 또 유수의 시계 장인들에게 인정받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IWC의 전설적인 워치메이커 커트 클라우스는 고사 직전의 브랜드를 회생시키기 위해 세계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독특한 시계 메커니즘 개발에 착수했다. 그가 생각한 메커니즘은 복잡한 퍼페추얼 캘린터 모듈을 메인 플레이트에서 분리해 별도로 제작하는 것이었다. 이 작업이 성공한다면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여러 퍼페추얼 캘린더와 무브먼트를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었다.

1985년 IWC는 이 메커니즘이 적용된 다빈치 퍼페추얼 캘린더를 선보이며 시계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 시계는 세계 최초로 4자리 연도를 보여주는 디스플레이창과 2499년까지 세팅된 퍼페추얼 캘린더를 장착하고 있었다. 다빈치 퍼페추얼 캘린더는 이 복잡한 기능을 구현했으면서도 부품은 고작 81개에 불과한, 그러면서도 하나의 크라운으로 모든 달력·시간 기능을 조정할 수 있게끔 만든 시계였다. 현재도 다른 브랜드의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들이 2100년까지만 세팅된 것이나 날짜 조정이 매우 복잡한 것을 고려하면 시대를 앞선 시계였던 셈이다.

2015년형 포르투기즈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 3종. 7시 30분 방향 4자리 연도 디스플레이창이 인상적이다.
2015년형 포르투기즈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 3종. 7시 30분 방향 4자리 연도 디스플레이창이 인상적이다.

◆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들

IWC는 이렇게 특별한 포르투기저 컬렉션과 퍼페추얼 캘린더 컴플리케이션을 기념하기 위해 다양한 시계들을 선보여왔다. 그중 가장 주목받는 건 이 둘이 융합한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이다.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들은 정형화된 다이얼 구성을 보여준다. 3시, 6시, 9시 스몰창을 통해 각각 날짜, 월, 요일을 표시한다. 이 기본 구성에 문페이즈가 12시 방향에 독립된 창으로 존재하는지 아니면 6시 방향 월 표시 스몰창에 듀얼로 존재하는지, 또 12시 방향 독립된 창으로 존재한다면 1개 달로 표시되는지 2개 달로 표시되는지 하는 차이로 분류가 나뉜다.

현재 제작되는 모델들에 한정하면 12시 방향에 독립된 문페이즈창을 가진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들은 2015년 SIHH에서 선보인 직경 44.2mm 모델들이다. 이 시계들은 3시 날짜창에 파워리저브가, 9시 요일창에 초침이 겹쳐 있다. 7시 30분 방향에는 1985년 다빈치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에서 처음 선보인 연도 표시 4자리 디스플레이창도 붙어 있어 IWC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의 정통성을 계승한다. 문페이즈창에 2개 달이 표시된 더블 문페이즈 디스플레이는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볼 수 있는 달의 형상을 구별해 보여준다.

◆ 투르비용 컴플리케이션 모델도 등장

문페이즈가 6시 방향 월 표시 스몰창에 듀얼로 존재하는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들은 올해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선보인 42.4mm 모델들이다. 42mm대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은 이들 시계가 처음이다.

2020년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들은 2015년 모델과 비교해 연도 표시 4자리 디스플레이창과 3시 날짜창에 붙어있던 파워리저브가 사라지고 대신 9시 요일창에 윤년 표시 인디케이터가 붙은 것이 특징이다. 2015년 모델에서 9시 요일창에 붙어 있던 초침은 센터로 이동해 좀 더 활동적인 이미지로 바뀌었다. IW344203 모델은 IWC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 최초로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를 사용해 주목받았다.

올해 출시된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 가운데는 42.4mm 모델과 같이 6시 월 표시 스몰창에 문페이즈가 같이 붙어있으면서 12시 방향엔 투르비옹이 장착된 45mm 모델도 있어 눈길을 끈다. 이 다이얼 구성은 2015년 SIHH 모델과 더 흡사한다. 3시 날짜창엔 파워리저브가, 7시 30분 방향엔 연도 표시 4자리 디스플레이창이 붙어있다. 투르비용은 브릿지를 외부로 드러내는 대신 고정부를 하단으로 배치해 마치 떠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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