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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서 신한DS 부사장 “마이데이터가 연 미래금융, 금융사 구조전환 가속화할 듯”

  • 기사입력 2020.10.28 11:54
  • 최종수정 2020.10.28 11:56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0년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포춘코리아는 내년 2월 마이데이터 사업자 최종 선정을 계기로 본격화할 ‘미래금융’을 살펴보기 위해 전문가를 수소문했다. 가장 핫한 전문가는 의외로 가까이에 있었다. 2008년부터 포춘코리아 편집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조영서 신한DS 부사장이었다.◀

조영서 신한DS 부사장이 10월 1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신한DS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조영서 신한DS 부사장이 10월 1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신한DS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Fortune Korea] 조영서 신한DS 부사장은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미래금융 전문가다. 미래금융 전문가로서 그에게 주목한다면 신한DS 부사장이란 직함은 그를 온전히 표현하지 못한다. 기획재정부 혁신성장본부 자문위원이라든가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업경제혁신위원회 위원 등 기타 직함이나 베인 컨설팅 서울 오피스 금융프랙티스 대표 같은 과거 이력이 그를 더 잘 설명한다.

포춘코리아는 지난 10월 13일 조 부사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한 신한DS 본사를 찾았다. 신한DS 이야기가 아니라 미래금융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는 앞서 인터뷰 요청에 조 부사장은 어떤 내용이든 즉답할 수 있다며 사전 질의지가 필요없다고 했다. 그를 보좌하는 신한DS 직원은 조 부사장의 전문성이 너무나 탁월해 걱정할 것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실제로 그랬다.

◆ 규제 완화…미래금융 길 열려

“몇 년 전 신한카드에서 재밌는 서비스를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카드사가 개개 사용자의 성향을 잘 알잖아요. 이 사용자가 한 달에 어디 카페를 몇 번 가고 어느 지역에서 주로 뭘 소비하는지 등을 너무나 잘 알죠. 소상공인한테는 이 정보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 소상공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마이샵이란 마케팅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했어요. 길에서 아무한테나 지라시를 돌리는 게 아니라 실제로 가게를 찾아올 확률이 높은 고객들을 콕 집어 연결하는 거죠. 가령 짜장면을 좋아하고 을지로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A씨한테 점심시간 전 ‘을지로 신한반점 13시까지 전품목 30% 할인’ 알람을 띄워주는 서비스입니다.” 조 부사장의 말이다.

조 부사장이 설명한 서비스는 CLO(Card Linked Offer)의 한 종류이다. 사용자가 본인의 카드 혜택을 미리 지정해 놓으면 카드 사용만으로도 알아서 전자 쿠폰을 사용하거나 할인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신한카드의 서비스는 BFM(Business Financial Management)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PFM(Personal Financial Management) 위주의 당시 다른 카드사 서비스들보다 훨씬 진일보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상용화 과정에서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조 부사장은 말한다. “이 서비스는 실시간 연결이 핵심입니다. 보통 할인을 한다는 건 빨리 재고 소진을 하기 위해서잖아요. 그런데 카드사 정보를 활용해 사용자에게 할인 정보를 띄우기까지 심사 기간만 5일이 걸리는 겁니다. 굉장히 안타까웠는데, 이제는 원활히 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지난 8월부터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마이데이터 사업이 가능해졌거든요. 과거부터 생각만 해왔던 여러가지 미래금융의 모습을 현실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 초개인화 서비스가 핵심

마이데이터는 데이터 주인인 개인에게 자기 정보의 통제권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자기가 생산한 데이터를 기관이나 기업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자신이 허가함으로써 기업은 초개인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자신에게 최적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미래금융 현실화에 꼭 필요한 장치인 셈이다.

내년 2월 금융위원회가 마이데이터 사업자를 최종 선정하면 본격적인 미래금융 레이스가 시작된다. 이미 세간에는 마이데이터가 금융 소비자의 생활을 어떻게 얼마나 획기적으로 변화시킬지에 대해 구체적인 전망이 많이 떠돌고 있다. 앞서 신한카드의 예처럼 기업들이 규제에 막혀 하지 못 했을 뿐, 아이디어는 제법 오래 전부터 구상해왔기 때문이다.

이들 아이디어는 초개인화 서비스로 수렴한다. 조영서 신한DS 부사장은 말한다. “고객 하나를 두고 모든 금융데이터를 다 모은다고 생각해보세요. 파편적인 데이터들이 의미를 가지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되면 지출관리를 넘어서 생애주기관리까지 서비스할 수 있죠. 마이데이터는 투자자문업과 투자일임업까지 겸영하거든요. 결혼이나 출산 같은 주요 이벤트, 즉 고객이 금융을 필요로 하는 '맥락적 상황' 이해를 바탕으로 고객의 장기 재무 목표에 기반한 GBI(Goal Based Investing) 서비스가 가능해지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나왔던 여러 가지 콘셉트들을 종합한, 그동안 개념으로만 존재해왔던 개개인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한 생애주기관리 서비스가 현실화하는 겁니다.”

◆ 어두운 금융사들의 미래

금융 소비자의 미래가 선명한 장밋빛인 데 반해 금융사들은 그렇지가 못하다. 조 부사장은 말한다. “개인이나 소호 고객의 수익흐름은 예측이 쉽습니다. 수입과 지출을 예상하고 관리하는 인공지능 PB는 고객의 여유 자금마저도 살뜰히 계산해 이를 투자로 바로 연결할 거예요. 고객이 여유 자금을 통장에 방치하지 않고 즉시즉시 굴린다는 건 기존 금융사에 좋은 일이 아닙니다. 요구불예금이 그만큼 줄어들어 수익성이 악화한다는 뜻이니까요.”

예금은 예입과 인출이 자유롭고 이자가 없거나 저리의 이자를 받는 요구불예금과 일정 기간 동안 예치해 둠으로써 보다 높은 이자를 받는 저축성예금으로 구분된다. 요구불예금은 현재 은행권 주력 수입원인 NIM(Net Interest Margin·순이자마진)에 큰 영향을 미친다. NIM 주요 구성요소인 예대마진에 밀접히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은행에 쌓인 막대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저비용 수신의 주요 원천이다. 이런 요구불예금의 감소는 예대마진 하락에 크게 기여한다. 은행은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간 차이를 이용해 예대마진을 얻는데, 요구불예금 감소는 예금금리의 상승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현재 대출 비교 서비스가 확산하는 것과 연결지어 생각하면 NIM 하락은 어느 순간 가파르게 진행될 확률이 높다. 대출 비교 서비스는 대출상품 간 경쟁을 촉진해 대출금리를 하락시키는 데 기여한다.

조 부사장은 말한다. “금융그룹들 수익은 현재 대부분 은행에 집중돼 있고 은행들은 대부분 수익을 NIM에서 올리고 있습니다. 금융기관 전체로 보면 NIM과 그 외 수익 비중이 4:1 정도 됩니다. 규제 온실 속에서 쉽게 돈을 번 거죠. 그런데 이제 NIM 수익은 점점 떨어질 게 확실합니다. 그럼 나머지 1을 키워서 유지해야겠죠. 이 1은 판매수수료나 자문 서비스 수수료 같은 수익입니다. 즉 이런 서비스를 얼마나 고객에게 잘 제공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 빅·핀테크 기업들의 위협

조영서 신한DS 부사장은 기존 금융사들이 처한 더 큰 문제는 빅테크와 핀테크 기업들의 대두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조 부사장과 기자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갔다.

조 부사장: 그간 금융권은 여수신 외 서비스 부문에서도 규제 온실의 이점을 상당히 많이 봐왔습니다. 플레이어들이 제한돼 있으니까 방만하고 비효율적으로 관리해도 여기서 상당한 수익이 나왔어요. 네이버나 카카오, 토스가 이런 곳들을 보면 얼마나 만만하겠어요.

기자: 빅테크와 핀테크 기업들의 성과가 대단합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조 부사장: 그들은 데이터를 이용할 줄 아니까요. 경험은 물론 전략도 있습니다. 앞으로의 금융 서비스는 데이터 수집과 분석, 비대면상에서의 고객 경험 설계 역량이 중요한데 모두 빅테크, 핀테크 기업들이 훨씬 앞서 있습니다.

기자: 빅·핀테크 기업들의 데이터 활용 역량이 훨씬 뛰어나단 말씀이군요.

조 부사장: 마이데이터로 공유하는 데이터들은 기존 금융권에서 가지고 있는 것들을 빅·핀테크 기업에 주는 겁니다. 이들 데이터로는 서비스 수준이 크게 차이나기 어려울 거예요. 알고리즘 능력은 범용화할 것이고 머신 파워도 클라우드를 쓰면 똑같아지거든요. 문제는 데이터의 질과 양인데 문제는 이들 분야에서도 빅·핀테크들이 앞서있다는 겁니다. 가령 카드사는 고객의 지출 정보는 알 수 있지만 어떤 아이템을 샀는지까지는 알 수 없는데 반해 네이버는 다 알고 있잖아요. 고객의 성향을 네이버가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고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초개인화 서비스에서도 대단한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 금융산업 구조전환 예상

빅·핀테크 기업들의 활약과 약진으로 금융산업과 기업들은 큰 구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영서 신한DS 부사장은 온라인 유통 만물상인 아마존과 같은 기업이 우리나라 금융산업에도 나타날 것으로 예견했다. 이른바 메가 금융 플랫폼 기업의 등장이다. 이 플랫폼 기업은 마이데이터로 공용화한 금융데이터에 계열사나 제휴사의 검색, 커머스, 건강, 통신 등의 이종 데이터를 결합해 개인에 최적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예측된다.

조 부사장은 이들 플랫폼 기업의 등장으로 금융사들의 업무가 분업화할 것이라 예상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말한다. “현재는 한 금융사에서 상품 개발과 판매를 모두 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메가 플랫폼 기업이 나타나면 변화가 나타날 겁니다. 이들 기업이 훨씬 더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플랫폼으로 판매를 대신하니 기존 금융권에서는 상품의 제조·판매 분리현상이 나타날 거예요. 이 현상은 이미 카드사들을 중심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는 다른 금융권으로도 확산할 겁니다.”

조영서 신한DS 부사장은 여기에 더해 금융사에 필요한 시스템 개발과 운영을 도맡는 BaaS(Banking as a Service) 기업도 곧 국내에 등장할 것이라 했다. 그는 덧붙인다. “유럽이나 미국 같은 금융 선진국에서는 이들 기업이 이미 왕성하게 활동 중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핀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일부 외주화가 진행 중인데 이게 좀 더 발전된 형태라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 금융지주사들이 시스템 개발·운영 조직을 계열사 형태로 떼내는 작업을 하는 것도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차원입니다. 금융사들은 자신의 역량에 따라 급변한 환경에 적응하며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기업으로 거듭나든지 아니면 도태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하 박스기사>---------

◇빅·핀테크는 브랜드·인력도 우월

조영서 신한DS 부사장은 빅·핀테크들이 데이터 역량 외에 브랜드 영향력 면에서도 기존 금융사들에 앞서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말한다. “메가 금융 플랫폼이 구현되는 장소가 온라인이고 디지털이잖습니까. 기존 금융사들이 금융 분야에서 쌓은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가 상당하지만 그걸 그대로 다 들고 올 수 없는 영역이에요. 앞으로 주력 고객층으로 떠오를 MZ세대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죠. 이들은 기존 금융기관보다 카카오페이나 토스를 더 많이 사용하고 또 익숙하게 생각할 겁니다.”

그는 인력 부문에서도 기존 금융사들이 불리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덧붙인다.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발표한 ‘2020년 대학생이 꼽은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순위를 보니 놀랍더라고요. 카카오가 1등을 한 것도 그렇지만 10위 안에 기존 금융사들이 한 곳도 없는 게 놀라웠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진 않았거든요. 더 착잡했던 건 은행 카테고리에서의 순위였습니다. 카카오뱅크가 1위를 한 건 이해하겠는데 2위가 IBK기업은행이더라고요. 취준생들이 금융사들을 공기업이나 안정적인 직장 성격으로 생각한다는 거거든요. 진취적으로 뭘 해보겠다 하는 친구들이 필요한 시점인데 애초에 모집 자체가 쉽지 않은 겁니다. 빅·핀테크 기업들과 심각한 인력 비대칭을 이루고 있어 걱정이 됩니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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