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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석유 파티는 끝났다

AFTER THE OIL RUSH

  • 기사입력 2020.11.02 14:58
  • 기자명 KATHERINE DUNN 기자

캐나다 앨버타 주는 지난 20년간 방대한 석유 매장량 덕분에 풍요롭게 살아왔다. 하지만 유가가 수년 동안 하락하면서—팬데믹이 결정타를 가했다—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지역민들은 불투명한 미래에 난감해하고 있다. By KATHERINE DUNN

캘거리 시장은 북쪽으로 차를 몰고 있었다. 나히드 넨시 Naheed Nenshi는 자동차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에드먼턴 의회의 회의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었다. 그가 운전을 하는 내내 필자는 스피커폰으로 대화를 나눴다. 그가 쭉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을 때, 스피커폰 속으로 길 안내 음성이 들려왔다. 넨시는 시가 직면한 문제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장기간 이어진 유가 하락이 팬데믹으로 더 심해지고 있었다. 이에 따라 캘거리 재정 상태도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됐다. 넨시가 수년간 지적해 온 문제가 이번 유가 침체로 다시 한번 조명을 받게 됐다. 그것은 이 지역이 석유 및 가스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때 매킨지 컨설턴트로 일했던 넨시(48)는 매우 명랑하고 친절한 성품을 지녔다. 그리고 캐나다 출신으로서 꽤 낙관적이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좌절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시의 경제 상황에 대해 “좋지 않다”고 직설적으로 토로했다.

넨시는 갑자기 말을 멈추고, 스쳐 지나가는 광고판을 읽었다. 그것은 ‘우리 경제를 다각화해야 한다’는 앨버타 주정부의 메시지였다. 그가 “바로 저거야”라고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그리고 “저것만 하면 되는데”라고 웃었다.

그 단순한 메시지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넨시는 그 메시지가 앨버타 주정부의 정책이 갑작스럽게 변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그는 "6개월 전만해도 그런 광고판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는 석유 및 가스 산업의 최대 거점 지역 중 한 곳인 앨버타 주에서 오랫동안 지속된 ‘논쟁거리’에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인구 130만의 캘거리에는 캐나다 에너지 산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이 결집해 있다. 2010년 시장으로 당선된 넨시는 북미 주요 도시의 첫 번째 이슬람 시장에 올랐다. 그는 보수 및 진보진영의 중도 유권자들이 모인 '보라빛 물결(Purple Wave)' /*역주: 선거 홍보물에 보라색을 많이 사용해서 붙은 이름/ 연대의 지지에 힘입어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운이 없게도 그는 20여 년간의 호황이 끝나가는 시기에 취임했다. 넨시는 석유 및 가스 이외의 다른 산업에 투자함으로써, 캘거리 경제를 다각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이상에서 4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오늘날 그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앨버타 정치인들은 본능적으로 그 하락세가 반전되기만을 멍하니 기다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환경운동가들이 그런 복지부동의 태도를 강하게 비난하자, 넨시를 지지했던 일부 시민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앨버타의 풍부한 에너지 자원은 주로 그 지역의 북쪽에 위치한 소위 ‘오일샌드’에서 기인한다. 이 지역의 방대한 석유 매장량은 입증된 것만 1,654억 배럴이다. 베네수엘라,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 이 오일샌드는 캐나다 석유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이런 이유로 앨버타는 세계적인 환경운동가들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오일샌드에 붙어 있는 원유는 모래 더미 속에서 추출 및 가공 처리를 거쳐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소요되고, 상당한 양의 탄소가 배출된다. 아울러 현장은 기존의 원유 시추 시설보다는 노천채굴장과 더 가까운 모습이다. 거대한 기름띠—추출 과정에서 발생되는 두껍고 기름기 많은 부산물—연못을 찍은 항공사진 때문에, 환경운동가들은 오랫동안 그 추출 과정을 거세게 비난해 왔다. 그들은 최근 몇 년간 이 곳의 오일샌드 원유를 미국으로 추가적으로 수송하게 될 키스톤 XL 송유관 건설을 막는 것을 최우선순위로 정했다.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가 송유관 건설 강행 방침을 밝혔지만, 소송에서 승리하며 /*역주: 미 연방 항소법원은 지난 5월 28일 트럼프 행정부가 요청한 석유 및 가스 송유관 설치 공사의 재개 허가를 기각했다/ 당분간 미국 내 공사는 정지된 상태다.

개 한 마리가 캐나다 석유와 가스 산업의 중심지인 앨버타 주 캘거리 도심 근처 공원에서 뛰놀고 있다. 사진=포춘US
개 한 마리가 캐나다 석유와 가스 산업의 중심지인 앨버타 주 캘거리 도심 근처 공원에서 뛰놀고 있다. 사진=포춘US

지난 몇 년간 앨버타는 오일샌드를 통해 거둬들인 세수 덕분에, 건전한 균형 예산을 유지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주는 연방정부로부터 받는 교부금보다 내는 세금이 여전히 더 많은 편이다(연방정부는 주에서 받은 세금을 전국에 재교부한다).

그러나 오늘날 주 회계사들은 예산에 큰 구멍이 뚫렸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8월 앨버타 주정부는 올해 예산 전망치를 수정 발표했다. 2020년 예산적자가 2월 전망치보다 128억 달러나 더 늘어날 거라는 내용이었다. 주로 석유 및 가스 분야에서 발생하는 ‘자원 수입’이 당초 전망치보다 30억 달러나 더 적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한편 앨버타의 8월 실업률은 12%에 육박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주 경제는 8.8%가 위축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석유 및 가스는 광업과 함께 앨버타 GDP의 26%를 차지했다. 이 부문들이 미치는 간접적인 영향력은 더욱 크기 때문에, 이번 침체가 더욱 고통스러운 이유이다.

서부 텍사스부터 중동까지 전 세계의 석유 강국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여러 측면에서 앨버타도 예외는 아니다. 앨버타의 고질적인 문제—석유 산유국이라면 공통적으로 겪게 되는,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경제 사이클—가 팬데믹으로 인해 적나라하고, 더욱 극명하게 그 치부를 드러내고 있다. 경제 호황 때는 (경제 체질을 바꾸기 위해) 수익성이 좋은 다른 분야로 시선을 돌릴 필요를 못 느낀다. 반면에 경기 불황 때는 쓸 돈이 없게 된다. 이처럼 ‘석유의 저주’를 타파하는 일은 항상 어려웠다. 하지만 앨버타는 특히 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지역은 삼면이 육지로 둘러싸여 있고, 캐나다 남쪽의 교역 상대국(앨버타는 석유 96%를 미국으로 수출한다)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친환경 에너지 운동가들—정부들과 기관 투자자들이 뒤에서 점점 더 많이 후원하고 있다—이 화석 연료 경제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에 있어, 세계적으로 새로운 관심을 받고 있다. 앨버타도 이런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에너지 경제에서 도태될 수 있다.

넨시가 미래를 보는 시각을 빠르게 바꿀 수밖에 없다고 믿는 이유다. 캘거리는 청정에너지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이제 막 발을 뗀 에너지 전환 운동을 수용해야 한다. 아울러 다른 분야에 대한 투자 속도도 높여야 한다.

대초원을 사이를 지나가던 넨시는 "차량 범퍼에 붙어있는 아주 유명한 스티커가 있다. 거기에는 '하나님, 또 한번의 호황을 허락 하소서. 이번에는 그 기회를 낭비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라고 쓰여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얼마 전부터 계속 한 말이 있다. 그것은 '우리도 경기 침체를 그냥 낭비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경기 호황을 낭비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아마 세계에서 가장 뛰어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경기 침체 때 체질 개선을 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강조했다.

캘거리가 지금 변할 수 없다면, 과연 언제 할 수 있을까?

필자가 지구에 태어난 날은 석유산업의 침체가 시작됐던 날과 우연히 겹쳤다. 나는 1989년 11월 캘거리에서 태어났다. 그때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새로운 유정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시기였다. 당시 세계는 원유로 넘쳐나는 것처럼 보였다. 유가는 배럴당 20달러에 거래되고 있었다. 그보다 10년 더 일찍 석유산업의 호황을 찾아 이곳에 왔던 부모님—실버 슬리퍼 살롱 Silver Slipper Saloon이라는 캘거리 술집에서 만나 결혼했다—에게, 이 모든 일들은 석유산업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부모님은 둘다 석유산업에 종사했다).

내가 학교에 들어갈 무렵, 더 많은 오일샌드가 개발되며 새로운 호황이 시작됐다. 그것은 가장 오랫동안 지속됐고, 가장 파급효과가 컸던 호황이었던 것 같다.

머지 않아 커피 체인점들이 직원을 고용하는데 애를 먹기 시작했다. 호황의 온기가 교외 전 지역으로 퍼졌다. 심지어 10대 소년들은 석유 시설에서 일하기 위해 학교를 자퇴했다. 그들도 단기간에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의 불황은 실질적으로 2014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유가가 몇 달 만에 50% 이상 폭락했다. 주기적으로 상승을 하기도 했지만, 유가는 그 이후로 오랫동안 낮은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셰일 석유 생산량이 깜짝 놀랄 정도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2010년 미국은 하루 약 55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했다. 그런데 지난해는 하루 평균 1,220만배럴이 넘었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가 초래한 경기 침체로 인해, 유가는 강한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의 가장 최근 전망에 따르면, 올해 세계 석유 수요는 하루 평균 919만 배럴이다. 이는 작년보다 하루 810만 배럴이나 더 적은 양이다.

대유행이 끝난 뒤에 유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호황이 재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어니스트 영의 8월 보고서에 따르면, 앨버타 주의 자동화로 인해 원유 탐사부터 생산까지의 공정을 의미하는 업스트림 Upstream 관련 일자리의 50%가 위협을 받고 있다. 아울러 캘거리 경제개발위원회는 ‘에너지 섹터의 디지털화—캘거리에서 남아도는 석유 기술자와 지구 물리학자들이 이런 분야로 재배치될 수 있다—가 더 많은 고용 창출로 이어지기 위해선, 대규모의 재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넨시가 이끄는 캘거리는 새로운 경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시는 2018년 1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했다. 석유 및 가스 이외의 다른 산업에서 고용 창출을 약속하는 IT 스타트업과 지역 기업들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팬데믹과 석유 침체가 한꺼번에 몰려오면서, 고용 창출의 일부 대안으로 여겼던 섹터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식당과 양조장, 그리고 로키 산맥 주변의 관광업체 등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서비스 업종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부 산유국과 달리, 앨버타는 불황을 대비한 ‘비상금’을 마련하지 못했다(특히 노르웨이는 수년간 석유 판매 수익금을 모아, 현재 1조 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를 보유하고 있다). 시가 운용하는 앨버타 헤리티지 저축신탁펀드(Alberta Heritage Savings Trust Fund)는 약 13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불황을 타개할 만큼 충분한 금액이 아니다. 기금이 조성된 1976년 이후, 정부의 세수는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총액에는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 상당 부분의 예산이 세계 수준의 공공 의료와 교육에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앨버타가 캐나다에서 세금을 가장 적게 징수하는 지역 중 한 곳이라는 점이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석유 및 가스 가격이 크게 반등할 기미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석유산업이 곧장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녹색 경제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부 국가의 석유 생산은 2050년까지 여전히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 같다. 어느 나라가 증산 혹은 감산 하느냐의 문제일 뿐이지, 전체적인 생산량은 좀처럼 변하지 않을 것이다. 노르웨이의 에너지 컨설팅 업체 라이스타드 Rystad는 여전히 ‘향후 10년간 서부 캐나다 전역의 석유 생산량이 연간 2%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멕시코의 생산량 감소와 위기에 처한 베네수엘라의 영향으로, 점성이 높은 앨버타 원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양한 시장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특히 오일샌드에 대한 신규 투자건수는 현재 ‘제로’ 수준에 머물고 있다. 프랑스의 대형 석유회사 토탈 같은 일부 글로벌 석유업체들은 이 지역에서 완전히 철수한 상태다.

석유업체들이 앨버타에서 철수하는 이유는 어느 정도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이다. 앨버타의 원유를 더 많이 수송하게 될 키스톤 송유관 프로젝트를 포함, 여러 사업들이 승인을 받게 될지 현재로써는 미지수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오일샌드에서 원유를 추출하는데 드는 비용이다. 라이스타드 에너지와 에든버러에 본사를 둔 에너지 컨설팅 회사 우드 매켄지 Wood Mackenzie는 기존 오일샌드 원유의 손익분기점을 배럴당 45달러로 보고 있다. 일부 오일샌드 사업에서는 손익분기점이 20~30달러 범위까지도 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사업의 경우에는 손익분기점이 이보다 훨씬 더 높다.

오일샌드 사업은 거대한 기반 산업이다. 일반적으로 시작부터 원유 추출까지 40~50년의 투자기간이 요구된다. 가장 효율적인 사업조차도 엄청나게 많은 자본이 투입된다. 앨버타 주정부는 2019년 가장 많은 비용이 투입된 비싼 채굴형 사업의 초기 손익분기점을 배럴당 75~85달러 정도로 매우 높게 추정했다. 이런 손익분기점으로는 사업성을 맞추기 힘들다. 특히 은행 등 여러 투자 단체들이 화석연료사업에 대한 파이낸싱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어 더욱 그렇다.

넨시와 정부 관계자들이 인정해야 할 또 다른 현실은, 석유 호황기 수준의 경제적 번영이 정책만으로는 일반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앨버타 대학의 에너지 경제학자 앤드루 리치 Andrew Leach는 “사실 캐나다의 다른 지역—특히 대구 어업과 벌목 산업에서 이미 거대한 침체를 겪었던 대서양 지역—들은 분명히 앨버타보다 훨씬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블록버스터급 해결책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앨버타가 누린 호황에서 가장 큰 아이러니는 캐나다 대서양 지역을 강타했던 불황으로 먼저 경제적 미래를 잃은 많은 사람들이 앨버타에서 일자리를 찾았다는 점이다. 리치는 "어떠한 정부 정책도 자동적으로 매년 수백만 달러의 해외직접투자를 가져올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앨버타의 석유 및 가스 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숙련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높은 급여를 받는 고학력자들이다. IT경제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신규 일자리들이 이런 고스펙 소유자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눈높이를 맞추기로 결심한 앨버타 근로자들도 있다.

리암 힐데브란트 Lliam Hildebrand는 석유 산업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며 습득한 기술을 활용해 녹색 에너지 전환을 돕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는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그는 “석유 및 가스 출신의 근로자들이 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일하는 것을 꺼린다는 편견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실상은 녹색 에너지 부문에서 신규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힐데브란트는 20세 때 석유산업에서 첫 일자리를 얻었다. 그리고 그는 2010년 대학에 다시 입학했다. 지리학 학위를 받아 녹색 에너지 부문에서 경력을 쌓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현실은 엄혹했다. 그는 단 한차례의 취업 제안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오일샌드 현장으로 돌아가, 용접공으로 6년을 더 일했다. 그는 "나는 업무 첫날부터 ‘그린피스’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웃으며 말한다. 그의 동료들 대부분은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 또는 반복되는 호황과 불황 사이클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었다. 단지 일부 사람들이 그런 것들을 걱정할 뿐이라고 인정했다.

2015년이 되자, 유가가 폭락했다. 현장에서 점심 식사를 하면서 나눈 대화에서 위기가 감돌았다. 그는 "우리는 가상의 상황을 논의한 것이 아니었다. 내일 당장 일자리를 잃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할지 이야기를 했던 것"이라고 말한다.

그 해 힐데브란트(35)와 동료들은 지속 가능한 에너지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아이언 앤드 어스 Iron & Earth라는 비영리 단체를 결성했다. 그들은 “전면적인 에너지 전환이 대규모 인프라 건설 호황을 일으킬 것이다. 그 효과는 풍력과 태양력뿐만 아니라 에너지원으로 생물체를 사용하는 바이오매스와 지열, 그리고 수소 발전소까지 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오일샌드에서 원유를 추출하는 과정에선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 사진=포춘US
오일샌드에서 원유를 추출하는 과정에선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 사진=포춘US

그것은 야심 찬 비전이지만, 작금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다만 발전 가능성은 있다. 올해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의 캐나다 자회사가 출자한 신규 풍력 발전소가 앨버타의 남동부 지역 7만 9,0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것이다. 재생에너지 부문은 2019년 기준 앨버타의 총 전력 생산 가운데 10% 미만에 그치고 있다. 캐나다 풍력에너지협회에 따르면, 현재 앨버타는 1,685메가와트의 설치 용량을 보유한 미국 3위의 풍력시장이다. 2017년 클린 에너지 캐나다 Clean Energy Canada는 앨버타가 2만 6,358개의 청정 에너지 일자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청정 에너지 부문은 앨버타 GDP의 약 1%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6월 앨버타 소재의 환경 비영리단체 펨비나 연구소(Pembina Institute)는 ‘녹색 에너지 전환의 일환으로 2030년까지 6만 7,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이는 오늘날 석유자원 부문에 종사하는 전체 근로자의 67%에 해당되는 수치’라고 밝혔다.

석유산업을 떠난 뒤 아이언 앤드 어스에 전념하고 있는 힐데브란트는 앨버타 주민들이 대전환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믿는다. 그는 "근로자들이 깨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앨버타 주민 모두가 녹색 에너지 개념에 그렇게 개방적인 것은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앨버타가 정치적으로 양극화하며 지속 가능성에 대한 대화가 더욱 어렵게 됐다. 지난 3월 캐나다 방송사 CBC의 여론조사는 앨버타 주민들에게 경제 정상화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40%에 가까운 응답자들이 팬데믹 통제나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반면 응답자의 30%는 '경제 다변화', 29%는 '석유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각각 꼽았다. 이번 조사의 결과가 응답자들의 정치적 성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2018년 3월 이후 정치적으로 좌파 또는 우파라고 스스로 칭했던 사람들이 늘어난 반면, 중도라고 밝힌 사람은 9%가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많은 앨버타 주민들은 화석연료를 반대하는 측의 입장을 의심하고 있다. 펨비나 연구소가 지속 가능성에 대한 태도를 측정할 목적으로 실시한 2018년 여론 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 중 절반가량이 기후변화의 개념을 전면 거부하거나, 그 원인이 인간의 활동 때문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재계 내부의 의견은 엇갈린다. 다만 필자가 이야기를 나눈 많은 에너지 경제학자들과 전문가들은 “이 지역의 가장 큰 석유 가스 회사의 임원들 사이에서 기후변화를 의심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기존의 탄소세에 대한 지지가 널리 퍼져 있다”고 말했다. 캘거리 소재의 석유 가스 회사 선코어 Suncor와 세노버스 Cenovus는 모두 2030년까지 배럴당 탄소 배출량을 30%씩 줄이겠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간 많은 자연재해가 발생했다. 과학자들은 이를 기후변화탓으로 돌리고 있다. 2013년 대홍수가 캘거리 시내를 집어삼키며, 하키 경기장 관중석까지 침수시켰다. 2016년 ‘야수’라는 별명을 얻은 대형화재가 오일샌드에 의존해 사는 포트 맥머리 Fort McMurray라는 마을의 많은 교외 주택들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런 지역 내 사례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에 조속히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과 그것이 앨버타의 석유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의는 강한 저항에 직면하곤 한다. 업계 주장에 따르면, 앨버타의 오일샌드 덕분에 역사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배럴당 탄소 배출량이 급감했다. 캐나다 석유생산자협회는 1990년 이후 배럴당 석유 판매량이 32% 감소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에너지 경제학자들은 R&D로 인해 많은 산업현장에서 배럴당 탄소 배출량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실제로 눈에 띄게 감소했다. 하지만 오일샌드의 강력한 추출 과정은 평균적으로 앨버타의 원유가 대부분의 다른 원유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오늘날 이 지역의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말은 배출되는 탄소의 절대량이 같은 기간 동안 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런 논쟁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디애나 버거트 Deanna Burgart(45)는 자신이 어떻게 석유산업을 지키며, 동시에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를 해소했는지 설명했다. 그녀는 어렵게 얻은 경험을 통해 교훈을 배웠다. 버거트가 35세 당시 오일샌드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었을 때, 그녀는 생모를 만나 서로 알아가는 단계에 있었다. 그런데 생모는 정기적으로 오일샌드 반대 시위를 벌이던 토착 원주민이었다. 상황이 쉽지 않았다. 그녀는 "나는 사랑과 존경의 마음으로 난해하고 양극화된 대화를 풀어가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말한다.

버거트는 자신의 이중적 정체성을 받아들였다. 석유 사업으로 일찍 성공한 그녀는 외가에 드네 Dene와 크리 Cree라는 원주민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두개의 상충되는 입장을 하나로 묶을 방법을 모색했다. 오늘날 버거트는 캘거리대학 공대 연구교수로서, 커리큘럼에 원주민 정보를 포함시키는데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초기 단계에 있는 석유 프로젝트에 원주민들의 입장을 관철시키는 노력도 하고 있다. 그녀는 또한 컨설팅 회사 IEI(Indigenous Engineering Inclusion)의 설립자이다. 버거크는 석유 회사와 원주민 단체들과 협업을 통해 ‘환경 영향’에서부터 ‘고용 창출 전망’까지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있다. 그녀는 석유회사에서 퇴사하고, 자신의 사업을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커리어 선택을 이중적 정체성을 '하나로 합치는 과정’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녀는 “요즘은 최선을 다해 모든 사람의 말을 들으며, 동시에 계속 말한다”고 설명한다. 들으면서 계속 말하는 전략은 그녀가 생모와 초기에 가졌던 대화에서 습득한 것이다.

알프레드 어니스트 크로스 Alfred Ernest Cross는 1886년 몬트리올에서 앨버타로 이주했다. 그리고 1년 후 캘거리 서쪽 부근에 역사적인 A7 농장을 세웠다. 그는 앨버타를 대표하는 인물로 성장했다. 목장 사업가, 석유 가스 산업의 지지자, 정치인, 그리고 ‘빅 4’—앨버타에서 10일간 지속되는 유명한 로데오 축제인 캘거리 스탬피드 Calgary Stampede에 최초로 자금을 댄 네 명의 목장 주인들—중 한 명이 된 것이다.

크로스가 자신의 목장을 세운 지 약 100년 후, 그 목장은 그의 손자인 존에게 상속됐다. 한편 존 크로스 John Cross는 기존의 관습을 반대하기로 결심했다. 즉, 그는 목장 관리에 ‘총체론적 방법(Holistic Method)’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자연의 목초지 등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비료없이 수확량을 늘렸다. 그는 “그런 방법은 1980년대에 정말 흔치 않았고, 꽤 논란이 많았던 결정이었다”고 인정한다. 그가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1990년대 그는 완전히 '전기가 없는(Off-The-Grid)' 집을 지었다. 전기 없이 주로 풍력과 태양열로 전력을 공급을 했던 것이다(하지만 그는 20년 후 포기하고 전기를 사용했다. 크로스는 재생 에너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특히 겨울에 ‘엉덩이의 종기’처럼 고역이었다고 시인한다).

오늘날 존 크로스는 그 토지가 새로운 에너지 전환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탄소상쇄제도(Carbon Offset) /*역주: 기업이 산림조성 등 산림활동을 통해 달성한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객관적이고 투명한 검증 및 인증 절차를 거쳐 인증해 주는 제도/를 이용해 앨버타의 생태계에 재투자하고, 탄소 저감 방법으로써 자연의 역할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앨버타에 있는 석유 및 가스 산업과 토지 소유권자들이 서로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있다."

다시 고속도로로 돌아가보자. 넨시 시장은 “나는 떠오르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고무돼 있다. 앨버타 주민들이 마침내 공통분모를 찾을 준비가 돼 있기를 희망한다. 그 공통분모는 고속도로 광고판에 적혀 있던 중요한 메시지를 실천하는 데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주정부가 변하고 있다는 점을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석유 및 가스 산업에 ‘올인’했다면, 앞으로는 더욱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에드먼턴으로 가는 길에 대초원을 지나고 있었다. "모두가 일자리를 원한다. 모든 사람들이 지속 가능한 경제를 원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초당파적인 협력을 통해야 가능한 일이다." 행동으로 그 광고 메시지를 지지할 때가 됐다.

▲통계로 본 석유 지역

26%: 지난해 앨버타 GDP 가운데 광업을 포함한 석유 및 가스 산업에 연결된 비율. 석유 및 가스가 주 경제에 미치는 간접적인 영향은 더욱 크다.

30억 달러: 올해 앨버타의 수정 예산에서 예상되는 석유 관련 세수 부족분. 유가 하락이 주요 원인이다.

6만 7,000명: 앨버타가 2030년까지 녹색 에너지로 전환할 경우 창출 가능한 예상 일자리 수(비영리단체 펨비나 연구소 연구).

96%: 앨버타의 석유 수출액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

45달러: 대부분의 석유 생산이 손익분기점에 이르기 위해 필요한 배럴당 유가(업계 컨설턴트 분석). 일부 사업의 경우 손익분기점이 85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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