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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무역전쟁 시대의 눈부신 IPO 성과

An IPO Coup for the Trade War Age

  • 기사입력 2020.11.02 12:19
  • 기자명 NAOMI XU ELEGANT 기자

중국 앤트 그룹의 (주식시장) 데뷔가 IPO 기록을 깰 전망이다. 하지만 앤트는 뉴욕 대신 안방에서 상장할 것이다. BY NAOMI XU ELEGANT

2014년 9월 19일 아침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개장 종이 울렸고, 사람들로 붐볐던 객장에서는 환호와 휘파람,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마윈이 1999년 설립한 중국 전자상거래 대기업 알리바바가 역대 최대 규모의 공모 기록을 갈아치운 현장이었다.

맨해튼에서 종소리가 울리는 시각, 중국 항저우 알리바바 본사 위 밤하늘에서는 불꽃이 터졌다. 수백 명의 회사 직원들은 그 이벤트를 위해 비를 맞으며 야외에 모여 있었다. 대형 스크린에서는 뉴욕증권거래소의 모습이 라이브 피드로 생중계됐다.

알리바바의 IPO는 250억 달러를 조달했고, NYSE의 보도자료는 그 성과를 ‘자본시장의 진정한 세계성을 상징한다’고 선전했다.

6년이 지난 현재, 마윈은 자신이 설립한 회사가 역사상 최대 규모의 IPO 기록을 깨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경험이 ‘미국적인 느낌’을 주지는 못할 전망이다.

중국 핀테크 기업 앤트 그룹은 기업공개를 단행할 예정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르면 10월 진행될 IPO를 통해, 앤트 그룹이 최대 300억 달러를 조달할 것으로 전망한다(앤트는 IPO 안내서에서 상장일이나 목표 조달액을 밝히지 않았다. 회사는 포춘의 질문에도 답변을 거부했다).

앤트는 세계 최대 모바일 결제 플랫폼 알리페이를 운영한다. 6월에는 7억 1,100만 명이 알리페이를 이용했다. 이 플랫폼은 신용카드가 진정한 주류가 된 적이 없고, 심지어 현금조차 부족해진 중국의 소비자와 기업들에 매우 중요한 존재다. 앤트는 2014년 출범 이후 급성장해 2,000억 달러 이상의 추정가치를 달성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비상장 ‘유니콘’으로 평가 받고 있다.

앤트가 IPO 기록을 깨뜨릴 경우, 축제는 동일한 시간대의 장소에서만 열릴 것이다. 항저우에 본사를 둔 앤트가 홍콩과 상하이에서 이중 상장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뉴욕을 완전히 외면해 왔다.

알리바바의 역사적인 IPO가 2014년 활황을 타던 자본시장의 글로벌 분위기를 나타냈다면, 앤트의 데뷔는 같은 시장이 현재 어떻게 표류하고 있는지 매우 극명하게 보여줄 전망이다.

최근 몇 년간 미중간 불화는 무역 갈등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 양대 경제대국을 묶는 유대를 끊기 위한 총력전으로 확대됐다. 이런 노력은 미국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미국주식 시장에서 거래되는 일부 중국 회사들은 상장폐지나 본국 시장에서 가까운 곳에서 2차 상장을 추구하기로 택했다.

지난 6월 NYSE에 상장된 중국 자동차 거래 사이트 비트오토 Bitauto는 11억 달러 규모의 상장폐지 계획을 발표했다. 같은 달, 중국의 최대 온라인 안내광고 업체로 NYSE에 상장된 58닷컴도 87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통해 상장폐지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홍콩에 상장된 중국 반도체 업체 SMIC는 지난해 NYSE에서 상장폐지하고, 7월 상하이 시장에 상장해 10년 만에 중국 최대 IPO를 기록했다.

브루스 팡 Bruce Pang 중국 르네상스증권 매크로 및 전략연구실장은 "지난 2년간 뉴욕 시장에서 앤트의 상장 확률은 점점 낮아졌다"며 "회사는 이 모든 불확실성과 위험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런 '불확실성' 중 하나는 지난 5월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법안이다. 이 법안의 내용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미국의 감사요건을 준수하지 않는 외국계 기업을 상장폐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또한 일부 외국 기업들에 중국 공산당원들이 이사회에 있는지 여부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 정보는 중국 국가기밀법이 국내 기업들에 공유를 금지하고 있다. 법안을 적극 지지하는 루이지애나 주 상원의원 존 케네디는 베이징 당국이 "미국 증권거래소를 속이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지난 8월 SEC에 미국 회계규칙을 따르지 않는 기업들을 2021년 말까지 최대한 빠르게 상장폐지하라고 권고했다. 상원이 발의한 법안보다 훨씬 이른 시간표다.

앤트 자체적으로도 이미 워싱턴의 벽에 부딪힌 바 있다. 회사는 미국 송금업체 머니그램 MoneyGram을 인수해 미국 내 입지를 넓히고, 중국에 압도적으로 기반을 둔 사업을 다각화하려 했다. 하지만 미국 규제당국은 2018년 1월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12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차단했다.

정치 리스크 컨설팅 회사 유라시아 그룹의 지리 기술 수석 애널리스트 샤오밍 루 Xiaomeng Lu는 "앤트는 중국 기업, 특히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한 이런 공격을 경험했다"며 "그래서 앤트가 '우리는 미국에 큰 시장이 없다. 우리는 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자체 IPO를 위해 다른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고 결정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 문제에 정통한 사람들은 홍콩과 상하이 시장에서의 이중 상장이 앤트가 IPO를 위한 첫 번째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단지 미국이 앤트 같은 중국 기업들에 적대적이 됐기 때문이 아니라, 앤트의 안방 시장이 점점 더 우호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앤트가 상장할 상하이판 나스닥 ‘스타 마켓 STAR Market’은 지난해 기술기업 유치를 위해 상장 기준을 완화해 출범했다. 상하이 증권거래소는 7월 22일 증가하는 기술 상장사들의 영향력을 반영하기 위해, 상하이 종합지수 계산에 스타 상장 기업들을 추가했다.

알리바바의 대규모 2014년 IPO를 놓친 후, 홍콩 증권거래소는 2018년 기술기업들을 유인하기 위해 일부 상장 기준을 개선했다. ‘가중 의결권’ /*역주: 주식 보유기간에 따라 의결권에 차등을 두는 장치/ 구조를 가진 기업들이 상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해외에 상장된 '혁신적인' 중국 기업들이 홍콩에서 2차 상장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팡은 최근 홍콩과 본토 거래소의 변화로 인해 상장이 "덜 복잡하고 시간이 덜 걸리게 됐다"며, “안방과 가까운 주식시장 상장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 상장과 비교할 때 더 높은 가치와 더 나은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콩 모닝스타 투자운용의 마이클 우 Michael Wu 수석 주식 애널리스트는 “앤트 같은 중국 기업들이 상하이의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현지 자본을 조달하기 위해 국내에서 자사 상품의 친숙성에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 이어 “중국 소매 투자자들은 특히 이름과 상품을 알고 있는 브랜드에 끌리게 될 것”이라고 부연한다.

홍콩과 상하이 상장은 또한 앤트가 동남아시아와 더 가까운 곳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회사는 이 지역에서 태국과 인도네시아, 미얀마, 필리핀의 핀테크 스타트업들에 투자했다. 팡은 모든 요건을 고려할 때, 뉴욕 대신 홍콩과 상하이에 상장하는 것이 "앤트에 더 쉬운 방법”이라고 말한다.

아이러니하게 앤트에 더 쉬운 방법은 블록버스터 IPO의 일부를 원하는 미국 투자자들의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다. 현재 미국 내 투자자들은 홍콩 상장사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다. 따라서 앤트의 홍콩 주식에도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루는 “그럼에도 뉴욕보다 12시간 앞선 시장을 모니터링하는 데는 여전히 운영상의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앤트의 상하이 상장 주식은 미국 투자자들이 거의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엄격한 규제의 거래 프로그램—소수의 기관투자자들에만 한정된다—을 통해서만 본토 상장기업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거래소들은 앤트 같은 대규모 IPO가 가져다 줄 상장 수수료와 매매 및 거래를 놓치고 있다. 앤트 계열사인 알리바바의 주가는 미국 뉴욕 증시에서 상장 후 4배 이상 급등, 지난 9월 1일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의 많은 투자자들은 앤트의 거대한 이용자 기반, 고 밸류에이션, 빠른 성장 등이 2014년 알리바바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비슷한 성장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루는 "이런 유형의 기업들이 계속 본국으로 돌아가면 미국 투자자들은 직접 투자할 기회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놓친 기회의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6월 중국 르네상스 보고서에 따르면, 상원 법안에 의해 상장폐지 될 수 있는 미국 내 거래 중국기업의 시가총액은 약 1조 달러로 미국 전체 주식 시총의 약 3%에 달한다.

그러나 루는 미국의 “전면적인 포기"는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중국 최대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인 베이커 Beike는 지난 8월 NYSE에서 25억 달러를 조달했다.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샤오펑 Xpeng도 8월 NYSE 상장에서 15억 달러를 모금했다. 또 다른 중국 전기차 업체 리 오토 Li Auto는 7월 나스닥 IPO에서 11억 달러를 조달했다.

루는 "중국 기업들이 여전히 미국에 상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달간 조달한 자금을 모두 고려하면, 국내 상장이나 상장폐지를 고려하는 기업들에 비해 훨씬 적은 규모”라고 말한다(그래픽 참조).

투자은행 나티시스 Natixis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알리시아 가르시아-헤레로 Alicia Garcia-Herrero는 “가전제품 제조업체인 하이얼 Haier과 메이디 Midea 같은 첨단 기술 분야 밖의 중국 기업들은 미국 상장을 계속 추구할 것”이라며 “하지만 상징적인 대기업들, 특히 기술기업들은 미국 시장을 회피하는 ‘유니버스’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2020년 중국 기업 5대 IPO

-SMIC

IPO 날짜 및 장소: 7월 16일, 상하이
조달 금액: 76억 달러

중국은 SMIC를 반도체 굴기 달성을 위한 열쇠로 보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NYSE에서 상장 폐지된 후 현재 홍콩에서 거래되고 있다. 

-베이징-상하이 고속철도

IPO 날짜 및 장소: 1월 16일, 상하이
조달 금액: 45억 달러

이 철도회사는 중국 2대 도시 사이의 800마일 노선을 운영한다. 회사의 승객 수와 매출, 이익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급감했다.

-징둥닷컴

IPO 날짜 및 장소: 6월 18일, 홍콩
조달 금액: 44억 달러

알리바바에 이어 중국 2대 온라인 소매업체인 징둥닷컴은 2014년 이후 나스닥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 전자상거래 거인은 홍콩 시장에 2번째로 상장했다.

-넷이즈

IPO 날짜 및 장소: 6월 11일, 홍콩
조달 금액: 31억 달러

20년간 나스닥에서 거래되어 온 이 중국 2대 게임업체는 홍콩 시장에 2번째로 상장했다. 회사 매출은 팬데믹 동안 급증했다. 

-얌 차이나

IPO 날짜 및 장소
9월 10일, 홍콩
조달 금액
22억 달러

중국 내 KFC와 타코 벨의 모회사인 이 기업은 NYSE에 상장돼 있다. 하지만 홍콩 시장에 2번째로 상장하며 실패를 맛봤다. 이 회사의 홍콩 데뷔는 지난 1년간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실시된 10억 달러 이상의 IPO 중 최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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