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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 드리운 음울한 그림자

  • 기사입력 2020.09.28 10:27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0년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쿠팡에 다시 그림자가 드리웠다. 장밋빛 전망이 팽배했던 올해 초 상황을 생각하면 다소 의외이다. 쿠팡은 이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을까?◀

사진=뉴시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 사진=뉴시스

[Fortune Korea] 1분기까지만 해도 쿠팡엔 장밋빛 전망이 팽배했다. 2019년 실적발표에서 영업손실이 전년 대비 36%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며 흑자전환 기대감이 커졌고, 코로나19 유행으로 오프라인 소비가 e커머스로 급격히 이동하며 외형성장 속도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 6월 덕평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배송 불확실성과 방역 대응 문제가 불거졌다. 최대 투자자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공격 일변도 투자 성향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e커머스 최대 경쟁자로 급부상한 네이버는 특가창고나 브랜드스토어, 네이버플러스멤버십 등 서비스를 연이어 내놓으며 쿠팡을 압박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모든 상황이 현재진행형이란 점이다.

◆ 덕평 사건 이전과 이후

시장에서는 덕평물류센터 확진자 등장 이전과 이후로 ‘코로나19가 쿠팡에 미친 영향’ 평가가 크게 갈린다.

이전까지는 확실히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물류센터 방역에 추가 비용이 들긴 하겠지만 급격한 외형성장 과실에 비하면 눈감아 줄 수 있는 수준일 것이란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매출이 늘수록 건당 배송단가가 낮아지는 쿠팡 시스템 덕분에 흑자전환 기대는 오히려 더 커지는 모습이었다.

이 같은 평가는 덕평물류센터 확진자 등장 이후 크게 위축됐다. 덕평물류센터 확진자 등장으로 쿠팡 물류센터가 코로나19 방역에 취약한 구조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규격화가 불가능’한 500만 개에 달하는 직매입 상품 가지 수와 하루 300만 건까지 늘어난 판매 유닛은 자연스럽게 쿠팡 물류센터가 노동집약적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게끔 만들었다. 이후에도 지역 배송캠프나 고양물류센터에서 연이어 확진자가 나오면서 쿠팡은 코로나19 방역 대응 문제로 큰 홍역을 치렀다.

◆ 코로나19가 미친 영향

쿠팡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해당 사업장 폐쇄와 재가동을 반복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쿠팡의 코로나19 대응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 시기 유통업계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일련의 사건이 쿠팡 배송 경쟁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배송 불확실성이라고 할 것도 없는 게 고객 불편이 크게 없었습니다. 덕평물류센터 폐쇄 이후 경험치를 쌓은 쿠팡이 대응 매뉴얼을 신속하게 마련했고 이게 꽤 잘 굴러간 것 같아요.”

시장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시대에 배송 불확실성은 e커머스 업체들 공통의 문제란 의견도 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말한다. “쿠팡이 자체 물류센터를 운영해서 부각된 거지 다른 곳들도 동일한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령 네이버같이 상품 중개만 하는 곳들은 자체 물류 시스템을 운영하지 않으니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것 같지만, 입점한 고객사나 배송업체에 문제가 생기면 똑같이 되는 거거든요. 개개 주문 문제로 치부해버리면 그만이어서 언론의 관심이 크지 않다는 차이만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시장 관계자들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에 더 힘을 싣는다. 다른 관계자는 말한다. “언론보도 등으로 추론컨대, 덕평물류센터 확진자 사건 이후 쿠팡의 코로나19 대응 방역 비용이 매우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언택트 소비 확산으로 인한 외형성장을 고려하면 방역 비용 정도는 감내할 만할 거라 생각했는데, 덕평 사건 이후에는 생각이 바뀌었어요. 다른 유통업체들 같으면 배송 아웃소싱 비중을 크게 늘리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겠지만, 쿠팡한테 물류는 가장 핵심적인 가치여서 그렇게 하기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 손 회장 투자 성향 변화

최대 투자자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투자 스탠스 변화는 가장 신경이 많이 쓰이는 부분이다.

쿠팡이 지금까지 대규모 영업손실을 두려워하지 않고 공격적인 투자와 사업 확장을 할 수 있었던 건 손정의라는 배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손 회장은 2015년 6월 소프트뱅크를 통해 10억 달러를, 2018년 11월 비전펀드를 통해 20억 달러를 쿠팡에 수혈했다. 시장에서는 쿠팡이 2018년 투자받은 20억 달러를 올해 모두 소진할 것이란 예상이 주류를 이룬다. 다음 투자가 절실해진 상황인 셈이다.

손 회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미리 선점해 대규모 지원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투자 스타일을 확립해왔다. 2015년 쿠팡을 발굴해 이후 총 30억 달러를 지원한 것도 이 같은 투자 스타일이 반영된 결과였다.

알리바바, 엔비디아, 바이트댄스 등 투자가 빛을 발하면서 2018년엔 ‘손정의 붐’까지 일으켰던 손 회장이지만, 지난해 위워크 상장 실패로 큰 손실을 보면서 그의 투자 스타일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손 회장이 리드하는 비전펀드는 지난해 167억 달러 손실을 기록했다.

◆ 장밋빛 전망 팽배

이 같은 배경 때문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다음 쿠팡 투자가 어려울 수 있다’는 예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 투자를 언제까지나 계속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오래된 회의론이 다시 주목받았다.

회의론이 확산할 즈음 나온 쿠팡의 지난해 실적 발표는 이런 분위기를 단숨에 반전시켰다. 2018년 4조 3,500억 원 규모이던 매출액이 7조 1,500억 원으로 64% 성장한 것은 물론 1조 1,200억 원을 넘어섰던 영업손실은 7,200억 원 규모로 36% 급감했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던 쿠팡 청사진이 곧 현실화할 것처럼 보였다. 이 시기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쿠팡의 흑자전환 연도를 예측하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손 회장이 강조하던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춘 데 이어 흑자전환 가능성까지 보여줬으니 또다시 손 회장으로부터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은 듯했다. 여러모로 장밋빛 전망이 팽배했다.

◆ 8월 로드쇼 진행

하지만 지난 8월 소프트뱅크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가 세상에 공개되면서 또다시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올 들어 아마존, 알파벳, 테슬라 등 미국 대형 기술기업 위주로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성장성에만 주목하던 손정의 회장의 투자 스탠스가 바뀌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진자 등장에 따른 사업장 폐쇄가 늘면서, 또 강력한 경쟁자인 네이버가 급부상하면서 상황이 반전했다. 압도적인 경쟁력은 네이버의 급부상으로 흐려졌고, 흑자전환은 코로나19 대응 방역 비용이 늘면서 올해도 요원한 목표가 됐다. 손 회장의 바뀐 투자 스탠스와 상대적으로 떨어진 쿠팡 매력도를 고려하면 3차 투자가 이루어지기 쉽지 않은 모양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8월 쿠팡이 미국 뉴욕에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로드쇼를 진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은 더 동요하고 있다. 손 회장이 새로운 투자를 하기보다 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쪽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로드쇼는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 설명회를 말한다. 주로 상장 예정업체가 기업공개 전 실시한다.

◆ 운영 자금 고갈?

쿠팡 IPO 이야기는 꽤 오래전부터 시장에서 주기적으로 흘러나오는 단골 소재이다. 올해 초에도 블룸버그통신이 ‘쿠팡이 내년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기사로 주목받은 바 있었다. 따라서 8월 로드쇼도 IPO보다는 순수 투자자 물색에 초점이 맞춰진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문제는 어떤 목적이든 간에 쿠팡 상황이 생각보다 긴박해 보인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뜻하지 않은 방역 비용 지출이 일어나면서 ‘쿠팡 경영 계획이 큰 차질을 빚었을 것’이란 예측이 주류를 이룬다. 운영 자금 고갈 역시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 당장 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쿠팡의 로드쇼 목적이 IPO 사전작업이든 새 투자자 물색이든 간에 결론은 투자 유치로 귀결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투자받지 못하는 상황을 상정하거나 손 회장이 쿠팡 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려 한다는 두 가지 상황을 가정해볼 수 있다. 후자일 경우 쿠팡에게도 나쁜 상황은 아니지만, 최근 테슬라 상장 요건이 까다로워지는 경향을 보이는 나스닥시장에 ‘누적적자 4조 원 돌파를 앞둔’ 한국 e커머스 기업이 상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15조 원 기업가치

쿠팡의 상황이 긴박해 보이는 또 다른 이유로는 로드쇼 당시 쿠팡이 제시한 기업가치가 약 15조 원 수준에 그쳤다는 점이다. 2018년 거래액이 7조 원일 때 기업가치가 10조 원으로 평가받은 점을 고려하면 할인율이 상당한 셈이다.

글로벌 e커머스 업계에서 자주 통용되는 가치 평가 산정 공식은 ‘거래액*X’이다. 거래액의 몇 배수를 기업 가치로 인정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기업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부분은 1 미만으로 계산된다. e커머스시장의 진입장벽이 낮고 경쟁 역동성이 높아 현재 시장가치를 유지하지 못할 확률이 높고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사업인 만큼 자산가치 역시 낮게 평가받기 때문이다.

쿠팡은 한국시장에서의 압도적인 경쟁력과 전국에 깔린 오프라인 물류망 자산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 거래액의 1.4배수를 기업가치로 평가받아왔다. 지난해 쿠팡 거래액이 17조 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쿠팡 기업가치를 계산할 시 23조 원 이상이 된다. 쿠팡이 제시한 15조 원과 비교하면 괴리가 상당하다.

◆ 만만찮은 악재들

역으로 생각하면 쿠팡은 자사의 거래 배수로 0.88을 넣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쿠팡의 오프라인 물류망 자산이 늘고 또 가치도 함께 증가한 만큼 이전보다 낮은 거래 배수는 쿠팡 사업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2018년 이후 네이버가 e커머스시장에서 급격한 성장을 이루면서 관련 내용이 반영됐을 수 있다.

지난해 20조 원 거래액을 돌파하며 국내 e커머스시장 1위 사업자에 오른 네이버는 올 들어 더욱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특가창고나 브랜드스토어, 네이버플러스멤버십 등 서비스를 연이어 내놓으며 쿠팡을 압박하고 있다. 쿠팡이 절대적으로 앞서 있는 물류 부문에서도 네이버는 전문 물류업체나 풀필먼트 업체와의 제휴와 협업을 통해 고도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방역 비용 출혈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투자 스탠스 변화, 네이버의 급격한 시장 확장 등 쿠팡에 닥친 악재들이 만만찮은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과거와 같이 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까? 다가오는 겨울은 꽤 길고 추울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보안직원이 출입자를 대상으로 체온 측정을 하고 있다. 사진=쿠팡
쿠팡 물류센터에서 보안직원이 출입자를 대상으로 체온 측정을 하고 있다. 사진=쿠팡

----------<이하 박스기사>----------

◇ 15조 원 기업가치와 투자자들

지난 8월 로드쇼 당시 쿠팡이 제시한 기업가치 15조 원을 두고 시장에서는 여러 해석이 분분하다. 그중에선 다음과 같은 해석이 특히 눈길을 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관계자는 말한다. “쿠팡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받을수록 투자자들이 이득을 보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조금 부족해 보이는) 15조 원이라 해도 투자자들은 꽤 괜찮은 거래라고 생각할 거예요. 그들이 원래 기대했던 수익률에 딱 부합하는 수준이거든요. PE들이 프로젝트 펀드를 통해 기대하는 연평균 수익률은 보통 8~9%입니다. 자본조달비용이랑 운영비용, 투자에 따른 기회비용 등을 계산하면 BEP(Break-Even Point·손익분기점)를 넉넉히 넘길 수 있는 수준이에요. 쿠팡 투자자들이 프로젝트 펀드로 5년 전 투자했을 때 쿠팡 기업가치가 10조 원이었으니 복리로 연평균 수익률 8~9%를 계산하면 15조 원이 나옵니다. 물론 IPO 등을 통해 뚜껑을 열었는데 쿠팡 기업가치가 15조 원 미만이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투자 실패니까요. 애초에 기대했던 기대수익률에서 미끄러진 것이니 실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트랙 레코드를 지키지 못했을 시 향후 그 프로젝트 펀드는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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