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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중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장 "자본시장에 건강한 혈액 공급"

  • 기사입력 2020.09.28 08:38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0년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매년 9~10월은 위변조 화폐 사건이 많이 벌어지는 시즌이다. 국내 금융권 유일의 위변조 화폐 대응 독립부서인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의 수장 이호중 센터장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호중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장이 위폐를 감별하고 있다. 사진=하나은행
이호중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장이 위폐를 감별하고 있다. 사진=하나은행

[Fortune Korea] 추석이나 설 등을 전후해 거의 매년 매스컴에 등장하는 단골 사건 중 하나는 위변조 화폐 제작·사용 건이다. 세뱃돈 등으로 현금 사용이 늘면서, 또 지역 전통시장에 사람이 몰리면서 혼잡한 틈을 타 관련 범죄가 잦아진다.

이 때문에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역시 같은 기간 신경이 곤두선다.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는 국내 금융권 유일의 위변조 화폐 대응 독립부서다. 국가기관급 이상의 최첨단 장비를 갖춰 경찰이나 관세청 등의 법집행기관에서도 감정의뢰를 받는다.

포춘코리아는 국내에서 독보적인 위변조 화폐 감별·대응 영역을 구축한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로부터 관련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는 이를 흔쾌히 수락했으나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이 겹치면서 비대면 인터뷰로 전환, 서면 인터뷰로 진행했다. 다음은 이호중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장과 나눈 1문 1답이다.

Q. 국내 금융권 유일의 위변조 화폐 대응 독립부서입니다. 이 조직이 어떻게 신설될 수 있었을까요?

A.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는 2012년 하나금융그룹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인수·합병 이후에도 외국환 분야 강점을 살려 외환은행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경쟁 은행들의 추격을 따돌려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조직됐습니다.

Q. 조직 신설 당시 적지 않은 진통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A. 맞습니다. 고가의 장비와 인력을 갖추느라 초기 시설 투자비로만 20억 원을 썼거든요. 은행 내에서 (수익 부서도 아닌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현재 하나금융그룹 회장인 김정태 당시 하나은행장이 강력히 드라이브를 걸어 일을 진행시켰어요. 덕분에 저(이호중 센터장은 2012년 당시 국정원 위폐분석 담당관으로 근무하며 관련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혔다)도 여기 합류하게 됐고요. 원화와 외화를 구분해 운영하던 출납기능도 그때 하나로 합쳐졌습니다.

Q. 우려의 시선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셨을 것 같습니다.

A. 그렇진 않았습니다. 신설 첫해 위변조대응센터 덕분에 절감한 금액이 30억 원을 넘겼거든요. 초기 투자비용을 훨씬 웃돈 거죠. 그간 미처 감정하지 못해 해외로 보내던 잉여 외화를 재사용하고 원화와 외화 출납기능을 한데 도맡으면서 생긴 시너지 효과가 생각보다 컸습니다. 현재도 연간 20억 원 규모 비용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Q. 수익 외적인 부분에서는 어떤 기여가 있었습니까?

A. 위조지폐 감별은 외국환 업무를 취급하는 은행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이 해외여행 등에서 사용하거나 기업이 외국 거래처와 자금결제를 위해 사용할 때 위조지폐가 섞여든다면 형사책임 외에 거래 상대방의 신뢰도 잃을 수 있거든요. 환전 업무를 하는 은행에서 위변조 화폐를 걸러낼 조직이 없다는 건 대단히 큰 리스크인 겁니다. 의사가 혈액형을 모르고 수혈하는 것과 같죠. 저희는 ‘자본시장에 건강한 혈액을 공급하고, 화폐의 신뢰를 보증한다’는 부서 모토를 거울삼아 하나은행의 외환 업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Q. 카드나 페이 등 사용이 늘면서 갈수록 현금 사용 비중이 줄고 있습니다. 위폐 감별 수요도 감소하고 있을까요?

A. 2020년 현재 신용카드, 페이 등 현금 대체 수단 결제량이 70%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현금 결제량은 30% 미만이고요. 사용 비중이 축소한 건 맞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결제 규모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2000년대 중반 현용화폐로 전환(2006년 1월 5,000원권, 2007년 1월 1,000원권, 1만 원권이 신권 발행됐고 2009년 6월 5만 원권 지폐가 최초 발행됐다)한 이후 시중 유통 화폐 규모는 기존 26조 원에서 지난해 120조 원이 넘을 만큼 유통 규모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국력 신장으로 해외 원화 거래가 많이 증가한 데다 5만 원권이 자기앞수표를 대체하면서 현금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덕분입니다.

이미지=셔터스톡
이미지=셔터스톡

Q. 위변조 화폐 사용도 크게 늘었나요?

A. 2000년대 중반 위변조 방지요소가 강화된 현재 사용 화폐로 전환하면서 이후 원화 위조지폐 유통량은 크게 줄었습니다. 금액으로 보자면 연평균 1억 5,000만 원 정도입니다. 다만 외화는 여전히 이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해 미화 환산 15만 달러 규모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는 실제 외화 위조지폐 국내 유통량이 적발된 15만 달러의 20배를 상회하는 200~3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합니다. 미신고 건수 등을 고려한 결과죠.

Q. 국내 위변조 화폐 확산 방지에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가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 시스템이 그렇게 돼 있습니다. 다른 은행에서 판별하지 못하는 위변조 화폐를 저희가 최종 감정해 주는 데다 국내 기관에서 들어오는 의뢰도 상당하니까요. 외환 위변조 화폐는 국내 감정의 90% 이상을 저희가 처리할 정도입니다.

Q. 업무 특성상 형사사건도 자주 접할 것 같습니다.

A. 위조지폐 유통사범을 검거하는 데 도움을 주거나 저희가 발급한 위폐 감정의견서가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는 일이 흔하게 있습니다. 위조지폐 유통사범 현장 검거도 꾸준한 편이죠. 위조지폐가 지점 창구로 들어와도 저희가 원격으로 감정해 즉시 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거든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A. 2017년 11월 새로운 종류의 슈퍼노트(초정밀 위조지폐)를 세계 최초로 적발해 ‘월드 베스트’ 타이틀을 획득한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저희가 적발한 슈퍼노트는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다른 방식으로 제작된 것이어서 국내외 금융권의 감정 시스템을 무력화한 것이었죠. 당시 신종 슈퍼노트 발견으로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의 역량이 세계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Q. 일반인들도 위조지폐를 감별할 수 있는 쉬운 팁이 있을까요?

A. 세계 어느 나라 화폐든 위변조를 방지하기 위해 몇 가지 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비교적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또 보통 사람들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요소로는 다음 세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먼저 비추어 보기로 확인할 수 있는 요소가 있습니다. 빛에 지폐를 비추면 화폐 여백에 숨은 그림이나 보안은선 등이 나타납니다. 두 번째로 기울여 보기로 확인할 수 있는 요소가 있습니다. 지폐를 서서히 기울여보면 홀로그램이나 색변환잉크로 인쇄된 여러 문양이나 색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만져봄으로써 확인할 수 있는 요소가 있습니다. 손으로 지폐를 만지면 표면에 올록볼록 엠보싱 효과를 넣은 볼록인쇄 부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사회 병리현상 중 많은 것들이 풍선효과로 설명되곤 합니다. 위변조 화폐 대응 업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특정 은행 하나만 열심히 해서는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풍선효과처럼 상대적으로 취약한 곳으로 위변조 화폐가 몰릴 수도 있고요. 저희 하나은행과 마찬가지로 금융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가 평소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변조 화폐로 인한 금융시장 혼란을 막고 국가적으로도 진정한 대응체계를 갖추는 방법이죠. 모두가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이하 박스기사>-----------------

◇ 이호중 센터장의 독특한 이력

이호중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장은 독특한 이력으로 유명하다. 그는 1995년 외환은행 입행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그는 50프랑 지폐(유로화 통용 전 프랑스가 사용하던 지폐)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어린 왕자 소설을 쓴 생텍쥐페리 이야기가 화폐 곳곳에 잘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의 경험은 세계 각국 화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향후 진로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01년에는 국정원으로 자리를 옮겨 화폐 위변조 감별 일을 맡았고 이후 업무를 겸하며 미국 국토안보국 위폐 전문가 과정과 홍콩경무청 위폐·자금세탁 과정을 밟았다.

위변조 화폐 감별 분야에서 독보적인 전문성을 쌓은 그는 국내에서 한국은행 위조방지실 실무위원회 상임위원, 한국조폐공사 위조방지기술위원회 상임위원을 거쳤다. 2012년부터 현재는 국내 금융권 유일의 위변조 화폐 대응 독립부서인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센터장을 맡고 있다.

◇ 슈퍼노트 제작자는 국가?

국슈퍼노트는 특수 잉크와 용지를 사용해 비추어 보기, 기울여 보기, 만져보기 같은 일반적인 방법으론 진짜 화폐와 구별이 안 되는 초정밀 위조지폐를 말한다. 지폐 감별기는 물론 전문가들마저 구별이 쉽지 않아 ‘슈퍼’라는 이름이 붙었다. 정교하게 만드는 만큼 제작비도 많이 들어 통화량이 많고 고가인 화폐에서만 발견되는 특징이 있다.

워낙 정교한 기술이 요구되는 만큼 슈퍼노트 제작자는 개인이 아니라 국가일 확률이 높다는 추정이 상당히 힘을 얻고 있다. 북한, 러시아는 물론 미국도 종종 의심을 받는다. 국내에선 2017년 11월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가 새로운 종류의 슈퍼노트를 발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국내 위조지폐 감별법

국내에서는 5만 원권과 1만 원권에서 위조지폐가 자주 등장한다. 일반인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각 감별법은 다음과 같다.

5만 원권은 △밝은 곳에서 비추었을 때 여백 공간에 신사임당 숨은 그림이 있는지 △신사임당 숨은 그림 좌측 띠형 홀로그램에 우리나라 지도 · 태극 · 4괘 무늬가 번갈아 나타나는지 △신사임당 숨은 그림 우측 띠형 홀로그램에 태극무늬가 나타나는지를 살펴보면 컬러복합기로 복사한 수준의 위조지폐 정도는 쉽게 구분할 수 있다.

1만 원권은 △밝은 곳에서 비추었을 때 여백 공간에 세종대왕 숨은 그림이 있는지 △세종대왕 숨은 그림 우측 사각형 홀로그램에 우리나라 지도 · 숫자 10000 · 4괘 무늬가 번갈아 나타나는지 △지폐 우측 끝 부분에 은색선이 나타나는지 등을 통해 위조 지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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