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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언택트 리더십의 조건

  • 기사입력 2020.09.27 12:33
  • 기자명 신제구 교수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0년 10월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코로나19가 업무 환경을 바꿔 놓았다. 재택근무가 늘면서 리더는 비대면으로 조직을 관리해야 하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비대면 조직 관리를 위한 조건과 몇 가지 팁을 제시해본다. / 신제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이미지=셔터스톡

[Fortune Korea] 사람이 사람에게 가장 위험한 존재가 되었다. 누군가 곁에 있어도 마음은 멀다. 누군가 가까이 와도 안 되고 가도 안 된다. 적어도 당분간은 말이다. 코로나가 초래한 재앙은 그 범위와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 분명한 사실은 이제는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세상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갖는다는 점이다. 코로나 여파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없다. 조직도 예외는 아니다. 생존을 위한 조직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민첩한 대응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해졌다. 특히 재택근무가 늘면서 비대면으로 구성원들을 관리해야 하는 리더의 입장에서는 무척 당황스럽다. 지금까지 해보지도 않았고 할 필요도 없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소위 ‘언택트 리더십 Untact Leadership’이란 숙제를 풀어야 한다.

언택트 리더십을 설명하려면 먼저 코로나 이전과 이후에 무엇이 달라졌는가를 4가지 기준으로 분석해봐야 한다. 즉 무엇(what)이 사라지고(end) 생겨났으며(start) 유지(maintain)되고 진화(advance)했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 지금부터 무엇을 하지 말고(end) 새롭게 시작해야 하며(start) 유지(maintain)하고 집중(advance)할지를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전통적인 리더십과 비교했을 때 리더십의 달라진 모습을 먼저 따져보고 언택트 리더십의 조건에 대하여 모색해보고자 한다.

첫째, 리더가 먼저 업무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감독업무는 줄었고 감시업무는 늘었다. 눈만 뜨면 보이던 직원을 멀리서 관리해야 한다. 익숙한 일은 줄고 낯선 일은 늘었다. 코로나로 더욱 어려워진 조직은 의심도 많아졌고 주문도 늘었다. 해왔던 일도 눈감고 하면 어렵듯이 눈앞에 없는 구성원과 협업하기란 몇 배나 힘겹다. 이런 상황에서 리더가 업무 장악력이 떨어진다면 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 이러한 혼란을 이겨내려면 리더가 먼저 업무를 장악하고 있어야 한다. 현재 직무분석 및 KPI 구성과 내용을 면밀히 재정비하고 학습해야 한다. 리더가 알아야 조직을 주도할 수 있다. 리더가 지시하는 만큼 일하고 리더가 아는 만큼 일하는 곳이 조직이다. 비대면은 대면에 비해 구속력과 강제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리더의 업무전문성이 더욱 간절해졌다. 그래야 공정한 업무분배가 가능해진다. 아울러 점검활동도 확대해야 한다. 지시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점검하여 혹시나 발생할지도 모르는 일과 일 사이의 틈새를 예측하고 관리해야 한다. 그것이 곧 리스크 예방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책임지기 싫어서 리더 역할을 거부하는 사치보다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기존의 리더는 사라지고 능력자만이 나이에 상관없이 리더가 될 것이다.

둘째, 일의 의미와 목적을 구성원과 강하게 공유해야 한다. 조직의 주문은 많아지고 구성원들의 의욕은 줄었다. 코로나로 버티기 힘들어지면 생존을 위한 조직의 성과압박은 불가피해질 것이다. 생존을 위한 비용절감만큼이나 성과에 대한 조직의 욕구는 더 냉정하고 잔혹해질 것이다. 그 가운데 리더가 서있다. 리더 본인도 위험할 수 있지만 조직과 구성원의 간절한 생존욕구를 외면할 수는 없다. 리더가 먼저 단단하고 독한 마음으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리고 구성원들에게 우리의 사명과 임무 그리고 일의 의미와 목적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공유해야 한다. 마음이 흔들리면 판단력이 가장 먼저 희생된다. 리더와 구성원이 목표달성에만 집중하면 위험한 판단도 하게 된다. 즉 결과에 집착하면 과정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결국에는 모두가 실패하고 만다. 이럴 때일수록 일의 의미와 목적을 강하게 공유해야 추진력과 용기도 생긴다.

셋째, 내부 결속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자신감은 줄었고 불안감은 늘었다. 리더만 불안한 것이 아니다. 구성원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상황이 어려워지면 불행의 원인을 외부의 탓을 돌릴 공산이 크다. 지금의 상황이 발생한 세상이 밉고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 조직이 원망스럽고 힘들어 죽겠는데 더 힘들어 하는 리더에 대한 분노 그리고 대안 없는 자기 자신에 대한 한심함을 느끼는 구성원이 많지 않을까? 조직과 동료가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불안한 마음은 동료에 대한 분노와 공격성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 무서운 일이다. 밀폐된 심리적 공간에서 서로를 공격한다면 그것은 이미 자멸한 것이다. 지난 1908년 영국의 섀클턴 Shackleton 탐험대장은 대원 27명과 인류 최초로 남극탐험에 나섰다가 난파되었다가 무려 634일 만에 돌아왔다. 물론 전원이 살아서 무사히 돌아온 것이다. 비록 남극정복에는 실패했지만 무사히 귀환했기에 ‘위대한 실패’란 이름이 붙여졌다. 단지 운이 좋은 것만은 분명 아니다. 그들이 살아남았던 유일한 원동력은 내부 결속이었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상황에서 확실한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 하나였다. 죽음의 문턱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결속하게 만드는 것이 지금 리더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임무다.

넷째, 소통의 빈도와 품격을 높여야 한다. 대면할 일은 줄었고 소통할 일은 늘었다. 리더의 입장에서는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본래 리더라면 직원들을 거느리며 그들 앞에서 자신의 권한을 권력으로 보여주고 폼 나게 조직생활을 하는 것이 꿈이며 당연히 누렸던 호사였다. 그런데 지금은 직원들이 사라졌다. 회사는 회사에 있는데 직원들은 집에 있다. 재택근무가 늘고 리더와 직접 대면하는 일이 현저히 줄었다. 그러나 리더가 책임져야 할 성과의 부담은 오히려 늘었다. 코로나로 조직의 여건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에서 지시하고 의논을 해도 모자랄 판에 익숙하지 않은 다양한 SNS도구를 활용하여 소통을 해야 한다. 부담이 커지고 힘겨움은 커졌다. 달리 방법이 없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텨야 한다. 비대면으로 업무를 지식하고 성과를 챙기려면 각종 SNS의 사용법은 물론이고 대면 때보다 오히려 많은 소통에 집중해야 한다. 비대면이 어려운 이유는 마음까지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과 자주 정보와 지식을 교류하고 가벼운 안부와 격려 그리고 품격 있고 진정성 있는 소통의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 이후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어쩌면 생각보다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생태계 리스크가 있다. 혼자 먹고자 하면 굶주린 사람들의 공격을 피할 수 없고 자기 조직만 살아남겠다고 장벽을 친다면 곧 고립되고 관련 사업과의 불균형적 교류로 동반 위기에 빠지고 말 것이다. 이제는 다시 공동체다. ‘상생(相生)’이라는 오래된 개념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서로가 살아남으려면 서로 돕고 이 과정을 리더가 주도해야 한다. 그것이 리더의 책임이고 몫이다. 그리고 기저질환이 있는 개인이나 조직은 지금의 불행에 쉽게 무력화될 수 있다. 리더는 자기 자신과 구성원 그리고 조직의 기저질환을 파악하고 이것을 먼저 해소하는 것이 코로나로 인한 장기 리스크에 대비하는 지혜다. 외부에 의존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리더가 먼저 단단한 실력으로 무장하고 일의 의미와 목적을 공유하며 결속과 소통을 챙기는 리더십이 진정한 언택트 리더십의 조건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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