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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디지털 화폐를 지배하려는 중국의 야심

China’s Drive for Digital Currency Dominance

  • 기사입력 2020.09.29 11:12
  • 기자명 ROBERT HACKETT 기자

중국 중앙은행이 전용 전자화폐 출시 경쟁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가 인기를 끌면 소비자와 중국 주변국, 미국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By ROBERT HACKETT

중국 원나라를 세운 몽골 황제 쿠빌라이 칸은 13세기에 다음과 같은 엄중한 칙령을 앞세워 화폐협약을 강화했다. ‘짐의 화폐를 수용하지 않으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물론 그 당시 처형의 위협이 그렇게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칸의 진정한 혁신은 그가 돈 자체의 용도를 다시 정의했다는 사실에 있다. 공포의 대상이었던 징기스칸의 이 손자는 유한한 귀금속 공급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제국에 자금을 댈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더 이상 그의 지정학적 범위가 어렵게 채굴해 제련한 광석들을 실크 로드를 따라 운송하는데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였다. 대신, 그는 무한하고 가벼운 자원을 이용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나무에서 돈을 계속 찍어낼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뽕나무다. 베니스의 유랑상인 마르코 폴로는 당시의 기록에서 "위대한 칸이 어떻게 나무껍질을 종이 같은 것으로 만들어, 그의 나라 전역에서 돈을 받고 건네는지 경이롭다. 그 지폐는 순금이나 은화처럼 엄숙하고 권위 있게 발행됐다"고 썼다.

중세 유럽인들은 폴로의 보고에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황제는 시대를 앞서고 있었다. 명목 화폐(Fiat currencies)—실물 자산보다는 정부의 칙령으로 뒷받침한 쿠빌라이 칸의 차오 chao의 후예—는 오늘날 어디에서나 표준 통화로 쓰인다.

금세기로 빠르게 시간을 돌려보자. 중국은 다시 한 번 화폐를 만들고 있다. 이번에는 종이 화폐를 내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현재 중국은 디지털로 가고 있다. 그리고 몽골인들이 불행하게 막을 내린 반면—과도한 화폐발행으로 물가가 급등하며 그들은 왕좌를 잃었다—중국의 현재 지도자들은 훨씬 더 안정적이고 오래 지속되는 화폐를 염두에 두고 있다.

중국은 국가 디지털의 발전에 있어 그 어떤 대국보다 훨씬 앞서 있다. 여기서 말하는 통화는 순수 디지털 위안화다. 이 화폐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의 기록 보관 데이터베이스(블록체인)에 의해 영감을 받은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작년 10월 연설에서 블록체인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표명하며, 주요 세계 지도자 중 최초로 이 기술을 후원했다. 시 주석은 이 분야에서 중국이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도록 확실한 기회를 잡겠다"고 다짐했다.

’디지털 통화(DC)/전자결제(EP)’라는 다소 투박한 명칭의 이 미래 화폐는 이 방향에서 극적인 진전이다. 중국 정부는 현재 시범 단계에 있는 디지털 화폐를 2022년 2월 동계 올림픽 개막에 맞춰 더 광범위하게 선보일 수 있도록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은 세계 무대에서 자국의 핀테크 기술을 보여줄 수 있다.

중국 관리들은 공개적으로 디지털 화폐의 많은 이점을 강조한다. 즉, 운영 및 거래 비용을 낮추고, 금융 소외층을 포용하고, 국가를 위해 범죄퇴치 능력을 강화하고, 해외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혁신은 중국 통화체제에 대한 공산당의 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중국 기술 거물들—특히 텐센트의 위챗과 IPO를 앞둔 알리바바의 앤트 그룹 사업부가 운영하는 알리페이—에 대한 정부 권력을 회복하기 위한 포석이다.

^일부 관측통들은 심지어 “디지털 위안화가 사실상 국제 무역의 통로로 활용되며, 미 달러화의 종말을 촉발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중국의 ‘디지털 뽕나무’가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서구인들에게 그것은 매우 놀라운 가능성이다. 경제적, 정치적 이익을 방어하는 미국의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벤처 캐피털 회사 앤드리슨 호로비츠의 파트너 캐스린 혼 Kathryn Haun은 "중국이 다음 세기의 결제시스템 중심에 서도록 하는 것은 서구인들이 디지털 화폐 때문에 발생할 것으로 인식하는 위협보다 우리의 국가 안보에 훨씬 더 큰 위협"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페이스북이 조성한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리브라 연합 이사회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혼이 암시하는 인지된 위협들—특히 사생활과 법 집행, 경제적 안정의 균형을 해칠 수 있다—이 외부의 디지털 화폐 발전을 방해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최근 조사한 66개 중앙은행 중 80%는 디지털 화폐의 타당성 조사를 시작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10%만이 개발을 앞두고 있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도 마찬가지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다른 나라들은 경쟁을 인식도 못하는 상황에서 혼자 앞서가고 있다.

상하이 북서쪽의 운하 도시인 쑤저우에 있는 철도역을 방문하는 일반인은 특이한 점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지도 모른다. 열차 객차에는 마스크를 쓴 승객들로 붐빈다. 출입구에서는 통근자들이 줄을 서서 보안요원들에게 코로나 19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녹색 스마트폰 코드를 보여준다.

그러나 일부 승객들은 휴대폰에 또 다른 기능을 갖고 있다. 바로 공식적으로 승인된 디지털 통화다. 중국은 쑤저우의 도시 노동자들이 DC/EP 형태로 월 통근 보조금의 절반을 받기 시작하면서, 지난 5월부터 현실 세계에서 디지털 위안화 실험을 시작했다. 현지 상인들이 참여하는 비슷한 시도가 선전과 청두, 베이징 인근 슝안 신구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거래들은 아직 소규모지만 커다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대부분 나라들이 전염병으로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중국은 기술적인 성과를 달성했다는 점이다. 투자회사 시노 글로벌 캐피털의 매슈 그레이엄 Matthew Graham 최고경영자는 트위터에 '시험판' DC/EP 지갑의 유출된 이미지를 올린 뒤 그 의미를 전했다. 그는 "미국인들은 중국이 혁명적인 기술을 추진하는 동안에도 여전히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를 파악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은 이 시험 프로그램을 발표한 이후, 이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대기업들도 DC/EP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꺼려왔다. 기업체들이 정부보다 앞서 나서기를 싫어하는 나라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관심을 갖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토종 스타기업인 승차호출 서비스업체 디디 추싱과 음식 배달업체 메이퇀-디엔핑이 외국기업 맥도널드, 서브웨이와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디디는 참여를 확인했고, 메이퇀은 언급을 피했다. 맥도널드와 서브웨이는 코멘트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승차호출(Ride-hailing) 업계의 거물 디디 추싱은 중국 정부와 함께 디지털 위안화를 테스트하고 있는 회사들 중 한 곳이다. 사진=포춘US
승차호출(Ride-hailing) 업계의 거물 디디 추싱은 중국 정부와 함께 디지털 위안화를 테스트하고 있는 회사들 중 한 곳이다. 사진=포춘US

중국인의 80% 이상이 이미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결제하고 있다. 외관상 DC/EP 앱은 모든 종류의 전자지갑과 유사하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두 종류의 디지털 화폐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DC/EP의 한 가지 핵심적인 혁신은 심지어 ‘오프라인’ 상태의 다른 당사자 사이에서도,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누가 대변(debits)과 차변(credits)을 기록하느냐에 있다. 디지털 위안화는 민간 전자지갑과 달리, 본질적으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이 관리하는 중앙집중 장부와 연결돼 있다.

그 영향은 다양하다. 중국의 전략은 ‘은행 계좌가 없는’ 2억 2,500만 명의 금융 소외층을 경제적 세력권으로 끌어들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들이 필요한 것은 전통적인 은행 계좌가 아닌 스마트폰뿐이다. 디지털 위안화 지갑은 경기부양금, 보조금, 세금환급금을 분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으로 디지털 화폐는 중국 경제에 대한 정부의 전무후무한 감시와 세밀한 통제력을 부여할 것이다. 칸의 고대 현금과 마찬가지로, 가장 큰 혜택은 국가에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VC 기업 레이스 캐피털 Race Capital의 중국 국적 투자자 이디스 영 EDITH YEONG이 몇 년 전, 중국 국영 TV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소개하는 장면을 봤을 때 뭔가 이상해 보였다. 그녀는 "그 방송은 문외한의 관점에서 블록체인이 무엇인지 대중들에게 가르치려 했다. 하지만 ‘탈중앙화’—암호화폐 지지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반(反) 체제의 핵심이다—라는 단어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그녀는 당시 “그건 진정한 블록체인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탈중앙화’라는 표현의 누락은 공산당이 중앙집권적 권위에 초점을 맞춘 것과 맥이 닿아 있다. 중국인민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처음 고려하기 시작했을 때, 2014년 비트코인은 주류 의식 속으로 막 스며들고 있었다. 자유주의자들은 정부로부터 독립된 가치의 창출과 이전을 허용하는 비트코인의 방식을 지지했다. 하지만 많은 은행과 주 정부들은 블록체인의 분산원장 기술에서 동일한 매력을 간파했다. 그것은 바로 엄청난 정밀성을 앞세워 금융활동을 추적할 수 있는 잠재력이다.

자국 통화를 약화시킬 수 있는 자본유출을 줄곧 경계해온 중국은 2013년부터 은행들이 암호화폐를 취급하지 못하도록 선제적으로 금지했다. 하지만 국가 지도부는 DC/EP 프로젝트를 위해 블록체인의 기술을 연구하고, 취할 수 있는 장점만 연구했다. 이는 블록체인의 태생적 투명성을 유지하면서, 당국의 감시를 따돌릴 수 있는 잠재력을 제거하는 것이다.

한편 급부상하는 중산층에 의해 중국의 핀테크 분야는 도약하고 있었다. 중국 내 모바일 결제 앱 거래량은 2013년 미미한 규모에서 2019년 350조 위안(약 50조 달러)으로 급증했다. 오늘날 앤트 그룹의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위챗페이는 시장점유율이 각각 55%, 39%에 이른다. 휴대전화는 물리적 현금을 대체했다. 핀테크 앱 사용이 증가하며, 중국의 가계 금융 자산 대비 현금 사용 비율은 4%로 전 세계에서 최저 수준이다(미국은 여전히 24%를 기록 중이다).

중국인민은행은 국영 은행들에 예치된 예금이 규제를 받지 않으며 부상하는 이 2강 기업으로 너무 많이, 너무 빠르게 유출된다고 판단했다. 이강 PBOC 총재는 지난해 콘퍼런스에서 "그런 대기업들이 우리에게 많은 도전과 재정 리스크를 안겨준다"며 "이 게임에서는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간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정부는 2017년부터 알리페이와 위챗에 고객 자금을 중앙은행의 무이자 계좌에 보관하도록 요구하기 시작했다. PBOC는 또한 온라인 결제를 위한 거래소를 설립했는데, 거대 기업들의 자금 흐름을 면밀히 조사할 수 있는 일종의 ‘검문소’였다.

중국은 전자화폐를 앞세워, 시스템 안팎에서 유통되는 돈을 훨씬 더 잘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디지털 거래들은 굳이 ‘검문소’를 거칠 필요가 없다.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는 백엔드 프로그램 원장 안에서 투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다국적 은행 DBS 홀딩스의 네이선 차우 Nathan Chow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울러 중국은 투자 리스크를 면밀히 감시할 수 있어, 국가 경제를 주기적으로 교란시키는 부채 위기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가령, 중국 정부 당국은 ‘유령도시’를 양산하는 메가 하우징 프로젝트를 더 이상 불가한 계획으로 보고 있다. 국가의 재정 전문가들은 말 그대로 디지털 위안화 코드를 변경, 투자자들이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제한할 수 있다. 차우는 “중국은 사후에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모든 것을 사전에 통제하고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회의론자들은 좀 더 은밀한 결과를 두려워한다. PBOC의 디지털 화폐 연구소장인 무 창춘 Mu Changchun은 DC/EP가 "통제 가능한 익명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문구를 전체주의적인 모순어법으로 여긴다. 디지털 화폐가 국가 재정의 전지전능함을 부여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로 범죄 용의자와 테러리스트들—반체제 인사와 소수 민족에게 쉽게 딱지를 붙일 수 있다—의 거래를 감시할 수 있게 된다. 이 기술이 중국의 초창기 ‘사회적 신용’ 시스템과 결합함으로써, 순종하는 시민들에게는 특권을 주고, 불충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재정적인 접근을 금지하는 상황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로펌 로프스 앤드 그레이 Ropes & Gray의 기술전문 변호사 마르타 벨처 Marta Belcher는 홍콩 민주화 시위대가 어떻게 지하철역에서 긴 줄을 서서 현찰로 표를 구입하는지 주목한다. 따라서 당국은 시위 현장에서 그들을 파악할 수 없다. 만약 디지털 위안화가 지폐를 대체했다면, 시위는 크게 위축됐을 것이다. 벨처는 "현금이 없는 사회는 감시 사회"라고 경고한다.

미국에 본사를 둔 가상화폐 업체 팍소스 Paxos의 채드 카스카릴라 Chad Cascarilla 최고경영자는 "개인정보 보호의 취약성을 고려하면, 이런 시스템은 중국 밖에서 동력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는 DC/EP가 전 세계적인 추종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을 막지 못할 수도 있다. A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 2019년 리브라 계획을 발표한 뒤, 자유세계가 중국에 우위를 빼앗길 위험이 있다고 의회에 경고했다. 리브라는 초기 실패 후 목표를 축소한 반면, PBOC는 일정을 앞당겼다. 그리고 중국은 단순한 기술적 우위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있다. 디지털 위안화는 글로벌 기축통화로 달러화에 도전할 수 있는 최선의 기회를 의미한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조지 워싱턴의 얼굴(달러) 위에 마오쩌둥의 모습(위안화)을 덧칠하는 것이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달러의 글로벌 기축통화 지위로 막대한 수혜를 봤다. 수출업체들은 미국에 더 싸게 팔고, 대출업체들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가치를 인정 받는 통화로 이자를 받기 때문에 더 낮은 금리를 요구한다. 미국은 또한 환율 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줄이고, 소규모 국가들의 통화 정책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모든 화폐 시스템은 이른바 ‘네트워크 효과’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더 많은 사람들이 화폐 시스템을 사용할수록 더 큰 가치를 갖는 것이다. 오늘날 위안화는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2%에 불과한 반면, 미국 달러화는 60% 이상(유로는 20%)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DC/EP가 ‘임계점’을 돌파한다면, 그것은 아마 중국의 ‘일대일로’ 글로벌 무역과 인프라 프로젝트 덕분일 것이다.

시진핑 외교정책의 중심축인 일대일로는 중국이 동남아에서 이집트, 에콰도르에 이르기까지, 자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고객 국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중국이 이들 국가들을 디지털 위안화 생태계로 유인할 수 있다면, 달러에 맞설 수 있는 상당한 균형추 역할을 할 것이다. 중국은 이미 이 국가들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다수가 중국으로부터 많은 돈을 빌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또한 차관을 제공할 유인을 갖고 있다. 거래 수수료는 개발도상국에서 국경을 넘나드는 교역과 차입의 속도를 늦추고, 더 많은 비용이 들 수 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블록체인 프로젝트 네오 Neo의 CEO 겸 공동창업자 다 홍페이 Da Hongfei는 디지털 화폐는 중개자가 많이 필요 없기 때문에 e-위안화가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 거래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DC/EP는 글로벌 기축통화의 위상을 얻지 못하더라도, 미국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달러의 지배력 덕분에 미국은 글로벌 금융 수문장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은 사실상 국제은행통신협회(SWIFT) 네트워크의 사용 승인이나 블랙리스트를 결정할 수 있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 벨퍼 과학국제문제센터의 아디티 쿠마르 Aditi Kumar 소장은 이를 통해 미국이 가령 "나쁜 행동에 대응해 특정 러시아 정치인들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중국의 디지털 화폐는 미국의 이런 힘을 위협하고 있다. 홍콩 투자회사 래디언 파트너스 Radian Partners의 설립자 제니퍼 주 스콧 Jennifer Zhu Scott은 "DC/EP에 탑재된 직접 송금 기능은 SWIFT를 우회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DC/EP의 광범위한 채택은 적대국과 범죄자를 처벌하는 미국의 능력을 약화시키고, 미국과의 정책 분쟁에 휘말린 모든 당사자들에게는 사업을 할 대체 장소를 제공할 수 있다.

작년 12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함께 디지털 통화를 우선순위가 낮은 문제로 생각한다”고 의회에 밝혔다. 그는 "향후 5년 안에 연준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대유행으로 인해 디지털 화폐에 대한 의회의 관심이 되살아났다. 부분적으로 워싱턴 정가가 전통적인 채널을 통해 경기부양 혜택을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해 애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척은 더디기만 하다.

이런 타성은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수 없다는 뿌리 깊은 불신을 반영할지도 모른다. 미•중 관계에 초점을 맞춘 싱크탱크 설립자인 행크 폴슨 Hank Paulson 전 재무부 장관은 지난 5월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밝힌 대로 DC/EP를 "심각한 관심사는 아니다"라고 보고 있다. 그는 “베이징 당국의 거버넌스 접근법은 중국 디지털 통화가 널리 채택되기에는 너무 편협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반대자들이 더 큰 그림을 놓치고 있다고 믿는다. 쿠마르는 "그것이 우리가 벌이는 5G 토론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논란이 되는 중국 통신 대기업을 언급하며 "미국은 동맹국들에 화웨이가 제공하는 5G 기술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부연했다. 미국은 이 회사가 기술유출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고객사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기술을 얻을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반박한다. 리브라 협회의 혼 이사는 "시간이 흐를 수록 서구의 지원 프로젝트가 따라잡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중국 정부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세계 디지털 네트워크의 필수적인 부분이 될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지원 아래 블록체인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는 레드 데이트 테크놀로지 Red Date Technology의 이판 허 Yifan He 대표는 이 모든 작업을 '차기 인터넷 구축'에 비유한다. 물론 현재의 인터넷은 미 국방부가 자금을 지원한 연구 덕분에 탄생했다. 기술 야심을 가진 정부가 경제의 역사를 심오한 방식으로 재편할 수 있음을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쿠빌라이 칸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전자화폐 경쟁자들

페이팔의 벤모에서 아프리카의 M-페사까지, 그 동안 디지털 결제는 민간 기업들이 장악해 왔다. 현재 중앙은행들은 중국만큼 진척되지는 않았지만, 종종 기업 파트너들과 함께 국가 차원의 디지털 통화를 모색하고 있다.

-스웨덴: 세계 최고(最古) 중앙은행인 스웨덴 릭스뱅크 Riksbank는 2016년부터 디지털 화폐를 출시하는 방안을 밝혀왔다. 이 은행은 현재 컨설팅업체 액센추어와 손을 잡고, 내년에 테스트할 예정인 e-크로나 e-krona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싱가포르: 싱가포르 통화청은 지난 7월 JP모건체이스, 국부펀드 거물 테마섹과 함께 블록체인 기반 네트워크에서 서로 다른 통화로 결제하는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 중앙은행의 대표는 “중국과의 협력을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하마 제도: 바하마는 지난해 12월 27일 엑수마 섬에서 ‘프로젝트 샌드 달러 project sand dollar’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이 실험에는 한 달 동안 1,000명 이상이 참여했으며, 국가는 이 프로그램을 연말까지 700개 섬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는 2018년 석유매장량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암호화폐 페트로 Petro를 선보였다. 국민들이 국제 제재와 엉망이 된 국가의 초인플레이션에 대처하는 걸 돕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페트로는 실패했고, 미국은 이 프로젝트의 지도자인 마두로 대통령—마약 밀매와 제재 위반 협의로 기소됐다—체포에 도움이 될 정보에 대해 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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