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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소규모 고급 패션

Fewer, Finer

  • 기사입력 2020.09.29 12:29
  • 기자명 EMILIE HAWTIN 기자

갈수록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힘들어지고 있는 패션업계에서, 일부 남성복 브랜드들이 ‘진정성’을 담은 옷은 항상 유행한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 BY EMILIE HAWTIN

시간이 지나도 지속 가능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인생의 큰 행복 중 하나일 것이다. 예를 들면, 인간 관계와 건강, 그리고 양복 치수 등이 그렇다. 그리고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가 가진 것을 되돌아보고, ‘더 가치 있는 소수의 것’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앨리스 워터스 Alice Waters부터 에릭 리퍼트 Eric Ripert, 댄 바버 Dan Barber에 이르기까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존경 받는 요리사들이 무결점의 식재료를 이용, 겉보기에 간단한 음식을 만들고 있다(이들은 전체 생태계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식재료를 조달한다). 바버의 플래그십 레스토랑 블루힐 앳 스톤 반스 Blue Hill at Stone Barns가 제공하는 멋진 식사는 ‘더 가치 있는 소수의 것에 집중한다’는 말이 무엇인지 완벽하게 보여준다. 레스토랑 바로 밖에 있는 농장에서 식재료를 직접 조달해 만든 최고급 자연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는 먹는 식재료의 출처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입는 옷에 대해서는 어떨까? 식재료를 ‘농장에서 식탁(Farm to Table)’으로 곧바로 조달한다는 ‘신념’이 똑같이 적용되는 분야가 있다. 즉, 수 세대를 거쳤지만 여전히 디자이너와 재단사, 그리고 원단 공장이 혼연일체가 돼 옷을 제작하는 곳이다. 이들은 문제가 많은 패스트 패션 Fast Fashion의 제조 방식에 대항해 잘 싸워내고 있다. 이 소규모 브랜드들은 진정성을 앞세워 지속 가능한 스타일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모든 사람, 그리고 옷을 제작하는 과정에 관련된 모든 것을 존중하는 마음을 품고 있다. 이들의 제품은 최고 수준의 디자인을 뽐내며, 동시에 진정성이 느껴진다. 한편 스포티한 상의와 캐시미어 니트, 항공 재킷, 맞춤 바지가 미래의 경쟁 제품들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전 세계의 많은 선구적인 소규모 브랜드들이 조용히 그 미래를 재편하고 있다.

마이크 스톨 Mike Stoll은 협력업체 사람들과 차 한잔 마시는 일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그들을 편하게 만나기 위해서는 이동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그는 지난 48년간 자신의 고급 브랜드 프라이빗 화이트 V.C. Private White V.C.의 개발을 함께 했던 원단 공장들을 차로 30분 정도의 거리에 두고 있다. 그가 이 일을 맡기 전에는,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스톨의 사업 파트너 제임스 이든 James Eden의 할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스톨은 "(내가 소소한 행복을 좋아하는 것과는 반대로) 내 사업 파트너는 사업의 큰 그림을 그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두 사람은 영국 맨체스터에 본사를 두고 있다. 프라이빗 화이트V.C.는 150년 전 레인코트 공장으로 시작했을 때 썼던 건물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이제 그들은 1만 1,000개의 원단 패턴과 스펙을 런던 매장에서 판매하는 현대적이고 클래식한 정장 제작에 적용하고 있다. 온라인 의류 쇼핑몰 미스터 포터 Mr Porter와 퍼머넌트 스타일 Permanent Style을 포함해 여러 업체들과도 협업하고 있다.

스톨은 "우리는 아직도 랭커셔 Lancashire에서 직접 재배한 면을 짜고 있다. 제2차 세계 대전에서 조종사들의 보온을 책임졌던 재킷 안감에 사용한 것과 동일한 면”이라고 자랑스러워한다. 그리고 스톨이 사용하는 옷감의 60%는 자신의 맨체스터 디자인 매장에서 80km 이내에서 공급받고 있다. 그는 "우리 팀은 정교한 손재주로 옷을 한층 더 고급스럽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그는 현지에서 생산하는 천연 원단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예외적으로, 이탈리아의 캐시미어 전문 회사 로로 피아나 Loro Piana가 생산하는 대표 계절 의류를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유지해온 이런 원칙에도 불구하고, 프라이빗 화이트 V.C는 벨트를 매는 사파리 재킷, 여름용 항공 재킷, 그리고 린넨으로 만든 가벼운 재킷(Shacket)에 신선하고 트렌디한 디자인을 접목하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스톨은 “우리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고객들이 7년간 7개의 제품을 천천히 그리고 오랫동안 구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마이클 힐 Michael Hill은 세계적인 트렌드 세터다. 따라서 그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드레이크 Drake’s—랄프 로렌이 ‘미국다움(Americana)’을 이용한 것처럼, 그는 ‘영국다움(Britishness)’을 내세웠다—를 존경 받는 넥타이ㆍ스카프 제조회사에서 트렌디한 남성복 브랜드로 성장시킨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창업자 마이클 드레이크 Michael Drake가 구축한 오랜 인적 자산을 유지하면서 말이다. 이것이 정확하게 힐이 추구하는 목표다. 그는 “오랜 기간 동안 사업을 영위하려면, 우리는 전문가들과 협력해 세월을 초월하는 제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드레이크는 1970년대부터 가동하고 있는 2개의 공장을 이스트런던에 보유하고 있다. 협력업체들은 각 분야에서 오랜 전문성을 가진 거의 모두 가족 중심의 기업들이다. 예를 들어 맨체스터 부근의 프린팅 업체부터 일본 오카야마 Okayama의 인디고 염료 업체까지 다양하다. 드레이크는 “대부분의 경우에, 우리는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그렇다. 당신은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고, 그 일에 전념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어한다”고 말한다.     

영국 맨체스터를 본거지로 두고 있는 프라이빗 화이트 V.C.는 방수 재질의 벤타일 원단으로 만든 방수 재킷처럼, 현지에서 짠 면옷에 특화돼 있다. 사진=포춘US
영국 맨체스터를 본거지로 두고 있는 프라이빗 화이트 V.C.는 방수 재질의 벤타일 원단으로 만든 방수 재킷처럼, 현지에서 짠 면옷에 특화돼 있다. 사진=포춘US

스토파 Stoffa의 설립자 애게쉬 마단 Agyesh Madan과 닉 라고스타Nick Lagosta는 ‘생산량은 더 줄이고, 품질은 더 향상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우선 이 젊은 듀오는 일을 단순하게 만들고 있다. 그들은 세 가지 스타일의 겉옷과 두 가지 원단을 출시했다. 거의 2년간 변함없이 유지해온 제품 구성이다. 게다가 그들은 맞춤복에 창의적인 스타일을 접목하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일례로, 나폴리 명품 수트 이자이아 Isaia 맞춤정장을 만들면서 개발한 정교한 스타일을, 더욱 캐주얼하고 세련된 맞춤옷에 적용하고 있다. 그들은 함께 일하는 (모두 이탈리아에 기반을 둔) 협력업체들이 염료 등 제작 과정에서 사용하는 ‘물 사용’과 원단 등 재료의 ‘출처’를 확인하는데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덕분에 그들은 생산량은 더 줄이면서도, 더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이는 스토파를 입는 고객들과 신뢰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된다. 라고스타는 "우리는 이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옷이 주는 즐거움에 다양한 변화를 줬다"며, "진정한 사치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고, 특별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소규모 원단 공장들과 협업해 독특한 원단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한다. 원단은 옷과 잘 어울리는 천연 염색 컬러로 특화 제작된다. 이에 따라 고객들은 100년 된 베틀로 짠 맞춤형 셔츠 재킷이나 스카프를 선택할 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스토파의 예술적인 쇼룸을 방문하는 동안, 혹은 드레이크처럼 원칙을 지키는 협력 업체를 통해, 각 브랜드가 전달하는 무언의 확신이 있다. 숙련된 소믈리에와 함께 있을 때 느끼는 그런 종류의 확신이다.

발스타 Valstar의 마테오 보잘라 Matteo Bozzalla는 "맛있는 식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능한 최고급 식재료가 필요하다"고 비유한다. 발스타는 수제 겉옷을 만드는 방식 덕분에, 우아하고 절제된 남성 의류 분야에서 명성을 얻고 있다. 보잘라가 생각하는 지속 가능성은 원료에 대한, 원료 공장에 대한, 그리고 현재와 미래 세대에 대한 존중을 의미한다. 천연 원단의 순환 생산(Circular Production) /*역주: 재료와 제품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생산 방식/은 발스타의 생산 공정에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역사와 전통을 가진 헤리티지 브랜드들은 그렇게 현대적이라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 하지만 그는 “이런 브랜드의 장점은 오래되고 경험 많은 장인을 신세대 디자이너들과 결합함으로써, 그의 고객과 가족들이 기대하는 뛰어난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지속적인 성공 비법은 의심할 여지 없이 세심하게 준비하고, 서두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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