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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 온라인몰 론칭에…백화점 업계 ‘매출 떨어질라ʼ 속앓이

  • 기사입력 2020.08.28 10:56
  • 최종수정 2020.08.30 17:45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0년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과거 오프라인만을 고집하던 명품업체들이 속속 온라인으로 진격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우려의 시선과 함께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려는 시도도 발견된다.◀

구찌 온라인몰. 구찌는 하이엔드 명품업계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온라인몰 운영에 뛰어들어 주목받았다. 2011년부터 온라인몰을 운영 중이다. 사진=셔터스톡
구찌 온라인몰. 구찌는 하이엔드 명품업계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온라인몰 운영에 뛰어들어 주목받았다. 2011년부터 온라인몰을 운영 중이다. 사진=셔터스톡

[Fortune Korea] 명품업체들이 속속 온라인 매장을 열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보수적이기로 이름난 에르메스마저 온라인몰을 론칭하며 샤넬, 루이비통을 비롯한 글로벌 3대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가 모두 국내 e커머스시장에 자리를 깔았다.

이를 바라보는 유통업계의 심경은 복잡만 하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 접점을 가지고 있는 기존 유통공룡들이 그렇다. 이들은 우려와 함께 명품업체들과 새로운 파트너십을 모색 중이다.

◆ 우리나라 명품시장의 특수성

명품업체들의 온라인몰 론칭에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이는 곳은 백화점 업계다. 오프라인 소비가 e커머스로 많이 넘어가는 와중에도 백화점 채널은 명품 판매 증가에 힘입어 본전치기는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8년 백화점이 유일하게 전년 대비 ‘매출액 증가율’이 상승한 오프라인 유통채널일 수 있었던 것도 명품 판매 성장률이 공고하던 덕분이었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주요 백화점 명품 판매는 최근 수년간 매년 20~30% 성장세를 유지했다. 올 상반기에도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한 지난 3월을 제외하면 평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같은 기간 백화점 전체 매출이 -2~1% 수준의 등락을 거듭한 것을 고려하면 명품 판매가 백화점 업계 매출 유지에 얼마나 큰 효자 노릇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말한다. “우리나라 백화점들의 명품 의존도는 다른 나라(명품 특화 콘셉트 백화점 제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꽤 높은 편입니다. 백화점 특징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 명품시장의 특수성 혜택을 가장 많이 보고 있는 것 같아요. 해외패션팀 쪽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나라에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명품 판매도 많이 위축됐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거든요. 오히려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명품 소비가 주로 백화점 채널에서 일어나다 보니 백화점이 그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 코로나19에도 성장할 듯

지난 5월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유로모니터가 발표한 ‘코로나19 시나리오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 10대 명품시장 가운데 가장 타격을 덜 받는 나라로 분석됐다. 1, 2위인 중국과 미국 명품시장이 각각 22%, 25% 축소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우리나라는 거의 비슷한 수준(-1%)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유로모니터 예측과는 달리 8월 현재 상황까지만 보면 우리나라 명품시장은 올해도 더 커질 확률이 높아 보인다.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0년 상반기 매출동향(반기)’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백화점 명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앞서 주요 백화점들의 올 상반기 명품 판매 성장률(20~30%)과 산업통상자원부 수치가 크게 차이 나는 이유는 명품으로 지칭하는 대상의 범위가 달라서이다. 백화점들은 준명품급으로 분류되는 국내 컨템포러리 브랜드들까지 명품으로 폭넓게 인정하는 반면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서는 해외 유명 브랜드만을 지칭한다. 하지만 어느 쪽을 택하든 올해 국내 명품 판매 증가율이 상방을 향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 큰 위기는 아니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최근 백화점들의 속내는 매우 복잡하다. 갈수록 악화하는 오프라인 시장 환경에서 거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명품 카테고리마저 온라인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앞서 백화점 관계자는 말한다. “지금 당장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테니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명품 판매가) 백화점 매출 하락을 어느 정도 방어해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이후에는 문제가 될 수 있겠죠. 한정된 소비에서 일부가 명품 업체들 온라인몰로 이동할 테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명품 소비재 특성상 업체들의 온라인몰 운영이 아주 큰 위험요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덧붙인다. “명품은 쇼핑 그 자체가 엔터테인먼트잖아요. 명품매장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으며 그 브랜드를 체험하는 게 굉장히 즐거운 경험이에요. 명품 소비자들은 절대다수가 그 쇼핑 과정을 즐기는데 온라인에서 이 즐거움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명품은 온라인몰에서 판다고 더 싸게 팔지도 않습니다. 가격이 같아요. 그럼 기왕이면 서비스도 받고 체험도 해볼 수 있는 오프라인 구매를 더 선호하겠죠. 명품 수요 중 일부가 온라인으로 이동하긴 하겠지만 다른 상품들처럼 많은 비중이 옮겨가진 않을 것 같습니다.”

◆ “2025년 25% 비중될 것”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전체 명품시장에서 온라인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1%에서 지난해 12%까지 상승했다. 2025년에는 이 비중이 25%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이엔드 명품업체 관계자는 말한다. “‘하이엔드 정체성이 온라인 판매로 훼손될 수도 있다’는 리스크를 감내하면서까지 일을 진행하는 건데, 그래도 뭔가 사업성이 있으니까 하는 거 아닐까요? 지금도 꽤 많은 브랜드가 오픈을 앞두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정황을 보면 이것저것 따져봤을 때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거죠(이 관계자는 온라인몰 실적 내용이 대외비라며 관련해서는 어떤 내용도 언급하지 않았다).”

◆ 과장된 예측일 수도

유통업계 관계자 중 일부는 베인앤드컴퍼니 예측 결과를 근거로 온라인 명품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 예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이들 업체의 예측도 명품 부문에서는 썩 신통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로모니터는 2015년 조사에서 ‘최소 5년 내 인터넷을 통한 명품 구매가 전체 명품 구매의 40%가량을 차지할 것’이라 예측한 바 있었다. 명품이 가지고 있는 특수 소비재 성격 때문에 예측이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말한다. “저희 데이터로 확인했을 때,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 명품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입니다. 그리고 이 숫자가 최근 변한 게 없어요. 명품 온라인 판매가 크게 늘었다고 하는데 일단 저희가 보유한 데이터 상으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백화점에 국한된 것이고 명품 기준이 일반이랑 다를 수 있다는 걸 감안해도 밖에서 이야기되는 건 좀 과장된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연구원은 명품 소비자들의 오프라인 선호도는 확실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명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올라오는 상황입니다.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 명품 판매 비중은 1% 수준에 머물러 있고요. (데이터를) 역으로 계산하면 명품 구매자들의 오프라인 선호도가 더 확실해지는 결과가 나옵니다.”

명품업체들은 차별화된 오프라인 매장 경험을 부각한다. 덕분에 매장 외관 역시 화려하다. 세계 3대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로 꼽히는 샤넬 프랑스 파리 매장. 사진=셔터스톡
명품업체들은 차별화된 오프라인 매장 경험을 부각한다. 덕분에 매장 외관 역시 화려하다. 세계 3대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로 꼽히는 샤넬 프랑스 파리 매장. 사진=셔터스톡

◆ 오히려 기회될 수도

유통업계에서는 명품업체들의 e커머스시장 진출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명품업체 온라인몰을 통해 백화점 구매 수요가 분산될 것이란 앞의 내용을 상기해보면 의외의 예상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단순히 온라인몰 론칭으로 끝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온라인에서 다른 판로를 찾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백화점 사이트보다 더 알맞은 곳이 있을까요? 명품업체들이 그동안 오프라인 판매를 고집했던 게 (명품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정품에 대한 신뢰’와 ‘프리미엄’을 담보하기 위해서였는데, 온라인에서도 동일한 가치를 추구한다면 백화점 온라인 채널밖에 대안이 없습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소비자들이 브랜드 온라인몰을 놔두고 왜 굳이 백화점 사이트를 거쳐 명품을 구매해야 하는지’ 백화점들이 소비자들을 쉽게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현대식 종합 소매점이라는 백화점 의미를 생각하면 위 유통업계 관계자의 생각이 아주 무리인 것은 아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백화점 사이트가 (개별 명품 온라인몰에 비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정 브랜드몰로 접속하면 그 브랜드 상품밖에 못 보지만 백화점 사이트에서는 여러 브랜드 것을 동시에 비교해서 볼 수 있으니까요. 또 백화점에서 하는 공통의 행사, 예를 들면 카드사 할인 같은 이벤트도 누릴 수 있고요.”

◆ 성공적인 모델을 찾아서

시장에서는 ‘명품업체들이 굳이 백화점 사이트를 사용하진 않을 것’이란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앞서 명품 브랜드가 백화점 사이트에 입점할 시 누릴 수 있는 이점을 설명한 이지영 연구원 역시 같은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유통업계 현장에서는 명품업체들의 e커머스시장 진출을 두고 다양한 모색이 이뤄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명품 소매 환경이 변했고 이 변화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 이 상황을 좀 더 긍정적으로 활용해보자는 인식이 배경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명품업체와 저희가 서로 이익을 볼 수 있는 온라인 접점을 찾는 중입니다.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들이 많지만 그 가능성이 없진 않습니다. 명품업체들이 온라인몰을 여는 게 궁극적으로는 MZ세대 소비층을 끌어들이기 위함일 텐데, 그렇다면 충분히 타협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관계자는 그 방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현재도 명품업체들은 백화점 밖 명품 단독 매장과 백화점 매장을 같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같은 식으로 명품업체 온라인몰과 백화점 온라인몰을 같이 운영한다든가 여러 차별화 요소를 넣어 병행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상품 카테고리를 구별한다든지 아니면 상품 자체를 구분하는 방식으로요. 상품 카테고리가 방대하고 트래픽이 많아 MZ세대 유입이 활발한 백화점 사이트엔 스몰럭셔리 위주로, 명품 온라인몰에는 고가 럭셔리 상품 위주로 운영할 수 있겠죠. 이런 여러 방법이 시도될 것이고 개중엔 틀림없이 성공적인 협력 모델도 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하 박스기사>------

◇ 명품업계가 온라인몰을 여는 이유

오프라인만을 고집하던 명품업계가 최근 온라인몰을 열기 시작한 이유는 MZ세대를 소비층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이다. MZ세대는 디지털 친화적인 세대로 구매도 온라인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MZ세대가 2010년 중반 이후 글로벌 ‘주력’ 소비 인구로 떠오르면서 콧대 높은 명품업체들도 자신들의 노선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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