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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TUNE'S EXPERT] 안병민의 ‘경영 수다’
[FORTUNE'S EXPERT] 안병민의 ‘경영 수다’
  • 하제헌 기자
  • 승인 2020.08.26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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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이위용-혁신가들이 ‘버닝맨’을 찾는 이유

▶디지털 혁명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틀을 깨는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역발상’이 중요해지고 있다. 노자 도덕경에서 역발상의 통찰을 배운다. 글 안병민◀

역발상의 브랜드 다이슨을 창업한 제임스 다이슨. 

아랍의 어느 부자가 두 아들을 불렀다. “사막 한 가운데 있는 오아시스에 다녀와라. 경주에서 이기는 말에게 전 재산을 주겠다. 그런데 일반 경주와는 규칙이 다르다. 상대방 말보다 늦게 돌아와야 이긴다.” 두 아들은 고민했다. 이글거리는 해를 머리에 이고 폭염의 사막을 건너되, 상대보다 늦게 돌아와야 한다? 사막에서의 느림은 곧 죽음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명확한 문제 정의다. 느려야 이기는 게 아니라 빨라야 이기는 걸로 상황을 바꿀 수 있다면? 늦게 돌아오는 말이 이긴다는 얘기인즉슨 빨리 돌아오는 말이 진다는 것.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를 정의하니 해답이 간명해졌다. 두 아들은 서로 말을 바꿔 탔다. 그러고는 전속력으로 달렸다.
일반적인 생각과는 반대되는 생각을 해냄 또는 그 생각. 역발상의 정의다. 역발상은 틀을 깨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내 생각을 옥죄던 수갑과 족쇄를 깨부수는 거다. 답습이란 감옥으로부터의 탈출이다. 상식과 비상식, 정답과 오답이 한 순간에 뒤바뀌는 디지털 혁명의 세상. 역발상은 이제 경쟁력이다. 
노자 도덕경은 역발상의 텃밭이자 보고다. 역발상의 창의와 통찰이 곳곳에 넘쳐난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서른 개의 바퀴살이 하나의 바퀴통에 연결된다. 바퀴 가운데의 빈 공간이 있기에 수레와 연결되어 바퀴로서 제 역할을 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빔’의 효용이다. 진흙을 이겨 만든 그릇도 가운데가 비어있다. 그 ‘빔’이 그릇으로서의 쓸모를 만든다. 창과 문이 뚫린 방도 마찬가지다. 뭔가로 가득 차 있는 방은 더 이상 방으로서의 효용이 없다. “유지이위리 무지이위용(有之以爲利 無之以爲用)”. ‘있음’이 이로운 것은 ‘없음’이 효용이 되기 때문이다. 도덕경 11장에 나오는, ‘있음’과 ‘없음’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하는 역발상의 문장이다.
노자가 무척이나 흡족해했을 역발상의 브랜드로 다이슨이 있다. 다이슨 선풍기는 기존 선풍기보다 더 센 바람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 기존 선풍기보다 효율이 더 높은 것도 아니다. 다이슨 선풍기는 선풍기의 날개를 없애버렸다. 청소하기도 힘들고, 안전사고 문제도 있었던 선풍기 날개. 다이슨은 뭔가를 더하는 게 아니라 뭔가를 뺌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선풍기 탄생 이후 127년간 굳건히 자리를 지켰던 선풍기 날개가 그렇게 선풍기에서 사라졌다.
다이슨 청소기도 있다. 다이슨 청소기의 인기 역시 뭔가를 없앰으로써 만들어진 것이다. 다름 아닌 먼지봉투다. 먼지봉투를 통해 걸러진 먼지를 봉투째 버리는 시스템. 제조사나 고객이나, 모두가 거기에 길들여졌다. 먼지가 봉투의 틈새구멍을 막아 흡입력이 떨어져도 다들 그러려니 했다. 다이슨의 역발상은 이 틈새를 놓치지 않았다. 공기를 고속으로 회전시켜 먼지를 따로 분리해내는 방식을 개발했다. 먼지봉투는 자연스레 사라졌다. '추가'의 효용이 아니라 '제거'의 효용. 다이슨의 성공은 그렇게 ‘유(有)’가 아니라 ‘무(無)’를 통해 빚어졌다. ‘있음’이 아니라 ‘없음’에서 비롯된 성공이다.
일상에서도 ‘없음’의 효용은 크다. 먼저, 진공 포장이다. 진공 포장은 음식물의 산화나 부패를 막는다. 맛의 변화도 방지한다. ‘채움’이 아니라 ‘비움’으로써 만들어지는 쓸모다. 질소를 충전해 포장한 과자는 또 어떤가. 비어있지만 비어있는 게 아니다. 그 ‘빔’이 있어 과자의 신선도가 유지되고, 그 ‘빔’이 있어 과자가 부서지지 않는다. 회의 중 잠깐의 휴식 시간도 그렇다. 몰아쳐야만 능사가 아니다. 도끼질도 날을 벼려가며 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전 회장이 그 바쁜 와중에 1년에 두 차례, 혼자만의 ‘생각 주간(Think Week)’을 가졌던 이유다. ‘비움’과 ‘없음’의 가치는 이처럼 차고 넘친다. 새로운 ‘생겨남’과 새로운 ‘채워짐’으로 이어지는 효용이다.
노자가 말하는 '없음'은 '그저 없음'이 아니다. '그냥 없음'이 아니다. '있음'을 잉태한 ‘없음’이다. 새로운 가치와 효용이 그 '없음'에서 생겨난다. 그래서 노자의 무는 ‘절대무’가 아니다. '있음'의 다른 형태다. '있음'과 '없음'은 그렇게 공존하고 상생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 ‘유(有)’에만 집착한다. 자꾸 채우려고만 한다. '있음'으로의 지향이다. 노자가 말한 바퀴통과 질그릇과 방의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 채우면 애초의 목적이 사라진다. 비워야 존재의 의미가 생겨난다. '있음'에서 '없음'으로 우리의 시선을 돌려야 한다. 
미국 네바다 주 사막 한 가운데. 해마다 8월 마지막 주면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축제 아닌 축제 ‘버닝맨(Burning Man)’. ‘버너(Burner)’라 불리는 참가자들은 일주일을 살아남기 위한 물과 음식, 잠자리와 갖가지 필수품을 직접 챙겨와야 한다. 여기서 하는 일은 딱 하나다. 자기신뢰를 바탕으로 자기를 발견하고, 자기를 표현하는 거다. 다양한 작품과 퍼포먼스, 네트워킹이 한데 어우러진다. 표현예술의 가상 도시 ‘블랙록시티(Black Rock City)’가 그렇게 생겨난다. '없음'에서 생겨난 이 도시는 일주일간 존속하다 행사 마지막 날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없음'으로의 회귀다.
‘버닝맨’은 ‘없음’의 플랫폼이다. 아무 것도 없는 사막 한복판(A city in the desert), 세상의 모든 틀을 없애버렸다. 모든 '있음'이 사라진 '없음'의 자리에 새로운 '있음'이 싹을 틔운다. 그 '있음'은 가능성의 문화다(A culture of possibility). 꿈꾸는 사람과 행동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다(A network of dreamers and doers). '있음'과 '없음'의 기준이 뒤바뀌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 ‘리얼월드(Real world)’다. ‘디폴트월드(Default world)’가 내가 선택할 수 없었던 삶의 방식, 즉 '인위적 있음'으로 가득한 세상이라면, 리얼월드는 반대다. 나를 구속하는 모든 것들을 없애버리니 모든 게 나로 말미암는다. 스스로 자(自), 말미암을 유(由), 자유다. 그러니 내가 나로 살 수 있다. 편안한 내 집이 따로 없다. “웰컴 홈”이 버너들의 인사인 이유다. 
버닝맨에서 노자를 읽어낸다. 만들어 채우는 게 아니다. 없애서 자유로운 거다. 나다움이 만들어내는 그 자유가 우리를 창의와 혁신으로 이끈다. 일론 머스크(테슬라),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구글),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등 혁신 영감에 목마른 유명 창업가와 예술가들이 버닝맨을 즐겨 찾는 건 그래서다. 기존의 기준에 발목이 잡혀서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혁신은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거다. ‘있음’이 아닌 ‘없음’의 가치를 보아낸 노자의 혁명적 역발상이 필요한 대목이다. 기준을 따를 것인가? 기준을 만들 것인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혁신가의 질문이다.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교 MBA를 마쳤다. (주)대홍기획, (주)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주)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마케팅과 리더십을 아우르는 다양한 층위의 경영혁신 강의와 글을 통해 변화혁신의 본질과 뿌리를 캐내어 공유한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 많다>,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가 있다. <방구석 5분혁신>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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