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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나빠진 리더에겐 도덕 면허가 있다

  • 기사입력 2020.07.30 08:17
  • 기자명 신제구 교수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0년 8월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나쁜 리더 보다 나빠진 리더가 더 나쁘다. 나쁜 리더는 미리 피하면 되지만 나빠진 리더는 누군가의 곁에서 그 과정을 고스란히 겪어야 한다. 좋은 리더가 어떤 상황 때문에 나쁜 리더가 된다면 이보다 더 슬프고 불행한 일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 신제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이미지=셔터스톡

[Fortune Korea] 보통 리더십은 리더의 자기관리 능력(person)과 상황 대응력(situation)의 곱셈이라고 한다. 즉 리더는 초심을 잊지 말고 늘 자기관리에 소홀하지 말아야 하며 외부 상황변화를 잘 읽고 지혜롭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볼 수 있다. 어쩌면 변화가 급격한 요즘에는 리더가 자기관리만 잘하기보다는 상황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이 더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리더가 조직외부 상황변화에 지나치게 예민하고 완벽하게 대응하다 보면 자기관리에 대해 다소 소홀해질 수 있다. 조직을 위한 선택이 자칫하면 리더의 변질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밤낮으로 일만하던 가장이 가족과 멀어지거나 조직을 위한 헌신적이고 의욕이 강한 리더가 오히려 원망을 듣는 경우와 유사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처음과 달리 점차 변질되었다는 점이다.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변질된 모습을 정작 본인만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혼자 존재할 수 있는 리더는 없다. 분명 리더 곁에는 누군가 있다. 그래서 좋았던 리더가 나빠지면 그 모든 주변인들은 추종자에서 피해자로 전락하고 만다.

그렇다면 좋은 리더가 나빠지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왜 변질된 걸까? 변질에는 나쁜 기운과 불량한 영향력이 반드시 존재한다. 자체 변질과 외부 변질이 있을 수 있다. 즉 리더 스스로 초심을 잃고 예전과 달라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리더의 변질을 조장하거나 악화시키는 외부의 자극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멀쩡하던 리더가 망가지는 이유를 살펴보는 것은 조직에도 큰 손실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리더가 나빠지는 이유에도 많은 사연과 원인이 있겠지만 목표를 달성한 좋은 리더가 성취감에 도취되어 자신의 부도덕한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양해를 받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를 ‘도덕 면허(moral licensing)’라고 학계는 정의한다.

도덕 면허란 공개적으로 자신의 이타적·윤리적 언행을 밝히거나 과시하고 난 후 정작 자신은 사생활에서 이를 잘 지키기보다는 이익의 손실을 보상하려는 욕구가 커진다는 이론이다. 즉 좋은 일을 하고 나면 과거에 했던 좋은 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더이상의 도덕적 행위를 철회한다는 의미다. 소위 ‘도덕 통장’에 돈(도덕)이 많이 쌓였다는 생각이 들면 이정도의 실수나 부도덕은 전혀 흉이 되지 않는다고 믿어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좋은 리더가 도덕 면허의 유혹에 굴복하게 되는 걸까?

원인1. 성공에 대한 지나친 자기 과신. 리더가 자신의 도덕과 업적을 과신하여 자신의 부도덕한 행위를 스스로 완화하거나 합리화하는 경우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지나온 흔적을 인정받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리더의 자기 과신은 처음부터 삐뚤어진 것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성공의 증거를 계속해서 보여주고 싶은 욕심으로 유사한 성공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리더의 비극은 시작된다. 쟁취한 성과는 축복할만한 일이지만 동일한 성공이 계속 반복되어 그 성과가 언제나 리더의 몫으로 남는 것은 아니다. 만약 새롭게 추진하는 성공모델이 원활하지 않다면 리더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한 선택을 감행할 공산이 크다. 이때 리더는 자기방어를 위해 과거의 도적적 성과를 빌미로 지금의 부도덕한 선택은 불가피한 선택임을 주장하며 반성 없는 행위를 반복할 것이다. 그리고 주변인들에게 자신의 위대함과 정당함을 끊임없이 호소하며 동조자를 곁에 두고자 싶어할 것이다. 불안하니까 말이다. 이쯤 되면 모든 것이 명확해진다. 리더는 확실하게 나빠진 것이다.

원인2. 조직분열과 추종자의 생존형 아첨. 리더가 나빠지면 가장 큰 폐해 중 하나는 조직의 분열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굳건히 유지되었던 결속도 리더가 나빠지면 조직을 세가지 종류로 갈라진다. 과거에 좋았던 리더를 추억하는 것만은 공통이지만 나빠진 리더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경고하는 ‘소신파’가 있고, 나빠진 리더에게 동조하며 생존과 기회를 동시에 구걸하는 ‘눈치파’가 있다. 그리고 나쁜 리더에 대한 두려움과 조직의 분열을 관찰하고 복잡한 심정으로 관망하는 ‘방관파’가 있을 수 있다. 나빠진 리더에게 소신파는 당연히 도전자로 인식되고 이들과의 동거는 이미 불가능 해진다. 나빠진 리더는 본능적으로 소신파를 직접 공격하거나 눈치파의 지원 혹은 눈치파의 자발적 공격에 합세한다. 방관파는 변함없이 침묵하고 눈치파는 소신파가 남겨둔 전리품을 독식한다. 추후에 눈치파는 나쁜 리더보다 더 주인 행세하며 부당한 이득을 얻고 그러면 그럴수록 리더는 더 나빠진다. 그것도 무서운 속도로 말이다.

이처럼 리더가 나빠지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 첫째, 리더가 나빠지면 조직도 나빠진다. 미국 MIT 대학의 샤인 Schein 교수는 리더십과 조직문화간 상관관계를 깊이 연구했다. 결국 좋은 조직문화는 좋은 리더가 만들고 좋은 리더는 다시 좋은 조직문화를 만든다는 결론이다. 그 반대의 논리도 가능해진다. 또한 나빠진 리더는 일단 공정한 경쟁을 허락하지 않으며 오로지 내 편인가 아닌가(Us or Them)만을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고 반대자에게는 지나치게 가혹해진다.

둘째, 나빠진 리더의 공적은 과장되어 소위 ‘벌거벗은 임금님’ 처럼 나빠진 리더와 눈치파만이 실속 없는 용비어천가 소리만 조직을 가득 채우게 된다. 과장된 업적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리 없다. 나쁜 결과는 나빠진 리더는 수용하지 못한다. 그러면 제2의 소신파 혹은 제3의 희생자를 만들어 그들을 제거하거나 잘못을 전가하여 심리적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할 것이다. 그래서 갈수록 나쁜 리더 곁에는 사람이 남지 않게 된다.

그럼 리더가 나빠지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그 해법은 오히려 간단하다. 첫째, 정기적인 리더십 점검과 학습을 통해 자신의 초심을 유지해야 한다. 둘째, 건강한 멘토를 확보하여 균현감을 잃지 않는 일이다. 셋째, 참여적 의사결정을 제도화하여 도덕 면허의 유혹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한번 나빠지면 좋아지기 힘들다는 점에서 좋은 리더라면 도덕 면허의 무서움을 지각하고 스스로를 조심하면 더 좋은 리더가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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