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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e커머스 시장에 어떤 영향 미칠까?

  • 기사입력 2020.07.27 10:29
  • 최종수정 2020.08.05 17:04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0년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페이스북이 페이스북 샵스를 통해 국내 e커머스시장에 뛰어들었다. 페이스북은 아수라장인 이 시장에서 이름값을 할 수 있을까?◀

이미지=셔터스톡
이미지=셔터스톡

[Fortune Korea] “페이스북이라… 패션 부문에서 활약하는 인플루언서 셀러들에겐 각광받겠지만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그렇게 클 것 같지 않은데요?” 한 유통업계 전문가의 말이다.

지난 6월 페이스북이 무료 온라인 상점 개설 서비스인 ‘페이스북 샵스 Facebook Shops’를 론칭하며 국내 e커머스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5월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에서 첫선을 보인 페이스북 샵스는 한 달 만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8개 국가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란 이름값이 무색하게 유통업계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과거 네이버가 e커머스시장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았을 때도 경계해 마지 않던 유통업체들 분위기를 생각하면 의외이다. 페이스북의 e커머스시장 도전이 생각했던 것만큼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페이스북의 e커머스 참전 의미

페이스북의 e커머스시장 진출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과거 순차적으로 e커머스시장에 진입했던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체와 검색 플랫폼 기반 포털업체에 이어 SNS 플랫폼 기반이라는 새로운 성격의 기업 등장이기 때문이다.

그간 흥행 트렌드를 보면 항상 새롭게 등장한 업체가 패권을 가져가는 모습을 보였다. 재밌는 건 패권이 이동하는 시간이 급격히 짧아졌다는 점이다. 과거 e커머스시장 독과점 사업자 자리까지 올랐던 이베이코리아가 정점에 머물렀던 시간은 10여 년이나 됐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새로운 패자로 떠오른 쿠팡은 새로운 왕좌의 주인으로 이름을 떨치기가 무섭게 네이버의 등쌀에 떠밀리는 모습이다. 이런 와중에 네이버와 유사한, 자기 영역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하는 플랫폼 기업 페이스북이 시장에 참여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e커머스가 발전하면서 고객들도 과거 특정 기업 충성 모드에서 탈피해 언제든 옆집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유목민화되다 보니 생겨난 현상 같습니다. e커머스 지형 변화 속도가 빨라진 거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이 과도기적인 단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춘추전국시대 같다고나 할까요. 지금이 왕관을 썼다 벗었다 하는 시간이 짧은 특정 구간이라는 거죠. 페이스북이 이 시장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 반 우려 반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 네이버, e커머스 톱티어로

페이스북의 e커머스 시장 참여가 시장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네이버의 영향이 크다. 현재 e커머스시장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네이버와 배경이 비슷해 페이스북 역시 e커머스시장 실력자로 급부상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우려가 기저에 깔려 있다.

네이버와 페이스북은 플랫폼 사업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각각 검색 플랫폼과 SNS 플랫폼을 운영 중인 두 업체는 각자의 영역에서 제왕적 위치에 올라섰다는 점에서도 유사한 면이 있다. 국내시장 기준 네이버가 60% 수준의 검색시장 점유율을, 페이스북이 30% 수준의 SNS시장 점유율을 보인다.

네이버는 검색 플랫폼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지위를 이용해 순식간에 e커머스시장 톱티어로 올라섰다. 네이버는 2014년 e커머스사업 진출을 선언했지만, 실제 사업을 본격화한 건 2018년 플랫폼 내 쇼핑영역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스마트스토어를 전면에 내세운 이후부터였다.

이후 네이버 쇼핑사업 부문은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에는 e커머스시장 1위 업체로 도약했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의 온라인 쇼핑 결제액은 20조 9,249억 원으로 추정됐다. 2위인 쿠팡의 17조 771억 원보다 3조 원 이상 많은 수치였다.

올해 역시 초격차에 가까운 성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올 들어 특가창고나 브랜드스토어, 네이버플러스멤버십 등 서비스 개발과 론칭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어서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2025년 네이버 온라인 쇼핑 결제액 규모가 78조 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네이버와 유사한 페이스북

네이버와 배경이 유사한 페이스북 역시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페이스북 역시 이전부터 e커머스사업에 한 발을 걸치고 있었다. 셀러가 사업자 계정을 통해 상품 홍보 게시글을 올리고 구매 페이지 링크를 걸어두는 방식이었다. 셀러가 (선택적으로) 콘텐츠 건당 광고비를 내게끔 하는 과금구조로 설계돼 실제 수익에 기여하는 부분도 컸다.

최근 e커머스사업을 본격화한 이후부터는 특히 더 네이버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네이버가 스마트스토어, 브랜드스토어 등 판매자들이 입점하는 오픈마켓형 서비스에 입점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과 같이 페이스북 역시 누구나 무료로 온라인 상점을 개설하고 제품 홍보와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셀러들을 모집하기 위한, 또 기존 사업자 계정을 페이스북 샵스 채널로 온전히 이전시키기 위한 전략적 행보이다. 인스타그램이나 왓츠앱을 연동해 e커머스 플랫폼 매력도를 높인다거나 라이브 방송 등의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 등도 유사하다.

물론 네이버와 구별되는 장점도 있다. 페이스북 샵스 셀러들은 페이스북 메신저나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 기능을 통해 소비자와 즉각적인 소통이 가능하고 수십억 명에 이르는 해외 소비자들과도 연결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쇼피파이·빅커머스 등 해외 파트너사와 국내 전자상거래 플랫폼업체 카페24를 통해 관련 서비스를 지원한다. 국내 e커머스 사업자들은 제공할 수 없는 페이스북만의 장점이다.

하지만 네이버와의 유사점이나 차별화된 장점에도 유통업계에서는 페이스북발 충격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이 의견은 크게 두 가지 배경에 근거한다. SNS 플랫폼이 쇼핑에 적합한 툴이 아니란 점과 e커머스업체로서 페이스북 제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 플랫폼 특성의 차이

플랫폼은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플랫폼 사업자가 다른 사업 영역으로 손쉽게 뻗어 나갈 수 있는 배경이 된다. 가령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메신저 플랫폼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 영역으로 서비스를 급속히 확장할 수 있었다. 어떤 서비스든 카카오톡에 연결하기만 하면 사실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용자 기반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이런 이점을 살려 e커머스사업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페이스북 역시 페이스북이라는 강력한 SNS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생활 밀착형인 메신저 플랫폼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져 둘의 사업 확장력은 크게 차이가 난다. 가령 페이스북에서 만든 메신저 서비스 페이스북 메신저는 국내 사용자가 700만 명 안팎으로 4,0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에 비해 절대 열세인데 반해, 카카오톡에서 만든 SNS 서비스 카카오스토리는 지난해 국내 시장점유율이 26.3%를 기록해 페이스북의 29.6%를 바짝 추격하는 모습이었다.

e커머스 부문에서는 이런 차이가 더 극명하게 나타난다. 생활 밀착형 플랫폼 사업자인 카카오마저도 검색 플랫폼 사업자인 네이버에 열세인 점이 이를 방증한다. 상품이라든가 가격 비교에 특화한 검색 플랫폼의 장점을 넘어서기 어려운 것이다. 카카오 역시 다음이라는 검색 플랫폼을 운영 중이지만, 시장 지배력이란 측면에서 네이버에 비할 바는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관계자는 말한다. “페이스북의 e커머스 시장 진출을 두고 그 접근성 때문에 파급력이 대단할 것이라고 하는데, 소비자들이 접근성만으로 지갑을 열지는 않습니다. 그럼 상시 4,500만 명이 쓰고 있는 카카오가 네이버를 압도해야죠. SNS가 일부 매력이 있긴 하지만 e커머스에 특화된 플랫폼이라 보긴 어려운 만큼 네이버나 카카오 수준의 충격을 주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경쟁사 대비 페이 매력 낮아

e커머스업체로서 제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낮은 페이(Pay) 매력도와 물류 시스템 부재에 기인한다.

국내 유력 e커머스업체들은 대부분 자체 페이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자체 페이를 운영하는 이유는 고객 편의성과 데이터 수집 때문이다. 페이 시스템은 간단한 인증만으로도 결제를 마칠 수 있어 쇼핑 마지막 단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고객 변심을 막고 소비자를 자사 시스템에 가두는 록인 효과를 일으킨다. 쇼핑과 결제 정보를 결합해 고객 구매 패턴을 분석하고 앱 리뉴얼 대상을 확인하는 데도 큰 장점이 있다.

페이스북 역시 미국에서는 이미 페이스북 페이를 이용 해 결제까지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우리나라에 서도 이른 시일 내에 페이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페이스북 페이 매력도가 경쟁사들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네이버나 카카오는 자사 플랫폼 내 다른 콘텐츠나 서비스 구매에, 쿠팡은 프리미엄 배송 서비스 등에 페이를 연계해 부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페이스북은 페이 사용이 쇼핑이나 SNS 페이지 꾸미기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 시장 충격 크지 않을 듯

국내 e커머스시장에서 물류 시스템의 부재는 대단히 큰 패널티로 작용할 수 있다. 이율배반적인 소비자 심리 특성이 극대화돼 나타나기 때문이다. 국내 e커머스 소비자들은 최저 가격을 지향하면서도 ‘추가 비용을 내고서라도 주문한 상품을 더 빨리 받아보고 싶다’는 욕구도 강하다. 빨리 빨리를 강조하는 우리나라 국민성이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다.

쿠팡이 촉발시킨 국내 e커머스시장 배송 경쟁은 현재 익일배송을 거쳐 당일배송, 새벽배송으로까지 진화했다. 현재는 대부분 업체가 배송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과거 셀러와 소비자 간 상품 중개에만 집중했던 오픈마켓들조차도 이 경쟁에 뛰어들었을 정도이다. 이들은 택배사나 다른 e커머스업체의 물류 시스템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고 있다.

페이스북 역시 같은 방법으로 대응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이야기는 아니다. 페이 시스템은 미국에서 이미 운영하고 있으니 자연스레 국내에서도 사용될 확률이 높지만, 물류 시스템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한국에서 별도의 물류 시스템을 운영할 확률은 매우 낮아 보인다.

한 시장 관계자는 말한다. “우리나라 e커머스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 이름값 외에 추가적인 경쟁력 확보가 필요합니다. 셀러들의 부담을 덜 수 있는 물류창고 인프라 구축이라든가 소비자 판촉을 위한 유형(有形)의 투자가 병행돼야 하죠. 하지만 페이스북이 그렇게까지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굳이 그렇게 할 이유가 없거든요. 언론을 통해 공개된 지금까지의 행보만 보면 페이스북 샵스 운영은 기존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진지하게 유통사업에 뛰어들어 본질적인 경쟁력을 갖출 생각은 없는 것 같아요. 물론 그래도 시장 파이 일부는 가져가겠지만, 그 이름값만큼 어마어마한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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