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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코로나19 임상의 가시밭길

Trials by Fire

  • 기사입력 2020.08.03 09:44
  • 기자명 ERIKA FRY 기자

효과 있는 코로나 19 치료제 개발의 중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관건은 실제로 의미 있는 데이터를 산출할 수 있는 객관적인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설계하는 것이다. BY ERIKA FRY

뉴욕 소재 바이오 기업 리제네론의 수석 의료책임자 수마시 시바팔라싱엄 Sumathi Sivapalasingam은 최근 몇 주간 많은 미국인들처럼 재택근무를 했다. 그녀는 전염병 전문가이자 의사이다. 하지만 과거 벨뷰 병원(Bellevue Hospital)에서 일했고, 미 질병예방통제센터(CDC)를 위해 전 세계에서 발발한 팬데믹과 싸웠던 그녀조차 브루클린 아파트에서 자가격리를 하며 코로나 19와의 전쟁 한 가운데서 많은 점을 느꼈다.

포춘이 4월 초 그녀를 인터뷰했을 때, 당시 그녀는 임상시험 조사관들 및 의사들과 줄곧 전화통화를 하며 케브자라 Kevzara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리제네론과 프랑스 제약회사 사노피가 공동 개발한 류마티스성 관절염 치료제인 케브자라는 현재 가장 위중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환자에 대한 가능한 치료법으로 연구되고 있다. 두 회사는 전 세계 50개 이상의 장소에서 시행하는 무작위 이중 맹검 /역주: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약이 위약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위약 통제 실험에서, 케브자라를 적극 실험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 자가면역 질환 치료제가 증세가 가장 심각한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치명적인 염증에 제동을 걸기를 바라고 있다.

이런 임상시험은 오랫동안 의료계에서 ‘최적 표준’으로 인식돼 왔다. 편견이 없고 의미 있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설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염병 유행의 한가운데에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시바팔라싱엄이 받은 전화 중에는 친구와 가족은 물론 의사들—죽어가는 동료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다—로부터 받은 가슴 아픈 전화도 있다. 그들은 하나 같이 “리제네론이 도와줄 수 있나?”라고 물었다.

그녀는 "그럴 때는 '어떻게 하지? 우리는 모든 것을 했지만 그들은 죽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고 토로한다. 시바팔라싱엄은 연구진이 일부 임상 참가자들에게 느끼는 개인적인 감정을 이처럼 설명한다. 이런 비통한 심정은 코로나 19의 시기에 엄격한 이중 맹검 임상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직면하는 많은 도전들 중 하나일 뿐이다. 연구진은 바이러스의 위험에도 노출된다. 실제로 리제네론 연구진 중 한 명이 감염됐고, 그는 한동안 격리 상태에서 연구를 진행했다. 위중한 환자들—이들의 친척이 감염됐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로부터 사전 동의를 얻는 과정도 쉽지 않다. 개인보호장비(PPE)가 전 세계적으로 부족한 가운데, 임상 참가자들의 상태에 대한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얻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시바팔라싱엄은 "온도를 재는 과정조차 매우 구하기 힘든 PPE를 소진시킬 수 있다"고 토로한다. 그녀는 “케브자라의 경우, 많은 임상 평가가 선택적으로 진행됐다”며 "우리는 높은 데이터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과정을 제외하고는 모두 생략했다”고 덧붙였다. 리제네론은 폭증하는 환자치료 수요로 인해 이미 한계치에 다다른 의료 종사자들을 돕기 위해, 치료 중심의 일반 병원에서 데이터 수집을 돕도록 팀을 파견했다.
 
현재 이 순간 이런 도전들이 이처럼 엄청나다는 점에서, 시바팔라싱엄과 그녀의 동료들, 그리고 전 세계 과학자들 다수는 “엄격하고 잘 설계된 임상시험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거나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옥스퍼드대 의학 및 전염병학 교수인 마틴 랜드레이 Martin Landray는 “그 동안 진행된 연구는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정말 뒷북을 쳤다"고 지적한다. “그 결과 확실히 이탈리아에서는 여러 약물이 많은 환자들에게 대량으로 사용됐지만, 최종적으로 과연 그 약들이 효과를 보였는지, 혹은 해를 끼쳤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파악하지 못했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무서운 속도로 전 세계를 휩쓸고, 수백만 명을 병들게 하고, 수만 명을 잔인하고 당황스러운 방식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기 때문에, 효과가 있을 수 있는 그 어떤 것이라도 시도해 보려는 충동을 갖게 마련이다. 죽음의 문턱에 몰린 환자들을 마주한 전 세계 의사들은 오래 된 과거의 화합약물들—트럼프 대통령이 열심히 민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대표적이다—을 확실히 뒷받침할 만한 충분한 증거도 없이 실험해 왔다.

FDA와 듀크 대학이 공동 설립한 임상실험 혁신 이니셔티브의 파멜라 테너츠 Pamela Tenaerts 소장은 "사람들은 환자들을 빨리 돕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역사에서 배운 교훈을 조금씩 잊고 있다”고 지적한다. 2009년 신종 플루의 대유행 동안, 페라미비르 peramivir라는 조사 약물이 비상사용 허가 하에 투여가 가능하게 됐다. 당시 미국에서 약 1,300명에 가까운 중증환자가 이 약을 처방 받았다. 하지만 2015년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게재된 연구 결과는 ‘이 사용에서 효과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도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국립보건원(NIH) 데이터베이스에는 1,324개의 코로나 19 임상시험이 등재돼 있지만, 전문가들은 “결정적인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 필요한 신뢰할 만한 대규모 연구는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랜드레이는 "솔직히 쓰레기에 가까울 정도로 수준이 떨어지는 소규모 연구들이 엄청나게 많았다”며 "그런 연구에 참가한 환자의 수를 생각해 본다. 내가 만약 그들을 적절히 규모가 있고, 신뢰할 만한 무작위 대조 시험에 투입한다면, 우리는 지금쯤 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지난 3월 초 세계 최대 규모의 코로나 19 치료제 연구가 된 ‘리커버리(RecoveryㆍRandomised Evaluation of COVID-19 therapy) 임상’을 설계하게 된 것도 이런 깨달음 때문이었다. 영국 국립보건원의 주관 하에 진행돼 입원 중인 코로나 19 환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이번 임상시험은 현재 5개 약물의 효능을 연구 중이며, 9,000명 이상의 환자를 등록했다.

직접적인 접근방식 측면에서, 리커버리 연구는 현대적인 임상시험과는 큰 차이가 있다. 테너츠는 최근 임상시험은 이른바 ‘크리스마스 트리 효과’로 인해, 임상적 질문에 치중하는 형식적인 과정에 종종 그친다고 지적한다. 랜드레이는 가장 기본적인 임상의 본질에 대해 "정통주의와 전통을 버려야 한다.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잊어버려라"라고 강조한다. 그것이 대유행병보다 더 오래 지속될 ‘사고의 변화’가 되길 바란다.

▲주목해야 할 4가지 연구

-리커버리(임상)

옥스퍼드대 마틴 랜드레이 교수는 버스에서 글로벌 보건 자선단체 웰컴 트러스트의 이사인 제러미 패러 Jeremy Farrar를 우연히 만났다. 둘은 영국에서 간단하고, 유연한 대규모 임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임상시험이 가능한 코로나 19 치료 성과를 신속하게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며칠 만에 설계된 이 임상은 9,000명 이상의 코로나 19 환자를 참여자로 등록했다.

-솔리대리티(임상)

영국의 리커버리 임상과 유사하게, WHO가 운영하는 이 연구는 전 세계 코로나 19 환자들의 치료 과정에서 여러 가지 약을 시험하고 있다. WHO는 평균 무작위 임상보다 시간이 80% 단축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NIAID

길리어드가 개발한 항바이러스제인 렘데시비르에 대한 미국 국립 알레르기ㆍ감염병 연구소(NIAID)의 무작위 대조 임상 결과가 언론을 장식했다. 초기 데이터에서 이 약이 코로나 19의 치료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혔기 때문이다. 렘데시비르는 WHO의 솔리대리티 임상(위 기사 참조) 등 전 세계의 다른 임상에서도 연구되고 있다.

-리제네론

이 생명공학회사는 이미 임상 시험 중인 케브자라라는 한 가지 약물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6월에는 코로나 19 환자를 치료하고,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예방제 역할을 하는 항체 칵테일을 개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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