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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포춘 500대 기업 | 화장지 실종사건
[포춘US]포춘 500대 기업 | 화장지 실종사건
  • Jen Wieczner 기자
  • 승인 2020.08.06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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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지 사업은 매우 효율적인 ‘가치창출’ 산업의 교과서적인 사례다. 하지만 공포의 사재기에 따른 판매 급증으로 이 사업의 작동방식은 엉망이 됐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살펴보자. By Jen Wieczner

종이제품 대기업 킴벌리 클라크의 경영진은 지난 3월 13일 금요일 서둘러 사무실을 닫기 전 마지막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아리스트 마스토리데스 Arist Mastorides 북미 가정용품 담당 사장은 이날 퇴근 길에, 위스콘신 주 니나 Neenah의 위너베이고 호수 끝자락에 있는 동네 월마트에 들러 비상 상황을 직접 목격했다. 마스토리데스는 코튼엘 Cottonelle이나 스콧 Scott 같은 화장지 브랜드를 총괄하지만, 그날 저녁에는 이 제품들을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살면서 휴지와 고급 화장지가 전혀 없는 긴 곤돌라 선반을 볼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매우 불안한 상황이었다”라고 회상한다. 

실제로, 그 한 주는 2020년의 ‘화장지 공황 사태’로 기억될 것이다. 소비재 동향을 추적하는 NC솔루션스 NCSolutions에 따르면 전날인 3월 12일 화장지 판매량은 작년 같은 날 대비 734%나 폭증, 지출된 금액 기준으로 식료품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이 됐다. 쇼핑객들이 코로나바이러스를 피하기 위해 무한정 집에서 칩거할 준비를 하면서, 그들은 아마존에 이어 미국 전역의 슈퍼마켓에서 화장실의 가장 기본 제품을 싹쓸이했다. 물론 사람들은 (업계 용어로)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집에서 40% 정도 더 많은 화장지를 필요로 할 수도 있었다. 이런 상황은 집이 아니더라도, 직장과 레스토랑이나 호텔에서 벌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사들였다. 닐슨에 따르면 5월 2일까지 9주 동안 판매량은 전년 대비 71% 가까이 증가했다. 사람들이 살 수 있는 화장지가 충분히 있었다면, 그 수치는 훨씬 더 올라갔을 것이다. 처음에 전문가들은 제품 부족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3월 22일자 월스트리트 저널 사설은 ‘우리가 완화할 수 있는 한 가지 두려움이 있다: 그것은 미국에서 화장지가 바닥나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미국 내 많은 곳에서 부족 사태를 겪었다. 3월 23일까지 미국 식료품점(온라인 판매업체 포함)의 70%에서 화장지가 품절됐다. 베인에서 글로벌 공급망 관행을 총괄하는 피트 과라이아 Pete Guarraia는 "모두가 미리 사재기를 하면, 당연히 제품 부족이 발생한다. 지각이 현실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유행병이 돌기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나며, 화장지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모든 종류의 샤민 Charmin 화장지는 아마존닷컴에서 무기한 ‘품절’ 상태며, 코스트코는 ‘공급 제한’으로 인해 화장지 배송을 중단했다. 월마트의 대변인 댄 토포렉 Dan Toporek은 “창고에 재고가 쌓여있는데 제품을 매장에 들여오지 않는 상황은 아니다”며 "그냥 정말 수요가 너무나 많아 재고를 유지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한다. 주요 기업들은 이제 화장지처럼 평범한 제품이 독특하게 복잡한 공급망의 도전과제를 의미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소비재 산업이 최근 몇 년간 효율성에서 이룬 큰 발전—특히 ‘적기 공급(just in time)’ 생산과 유통을 거의 전 세계적으로 채택하고 있다—이 이제는 고객들에게 화장지를 공급하는 경로를 막고 있다. 그리고 기업들은 화장지—소독용 물티슈와 제빵용 효모 같은 필수 품목들 중 하나일 뿐이다—로 인해, 현대 제조와 물류 시스템이 가진 약점을 힘들게 깨우치고 있다.

식료품 산업을 대표하는 업계 단체인 FMI의 레슬리 사라신 Leslie Sarasin CEO는 “우리는 그 동안 시스템이 가능한 한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 정말 노력해왔다. 하지만 그 결과는 몇 주 간 속절없는 공급 부족으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이 식료품업체들이 샤민 생산업체인 프록터 앤드 갬블과 킴벌리 클라크 같은 제조업체에서 화장지를 대량으로 구입하는 사례가 눈덩이처럼 급증하고 있다. 생산량이 늘었어도 재고가 없어 처리 못하는 이월 주문(back orders)이 여름까지 줄곧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한편, 계속 비어 있는 매장 선반은 제품이 정말 부족하다는 인식을 영구화 하고 있다. 그래서 공포에 휩싸인 사재기가 계속되고 있다. 모국어인 아르헨티나어 액센트로 간절한 심정을 토로하는 P&G의 상품 공급 책임자 훌리오 네메스 Julio Nemeth는 "우리는 사이버 보안 공격부터 지진, 화재에 이르기까지 수천 가지 다양한 사건에 대비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동시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는 준비가 안 돼 있다. 현재 전염병으로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놀랍게도 실제로 화장지는 주로 브라질의 유칼립투스 나무에서 자란다. 미국과 캐나다의 나무들은 자르기까지 수십 년이 걸리는 반면, 달콤한 민트 향이 나는 브라질 나무는 불과 6~7년 만에 100피트 상공에 도달하며 옥수수보다 빨리 자란다. ‘닥터 페이퍼 Dr. Paper’로 널리 알려진 BMO 캐피털 마켓의 포장재 및 임산물 애널리스트 마크 와일드 Mark Wilde는 "그 제품들을 그렇게 낮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마진이 아주 미미한 화장지 같은 제품이라면 한 푼이라도 아끼는 게 관건이다. HSBC에 따르면, 두루마리 화장지의 판매가 급증함에 따라 샤민과 코튼엘 생산에 사용되는 버진 펄프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다. 이에 따라 5월 초 상품 가격은 톤당 약 500달러로 30달러 상승했다. 하지만 화장지 가격을 올리면, 당장 소비자들은 분노할 것이다. 그래서 화장지 산업이 아마도 다른 어떤 업계보다도 비용에 집착하는 것이다.

지난해 P&G의 글로벌 제품 공급책임자에서 은퇴한 야니스 스코우팔로스 Yannis Skoufalos는 "공급과 수요 사이에서 최대한 완벽하게, 완벽하게 최적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균형이 깨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역사적으로 수요가 너무 지루할 정도로 변함이 없기 때문에, 적절한 양의 화장지를 생산하는 것은 쉬웠다. 그리고 화장지 크기 때문에, 아무도 귀중한 공간을 차지하는 여분의 제품을 원하지 않는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화장지는 ‘적기 공급’ 생산—지난 10년간 소비재 산업을 지배하게 된 방식이다—를 대표하는 상품이 됐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유행병 공포에 휩싸인 쇼핑객들이 화장지 코너로 몰려 들었을 때, 공급망 그 어디에서도 2~3주 이상의 판매 재고가 없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P&G는 일찌감치 지난 2월부터 잠재적으로 증가할 수요와 공장 폐쇄에 대비, 크레스트 Crest 치약과 올레이 Olay 보습크림 같은 브랜드의 생산량을 늘렸다. 하지만 네메스는 “화장지는 단 한번도 충분한 수량을 생산한 적이 없다”고 토로한다. 

비용 고려가 한 가지 원인으로 작용했다. 스코우팔로스는 “타이드 세제를 생산하는 조립 라인을 만드는데 1,000만 달러도 안 드는 반면, 화장지 생산기계를 추가로 설치하려면 약 3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패스트마켓 RISI에 따르면, 3월 화장지 생산기계의 가동률은 평소 92%에서 99.8%로 증가했다. 그렇더라도 미국 전체 생산량은 한 달 동안 약 70만 톤으로 8% 증가에 그쳤다.

그린 베이의 P&G 공장에서 생산 중인 샤민 화장지. P&G에선 사무직 직원들도 제품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공장 근무에 동참하고 있다. 사진=포춘US
그린 베이의 P&G 공장에서 생산 중인 샤민 화장지. P&G에선 사무직 직원들도 제품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공장 근무에 동참하고 있다. 사진=포춘US

베인의 과라이아는 "이번 대유행병은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한다. 그 동안 아마존은 소매업체들 중에서 가장 극단적인 적기 공급 모델을 택했다. 당일 배송, 심지어 한 시간 내 배송으로 수익을 내는 것은 정확한 수요예측에 달려 있다. 아마존 임원 출신으로 현재 전자상거래 최적화 회사 아이디오클릭 IDeoclick의 전략 및 통찰력 부사장을 맡고 있는 안드레아 리 Andrea Leigh는 “아마존이 화요일에 상품을 주문한 후 금요일까지 정말로 물류창고에 입고할 수 있다는 점을 예측한다면, 그것은 매우 훌륭한 방식"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화장지 생산 문제는 수개월째 주문이 밀려 있는 아마존에 전례 없는 도전이 되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는 3월 21일 일부 상품의 입고를 전면 중단하면서 "가정 필수품의 재고와 배송을 우선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리는 팬데믹으로 인해 설령 판매량이 늘었다고 해도, 아마존은 화장지 같은 기본 제품에서 거의 이익을 거두지 못한다고 설명한다(브라이언 올사브스키 Brian Olsavsky 아마존 CFO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아마존이 많은 저가 상품에서 올린 매출은 “기본적으로 원가를 충당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은 이번 기사에 대한 코멘트를 거절했다).

그리고 아마존은 화장지 판매가 이익이 되지 않는 것만큼, 화장지를 제대로 팔 수 없으며 고객 서비스에서 대가를 치르고 있다. P&G 임원 출신으로 현재 컨설팅업체 스트래티직 리소스 그룹 Strategic Resource Group의 대표를 맡고 있는 버트 플리킹어 Burt Flickinger는 "아마존이 8주 이상 연속으로 샤민 화장지를 배송할 수 없다는 사실은 얼마나 상황이 심각한지 보여준다"고 말한다. 아이러니한 점은 사람들이 집에 틀어박혀 있는 가운데, 아마존이 화장지의 파이프라인을 뚫느라고 다른 상품의 잠재적 매출을 날려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RBC 캐피털 마켓의 인터넷 담당 애널리스트 마크 머해니 Mark Mahaney는 "그들은 틀림없이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가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전자상거래 업체의 임원 월리 노윈스키 WALLY NOWINSKI는 아마존을 통해 화장지를 ‘구독’하며 격주로 배달을 받는다. 하지만 2월 말부터 샴푸와 비누 구독 상품은 제 시간에 도착하는 동안, 아마존은 4회 연속 화장지 배송에 실패했다. 그러다 4월 말 24롤 짜리 퀼티드 노던 Quilted Northern 제품 3개가 일주일 동안 배달됐다. 당시로서는 그에게 큰 도움이 된 것도 아니었다. 그는 “우리는 가게에 나가 화장지를 샀다. 갑자기 두 달 치나 필요가 없었다"고 말한다.

노윈스키의 경험은 회사들이 화장지 부족 사태로 인해, 막후에서 얼마나 고전하는지를 보여준다. 수요가 여전히 생산 능력을 초과하기 때문에, 화장지는 계속 ‘할당’ 상태다. 소매업체들이 주문량의 극히 일부만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보통은 가장 인기 있는 시즌 장난감이나 게임에만 적용되는 조치다. 리는 “아마존이 구독을 우선시하고 있기 때문에, 배송 지연은 대유행병 발생 훨씬 전에 받은 화장지 주문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비슷한 문제에 직면한 코스트코는 당분간 화장지를 온라인에서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밥 넬슨 Bob Nelson 재무담당 수석 부사장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창고를 최대한 잘 채워두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한다.

어떤 업체도 원하지 않는 상황은 마침내 구매가 둔화될 때 수많은 화장지 더미에 갇히는 것이다(물가가 비싼 높은 도시의 소비자들은 공감할 수 있다. 노윈스키는 "우리는 한 달에 평방피트당 5달러를 임대료로 지불한다. 나는 이 화장지를 모두 보관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과라이아는 "모든 충격에 100% 대응할 수 있는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며 "그러나 내가 즐겨하는 비유는 ‘사고를 당해도 절대 다치지 않을 차를 만들 수 있지만, 그 차를 운전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제조업체들은 사람들의 재택근무가 늘어나기 때문에, 화장지 수요 증가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적응하고 있다.

킴벌리 클라크의 마스토리데스는 3월 금요일 사무실을 떠난 후, 주말 동안 어떤 종류의 화장지 생산을 중단할지 결정하면서 ‘재고관리단위(SKUsㆍStock Keeping Units)’를 절반 이상 줄였다. 그 결과, 회사는 코튼엘 12팩 짜리 제품보다 6팩 짜리 ‘메가 롤’에 집중하고 있다. 공장들이 자재 교환을 위해 기계를 자주 멈추는 것을 막아, 정지시간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이다. 일부 변형 제품들은 팬데믹 이후에는 사라질 전망이다. 마스토리데스는 "코로나 19가 종식되면 우리는 매우 다른 상품구색을 갖추게 될 것 같다"고 설명한다.

P&G에서 네메스 팀은 두 달간 기록적인 생산량을 기록한 끝에, 위기에서 얻은 교훈을 실천하고 있다. 네메스는 "우리는 교훈을 통해, 본질적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다"고 말한다. P&G는 매우 예측 가능한 수요에 맞춰 운영 방식을 수정하면서, ‘변동성이 훨씬 높은 환경’에 대비해 재설계하고 있다. 여기에는 신규 공급업체와의 신속한 협력관계 구축, 유통망 추가, 초기 수요충격을 경고하기 위한 데이터 활용 등이 포함된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필요성은 또한 P&G가 근로자들을 더 많은 교대조에 분산시킴으로써, 더 효율적으로 공장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는데 도움을 줬다. 심지어 최근에는 사무직 직원들도 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결국, 제품 부족 사태는 우리들만큼이나 샤민 담당 경영진의 애를 태우게 했다. 네메스는 “이제 나도 누구나 살 수 있는 일반 매장에서 화장지를 구매한다"고 말한다. 물론 다 팔리지 않았다면 말이다.

 

▲화장지 사태에 대응하다
화장지 공급부족에 고심하고 있는 포춘 500대 기업들이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앞다퉈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킴벌리 클라크(포춘 500대 기업 순위: 175위)
톱 브랜드 코튼엘의 ‘더블’ 롤 화장지보다 ‘메가’ 제품에 더 집중하고 있다. 제조업체 킴벌리 클라크는 조립 라인의 일시 중단을 피하기 위해, 생산 중인 화장지의 변형제품 숫자를 줄였다. 12팩보다 6롤 팩을 우선시해 고객들이 공급 받는 수량을 늘리기 위한 조치다.

-프록터 앤드 갬블(50위)
심지어 사무직 직원들도 최근 공장 근무조에 합류해 생산량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P&G의 훌리오 네메스는 "또한 회사는 수요 변동을 예측하고 ‘위아래 등락에 더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분석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트코(14위)
이 창고형 식료품 판매업체는 회원 1인당 점보 팩 한 개로 화장지 구매를 제한하고 있다(쇼핑객들간의 다툼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코스트코는 일단 6월까지 온라인 화장지 판매를 중단했다.

-월마트(1위)
^월마트는 3월 이후 하루에 5,000명씩 신규 근로자들을 고용해왔다. 회사는 총 20만 명을 채우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고객들의 수요가 자사 공급망에 압박을 가함에 따라, 매장 선반을 채우고 주문을 처리하기 위한 조치다. 월마트는 또한 제조업체들이 화장지를 매장으로 직접 보내도록 하고 있다. 물류창고 우회에 따른 배송 지연을 피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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