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조업체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스(AMD)는 리사 수 Lisa Su가 CEO로 취임할 당시, 업계의 낙오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6년이 지난 현재 회사는 인공지능과 게임 같은 고성능 기술을 뒷받침하는 강자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이번 심층 인터뷰에서 이 AMD 수장은 슈퍼컴퓨팅과 회사의 사업전환 과정, 그리고 팬데믹 속에서 글로벌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소회를 밝혔다. INTERVIEW BY AARON PRESSMAN

※이번 인터뷰는 지면 공간과 명료성을 고려해 내용을 편집했다.

2014년 10월 당신이 전권을 잡았을 때, AMD 매출은 거의 40% 감소했고, 시장 점유율은 반 토막이 났고, 주가는 심지어 2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고성능 칩에 집중하며 사업을 개편하려는 당신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주가는 상승했고[1], 리뷰어들이 회사의 최신 라이젠 Ryzen 칩 라인업에 열광했다. 올해는 AMD 칩을 탑재한 100개의 신종 노트북이 출시될 예정이다. 당신은 언젠가 내게 이런 전환 과정을 "연속으로 전쟁을 치르는 느낌"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수 차례 전투에서 이긴 기분이 어떤가?

수: 그 모든 일들이 정말 흥분됐고 보람찼다. 지난 몇 년간의 경험은 확실히 우리가 무언가를 하기 시작했을 때, 실제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쌓는데 도움이 됐다. 그리고 우리가 그 일을 시작했을 때,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컸다. 하지만 앞으로 더 할 일이 많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항상 다음 계획과 혁신제품을 준비해야 한다.

이제 기대치가 높다. 제품 계획뿐만 아니라 삶도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흥미롭다. 그리고 선택은 더 잘 한다고 실제로 더 쉬워지지 않는다. 솔직히 그 선택들은 모두 다 똑같이 어렵다.

지난 5년간 당신 회사의 제품 로드맵에는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 처리장치)를 위한 완전히 새로운 설계가 포함됐다. [2]GPU는 예전에는 비디오 게임에만 사용됐지만, 지금은 빅 데이터 분석을 지원하기 위해 데이터 센터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그 다음 계획은 뭔가?

우리는 컴퓨팅뿐만 아니라 게임의 그래픽을 최적화하기 위해, 그래픽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그것이 우리가 많은 역점을 두는 새로운 방향이다.

AMD를 차별화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그것은 우리가 각 표준작업에 대해 최고의 프로세서를 조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조합과 다른 상호연결 속에서 CPU와 GPU를 결합하는 이 아이디어는 실제로 미래의 발전된 컴퓨팅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비디오 게이머들이 필요로 했던 것과 같은 종류의 GPU 칩이 구글과 아마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의 인공지능 및 기계학습 앱도 구동하고 있다는 점은 재미있는 사실이다. 간단한 다수의 작업들을 빨리 실행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GPU 칩들이 데이터 센터에서 왜 그렇게 많이 필요한 건가?

컴퓨터들이 점점 더 똑똑해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더 똑똑해지는 방법은 좀 더 효과적으로 패턴들을 인식한 후 매치 시키고, 그 정보를 활용해 미래에 좀 더 스마트 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기계학습과 인공지능, 고성능 컴퓨팅의 전체 개념이다.

컴퓨팅의 이 부분은 실제로 다른 어떤 것보다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그것은 우리가 생성하고 있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데이터로 무엇을 해야 할지 정말 모른다. 우리 각자는 너무나 많은 정보를 만들어 내고 있다. 회사들도 엄청난 양의 정보를 생산하고 있다. 인터넷은 엄청난 양의 정보를 만들어 내고 있고, 우리는 이 모든 정보로 무엇을 해야 할지 파악해야 한다.[3]

당신은 ‘성과 곡선’에 어떻게 변화를 주나? 기술 분야에서 우리 업계가 5년 또는 10년 동안 달성한 성과 이익을 그려보면 종종 일직선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즉, 그 기간을 관통하는 직선을 그릴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 목표는 그 선을 바꾸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표준선을 넘어, 성과 곡선을 변화시키고 싶다.

AMD는 역사상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최근 정부 입찰을 두 번 따냈다. [4] 그런 맥락에서 당신 회사의 기술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가?

AMD가 오크 리지 국립연구소(의학 및 기상과학을 연구한다)나 로런스 리버모어 연구소(미국 핵 보유고의 시뮬레이션 등 국가안보와 관련된 중요한 역할을 한다)의 과학연구에서 해결하고 있는 문제들을 생각해보면, 그 모든 것들이 더 방대한 데이터세트를 바탕으로 더 많은 연산을 했을 때 성과가 좋았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이런 대형 슈퍼컴퓨터를 만들며 하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CPU와 GPU의 조합과 고성능 상호연결을 추가함으로써, 일반적인 확장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그리고 이 기술이 게임 콘솔에 들어가는 것과 동일한 기술이기 때문에 흥미롭다(물론 게임에 사용되는 기술보다는 훨씬 규모가 크다). 하지만 그 기술은 다른 방식으로 사용되며,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정말 어려운 응용기술(applications)에 활용된다.

당신 회사가 만들고 있는 슈퍼컴퓨터는 현존하는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보다 5배나 빠른 10의 18승(exaflop) 속도[5]에 도달할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엄청난 도약을 할 수 있는가?

어느 한 가지만 특별히 작용한 것은 아니다. 여러 요소가 합쳐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이런 구성 요소들이 과거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데이터와 운영을 공유할 수 있는 스마트 인터커넥트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더 똑똑하다’는 아이디어다.

내 새 노트북은 이전 노트북보다 속도가 5배나 빠르지 않다. 그 근처에도 못 간다. 당신은 소비자들이 쓰는 일반 기기가 다시 그렇게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상상하는가?

오늘날 우리가 슈퍼컴퓨터에 투입하는 기술은 분명 소비자 기기에서도 구현될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5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혁신을 가로막는 장벽을 없애기 위해, 이런 대규모 응용기술을 활용하는 과정은 항상 그래왔다.

우선, 큰 문제를 해결하자. 그리고 향후 5~10년간 원가와 제조 기술이 적정 수준에 도달하면, 서서히 그 기술을 소비자 기기에도 적용한다.

당신이 쓰는 일반적인 워드프로세서는 아마도 더 빠른 CPU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몇몇 응용 기술들은 소비자들도 누릴 것이다. 예를 들어, 기계학습 기술의 많은 부분이 음성 인식과 같은 기술들에 정말 유용하지 않은가? 그리고 지금 현재 음성 문자 변환기(speech-to-type conversion)를 생각해보면 그 기술은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세계는 지금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당신은 지난 3월 5일 애널리스트들에게 “바이러스가 아직까지는 회사 재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을 고려할 때, 장기적인 우려는 무엇인가?

코로나 19 위기는 정말로 전례가 없는 일이며,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의 우선순위는 직원들과 협력업체, 지역사회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다. 직원 1만 명이 넘는 회사가 즉시 재택근무로 전환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우리는 또한 원격으로 매우 정교한 엔지니어링 작업을 포함, 업무를 다른 방식으로 처리하는 방법도 알게 됐다. 동시에, 우리는 고객들의 우선순위가 변화함에 따라 그들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 제품은 여러 나라를 거쳐 생산되는 복합 공급망을 갖고 있다. 비록 초기에는 약간의 차질이 있었지만, 우리는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었다.

지리적으로 더 많은 중복성을 추진한다는 의미인가?

정확하다. 공급망과 엔지니어링 팀을 여분으로 확보한다는 얘기다. 상황이 변함에 따라, 비상계획을 세우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 사업환경과 관련된 많은 다른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당신은 포춘 선정 500대 기업의 여성 CEO 35명 중 한 명이다. 여성 리더들을 기술 분야에 더 많이 진출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 가지 방법은 인재공급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충분한 여성들이 현장에서 시작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방법은 여성들이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좋은 사람들에게 좋은 기회를 주면, 그들은 빛을 발할 것이다. 우리는 특히 기술직급의 고위직에 집중적으로 주목하고 있다. [7] 하지만 이런 역할들은 매우 경쟁이 치열하며, 결국 항상 그 일에 적합한 최고 인재를 기용하는 게 중요하다.

회사를 되살리기 위한 전략의 일부가 게임 콘솔용 맞춤형 칩을 만드는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특별한 기기가 없어도, 모든 종류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다. 과연 콘솔게임이 여전히 훌륭한 사업인가?

게임은 좋은 사업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기에 모바일과 PC, 콘솔, 클라우드를 다 합해 전 세계적으로 20억 명이 넘는 게이머들이 있었던 것 같다. [6] 올해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 모두 차세대 콘솔을 출시하는 등 게임 분야에 있어 중요한 해다. 그것들은 2020년 가장 기대되는 소비자 제품들 중 하나이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게임 사업을 좋아한다. 그것이 기술을 매우 잘 활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게임을 통해 많은 가정을 공략할 수 있다. 따라서 게임은 우리 포트폴리오에서 계속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클라우드 게임에 기회가 있겠지만, 앞으로 몇 년은 더 걸릴 것 같다. 

▲행간을 읽다

(1) AMD 주가 성적

2020년 4월 9일
48.38달러

2014년 10월 8일
3.28달러

출처: 블룸버그

(2) 칩을 숙지하자: CPU, 즉 중앙처리장치(central processing unit)는 일반적으로 PC와 서버의 메인 컴퓨팅 칩으로 사용된다. 그래픽 처리장치인 GPU는 비디오 게임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선보였지만, 현재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앱에도 사용된다.

(3) 글로벌 인터넷 사용자
출처: ITU

2001년  4억 9,500만 명
2019년  41억 명

(4) 슈퍼 딜: 지난 3월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의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는 6억 달러 규모의 슈퍼컴퓨터 엘 캐피탄 El Capitan의 프로세서를 공급할 업체로 AMD를 선정했다. 회사는 작년에도 DOE 산하의 오크 리지 국립연구소에 프런티어 Frontier라는 신형 슈퍼컴퓨터를 공급하는 비슷한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5) 엄청난 숫자: 엑사플롭은 초당 10의 18승을 계산해야 한다. 애플은 아이폰11에 탑재된 A13 프로세서가 1테라플롭 teraflop /*역주: 1초에 1조번의 연산을 하는 능력/ 수준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엑사플롭과 맞먹으려면 100만대의 아이폰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6) 계속 증가하는 게임 인구: 리서치 회사 뉴주 Newzoo는 ‘지난해 약 25억 명이 비디오 게임을 하는데 1,520억 달러를 썼다’고 밝혔다. 이 금액 중 약 45%는 모바일 게임에, 3분의 1은 콘솔에, 나머지는 PC 게임에 지출했다.

(7) 아직 갈 길이 멀다: 가장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18년 AMD에서 여성은 전체 일자리의 24%, 엔지니어링 관련 일자리의 18%를 차지했다. 비교를 위해 다른 통계를 보면, 지난해 여성은 미국 내 컴퓨터 및 수학 관련 일자리의 26%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