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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TUNE’S EXPERT | 안병민의 경영수다

리더의 질문 '물처럼 리드하라'

  • 기사입력 2020.06.26 10:36
  • 기자명 하제헌 기자

일찍이 노자는 물이 가진 성질을 찬탄해마지 않았다. 필자는 노자가 밝힌 물의 특성을 일곱가지로 나눠봤다. 각각의 특성을 현대 리더십에 견줘봤다. 물에서 찾아 읽는 리더십 이야기다.

노자를 통해 현대 리더십을 배운다. 사진 셔터스톡.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가치는 물과 같다. 도덕경에 나오는 노자의 가르침이다. 우리는 매일 물을 마시며 산다. 우리 몸의 70%가 물이고, 물 없이 버틸 수 있는 최대기간이 3일이라니 말 그대로 생명수다. 물리적, 생리적 효과뿐만 아니다. 물이 우리에게 주는 효용은 더 있다. 제왕학 관점에서의 물이다. 
먼저, 거선지(居善地).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물이 높은 곳으로 거슬러 흐르는 법은 없다. 아무도 원치 않는, 낮은 곳으로 임하는 게 물이다. 겸손이다. 낮춤으로써 올라간다. 내려가니 외려 올려본다. 많은 리더가 스스로 앞장서려 하나 뒤로 밀리고 만다. 겸손이 빠져서다. 겸손해야 경청할 수 있다. 경청해야 소통할 수 있다. 소통 없는 조직에 남는 건 영혼 없는 노동 뿐이다. 리더의 겸손이 구성원의 열정과 주인의식을 빚어낸다. “나는 겸손한 리더인가?” 리더 혼자만의 열 걸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열 걸음을 만들어내려면, 반드시 물어야 할 첫 번째 질문이다. 
둘째, 심선연(心善淵). 물은 깊고 크다. 그 깊이와 크기를 알 수 없으니 그윽하다. 웅숭깊다. 텅 빈 듯 맑다. 있는 듯 없는 듯 늘 한결 같은 물. 그러니 미욱한 자는 물을 업신여긴다. 물은 그 모든 걸 품어 안는다. 세상을 포용한다. 천리를 내달리는 천리마를 키우려면 너른 들이 있어야 한다. 우리 조직에 천리마 같은 인재가 없다며 직원들 탓할 일이 아니다. 그들이 뛰놀 수 있는 너른 들을, 리더인 내가 제공했는지 살펴야 한다. 두 번째 질문은 그래서 이거다. “나는 포용하는 리더인가?”
셋째, 여선인(與善仁). 물은 모든 걸 적셔준다. 아낌없이 가진 걸 베푼다. 그럼에도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리더의 헌신은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서가 아니다. 조직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다. 목적이 달성되었다면 그걸로 된 거다. 그런데 자꾸 생색을 내려 한다. 거기서 사달이 난다.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이라면 그건 거래다. 거래관계의 핵심은 주판알 튕기기다. 얼마를 주고 얼마를 받을지 서로 계산하는 조직의 성과는 딱 거기까지다. 열정과 헌신의 실종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조직의 목적과 조직의 존재이유를 위해서라면 그저 해야 한다. 그냥 해야 한다. 그게 리더다. 그래서 뒤따르는 질문. “나는 내 일의 목적을 아는 리더인가?” 내 일의 목적을, 내 삶의 이유를 알아야 진짜 리더다.
넷째, 언선신(言善信). 물은 물길대로 흘러간다. 막힌 곳에서는 방향을 튼다. 터진 곳으로 흘러간다. 예측가능성. 그래서 물은 곧 믿음이고 신뢰다. 리더에게 신뢰는 필수다. 나를 위해 자기의 목숨을 내어놓을 리더를 위해 부하 역시 목숨을 던진다. 믿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의 많은 지휘관이 부하에게 보복 사살을 당했다. 적이 아니라 부하의 손에 죽은 거다. 신뢰를 잃은 리더의 비극적 결말은 우리에게 반면교사다. 나와 함께 일하는 내 후배들이, 내 팀원들이, 오늘도 나에게 마음 속 방아쇠를 당기고 있을지 모른다. 리더의 언어에 신뢰가 담겨야 하는 이유다. “나는 믿음을 주는 리더인가?” 깊이 자문해야 한다.
다섯 째, 정선치(正善治). 물은 낮은 곳부터 채운다. 울퉁불퉁 튀어나온 바닥도 물을 부으면 평평해진다. 높고 낮음의 차이를 없애는 거다. 물은 이처럼 공평하여 사사로움이 없다. 모두에게 한결같다. 리더 역시 그래야 한다. 사심 가득한 리더는 나의 입신과 나의 이익을 위해 상황을 왜곡하고 진실을 은폐한다. 하지만 하늘이 알고, 땅이 알며, 내가 안다. 잠깐은 속일 수 있어도 언젠가는 드러나게 마련이다. 리더라면 누구나 공정하고 떳떳하고 반듯해야 하는 이유다. “나는 공명정대한 리더인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리더의 다섯 번째 질문이다.
여섯 째, 사선능(事善能). 물은 유연하다. 네모난 그릇에 담으면 네모나게 변하고, 둥그런 그릇에 담으면 둥글게 변한다. 자기를 고집하지 않는다.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한다. 흘러가다 장애물을 만나도 싸우지 않는다. 슬쩍 비켜 돌아가거나 아래로 스며들 뿐이다. 그렇게 흘러 흘러 결국 바다까지 간다. 연을 날리는 데 있어 중요한 건 연이지, 실이 아니다. 그러나 많은 리더들이 목적과 수단을 혼동한다. 수단에 매몰되어 일을 그르친다. 일을 함에 있어 물이 유능한 건 그래서다. 수단을 지배해야 한다. 수단에 지배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유연한 리더인가?” 리더라면 천 번 만 번 곱씹어야 할 중요한 질문이다. 
마지막, 동선시(動善時). 물은 때를 잘 알아 맞춤하여 움직인다. 추우면 얼어서 얼음이 되고, 따뜻하면 녹아서 물이 되며, 뜨거우면 기화되어 허공으로 흩어진다. 혁신에 있어 적시(適時), 즉 적절한 시점을 아는 거다. ‘손자병법’을 지은 춘추시대의 병법가 손무도 ‘천시(天時)’라 하여 이를 강조했다. 전쟁의 승리를 위해서는 낮과 밤, 추위와 더위 등에 따른 시간의 제약을 잘 알아야 한다. 무작정 기다리는 것도, 무턱대고 몰아치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세상만사 저마다의 때가 있는 법이다. 모든 게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그 타이밍을 물은 잘 안다. 어제와 전혀 다른 오늘이 펼쳐지는 격변의 시대, 물에게서 배워야 할 ‘환경독해력’이다. “나는 변화에 민감한 리더인가?” 리더가 챙겨야 할 마지막 질문이다. 
불은 뜨겁지만, 물은 차갑다. 불은 위로 솟아오르지만, 물은 아래로 흘러내린다. 불이 해라면, 물은 달이다. 불이 공격이라면, 물은 방어다. 불이 구분이라면, 물은 포용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불의 리더’가 한 시대를 풍미했다. 속도와 효율이 중요했던, 관리와 통제의 시절이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자유와 창의가 중요한, 위임과 분산의 세상이다. 정의하여 나누고 구분하던 불의 시대는 저물었다. 포용하여 붙이고 섞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물의 시대다. 불처럼 뜨거운 리더가 아니라, 물처럼 유연한 리더가 세상을 품어 안을 수 있는 이유다.
노자를 통해 읽는, 물이 주는 리더십의 통찰은 그래서 작지 않다. “상선약수 수선리만물이부쟁 처중인지소오 고기어도(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다투지 않는다. 물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임한다. 그래서 도(道)에 가깝다. 도덕경 8장이다. 노자는 이어 말한다. “부유부쟁 고무우(夫唯不爭 故無尤)”. 모름지기 다투지 않으니 허물이 없다. 싸워서 이기는 게 아니다. 그래 봐야 하나가 될 수 없다. 품어 안아 우리가 되어야 한다. 진정한 하나 되는 길이다. 물에게서 배운다. 리더라면 물처럼! 물처럼 리드할 일이다.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교 MBA를 마쳤다. (주)대홍기획, (주)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주)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마케팅과 리더십을 아우르는 다양한 층위의 경영혁신 강의와 글을 통해 변화혁신의 본질과 뿌리를 캐내어 공유한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 많다>,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가 있다. <혁신가이드안병민TV>를 운영하는 유튜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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