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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불신은 전염된다

Distrust Is Contagious

  • 기사입력 2020.05.28 13:16
  • 최종수정 2020.05.28 13:17
  • 기자명 CLAY CHANDLER 기자

코로나바이러스 위기에 따른 파괴적인 경제 충격으로 인해, 일부 미국 기업들이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중국 사업과의 ‘디커플링’을 고려하고 있다. BY CLAY CHANDLER

COVID-19 바이러스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순간부터, 만성 기저질환(‘드러나지 않은(Underlying) 건강 상태’로 자주 표현된다)을 가진 환자들에게 특히 치명적인 것으로 판명됐다. 이제 이 전염병은 미중 경제 관계—이미 누적된 불신과 분노가 건강하지 못한 다른 종류의 증상을 초래해 왔다—에도 똑같이 암울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세계 경제계를 뒤흔들면서, 글로벌 증시를 약세장 혹은 그에 가까운 영역으로 곤두박질치게 만들었다. 따라서 첫 번째 경제 경고의 상당수 시그널이 중국 사업 비중이 높은 미국 기업들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을 잊기 쉽다. 실제로 애플과 나이키는 공급 라인의 중단을 발표했다. 포드와 제너럴 모터스, 테슬라는 중국 공장들을 폐쇄하고, 다른 모든 곳에서의 부품 부족을 우려했다. 스타벅스와 월마트도 중국 매장을 닫았고, 디즈니는 상하이와 홍콩 놀이공원의 영업을 중단했다.

적어도 이번 혼란으로 인해, 미국 투자자들과 경영인들은 중국에 공급선을 집중하고 중국 소비자들에게 크게 의존하는 통념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더 넓게 보면, 이 전염병은 ‘디커플링’ 논쟁에 불을 붙였다. 즉, 미국 경제를 중국 경제에 가깝게 밀착시킨 지 40년이 지난 후에, 이제 그들을 다시 분리시킬 때가 왔다는 생각이다.

디커플링은 완전한 분리를 의미한다. 따라서 공식적으로 ‘D’ 단어를 사용하려는 비즈니스 리더는 거의 없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수석 보좌관들을 포함, 더 소원한 관계를 지지하는 인사들은 이번 전염병을 디커플링의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 비밀스러운 공산당 통제 경제에서 벌이는 사업의 위험성을 입증하는 증거로서 말이다.

지난 몇 주 동안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보좌관은 이번 사태를 "경고 신호"라고 지칭했고,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제조업을 미국으로 복귀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지지하는 인사들조차 바이러스가 미중 관계—지난 3년간 무역과 기술, 국가 안보, 인권 문제를 둘러싸고 적대적인 공방을 벌이며 이미 망가진 상태다—에 결정적인 균열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트럼프와 중국 시진핑 주석은 작년 12월 무역 적대행위를 보류하는 '1단계' 거래에 합의했다. 그러나 갈등이 격화하면서 이미 미국 기업들은 섬유에서 장난감에 이르기까지, 수천억 달러 상당의 주문을 다른 나라들로 변경하게 됐다. 대형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는 중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판매원가를 2019년 60%에서 앞으로 40%까지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리 배리 Corie Barry CEO는 최근 어닝 콜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공급선 다변화에 계속 압력을 가할 또 하나의 증거”라고 설명했다.

두 강대국은 기술 분야에서 너무나 명백할 정도로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가 중국에서 금지된 반면, 외국 방문객들은 중국 거대 기술기업 텐센트나 알리바바에 의존하지 않고 돌아다니거나, 소통하거나, 식사를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놀라워한다. 반면 하드웨어 분야에서, 미국은 보안과 인권에 대한 우려를 들며 중국 기술기업들을 공급망에서 배제했다.

미국은 또 거대 통신업체 화웨이를 비롯한 수십 개 중국 기업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들이 특별 허가 없이, 미국 기업으로부터 핵심 부품을 사들이지 못하도록 위한 조치다. 중국은 미국에 대한 기술 의존도를 줄이는 조치로 대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와 인공지능 같은 분야에서 기술 독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국간 병든 관계의 또 다른 증상은 인재 교류의 축소다. 미국 2년제 및 4년제 대학에 등록한 37만 명의 중국인 학생은 미국 전체 유학생의 34%를 차지하고 있으며, 많은 미국 학교들이 균형 예산을 맞추기 위해 이들의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를 봉쇄하기 위해 발동된 여행 제한으로 인해, 수천 명의 중국 학생들이 올 봄 학기에 미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발병 전에도 중국 학생들은 미국 비자를 받기가 더 힘들어졌고, 응용과학 분야의 많은 학생들은 점점 더 정부 스파이로 의심 받는 '적색 공포(red scare)'를 토로하고 있다.

이런 균열은 강대국들과의 무역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에 어려운 선택을 던진다. 매출 360억 달러의 대만 최대 반도체업체 TSMC는 애플 등 미국 기업과 화웨이 등 중국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몇 주 동안 회사측에 군사용 칩 생산을 미국으로 이전하라고 압박했다. TSMC는 이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 호주는 중국과의 디커플링 전망에 고민하고 있다. 중국과의 연간 교역이 2,000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선진국 경제 중 가장 중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호주의 수출 3분의 1이 대중국 수출이며, 중국인들이 관광객의 15%를 차지한다. 현재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아시아 사회 정책연구소의 회장 케빈 러드 Kevin Rudd 전 호주 총리는 목소리를 높여 분리를 경고해왔다. 그는 최근 연설에서 "완전히 분리된 세계는 지난 40년간의 세계경제 성장 가설을 훼손하는 심각하게 불안정한 지점이 될 것"이라고 개탄했다.

중국 정부는 3월 중순경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경기침체가 호전되고 있다고 선언하면서, 자신들이 감독하는 국영기업의 90% 이상이 (다수가 완전한 회복과는 거리가 멀지만) 사업을 재개했다고 보고했다. 이론상으로는 2003년 사스 유행 이후처럼, 미국과 중국 간 무역과 투자가 'V자형' 회복세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사스보다 훨씬 큰 COVID-19의 경제적 피해는 미국 대중들—중국에 대한 공감이 그 어느 때보다 낮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퓨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9년 중국에 비호감을 가진 미국인의 비율은 사상 최고인 60%로 뛰어올랐다. 이번 대선에서 중국에 대한 적개심은 트럼프와 민주당 후보가 한 목소리를 내는 보기 드문 이슈일 수 있다.

두 나라가 서로간의 무수한 상업적 연결을 완전히 끊으면, 잃을 것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COVID-19는 격리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줬다. 현재로써 이 전염 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처럼, 두 나라는 덜 엮이는 대신 덜 접촉하고 덜 번영하는 쪽을 택할 것이다. 바로 ‘사회적 거리두기’의 경제적 버전이다. —With reporting by Phil Wahba

▲숫자로 보는 현황

-1,090억 달러
2018~2019년 미·중 간의 무역 감소액

-370,000
미국 2년제 및 4년제 대학에 등록한 중국인 학생 수

-60%
중국에 비호감을 가진 미국인 비율(역대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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