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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속의 시계 | 예거 르쿨트르] 비교 불가 무브먼트의 제왕

  • 기사입력 2020.04.27 10:56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0년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예거 르쿨트르는 무브먼트 개발·제작 부문에서 가장 돋보이는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이다. 1833년 창업한 이후 현재까지 1,200개가 넘는 무브먼트를 개발해 동부문에선 비교 대상조차 없다는 평을 듣는다.◀

[Fortune Korea] 시계는 사람이 몸에 걸칠 수 있는 것 중에서는 최고 사치품으로 꼽힌다. 최고 사치품이라 하면 비싼 보석이 박힌 반지나 목걸이 등 장신구를 생각하기 쉽지만 명품 타이틀을 달 정도의 시계 브랜드쯤이면 보석 없이도 이들 장신구 가격을 아득히 넘어선다. 게다가 시계 중에서도 하이주얼리 모델들이 있어 장신구 가격을 결정짓는 비싼 보석은 큰 의미가 없어진다.

일반 소비자들은 고가 시계 브랜드를 한번에 눙쳐 명품시계 브랜드라고 부르지만, 이렇게 뭉뚱그려 하나로 묶이기엔 자존심이 상하는 몇 시계 브랜드도 있다. 이른바 하이엔드 브랜드들이다. 이들 브랜드는 기술, 디자인, 역사, 마감 등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시계 평가 기준에서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서야 한다. 세계적으로 10여 개 브랜드만이 이 타이틀 사용을 허락받는다.

◆ 1,200여 개 무브먼트 개발

예거 르쿨트르는 의심할 여지 없는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이다. 샤를 앙트완 르쿨트르 Charles Antoine LeCoultre가 1833년 스위스 르상티에에서 창업한 이래 기복 없이 하이엔드 타이틀을 지켜온 몇 안 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샤를 앙트완 르쿨트르는 시계 각 부품을 정밀하게 잴 수 있는 밀리오노메트리를 개발한 발명가로, 또 125종류나 되는 무브먼트를 개발·제작한 천재 워치메이커로 이름이 높다.

바로 위 문단 125종류 무브먼트 부분에서 ‘응?’하는 반응을 보인 독자가 있다면 그는 아마도 시계 브랜드에 대단히 큰 관심을 가진 것이 틀림없다. 2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시계 브랜드에서도, 기술력을 내세우는 시계 브랜드 중에서도 100개 무브먼트 개발·제작 이력을 갖춘 곳은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샤를 앙트완 르쿨트르는 고작 30년 남짓한 시간 동안 혼자서 이 일을 해낸 것이다.

창립자의 독특한 이력 덕분에 예거 르쿨트르는 (시계 엔지니어들이 취업을 동경하는) 꿈의 매뉴팩처로 떠올랐다. 당대 최고의 시계 엔지니어들이 거쳐 갔고 이렇게 축적된 기술력은 예거 르쿨트르를 더욱 빛나게 했다.

이런 역사 덕분에 예거 르쿨트르가 현재까지 개발한 무브먼트는 1,200개가 훌쩍 넘는다. 완성 시계 브랜드 중에서는 비교 대상조차 찾지 못할 정도로 독보적인 수준이다. 인하우스 무브먼트 자긍심이 하늘을 찌르는 다른 하이엔드 브랜드조차도 무브먼트 협업을 위해 종종 예거 르쿨트르를 찾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예거 르쿨트르 효과

예거 르쿨트르의 이 같은 배경은 종종 곤란한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명품급 이상 시계 브랜드들은 자랑할 만한 기술적 특장점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 예거 르쿨트르가 끼면 여러모로 불편한 문제가 생긴다.

제일 큰 문제는 다른 명품시계 브랜드들의 기술적 특장점이 예거 르쿨트르 때문에 흐려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예거 르쿨트르는 독보적인 무브먼트 제조 기술 덕분에 과거부터 다른 명품시계 업체들로부터 하이컴플리케이션 작업 러브콜을 많이 받았다. 그 결과 스위스 명품시계 브랜드 중 상당수가 역사적 모델을 론칭하고 특기할 만한 기술 개발을 이뤄냈지만, 그 과정에서 예거 르쿨트르의 역할이 너무 컸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사실상 예거 르쿨트르로부터 기술을 임대하거나 인계받아 론칭한 결과물도 여럿이었다.

예거 르쿨트르 입장에서는 자신의 기술적 특기를 특정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보통의 브랜드들은 ‘우리는 크로노그래프 제작에 일가견이 있습니다’, ‘투르비용 기술력이 뛰어납니다’ 식으로 자신을 홍보하는데 비해 예거 르쿨트르는 무브먼트 제작 자체가 특기이다 보니 그 하위 카테고리 내에서 기술적 특징을 찾는 게 의미가 없어진다. 굳이 대답을 찾자면 ‘모든 하이컴플리케이션 기술에 조예가 깊습니다’ 정도가 되겠다. 아래에서 유명 하이컴플리케이션 기술이 적용된 예거 르쿨트르의 시계들을 확인할 수 있다.


◇ 마스터 그랑 트래디션 자이로투르비옹 웨스트민스터 퍼페추얼

마스터 그랑 트래디션 자이로투르비옹 웨스트민스터 퍼페추얼은 예거 르쿨트르의 하이퀄리티 투르비용 기술을 확인할 수 있는 시계이다.

투르비용은 시계가 받는 중력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이다. 시계 어느 방향에서 중력이 작용해도 안정적인 정밀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밸런스 스프링과 밸런스 휠, 팔레트, 이스케이프먼트 휠로 구성된 레귤레이터를 캐리지(새장과 비슷하다고 해서 케이지라고도 한다)에 넣어 회전하는 방식으로 구동된다.

이 시계 6시 방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입체적인 모양의 투르비용은 예거 르쿨트르가 2004년 처음 선보인 자이로투르비용이다. 기존 투르비용이 캐리지를 평면으로만 회전시켜 중력 분산이 위아래 방향으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면, 자이로투르비용은 캐리지를 입체적으로 한 번 더 회전시켜 이를 극복했다. 원과 구의 차이를 생각하면 일반 투르비용과 자이로투르비용의 움직임 차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듀오미터 크로노그래프

듀오미터 크로노그래프는 예거 르쿨트르가 2007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 듀오미터 기술이 적용된 시계이다.

듀오미터는 하나의 무브먼트 안에서 두 개 메커니즘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듀얼 윙 콘셉트’를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듀오미터 시계는 시간 표기 이외의 기능이 반드시 한 가지 이상 붙는다. 이들 기능은 이원화한 배럴로 각 파트에 제공되는 에너지를 분리함으로써 ‘간섭 현상’을 원천차단하는 식으로 구동된다.

이 시계는 이름처럼 크로노그래프 모델이다. 현재 시각과 크로노그래프 두 개 기능이 각각 왼쪽 오른쪽으로 나뉘어 시각적으로나 구조적으로 구분돼 운영된다. 다이얼 하단 6시 방향 왼쪽, 오른쪽으로 나뉜 두 개 핸즈는 왼쪽 다이얼의 시간과 오른쪽 다이얼의 크로노그래프 에너지를 표시하는 트윈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다.


◇ 마스터 울트라 씬 퍼페추얼 캘린더

마스터 울트라 씬 퍼페추얼 캘린더는 이름처럼 퍼페추얼 캘린더 기술이 사용된 시계이다. 시계 7시 방향의 연도와 6시 방향의 월, 3시 방향의 시, 9시 방향의 요일에 더해 12시 방향의 문페이즈가 달의 모양까지 알려준다.

퍼페추얼 캘린더는 2100년까지 날짜나 연도, 윤년을 사용자가 보정할 필요 없이 스스로 조정하는 기술이다. 그달의 마지막 일이 31일이든 30일이든, 2월에 29일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일/월/요일/연도가 정확하게 표시된다. 비슷한 기능으로 애뉴얼 캘린더가 있지만, 애뉴얼 캘린더는 윤년까지 계산해주지는 못해 4년에 한 번씩 손이 가야 한다.

퍼페추얼 캘린더는 투르비용과 같은 화려한 볼거리나 크로노그래프같이 역동적인 맛은 없지만 실생활에서 가장 유용한 기능으로 꼽힌다. 그 구동과 설계의 복잡함 덕분에 정적인 기술임에도 컴플리케이션 기능에 당당히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 듀오미터 퀀템 루너

듀오미터 퀀템 루너는 그 이름(프랑스어로 루너 Lunaire 는 달을 의미)이 암시하는 것처럼 문페이즈 기술이 사용된 모델이다. 앞서 소개된 듀오미터 기술도 함께 쓰여 듀오미터 왼쪽 부분이 문페이즈를 오른쪽 부분이 시간을 표시한다.

문페이즈는 작은 창에 달의 형상을 구현한 것으로 시계 위에서 달의 모양이 상현달에서 보름달로, 보름달에서 하현달로 변해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표시해주는 기능이다. 달이 차고 기우는 주기가 약 29.5일인 것에 착안해 59일 동안 1회전하는 59개 톱니바퀴를 가진 문페이즈 전용 디스크를 사용해 표시한다. 하이엔드급 브랜드에서는 오차를 줄이기 위해 정확한 삭망월 주기인 29.5일 44분 3초를 추종해 디스크 톱니바퀴를 더 세분화해 쓰기도 한다.

앞서의 듀오미터 크로노그래프와 이 모델을 비교하면 알 수 있듯이 예거 르쿨트르 듀오미터 라인은 포켓워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았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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