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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 “유가는 복잡하게 얽힌 고차방정식”

  • 기사입력 2020.04.24 13:52
  • 최종수정 2020.04.24 15:10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0년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est Texas Intermediate·이하 WTI) 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김소현 애널리스트가 최근 국제유가 폭락의 원인을 설명하고 향방을 예측해줬다.◀

김소현 대신증권 원자재 담당 애널리스트가 4월 9일 포춘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국제유가 등락 원인을 설명 중이다. 사진=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김소현 대신증권 원자재 담당 애널리스트가 4월 9일 포춘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국제유가 등락 원인을 설명 중이다. 사진=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Fortune Korea] 판타스틱한 4월이었다. WTI 선물 가격이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19달러대를 터치하면서도 20달러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자 같은 시기 개인 투자자들의 대원유 투자 러시가 시작됐다. 올해 안에 두 번 다시 같은 기회가 오지 않으리란 ‘최저점 확신’에 개인 투자자들은 ETF, ETN 레버리지 상품에도 대규모 자금을 밀어 넣었다.

개인 투자자들의 원유 투자는 매우 과열된 모습을 보였다. 삼성,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쌍두마차의 괴리율은 90%까지 치솟았다. 한국거래소의 거래정지 철퇴로 시장에 평화가 찾아오나 싶었지만 이번엔 원유 가격이 급락했다. 20일에는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5월 인도분 WTI 현물 가격이 마이너스(종가 -37.63달러/bbl)로 떨어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 낙관론에 회의

기자가 김소현 대신증권 원자재 애널리스트를 인터뷰한 건 4월 9일이었다. 같은 날 저녁 OPEC+회의가, 이튿날엔 G20 에너지장관회의가 예정돼 있었다. 두 회의 모두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벤트였다. 인터뷰 당일 기자는 이들 이벤트 결과를 예측해 달라고 부탁하고 며칠 뒤 다시 전화 인터뷰를 통해 내용을 보강했다. 다행스럽게도, 김 애널리스트는 올해 WTI 저점 가격 예상(그는 10달러대로 예측했다)을 제외하곤 모두 맞히는 신통력을 발휘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말한다. “시장에선 감산량이 2,000만 배럴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OPEC+의 970만 배럴 감산 합의 외에도 비슷한 시기 다른 몇 가지 긍정적인 요인이 있었거든요. 미국처럼 감산 합의에 참여하지 않은 국가들 쪽에서 400만 배럴, 리비아같이 원유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국가들 쪽에서 200만 배럴이 자연감산할 것으로 예상됐고, 또 G20 에너지장관회의에서 각국 정부에 전략비축유 확대를 요청하면서 반짝 수요 증가도 기대됐습니다.”

OPEC+회의를 앞두고 23~24달러를 오르내리던 WTI 선물 가격은 9일 27달러대까지 뛰어오르며 기대감을 반영했다. 하지만 OPEC+회의 막판 멕시코발 불협화음이 인 것을 계기로 기존 감산 기대감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는 회의론이 번지며 상황이 반전했다. OPEC+회의 이후 첫 거래일인 13일, WTI 선물 가격은 22달러대로 곤두박질쳤다. 겨우 2달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무려 10%가 넘는 급락이었다.

김 애널리스트는 추가 악재도 뒤따랐다고 덧붙였다. 그는 말한다. “감산 시기도 문제가 됐던 것 같습니다. OPEC+회의에서 합의한 감산 시작일이 5월 1일부터였거든요. 4월 원유 생산은 기존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니 4월 초중순인 당장에는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고 본 겁니다. 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가 5월 원유 공시 판매가격을 전월보다 낮춰잡아 공급 과잉 우려가 더 커졌고요. 여기에 15일 있었던 텍사스 철도위원회(미국 셰일오일 증감산에 영향을 미친다) 공청회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되지 않으면서 시장의 실망감을 키웠습니다.”

보통 OPEC 국가들이 공시 가격을 낮춰 잡으면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가격 메리트에 매력을 느낀 원유 매입 세력의 수요가 자극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실제 수요가 늘고 이에 대응해 공급도 함께 늘어난다. 하지만 현재는 유조선을 비롯한 전 세계 원유 저장고가 웬만큼 다 차 있어 기대한 만큼 수요가 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칫하면 수요가 늘지 않는 상태에서 기계적으로 공급만 느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시장에는 전혀 의도치 않은 이 상황이 반영됐다.

◆ 코로나19 이전에도↘

요즘 워낙 관심을 많이 받다 보니 국제유가 하락이 최근 시작된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확산한 3월 중순 이전에도 국제유가는 지속해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코로나19가 강력한 한방이었긴 해도 추세적인 국제유가 하락의 ‘모든’ 원인은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국제유가는 코로나19 이슈가 한창이던 4월 초 잠깐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 들어 가장 큰 반등이었다.

김소현 대신증권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원유가 초과공급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말한다. “글로벌 경기가 생각보다 반등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시기적으로도 나빴습니다. 원유 수요는 드라이빙 시즌이라고 해서 미국인들이 자동차를 많이 타는 시즌에 증가합니다. 보통 여름이죠. 이렇게 시기적으로 수요 둔화 사이클을 타고 있었는데 갑자기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진 겁니다. 이 여파로 원유 가격이 20달러대까지 떨어지니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셰일오일 업체들을 지키기 위해 시장에 개입했고요.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으로 의미 있는 상황 변화가 있을 것이라 기대해 잠깐이나마 크게 반등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은 국제유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원유 상품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은 매일 아침 7시에서 9시 사이(미국 현지 시각으로는 저녁 6시에서 8시 사이) 나오는 트럼프 대통령 성명이나 트위터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실제로 WTI 원유 선물은 4월 초부터 OPEC+회의가 있었던 9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성명 시간에 맞춰 급등하거나 상승반전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김 애널리스트는 현재 원유 초과공급 상황을 해결하는 데는 미국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말한다. “저번 OPEC+회의에서도 드러났듯이 현재 감산 문제의 키는 미국이 쥐고 있습니다. 테이블에 앉은 대부분 국가가 ‘미국이 감산하면’이란 전제를 달잖아요. (근래 최대 산유국으로 올라선) 미국이 감산에 동참하는 건 당연해 보이지만,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다른 산유국들은 1개 국영기업이나 2~3개 독과점 기업이 석유 채굴을 담당해 이들만 컨트롤하면 되는데 미국은 이런 업체들이 100개가 넘어요. 업체마다 손익분기점과 원가 구조가 다른데다 정부가 반독점법 위반을 부추긴다는 공격을 받을 수 있어 이걸 일괄적으로 제어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 수요 회복이 중요

산유국 간 감산 합의는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이다. 감산한 나라들만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여러 국가의 감산 노력으로 국제유가가 올랐을 때, 감산에 참여한 나라들의 실제 이득은 그리 크지 않다. 감산한 원유 생산량만큼 수익도 같이 줄어서다. 하지만 감산에 동참하지 않은 나라들은 감산 부담을 지지 않았기에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수혜를 온전히 다 누린다. 따라서 산유국들은 이왕 감산하려면 모든 산유국이 다 참여하길 원한다. 지난 4월 9일 OPEC+ 감산 회의가 멕시코 하나 때문에 결렬 직전까지 갔다든가 다른 산유국들이 미국의 감산이 전제돼야 감산 합의에 나설 수 있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감산에는 각국의 이해관계도 첨예하게 얽혀 있다. 김소현 대신증권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말한다. “미국 셰일오일을 견제하고 싶은 러시아나 다시 원유 패권을 되찾고 싶어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재선을 준비 중인 미국 트럼프 대통령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지금 상황은 2014~2016년 때랑 비슷해요. 당시도 초과공급 상황에서 상대편에 타격을 입히고자 치킨게임을 했는데, 더 버티기 힘들다고 생각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에 합의하면서 유가가 반등했죠. 물론 당시에도 미국은 감산하지 않았습니다.”

김 애널리스트는 이들 국가의 충돌이 주기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는 덧붙인다. “지금은 2014~2016년 때보다 상황이 더 복잡해졌습니다. 미국 셰일업체 수와 생산량이 그때보다 훨씬 늘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시장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배수진을 친 상황입니다. 이번에도 지면 주도권을 완전히 잃어버린다고 생각한 듯해요. 러시아도 급하지 않은 게, 채굴 비용은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높고 미국보다는 낮지만, 만족하는 유가 수준은 세 나라 중 가장 낮습니다. 굳이 먼저 나서서 감산할 이유가 없죠. 결국 이들 국가 간 합의로 초과공급 문제가 해결되기는 불가능에 가깝고 지속가능하지도 않습니다. 4년 만에 같은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처럼,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반복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 같은 문제들을 고려하면 현재 초저유가 상황이 종식되는 건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김 애널리스트 역시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OPEC+회의나 G20 에너지장관회의 같은 유가 상승 이벤트도 당분간 부재해 4월 초에 나왔던 큰 폭의 깜짝 단기 반등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는 첨언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말한다. “6월에 예정된 OPEC 정례회의 전까지 유가를 상승시킬 만한 재료가 없습니다. 돌발적인 이벤트 정도나 기대할 수 있을 정도예요. 지금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그리고 거의 유일한 해결책은 코로나19 사태가 얼른 종식돼 경제활동이 이전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공급 문제는 풀기도 어렵고 설사 어느 정도 진척이 있다고 해도 유가 반등 수준이 그렇게 크지 않을 테니까요.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 합의나 감산 의지 표명, 각국 정부의 원유 재고 수량 확대 등의 돌발 이슈가 있다면 국제유가에 조금 살을 붙일 순 있겠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닙니다. 국제유가의 반등은 전적으로 수요 회복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텍사스주 셰일오일 시추 장비. 사진=셔터스톡
미국 텍사스주 셰일오일 시추 장비. 사진=셔터스톡

---------------------------------<이하 박스기사>---------------------------------

◇ 생산단가가 낮을수록 충격이 작다?

생산단가는 각 산유국이 현재 초저유가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추측하는 지표로 많이 사용된다. 국제유가가 생산단가 이하로 떨어지면 손실 구간에 진입하게 되니 생산단가에 따라 초저유가 충격 정도가 다를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하지만 각국이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생산단가만으로 각국의 초저유가 충격 정도를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김소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말한다. “여러 기관에서 추정한 국가별 생산단가 컨센서스를 보면 사우디아라비아가 10달러대이고 러시아가 25달러대, 미국이 45~55달러대입니다. 하지만 이들 국가가 만족하는 가장 낮은 수준의 국제유가는 러시아가 40달러대, 미국이 50달러대, 사우디아라비아가 85달러대입니다. 원유 가격이 중동 국가들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이나 러시아보다 큰 충격을 받고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생산 단가가 낮고 축적해 놓은 재고도 많아 체력이 좋거든요. 재정은 절약해서 줄일 수도 있고요. 현재 어느 나라가 가장 조급한지, 또 충격을 많이 받고 있는지는 파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 구리 or 금을 사라?

김소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ETF, ETN 원유 상품이 현재 시점에서는 투자에 적절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과열된 투자 열기로 지수 추종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들 상품은 한국거래소의 거래정지나 단일가 매매 조치 이후에도 여전히 30% 이상의 높은 괴리율을 유지 중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말한다. “국제유가가 반전하더라도 근월물보다 원월물 가격이 더 높은 상황(콘탱고)이라 롤오버(보유 중인 최근월물을 다음 근월물로 교체하는 행위) 과정에서 수익 상당 부분을 까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굳이 원유 ETF, ETN에 투자하겠다면 국내보다는 해외 상품에 투자하는 게 낫습니다. 국내 투자를 하겠다면 원유보다는 구리와 금 관련 상품에 투자하는 게 좋고요. 구리는 산업 자재로 많이 쓰여 경기 회복 시 유망하고, 금은 현재 각국이 돈을 풀고 있는 상황이라 실물 자산 수요 증가에 따른 수혜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구리는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들에게, 금은 안전자산 선호 성향의 투자자들에게 추천드립니다. 다만 이들 상품은 원유에 비해 변동성이 크지 않아 보는 재미는 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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