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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흑자전환에 쏠린 눈(하)] 필립 코틀러식 수익 모델
[쿠팡 흑자전환에 쏠린 눈(하)] 필립 코틀러식 수익 모델
  • 김타영 기자
  • 승인 2020.04.24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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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0년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새벽배송 중인 쿠팡 배송 차량. 쿠팡은 현재 전국 새벽배송을 하는 유일한 유통업체이다. 사진=쿠팡
새벽배송 중인 쿠팡 배송 차량. 쿠팡은 현재 전국 새벽배송을 하는 유일한 유통업체이다. 사진=쿠팡

'[쿠팡 흑자전환에 쏠린 눈(상)] 코로나19 나비효과' 기사에서 이어졌습니다.

◆ 필립 코틀러식 모델

쿠팡의 시장 지배력이 중요한 이유는 앞으로의 흑자 전환 가능 여부가 거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쿠팡의 사업 전략은 아마존과 흡사하다. 적자를 감수할 만큼 공격적인 투자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해 ‘규모의 경제’를 가져간다는 전략이다. 이른바 규모가 수익을 결정한다는 필립 코틀러식 모델이다.

유통업계 주요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 전략의 핵심은 규모입니다. 국내 유통시장 규모가 이 전략을 사용해도 될 정도로 큰지는 의문이에요. 하지만 쿠팡은 이 전략을 사용 중이고, 따라서 규모를 얻기 위해 시장 지배력을 갖추려 할 겁니다. 쿠팡 측에선 ‘덩치를 키우면 수익성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도전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시장 지배력을 갖추겠다’는 말을 쏙 뺀 거예요.”

진입장벽이 낮고 경쟁 역동성이 높은, 즉 완전경쟁체제에 가까운 e커머스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이란 표현은 다소 어색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에선 아마존이, 중국에선 알리바바가 이를 현실화하고 있어 국내에서도 아주 불가능한 얘기만은 아니다. 쿠팡 역시 시장의 지배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정 부분 시장 지배력을 행사 중이다. e커머스 소비자들은 여전히 더 싼 가격을 찾아 쉽게 움직이지만, 개중엔 배송의 편리함 때문에 쿠팡에 갇힌 소비자도 늘고 있다.

◆ 시장 지배력도 Up

쿠팡의 시장 지배력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더 커졌을 확률이 높다. 앞의 관계자는 말한다. “소비자들은 메이저나 1등 기업에 몰리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만한 위치에 오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해서요. 최근 e커머스 시장에선 코로나19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이런 경향이 더욱 커진 것 같습니다. 업계에선 쿠팡 시장점유율보다 더 많은 사람이 최근 쿠팡으로 몰렸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통계청의 2020년 2월 온라인쇼핑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전년 동월 대비 2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쿠팡 판매 유닛은 76% 늘었다. 비교 대상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도 워낙 수치 차이가 커 ‘쿠팡에 더 많은 사람이 쏠렸을 것이다’는 위 관계자 예상은 사실에 가깝다고 생각할 수 있다.

쿠팡이 경쟁사들보다 취급 품목이 다양하고 특히 신선식품 부분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 또한 이 같은 생각을 뒷받침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e커머스 소비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신선식품 주문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앞서 통계청 자료에서 신선식품에 해당하는 농축수산물 항목의 전년 동기 대비 거래액 증가율은 103.7%에 달했다.

신선식품은 취급이 매우 까다롭다.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관리 비용도 많이 든다. 이 때문에 신선식품은 비교적 최근까지도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최후 보루로 인식되기도 했다. e커머스 업체 중 신선식품을 취급할 수 있는 곳은 아주 일부에 국한된다. 한때 붐이 일기도 했으나 취급과 비용 문제로 티몬과 위메프 같은 업체들마저도 손을 뗀 결과다. 덕분에 코로나19 아래 e커머스 신선식품 주문 증가 수혜는 쿠팡과 SSG.COM 같은 일부 기업에 집중돼 나타났다.

◆ 흑자전환 가까워

규모가 수익을 결정한다는 필립 코틀러식 모델을 생각하면 현재 쿠팡 상황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시장 관계자 중 일부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쿠팡 시장지배력이 한층 더 강화돼 흑자전환 시기도 더 앞당겨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덕분에 비전펀드의 추가 투자 가능성 역시 훨씬 커졌다.

코로나19 영향 이전에도 ‘쿠팡의 흑자전환이 상당히 가까워졌다’는 예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꽤 힘을 얻고 있었다. 이 같은 예상은 지난 14일 쿠팡의 2019년 실적발표로 더 힘을 받는 모습이다.

쿠팡은 지난해 7조 1,530억 원 매출에 7,210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8년 4조 3,550억 원 매출에 1조 1,280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매출은 62% 늘고 영업손실은 36% 줄었다. 앞서 쿠팡 사업 구조가 ‘팔면 팔수록 손해 보는 장사’라고 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매출과 함께 손실이 같이 늘어야 하는데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예전 같으면 영업손실 증가 폭은 줄어들지라도 규모 자체는 직전년보다는 늘었어야 했다.

◆ 배송 단가 떨어져

유통업계에선 지난해 쿠팡 영업손실이 큰 폭으로 줄어든 이유로 ‘규모의 경제에 따른 배송 효율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쿠팡은 직접 고용을 통해 자체 배송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이건 쿠팡의 아주 큰 경쟁력이에요. 배송 외주를 주는 업체들은 주문량이 늘면 배송 비용이 비례해 늘어나는데 쿠팡 같은 업체는 오히려 배송 단가가 하락하거든요. 가령 배송 인원 10명인 기업에서 하루에 10개 주문을 처리하든 20개 주문을 처리하든 배송으로 나가는 비용은 차이가 없지만, 1개 물건의 배송 단가는 절반으로 떨어지는 거죠.”

앞서 설명한 것처럼 쿠팡이 팔면 팔수록 손해보는 장사를 했던 건 배송 부문의 손실이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를 이룬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주문이 늘면 늘수록 배송 부문 손실도 커지지만 주문 한 건당 손실 폭은 점점 줄어들어 ‘어느 순간’ 배송 단가가 해당 주문으로 얻은 수익 이하로 떨어지면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것이다. 쿠팡의 필립 코틀러식 전략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쿠팡은 현재 배송 단가를 상당한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쿠팡 임직원 1인당 매출은 2억 3,800만 원으로 전년 1억 7,400만 원 대비 36%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임직원 대부분이 배송 관련 인원인 것을 고려하면 실제 배송 단가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 오픈마켓 사업 확장?

시장에서는 쿠팡의 지난해 실적을 두고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하다. 그중엔 쿠팡의 사업 방향 고민이 커진 것 같다는 분석도 있어 눈길을 끈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말한다. “‘재고자산의 변동과 매입’ 항목 변화가 굉장히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체 매출액 대비해서 상당히 많이 줄었어요. 이게 시사하는 바는 두 가지입니다. 상품 매입 단가가 떨어졌거나 수수료 베이스의 오픈마켓 사업 비중을 늘린 거죠. 감소 폭을 보건대 제 생각엔 후자 쪽이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전체 매출액 대비 재고자산의 변동과 매입 금액 비중은 2018년 83%에서 2019년 71%로 일 년 사이에 12%p나 줄었다. 쿠팡 측이 밝힌 직매입 상품 판매 매출과 오픈마켓 매출 비중이 9대1인 점을 고려하면 1년 사이에 상품 매입 단가가 매우 많이 떨어졌거나 오픈마켓 매출 비중이 생각보다 많이 늘어났다고 해석할 수 있다. 감소 폭이 상당한 만큼 둘 모두일 확률이 가장 높다.

박 연구원은 덧붙인다. “오픈마켓 사업을 확장하는 게 수익성 면에서는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론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습니다. 기존 오픈마켓 업체들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부터 네이버 플랫폼과의 경쟁력 문제까지 생각할 거리가 많거든요. 쿠팡이 사업 방향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시작한 것 같습니다.”

◆ 쿠팡 블랙홀 계속

유통업계에선 ‘현재 시장 관계자들이 분석 중인 쿠팡 실적자료가 지난해 내용을 다루는 만큼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올해 이후 쿠팡 스탠스는 매우 다를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해 실적 보고서가 참고 자료는 될 수 있어도 앞으로의 사업 방향 예측에선 크게 유용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배경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맥킨지에서는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를 넥스트 노멀로 명명합니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가 상당히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바탕이에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산업 쪽에서는 유통이 가장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생각해요. 지금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는 쿠팡한테 매우 큰 기회의 장이 열렸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2023년 쿠팡이 흑자전환할 것이라 콕 집어 말한 곳도 있던데 코로나19 이후 소비 패턴 변화 속도나 양상에 따라선 더 빨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각에서는 일방향적인 쿠팡 장밋빛 미래 예상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쿠팡은 여전히 정보 공개에 미온적이고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럼에도 코로나19 뉴스가 수개월째 언론 메인을 장식하는 2020년 4월 현재에는 장밋빛 예상이 더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쿠팡은 곧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쿠팡의 흑자전환은 국내 유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국내 유통가 이슈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쿠팡 블랙홀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워 보인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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