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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흑자전환에 쏠린 눈(상)] 코로나19 나비효과

  • 기사입력 2020.04.24 10:57
  • 최종수정 2020.04.24 11:03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0년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쿠팡 인천 물류센터. 쿠팡은 지난 2월 하루 평균 300만 유닛의 물류를 취급하는 기록을 세웠다. 사진=쿠팡
쿠팡 인천 물류센터. 쿠팡은 지난 2월 하루 평균 300만 유닛의 물류를 취급하는 기록을 세웠다. 사진=쿠팡

[Foetune Korea] 최근 유통업계에선 크게 세 가지 이슈가 화제가 됐다. 코로나19 사재기를 방지한 국내 유통업체들의 공적인 역할과 오프라인과 거의 비등해진 e커머스 시장 규모(주요 업체만 추려 비교했을 시), 쿠팡의 실적 발표 등이었다.

각 이슈는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 업계 관점에서 본다면 이들 이슈는 이번에도 역시나 쿠팡으로 수렴한다. 올해 갓 10년 차를 맞은 ‘신성’ 쿠팡은 국내 대부분 유통 이슈에 이름을 올리며 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 코로나19 부담

“저희가 코로나19 수혜를 받았다고 하는데 그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배송 비용이랑 일만 잔뜩 늘었어요. 고객 편의에 집착(쿠팡 안에선 ‘고객 집착’이 구호처럼 쓰인다)하는 회사다 보니, (힘들더라도) 약속한 시간에 고객 집 앞에 물건을 갖다놔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꾸역꾸역 한 겁니다.” 쿠팡 한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응 능력으로 세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유통 쪽으로 시야를 좁히면 사재기가 필요 없을 정도로 고도화한 e커머스 배송 시스템이 1등 공신으로 꼽힌다.

국내 e커머스 배송 시스템 고도화를 주도한 쿠팡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쿠팡은 2014년 익일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론칭하며 e커머스 배송 고도화의 시작을 알렸고, 이후 당일배송, 새벽배송 보편화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언론의 칭찬 어린 주목에도 쿠팡은 코로나19 수혜라는 표현에는 손사래를 친다. 국가적 대재난 상황에서 수혜를 받았다는 표현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앞선 관계자의 말처럼 배송 비용과 물류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 배송이 문제

흔히들 쿠팡의 사업 구조에 대해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장사’라고 많이 이야기한다. 매출이 커질수록 영업손실이 함께 증가하는 구조 때문이다. 쿠팡은 2018년 64%라는 기록적인 매출 성장에도 1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영업손실 증가율은 무려 73%에 달했다.

쿠팡 영업손실 대부분은 배송 부문에서 발생한다. 과거엔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각 업체 간 프로모션 출혈경쟁이 일상적이었지만, 최근엔 그렇지 않아 쿠팡 영업손실에서 프로모션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히 줄어들었다. 2018년부터 유통업계에서 프로모션 출혈경쟁을 지양하는 분위기가 확산한 덕분이다. 쿠팡도 로켓배송에 따른 충성고객이 늘면서 프로모션 필요성이 감소해 균형을 맞추는 수준으로만 대응 중이다.

최근 쿠팡 영업손실이 늘고 있는 건 배송 프로그램 영향이 크다. 쿠팡 배송 프로그램은 대부분 손실을 보면서 운영된다. 쿠팡은 로켓배송, 로켓프레시 등 서비스에 최소 주문 비용 혹은 멤버십 등의 제한을 두고 있지만, 이들 제한이 해당 주문 건의 배송 비용을 온전히 보전해 주진 못한다. 주문이 늘수록 배송 부문 손실도 커지는 셈이다.

배송 고도화 역시 쿠팡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쿠팡은 매년 배송 인프라 투자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2016년 50개였던 로켓배송센터는 지난해 168개로 118개가 늘었고, 같은 기간 3,000여 명이던 쿠팡 임직원은 3만여 명으로 10배나 늘었다. 늘어난 인력 대부분은 로켓배송을 책임지는 쿠팡맨과 물류센터 직원들이었다.

◆ 수혜는 사실

쿠팡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쿠팡에 과부하를 일으킬 뿐이라고 역설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부문에서 수혜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19 덕분에 국내 e커머스 배송 시스템이 주목받으면서 쿠팡 역시 높은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쿠팡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이미지가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언택트 소비가 늘었다는 류의 기사나 블로그엔 여지없이 쿠팡이 언급됐고, 그 댓글엔 쿠팡맨 이야기가 나왔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코로나19 전방에서 활약했다면 쿠팡맨이 후방에서 지원했다는 식의 내용이다. 쿠팡 입장에선 비용 한 푼 안 들이고 상호 노출은 물론 로켓배송 마케팅에 착한 기업 이미지까지 더 공고히 한 셈이다.

코로나19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쇼핑 패러다임 변화를 가속한 것도 e커머스 업체인 쿠팡엔 호재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월 유통업체 매출, 전년 동월 대비 9.1% 증가’ 자료에 따르면 2월엔 주요 e커머스 업계 매출 비중이 전체 메이저 유통업체 매출의 49%를 차지해 상위 업체 위주의 온오프라인 시장 규모가 거의 비등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했다.

물론 이 같은 급격한 변화는 일시적일 확률이 높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 단계에 접어들어 일상생활이 재개되면 오프라인 쇼핑 업체들 실적도 회복세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쿠팡에 긍정적인 상황은 맞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쇼핑에 소극적이던 중장년층이 대거 소비자로 편입될 가능성이 커져서다. 시장에선 언택트 소비가 트렌드화하면 쿠팡 물동량이 월 7,000만 박스, 연 7억 박스 이상으로 크게 늘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 매출도 덩달아 늘어

당연한 일이겠지만, 쿠팡 매출액 역시 코로나19 영향으로 상당히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쿠팡 관계자는 주문량이 많이 늘어난 것(이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2월 하루 평균 판매 유닛은 300만 건으로 지난해 2월 평균인 170만 건보다 76% 늘었다고 한다)은 맞지만 매출이 늘었는지는 확실치 않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생필품이나 신선식품 등 매출 단가가 낮은 상품 위주로 주문이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세부 실적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이들이 매우 제한적인 데다, 이들이 관련 정보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아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쿠팡 관계자를 통한 확인은 불가능하지만,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쿠팡 매출은 확실히 늘었을 확률이 높다. 주문량이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 쿠팡 매출이 정체되거나 후퇴하는 유일한 상황은 매출 단가가 높은 상품 판매가 줄어든 경우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도 늘어난 주문량 매출을 다 깎아 먹을 만큼 단가 높은 상품 판매가 매우 크게 줄었다는 가정이 필요하다.

물론 그럴 확률은 아주 희박하다. 통계청이 지난 4월 배포한 ‘2020년 2월 온라인쇼핑 동향’ 보도자료에 따르면 2월 품목별 거래액은 문화 및 레저서비스, 여행 및 교통서비스만이 큰 폭으로 줄었을 뿐, 패션용품 및 액세서리, 가방, 의복은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며 나머지 18개 항목은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따라서 같은 기간 쿠팡 매출이 늘지 않았다면 쿠팡에서만 매출 단가가 높은 상품 판매가 줄어들었거나, 쿠팡이 유별나 문화 및 레저서비스와 여행 및 교통서비스 상품 판매 비중이 유독 높아야 하는데 이는 둘 다 현실적이지 못한 가정이다. 전년 동기 대비 50% 정도 거래액이 감소한 문화 및 레저서비스, 여행 및 교통서비스는 두 개 항목을 합쳐도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에 불과한 데다, 판매 단가는 물론 e커머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가전·전자·통신기기(2월 거래액 기준 11.6%로 전체 2위에 해당)는 전년 동기 대비 38.6%나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위의 몇 가정들이 성립할 확률은 매우 낮아진다. 다만 생필품 등 매출단가가 낮은 상품 위주로 주문이 늘어났다고 하면, 늘어난 주문량에 비해 매출액 증가분이 크게 떨어질 수는 있다.

◆ 투자 유치 가능성 ↑

비전펀드의 후속 투자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것도 성과다. 쿠팡은 앞서 설명한 적자구조임에도 2015년 6월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를, 2018년 11월 비전펀드로부터 20억 달러를 유치하며 과감한 투자를 계속할 수 있었다. 비전펀드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최대주주인 벤처캐피털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주도한다. 손 회장은 투자창구 일원화를 위해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쿠팡 보유 지분 20%를 2018년 비전펀드에 넘겼다. 쿠팡이 투자받은 10억, 20억 달러 투자는 손 회장을 고리로 연속성을 갖는 셈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쿠팡의 다음 투자 유치 전망은 썩 밝은 편이 아니었다. 위워크와 우버, 슬랙 등 기업들의 평가가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비전펀드 내부에선 투자 기업들의 시장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좀 더 현실적이고 면밀히 검토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시장에선 비전펀드가 지난해에만 약 15조 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쿠팡이 한국 유통시장에서 톱티어 e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쿠팡과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유통업체들조차도 내부적으론 쿠팡이 e커머스를 평가하는 거의 모든 지표에서 1위를 질주 중이라고 인정할 정도이다.

하지만 쿠팡이 아직 시장을 지배하는 수준으로 올라서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는 쿠팡이 비전펀드의 다음 투자를 유치하는 데 유일하게 걸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비전펀드 입장에선 30억 달러나 쏟아부었음에도 시장을 지배하지 못한 쿠팡에 더 투자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쿠팡 흑자전환에 쏠린 눈(하)] 필립 코틀러식 수익 모델' 기사로 이어집니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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