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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 CEO를 찾아서]김희문 선진씨앤디 대표

사형제 시너지 앞세운 강소기업
신뢰 경영으로 위기를 극복하다

  • 기사입력 2020.06.08 15:30
  • 기자명 김병주 기자

선진씨앤디는 고광택 인쇄 및 코팅업계의 강소기업이다. 차별화된 기술력과 투자를 기반으로 업계 리더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는 선진씨앤디의 김희문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차병선 기자] 김희문 선진씨앤디 대표가 자사에서 생산중인 고광택 필름 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차병선 기자] 김희문 선진씨앤디 대표가 자사에서 생산중인 고광택 필름 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4월 중순,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선진씨앤디 본사를 찾았다. 마침 시간이 조금 남아 공장 내부를 둘러봤다. 한 눈에 봐도 인쇄 작업을 전담하고 있는 듯한 거대한 크기의 설비가 눈에 띄었다.

인쇄장비에는 2020년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상당히 촌스러운(?) 빨간 꽃이 인쇄된 필름이 걸려있었다. 과연 이 필름은 어디에 쓰이는 건지 궁금증이 생겼다(이 질문의 답은 인터뷰 막바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윽고 선진씨앤디의 김희문 대표를 나타났다. 선한 인상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기자와는 첫 만남이었지만, 마치 수차례 만나 친분을 쌓아온 지인을 대하는 듯한 살가운 표정과 목소리가 여전히 기억에 생생하다.

선진씨앤디는 일반인들에겐 다소 낯선 이름의 회사다. 더구나 고광택 인쇄 및 코팅업계는 관련 업종 종사자들이 아니고는 알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우선 이 업계가, 그리고 선진씨앤디라는 회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했다.

김희문 대표에게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서 좀 더 쉽게 회사를 소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 대표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선진씨앤디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고광택 인쇄 및 코팅업을 영위하는 회사입니다. 사실 인쇄코팅이라는 단어는 꽤나 친숙하지만, 관련 사업은 다소 낯설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볼까요? 어떤 가정이나 갖고 있는 필수 생활가전인 냉장고와 에어컨을 떠올려 봅시다. 냉장고와 세탁기 겉면에선 나름의 특유한 패턴 또는 질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라데이션, 하이그로시, 유광, 그림 무늬 등 다양한 느낌이나 모양을 담고 있죠. 이러한 것을 표현하는 업체가 바로 선진씨앤디 같은 기업입니다. 무늬나 패턴, 질감을 인쇄한 필름 용지를 제작하고 있어요. 이 필름은 이후 자재와의 압착작업을 거쳐 가전제품 제조사, 철강사를 포함한 다양한 업체에 전달되고 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페트병의 겉면에도 일종의 필름이 입혀진다. 이는 촉감 및 색감을 돋보이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특수 필름 역시 선진씨앤디와 같은 기업에서 제조·공급하고 있다. 사실상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활용하는 용품의 상당수에 선진씨앤디의 기술력과 제품이 녹아들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희문 대표는 선진씨앤디는 업계의 강소기업으로서 지난 20여년 간 남다른 기술력과 노하우를 쌓아왔다앞으로도 더 많은 곳에서 저희 제품이 러브콜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격적 투자로 경쟁력 키우다

지난 2013년 설립된 선진씨앤디의 탄생 비화는 꽤 흥미롭다. 선진씨앤디의 시발점을 확인하기 위해 이 회사의 계열사인 선진서피스가 설립된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미완의 대기’, ‘아픈 손가락’. 한때 업계 내부에선 선진서피스를 두고 이런 평가를 했다. 지난 1990년대 설립된 선진서피스는 동종업계에서 남다른 기술력과 인지도를 보유한 회사로 인정받았다. 특히 바닥재, 벽지 등의 자재에 공급되는 필름 분야에선 독보적인 경쟁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치고 나가기에는 동력이 부족했다. 그 이유를 특정 요소로 단정 짓기는 어려웠다. 확실한 것은 성장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중심을 잡아줄 무언가가 있다면, 선진서피스의 앞날이 분명 밝을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이러한 선진서피스의 잠재력을 눈여겨 본 사람이 바로 김희문 대표의 큰 형인 김희종 ()형제 회장이었다. 당시 상황을 김희문 대표는 이렇게 회상했다.

당시 형님께선 디스플레이 패턴 및 그라비아 제판업을 하고 영위하는 사업을 하고 계셨습니다. 그러던 중, 알게 된 선진서피스라는 회사의 잠재력을 높이 보셨다고 해요. 무엇보다 당시 주력 사업과 연관된 업종이었기 때문에 인수를 해서 키우면 분명 주력 사업의 경쟁력 또한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선진서피스를 인수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력 강화의 초석을 닦아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김희종 회장이 선진서피스를 인수했을 당시, 김희문 대표는 국내 한 케미칼 업체에서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사업에 별다른 관심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그저 사업을 하는 큰 형과 둘째 형(김희문 대표의 둘째 형은 계열사인 형제제판을 운영하고 있다)에게 관련 업계 소식을 듣고 이야기를 나눌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김희문 대표는 큰 형인 김희종 회장에게 한 가지 제안을 받게 된다. 바로 선진서피스의 계열사인 선진씨앤디의 대표이사 자리였다.

김희문 대표는 말한다. “당시 큰 형님께서 사업의 고도화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선진서피스의 주력인 기존 바닥재, 벽지 등의 제품 외에 생활가전 관련 업종을 전담하는 회사 설립을 준비했죠. 바로 그 회사가 선진씨앤디였습니다. 그리고 이 회사의 대표이사를 물색하던 중 제가 떠올랐다고 해요. 이쪽 분야에 대한 지식이나 전문성도 충분했고, 무엇보다 삼형제가 동종 업계에서 함께 일하면 더 큰 시너지가 날 수 있겠다는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저 역시 그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어요. 20년 가까운 직장생활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로 멋지게 회사를 경영해보고 싶은 도전 의식이 생겼거든요. 망설임 없이 제안을 수락하고 선진씨앤디에 합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013년 선진씨앤디에 합류한 김희문 대표는 이후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풍부한 노하우와 독보적인 기술력은 이미 오랜 기간의 업력으로 검증받았다. 이를 뒷받침해줄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선진씨앤디, 그리고 김희문 대표의 당면 과제였다.

매년 투자액을 늘렸다. 특히 고광택 필름 인쇄가 가능한 인쇄장비 확충에 집중했다. 그 결과 현재 선진씨앤디에는 총 7개의 인쇄기기가 공장 내부에 설치돼있다. 동종업계 가운데 손에 꼽을 정도로 많은 설비 숫자다.

김 대표가 집중한 또 다른 성장 포인트는 바로 사람이었다. 제조업의 특성 상, 상당부분의 작업은 기계가 전담하고 있다. 하지만 기계를 작동하고, 관리하며 결과물을 검수하는 것은 오롯이 사람의 몫이다.

김희문 대표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전략적인 인력 확충에 돌입했다. 김 대표에게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전체 40여명의 직원 중 약 90%가 공장 설비 인력입니다. 관련 업계 중에서는 꽤 많은 축에 속해요. 그런데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닙니다. 이들이 어떤 곳에서 효율적으로 업무를 하느냐가 중요하죠. 현재 5명의 직원이 인쇄 장비 1대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장비가 7대이니 35명이 설비를 전담하고 있는 셈이죠. 이들 5명은 내국인 2, 외국인 2, 그리고 품질검수 담당자 1명으로 구성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품질검수 담당자입니다. 이들은 인쇄장비를 통해 완성된 인쇄물의 품질을 최종 검수하는 작업을 전문적으로 담당하죠. 사실 동종업계의 대다수 업체들은 회사당 1~2명의 검수 인력을 두고 있습니다. 이처럼 적은 인력이 모든 설비에서 나오는 제품을 모두 검수하다보면 업무 과부하로 인해 오류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꽤 발생하곤 합니다. 반면 저희는 한명 당 한 대의 기계의 결과물만 검수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업무 집중도를 높이고 있죠. 이러한 노력은 독보적인 제품 경쟁력으로 이어졌습니다.”

 

사형제가 만드는 시너지

앞서 언급했듯 김희문 대표의 친형 두 명은 모두 사업을 하고 있다. 여기에 현재 선진서피스를 운영하는 박원주 대표 역시 삼형제와 가족 같은 사이로 지내고 있다. 김희문 대표가 저희의 사업은 4형제가 함께하는 가족 비즈니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다.

동종업계에서 함께 사업을 하다 보니 매출, 제품 경쟁력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연스레 시너지도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김희문 대표는 유형의 시너지보다 무형적 시너지가 더욱 크다고 강조한다. 큰 형의 주도하에 신속한 결정이 가능하고, 사업 파트너로서 발생하는 갈등은 형제의 힘으로 보다 빠르게 치유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사진=차병선 기자] 김희문 대표는 “제조업체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약속된 시간 내에 완벽한 품질의 제품을 차질 없이 공급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사진=차병선 기자] 김희문 대표는 “제조업체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약속된 시간 내에 완벽한 품질의 제품을 차질 없이 공급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 대표는 자신보다 앞서 사업을 시작한 선배 사업가이자 가족인 두 명의 형으로부터 좋은 사업가’, ‘좋은 CEO'가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던 점을 강조했다.

김희문 대표는 말한다. “형님들께서 항상 강조하셨던 것이 바로 대화였습니다. 좋은 CEO, 좋은 사업가가 되기 위해서는 직원들 또는 파트너사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대화해야 한다는 것이죠. 특히 직원들과의 대화는 회사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필수요소였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듣고, 때로는 대표로서 직원들에게 바라는 점을 가감없이 전달하는 대화의 시간을 자주 가졌죠. 그러다보니 직원들과 허물없이 지낼 수 있었고, 저와 직원들 간에 일종의 굳건한 신뢰가 형성될 수 있었습니다.”

단적인 예로, 그가 선진씨앤디에 합류한 이후 회사를 떠나 이직을 한 직원은 ‘0이다. 어려운 시기에도 회사를 떠나지 않고 고통을 감내할 수 있었던 건 김희문 대표와의 절대적인 신뢰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직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좋은 사업가역시 신뢰가 없이는 결코 될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아직 좋은 사업가로 불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하면서도, 협력사와의 신뢰 관계 구축을 위한 노력은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어필했다.

김희문 대표는 결국 제조업체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약속된 시간 내에 완벽한 품질의 제품을 차질 없이 공급하는 것이 필수라며 이처럼 기본적인 것만 철저히 지킨다면 협력사와 신뢰 구축은 물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좋은 사업가, 좋은 CEO가 되기 위한 김희문 대표의 노력은 곧 선진씨앤디의 성장동력으로 이어졌다. 현재 선진씨앤디는 국내 유수의 철강회사, 가전제품 회사와 협력관계를 맺고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이들 파트너사 모두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활발히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경기도 파주시의 작은 회사의 제품이 국내를 넘어 전 세계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김희문 대표가 앞서 기자가 공장에서 봤던 촌스러운 꽃무늬 인쇄필름을 언급했다. 김 대표의 말을 듣고 나자 비로소 촌스러움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아까 공장 설비에 걸려있던 필름 보셨죠? 제가 봐도 상당히 촌스럽잖아요. 사실 이 필름은 국내가 아닌 인도 시장을 타깃으로 한 디자인입니다. 국내 유명 가전사의 인도 공장에 납품되는 이 필름은 현지 내수용 냉장고 외관에 사용되죠. 인도에서는 이런 꽃무늬가 굉장히 인기를 끈다고 하더라고요. 국내에서 아마 이런 무늬로 냉장고를 만든다면 사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웃음)”

누구나 그러하듯 김희문 대표와 선진씨앤디 역시 매우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경기 탓이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오늘에 충실한 삶을 살자는 마인드로 하루하루를 버텨 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하루에 충실한 삶을 살다보면 분명 어두운 터널의 끝에 도달할 것이라 믿고 있다.

김희문 대표는 말한다. “쉬운건 없습니다. 급여 삭감이나 인력 구조조정 같은 쉬운 방식으로 당장의 어려움을 돌파할 순 있죠. 하지만 성장하는 회사이전에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저의 경영철학은 이를 허용치 않습니다. 당분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자는 마인드로 직원들과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상생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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