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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TUNE’S EXPERT | 안병민의 경영수다

혁자생존-혁신하는 자가 살아남는다

  • 기사입력 2020.06.26 10:50
  • 기자명 하제헌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두 달 만에 우리 일과 삶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비대면 접촉, 즉 ‘언택트(Untact)’는 순식간에 우리 삶에 들어왔다. 이런저런 이유로 혁신을 가로막던 장벽이 일거에 사라졌다. 싫든 좋든 새로운 세상 질서에 부응하는 혁신만이 살 길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접촉, 즉 ‘언택트(Untact)’는 순식간에 우리 삶에 들어왔다.
일러스트 셔터스톡.

“관리자를 해고하라(First, Let's Fire All the Managers)” 장삼이사의 밑도 끝도 없는 헛소리가 아니다. 세계적 경영구루이자 혁신경영 전도사, 게리 해멀의 말이다. 2011년 겨울, 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기고문을 통한 주장이다.  
게리 해멀이 매니저들을 해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유를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관리 비용 증가다. 관리자 1명이 직원 10명을 관리한다고 가정해보자. 조직이 1,000명으로 늘어나면 관리자 역시 100명으로 늘어난다. 또 있다. 이들 100명을 관리할 더 높은 직급의 관리자 10명, 그리고 그 10명을 관리할 또 다른 관리자가 필요하다. 게다가 이런 관리 업무에 필요한 직원들은 또 얼마나 될까? 결국 ‘관리를 위한 관리’가 조직 전체의 발목을 잡는다.
둘째, 독선과 독단이다. 관리자는 경험을 먹고 자란다. 승진은 경험 축적의 결과였다. 문제는 그 경험이 과거의 것이라는 데 있다. 과거의 경험으로 미래를 판단하려니 아귀가 안 맞는다. 그 틈을 메우는 게 권위다. 능력에 의한 권위가 아니다. 직급에 의한 권위다. 냉철해야 할 의사결정 과정에 아전인수와 견강부회가 난무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불합리한 결정이 그렇게 나온다. 경험의 감옥에 갇힌 관리자의 시대착오적인 상황 판단과 꼰대스러운 의사결정이 조직을 수렁으로 밀어 넣는다.
셋째, 관리자가 많으면 의사결정의 단계가 늘어난다. 의사결정 속도 또한 비례해서 늘어난다. 현장은 광속으로 변하는데 회의실은 천하태평이다. ‘애자일(Agile)’은 의사결정과 실행의 유연함과 민첩성을 의미한다. 관리자가 즐비한 관료문화의 토양에서는 애자일이 싹을 틔울 수 없다. 시장의 변화 시그널에 발 빠른 피드백을 주지 못하는 기업에게 남는 선택지는 나락뿐이다. 
마지막으로, 매니저의 권력 강화는 일반 직원들의 힘이 약해짐을 의미한다. 카리스마로 무장한 리더가 조직 전체를 좌지우지하던 얘기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전설이다. 획일적이고 기계적인 일사불란함은 그 효용보다 폐해가 크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개인이 수평적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시대라서다. 카리스마 리더가 고군분투하는 조직이 아니라 자발적 열정과 창의로 무장한 직원 조직이 성과를 낸다. 요컨대, ‘관리자를 해고하라’는 게리 해멀의 주장은 ‘해고’가 포인트가 아니다. 방점은 ‘혁신’에 찍힌다.
상식이라 여겨졌던 모든 것이 무너지는 요즘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격발된 ‘4차 산업혁명’ 때문이다. 여기에 해일을 동반한 태풍까지 덮쳤다. ‘코로나19’ 얘기다. 순식간에 세상이 바뀌었다. 교육은 디지털로, 진료는 원격으로, 회의는 화상으로, 근무는 집에서. ‘될까?’ 싶었던 것들이다. 하지만, 해보니 된다. 오히려 더 나은 점도 많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다. 중요한 건, 이런저런 이유로 혁신을 가로막던 물리적, 심리적, 제도적 장벽이 일거에 사라졌다는 거다. 놓쳐서는 안 될 혁신의 골든타임이다. 
단 두 달 만에 우리 일과 삶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은 ‘코로나19’. 이 모든 변화를 관통하는 단어 중 하나가 비대면 접촉, 즉 ‘언택트(Untact)’다. 코로나로 인해 멀어진 사람들의 거리. 이른바 ‘접촉 없는 일상’이다. ‘언택트’는 더 이상 ‘디지털’의 결과가 아니다. 이제는 ‘언택트’하기 위해 ‘디지털’을 찾는다. ‘디지털’이라는 독립변수로 촉발된 ‘언택트’라는 종속변수가 서로 자리를 맞바꾼 셈이다. 팬데믹이 빚어낸 상전벽해의 변화. 그러니 혁신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혁신,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게리 해멀로 돌아가보자. 게리 해멀은 혁신에도 급이 있다고 말한다. ①운영혁신, ②제품혁신, ③비즈니스혁신, ④업계 구조 혁신, ⑤관리혁신이 그것이다. “가장 밑바닥에 있는 ‘운영혁신(operation innovation)’은 직원들이 매일 부닥치는 업무상 혁신이다. 이런 혁신은 모방이 쉬워 별 경쟁력이 없다. 이보다 한 단계 높은 혁신은 ‘제품혁신(product innovation)이다. 벽걸이 TV와 스마트폰 등 최첨단 제품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음 단계는 ‘비즈니스 혁신(business innovation)’이다. 고객을 만족시키는 전혀 다른 방법의 사업을 구상했을 때 일어나는 혁신이다. 페이스북(facebook)이나 이케아(IKEA), 패션회사 자라(Zara)등이 좋은 사례다. 그 다음은 ‘업계 구조(industry architecture)혁신’이다. 이 혁신은 업계 전체를 뒤집어 엎어 놓는다. 애플은 아이팟(ipod)과 아이튠스(itunes)를 통해 음반시장 구조를 일시에 재편했다.”
우리가 눈 여겨 보아야 할 것은, 혁신 사다리의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관리혁신(management innovation)’이다. 요컨대, 관리자의 역할을 바꾸는 거다. 직원을 통제하고 회사 자원을 배분하고 현장 상황을 보고받아 의사 결정을 하는 것. 지금까지의 관리자의 역할이었다. 문제가 바뀌면 해답도 달라지는 법. 혁신의 시대를 맞아 가장 먼저 혁신해야 할 것은 ‘관리’ 개념에 대한 우리의 시각이다. 
관리의 요체는 ‘어제와 같은 오늘’, 즉 유지(維持)다. 현상 유지에 새로운 시도가 필요할 리 없다. 아니, 외려 위험하다. 그래서 관리는 곧 답습이다. 급격한 변화의 세상, 답습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조직이 살아남는다. 관리자의 역할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개선’과 ‘효율’을 지상최대의 가치로 떠받들던 관리자의 역할은 이제 갈 곳을 잃었다. 혁신촉매자로서의 ‘파괴’와 ‘단절’이 필요하다. 게임의 룰이 바뀌어서다. 우리의 역량을 쓸모 없게 만드는 ‘역량파괴적 환경변화’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 이후 ‘창의’를 부르짖는 애플형 기업들이 생겨났다. 그럼에도 아직 많은 기업들이 ‘효율’을 앞세운 포드형 기업에 머물러 있다. 관리혁신을 통해 기업의 경영구조를 바꾸어야 할 때다. 기업의 경영구조 자체가 ‘혁신’을 생산하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라 같은 일을 반복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게 게리 해멀의 진단이다. 
당연하다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세상은 이제 ‘코로나 이전(BC∙Before Corona)’과 ‘코로나 이후(AC∙After Corona)’로 나뉠 것이다. 천지개벽. 되돌아갈 수 없는, 극단적인 환경변화다. 싫든 좋든 새로운 세상 질서에 부응하는 혁신만이 살 길이다. 혁신전도사 게리 해멀을 소환한 이유다. 세상에 나쁜 날씨는 없다 했다. 맞지 않는 복장이 있을 뿐이다. ‘코로나19’ 탓만 하며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그에 맞춤하는 혁신으로 다시 일어서야 한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다. 혁신하는 자가 살아남는다. 바야흐로 혁신의 시간이다.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교 MBA를 마쳤다. (주)대홍기획, (주)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주)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마케팅과 리더십을 아우르는 다양한 층위의 경영혁신 콘텐츠를 통해 변화혁신의 본질과 뿌리를 캐내어 공유한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 많다>,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가 있다.  <혁신가이드안병민TV>를 운영하는 유튜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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