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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도시를 다시 생각하다④ | 발목 잡힌 도시 업그레이드

UPGRADE‚ INTERRUPTED

  • 기사입력 2020.04.29 09:54
  • 기자명 ROBERT HACKETT 기자

알파벳의 도시개발 자회사 사이드워크 랩스 Sidewalk Labs는 미래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토론토 시와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자 기술 대기업에 대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BY ROBERT HACKETT

제시 샤핀 JESSE SHAPINS이 신은 청색과 오렌지색의 물방울 무늬 스탠 스미스 Stan Smiths 운동화가 토론토 항구의 얼룩덜룩한 쓰레기 진흙을 헤집고 있다.

버펄로 격자무늬 재킷과 분홍색 털모자, 칼 마르크스 스타일의 턱수염으로 겨울 추위를 막아낸 샤핀스는 자신이 선택한 제2의 집을 자랑했다. 콜로라도 출신으로 하버드대 박사학위를 가진 이 버즈피드 BuzzFeed /*역주: 뉴스 및 엔터테인먼트 사이트로 주로 사용자가 올리는 뉴스들이 노출된다/ 가입자는 지난 몇 년 동안, 12에이커 크기(약 1만 4,700평)의 이 진흙투성이 산업 불모지 주변에서 살면서 작업을 해왔다. 이곳은 사이드워크 랩스가 토론토의 미래 도시를 개발하려는 키사이드 Quayside 지역이다. 구글의 자매회사이자 알파벳의 자회사인 이 기업은 도시 인프라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지역은 아직까지는 황량한 모습이다. 한쪽에서는 캐나다 고유음식을 파는 푸드트럭이 비포장 주차장에서 빈둥빈둥 놀고 있다. 또 근처에는 오랫동안 방치된 콩 저장고가 눈에 띈다. 몇 척의 낡은 전세배가 부두에 나란히 정박해 있고, 한 무리의 청둥오리들은 행인들을 향해 울음소리를 내고 있다.  

샤핀스는 언젠가 이곳에 모여들지도 모를 연결 기술을 설명하면서, 마치 루빅 큐브를 조작하는 것처럼 손을 회전시킨다. 사이드워크 소속의 이 ‘도시 디자인 및 디지털 통합 책임자’(두 단어의 조합이 어색하긴 하다)는 친환경 집성재(集成材) /*역주: 얇은 목재를 다수층으로 겹쳐서 결합한 목재/로 만드는 미니 도시의 개요를 설명한다. 일부 건물 10여 채의 높이는 35층에 달한다. 이런 혼합 사용 구조물은 태양 전지판과 빗물을 배수하는 ‘친환경 지붕’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지하에서는 효율적인 에너지망과 연결된 도관이 열을 공급하고, 인공 지능 기반의 기송관(氣送管)이 재활용을 담당할 예정이다.

샤핀스가 묘사한 이 동네가 만약 완성된다면, 경이로운 곳이 될 것이다. 사이드워크는 3년 전, 이 지역에 대한 계획안 입찰에서 사업자로 선정됐다. 당시 회사는 키사이드를 도시 재건을 위한 기술중심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 이후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거센 반발과 강력한 기업의 시민권 침해에 대한 반대 여론이 불거지며, 이 사업은 논란에 휩싸였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주민 17%만이 이 사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소수 세력이 커다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요 반대자들 중에는 “처음부터 이 거래는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짐 발실리 Jim Balsillie가 있다. 그는 블랙베리 제조업체인 리서치 인 모션 Research in Motion의 공동 CEO를 역임했다. 한 지역 지도자는 키사이드를 특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벌어진 비슷한 크기의 작은 섬 과달카날 Guadalcanal /*역주: 태평양 솔로몬 제도의 섬으로 1942~43년 일본군과 미국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과 비교한다.

실제로 행정절차를 둘러싼 전투는 계속되고 있다. 이 계획을 지지하는 존 토리 John Tory 토론토 시장은 “대담하고 야심 찬 일을 할 때는 항상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라고 말한다. 이 작은 대지를 관리하는 비영리 개발법인 워터프런트 토론토는 5월 20일까지 진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워터프런트 토론토가 사이드워크 계획을 승인할 것으로 보이지만, 키사이드 구상은 원안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 이에 따라 민관 협력의 위험에 대한 교훈을 보여주고 있다.

토론토의 도심 수변 풍경들. 가운데 사진은 12에이커 크기의 키사이드 부지 모습. 이 곳에선 개인정보 수집과 기업의 인프라 관리 논란으로 친환경 미니 도시 건설이 지연되고 있다. 사진=포춘US
토론토의 도심 수변 풍경들. 가운데 사진은 12에이커 크기의 키사이드 부지 모습. 이 곳에선 개인정보 수집과 기업의 인프라 관리 논란으로 친환경 미니 도시 건설이 지연되고 있다. 사진=포춘US

점점 더 많은 전 세계 인구가 도시로 이주함에 따라, 지구의 환경 위기도 그곳으로 집중되고 있다. 이미 도시들은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양산하고 많은 물과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온실 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RBC 캐피털 마켓의 대표로 ‘스마트 시티’의 자본 조달을 주도하고 있는 사슨 다르위시 Sasson Darwish는 “도시들은 환경과 상호 작용하는 방식에서 좀 더 효율적일 필요가 있다”며 “데이터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데이터는 물론 알파벳의 주축 사업이다. 그리고 (미국과 멕시코를 가로지르는) 리오 그란데 강 북쪽의 그 어떤 대도시보다 인구가 더 빠르게 증가하는 토론토 입장에서, 사이드워크는 이상적인 파트너로 보였다. 지난 2017년 워터프런트 토론토가 사이드워크를 반겼을 때, 당시 알파벳 회장 에릭 슈미트 Eric Schmidt는 회사 설립자들이 “누군가가 우리에게 도시를 맡기고 책임을 지게 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흥분해 있었다”고 농담을 했다.

그러나 토론토 시민들은 걱정이 앞섰다. 소비자들이 빅 테크의 데이터 수집에 점점 더 불신을 갖는 가운데, 사이드워크의 사업자 선정은 기술 대기업에 대한 반발(techlash)의 증가와 같은 시기에 일어났다. 그리고 키사이드에 대한 회사의 계획은 이 지역 전역에 설치된 센서들이 근간을 이룬다. 이 장치들은 사람들이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반대론자들은 초기부터 “사이드워크는 시민들의 실제 습관에 대한 자료를 집어삼키려는 얄팍한 위장 시도”라고 비난하면서, 구글의 지배력이 인터넷에서 모든 영역으로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사이드워크는 “가능한 키사이드 데이터를 익명화하며, 구글의 광고시스템을 지원하는 데 절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런 약속은 일부 사람들에게 아무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리고 독립적인 ‘데이터 트러스트’를 구축하자는 사이드워크의 제안은 개인정보 옹호자들에게 더욱 경각심을 갖게 했다. 오히려 제3자가 그 데이터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드워크의 CEO 댄 닥터로프 Dan Doctoroff는 광고가 비즈니스 모델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정말 전무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뉴스 및 금융데이터 회사 블룸버그 CEO와 뉴욕시 부시장을 역임한 그는 알파벳이 “적절한 재정 수익”은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선 사이드워크는 부동산에 투자할 계획이다. 회사는 또한 개발자들에게 조언 수수료를 받을 생각이다. 그리고 새로운 스마트 시티 기술에 투자하고, 이 기술을 판매하고, 관리할 계획이다(사이드워크는 이미 전통적인 전기 배선을 대체하는 에너지 효율 제품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비평가들은 그 이윤추구 동기를 문제의 일부분이라고 치부한다. #블록사이드워크 운동의 창시자 비앙카 와일리 Bianca Wylie는 “사람들이 (기업의 데이터) 사유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사생활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녀는 이어 “키사이드 모델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재에 대한 통제권을 대부분 책임을 지지 않는 민간기업에 넘겨줄 것”이라고 비판한다. 게다가 그녀는 사이드워크가 이른바 “인공지능 세탁(AI washing)” 인프라라고 지적한다. 복잡한 기술을 앞세워, 거래 상대를 종속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즉, 토론토가 자체 성장을 위해 사이드워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와일리는 알파벳의 공동 설립자를 언급하며, “나는 래리 페이지의 취미가 되는 것에 관심이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극심한 갈등으로 인해, 사이드워크는 야심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회사는 당초 키사이드 부지 너머 수백 에이커를 아우르는 개발 계획을 대폭 축소했는데, 그 중에는 인근 섬에 있는 구글의 잠재적인 캐나다 본사가 포함되어 있다. 사이드워크는 작년 가을 ‘데이터 트러스트’ 아이디어도 포기했다. 11월에는 데이터 거버넌스 문제를 정부 재량에 맡기기로 사실상 합의했다. 물론 시와 지방, 연방 공무원이 이사회 멤버를 임명하는 워터프런트 토론토도 권한을 갖게 된다. 그 타협안도 비판하는 인사들이 있다. 캐나다 시민자유협회(Canadian Civil Liberties Association)는 이 거래를 아예 중단시키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협회 책임자 마이클 브라이언트 Michael Bryant는 워터프런트 토론토가 “원전을 건설할 능력이 없는 만큼, 사람들의 데이터를 관리할 경험이나 관할권도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이 모든 논쟁은 알파벳의 실리콘밸리 홈 그라운드의 민첩하고 빠른 문화와는 정반대다. 닥터로프는 “돌이켜보면 우리는 반대의견을 더 빨리, 더 경청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정치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타협안에 그 반대의견을 수용했어야 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키사이드가 축소된 상태에서도, 사이드워크의 스마트시티 기술 전시장이 될 것이라 믿고 있다. 일종의 ‘현장 제품 카탈로그’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알파벳 입장에서는, 키사이드가 작은 전시장이 되더라도 기다릴 가치가 있을 것이다.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 Allied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스마트 시티 산업은 인프라와 에너지, 운송 분야의 자동화를 아우르는 연간 5,00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다. 작은 몫이라도 챙기는 것은 광고를 넘어 외연을 확장하려는 디지털 거인에게는 이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사이드워크의 미래 도시는 보류된 상태다. 인근 공사장에서는 크레인이 아이빔을 뽑아 하늘로 올려 보내고, 시멘트를 실은 트럭이 굴러가고, 인부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키사이드에서는 여전히 물새들이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도시 정비: 문제는 기후 변화

해결책

‘기후변화와 싸울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이 있다’는 생각이 문제의 일부다. 매킨지의 도시 특별 이니셔티브 책임자 조너선 웨츨 Jonathan Woetzel은 “현실적으로 그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으며, 도시들은 ‘어디를, 무엇을, 누구를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어려운 복수의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의 국가 냉각 계획을 모델로 들었다. 이 계획은 배출량을 줄이려는 시도 외에도, 고온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냉방 지붕’과 건물의 다른 변화들을 촉진하고 있다.

그는 또한 도시들은 시민들이 새로운 기후 현실에 적응하도록 하기 위해, 행동을 바꾸게하는 장려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가령, 학교 방학을 옮기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다). 그리고 더 큰 대도시들은 작은 지역사회들과 모범 사례 및 재정 자원을 공유해야 한다. 웨츨은 “결국 이런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한다. —Emma Hinchlif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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