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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세기의 기술 재판

Tech’s Trial of the Century

  • 기사입력 2020.04.27 10:52
  • 기자명 JEFF JOHN ROBERT 기자

지난달 말 오라클과 구글이 실리콘밸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소송을 둘러싸고 대법원에서 맞붙었다. BY JEFF JOHN ROBERT

지난 3월 24일, 대법원은 수십 년 만에 가장 중요한 기술 사건 하나의 심리에 돌입했다. 재판 결과—당신이 어느 참여자를 믿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미래의 혁신을 보호할지, 아니면 법을 어긴 기술 대기업에 마땅한 벌을 가할지로 갈릴 것이다.

이 재판은 구글과 오라클이 맞붙은 사건으로, 누가 API라는 ‘컴퓨터 코드 블록’의 소유권을 갖고 있는지 결정하게 된다. 컴퓨터 응용 프로그래밍 언어(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s)의 줄임말인 API는 예를 들어, 날씨 앱이 또 다른 앱에서 실시간 기온을 추출한 다음 지도에 표시하도록 함으로써 한 컴퓨터 프로그램이 다른 컴퓨터와 대화할 수 있도록 해준다. API는 디지털 경제의 필수적인 구성 요소로서, 이번 세기의 재판에서 오라클은 구글이 허락 없이 API를 사용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API들은 구글이 모바일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를 구축하기 위해 사용한 자바 프로그래밍 언어와 관련이 있다. 오라클은 구글이 자사에 90억 달러의 피해를 입힌 ‘해적 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반대로 구글은 항소법원이 지난 2015년 오라클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과정에서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반박한다. 아울러 대법원이 이 판결을 지지할 경우, 기업들이 첨단기술의 너트나 볼트에 해당하는 API를 사용할 때마다 허가를 요청하거나 비용을 지불하도록 강요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구글의 변호사 톰 골드스타인 Tom Goldstein은 “회사의 견해는 수십 년간 업계의 관점이었고, 그 덕분에 소프트웨어 산업이 번창했다”며 “업계는 하급법원의 판결이 유지될까 겁에 질려 있다”고 전했다.

반면 오라클은 자신들의 손을 들어준 하급법원의 판결이 초고속 5G 모바일 네트워크와 인공지능 같은 최근의 기술 혁신을 억제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구글의 주장이 과장됐다고 일축한다. 오라클의 법률고문 도리언 데일리 Dorian Daley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판결 후 유일한 변화가 있다면 구글을 제외한 모든 기업들은 사용허가를 얻길 원했다는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의 결과는 이른바 ‘공정 사용’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공정 사용은 발췌와 패러디 등 특정 조건에서,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의 무허가 사용을 허용하는 법률적 원칙이다. 구글은 공정 사용 문제에 대해 연방법원에서 승소했지만, 항소법원이 그 판결을 뒤집었다.

그러나 구글과 동맹 기업들은 대법원에서 공정 사용 주장에서는 한발 물러설 계획이다. 대신 구글이 사용하는 API의 종류는 저작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이것들이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조리법이나, 수학 공식과 유사한 아이디어나 방법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이 같은 입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대법원이 지난 1880년 ‘회계담당자의 아내가 회계장부의 원장 표제 시스템을 저작권으로 삼을 수 없다’고 판결한 사건을 지적하고 있다. 팸 새뮤얼슨 Pam Samuelson 법대 교수는 “오래됐지만 좋은 판결”이라며 “대법원이 자신들의 판례를 존중하기 때문에 이 주장이 판사들에게 공감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UC버클리의 영향력 있는 저작권 학자인 새뮤얼슨은 구글을 지지하는 법학 교수 72명의 법정조언서 작성을 주도했다. 저명한 컴퓨터 과학자들과 IBM, 심지어 구글의 오랜 라이벌인 마이크로소프트까지 구글 편을 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대법원을 상대로 오라클이 승리한다면, ‘기술혁신에는 끔찍한 결과’라고 경고했다.

오라클도 자체적으로 막강한 동맹군을 구축하고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정부도 이 기업용 데이터베이스 거인을 지원한다는 법정조언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는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오라클 지원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과의 긴밀한 관계를 반영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새뮤얼슨은 “송무(訟務) 담당 법무부차관이 장관이나 부장관 대신, 행정부의 법정조언서에 모습을 드러낸 점이 특히 눈에 띈다”고 주장한다.

구글 대 오라클 재판이 더욱 흥미를 끄는 점은 법률학자들도 정말로 그 결과를 확신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낙태나 총기 규제 같은 이슈와 달리, 저작권에 대한 대법관들의 견해는 임명 과정에서 거의 검토되지 않아 이들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최종 변수는 나이가 많은 대법원 판사들이 API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을 가능성이다. 레베카 터시넷 Rebecca Tushnet 하버드대 법대 교수는 이 사건이 심리에 돌입하면, 판사들이 속도를 낼 것으로 믿고 있다(그녀는 구글과 이 회사의 공정 사용 주장을 지지하는 법정 조언서를 제출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판사들이 이번 사건의 기술적 복잡성을 간과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일례로 구글은 API의 특정 부분만 저작권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판사들이 기술적 복잡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기업들이 주장하는 보다 광범위한 내용에 의존할 우려가 있다.

터시넷 교수는 “설득력 있는 주장이 항상 중요하다. 그래야 법원이 당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릴 수 있다”며 “이번 재판의 한 가지 프레임은 구글이 앞장서서 약탈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프레임은 오라클이 다른 모든 기업들의 것을 빼앗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기술 판결 케이스

기술 분야의 지적재산권에 큰 영향을 끼친 대법원의 3가지 판결을 소개한다.

-MGM 대 그록스터(2005년): 법원이 ‘인기 있는 음악파일 공유 서비스를 중지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이 음반업체는 저작권 침해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앨리스 대 CLS 은행(2014년): 디지털 에스크로 서비스와 관련된 이 사건은 결국 소프트웨어 특허의 범위를 제한함으로써, 기술 회사들이 직면한 법적 위협을 줄여주었다.

-ABC 대 에어리오(2014년): 판사들이 ‘공중파 방송을 무료로 시청하고 녹화할 수 있는 안테나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에 불법 판결을 내렸다. TV 산업에겐 커다란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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