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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브랜드 마케팅 관점에서 바라보는 미국 대선

  • 기사입력 2020.03.30 14:18
  • 기자명 GEOFF COLVIN 기자

유권자들은 단지 후보들에게 투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선거는 선반 위에서 브랜드를 고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브랜드’ 분석은 민주당 후보들이 얼마나 분발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BY GEOFF COLVIN

왜 모든 최고의 여론조사기관과 전문가들은 2016년 대선 결과를 철저히 틀렸을까? 선거 전날 밤 뉴욕 타임스의 분석 부서와 프리딕트와이즈 PredictWise의 시장 예측 사이트는 힐러리 클린턴이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브서티에이트 FiveThirtyEight도 클린턴의 승리 확률을 71%로 예상했다. 프린스턴 일렉션 컨소시엄 Princeton Election Consortium의 샘왕 Sam Wang은 그 확률을 93%로 더 높게 보고,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 “벌레를 먹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왕은 나중에 CNN 방송에 출연해 귀뚜라미를 먹었다. 심지어 트럼프 참모들조차 백악관을 차지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선거 당일 밤 캠프의 한 고위 관계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승리하려면 기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완전히 무시됐던) 근본적으로 다른 종류의 분석이 결국 맞았다. 이 평가는 후보자들을 정치인이나 심지어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자동차나 치약처럼 마케팅을 해야 할 브랜드로 여겼다. 트럼프가 특히 핵심 경합 주에서 클린턴보다 훨씬 강력한 후보임을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올해 대선에서 다시 한번 강력한 툴로 등장할 전망이다. 이 분석은 피트 부티지지가 민주당 최상위 후보군으로 부상한 이유, 조 바이든이 걱정스럽게도 클린턴처럼 보이는 이유, 그리고 트럼프가 지금까지 우세한 후보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 분석 틀은 거의 30년 전 영 & 루비캠 Young & Rubicam 광고 대행사(현재 광고대기업 WPP 내의 Y&R과 BAV 그룹으로 바뀌었다)가 개발한 후, 지금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방식은 브랜드를 두 가지 측면에서 평가한다. 첫째는 브랜드의 인지도와 호감도에 따라 결정되는 브랜드의 위상이다. 둘째는 브랜드의 차별화와 타당성에 기반한 브랜드의 강점이다.

브랜드 마케팅 비전문가들은 브랜드 위상이 가장 중요하다는 합리적인 가정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위상은 브랜드의 강점이 없으면 거의 가치가 없다. 브랜드의 강점은 가장 먼저 구축해야 하고, 위상을 정립하는 일보다 훨씬 어렵다. Y&R은 자체 작성한 문서에서 브랜드의 강점을 달성하는 것이 ‘모든 브랜드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제 공화당 후보 17명이 무대에 등장했던 2015년을 되돌아 보자. 당시 누가 가장 차별화됐는가? 그리고 소비자의 삶과 가장 밀접한 사람은 누구였는가? 두 가지 측면에서 적임자는 모두 트럼프였다.

비전문가들은 브랜드 위상(Brand Stature)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브랜드 강점이 없는 위상은 거의 가치가 없다. 일러스트=포춘US
비전문가들은 브랜드 위상(Brand Stature)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브랜드 강점이 없는 위상은 거의 가치가 없다. 일러스트=포춘US

당시 대선에서, Y&R의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와 클린턴은 브랜드 위상(높음)은 거의 같았다. 하지만 트럼프의 브랜드 강점은 극도로 높았고, 클린턴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녀가 분명한 차별성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Y&R 분석은 ‘클린턴은 다른 모든 정치인들과 매우 유사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타당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트럼프의 슬로건을 기억하고 있지만, 과연 클린턴의 슬로건은 기억할 수 있을까? 그녀의 슬로건은 밋밋한 ‘함께 해야 더 강하다(Stronger Together)’였다.

BAV 그룹의 CEO 마이클 서스먼 Michael Sussman은 클린턴처럼 위상은 높고 강점은 별로 없는 브랜드는 “유용하지만 가치가 점차 하락하는 제품” 범주에 속한다고 설명한다. 이에 비해 트럼프의 브랜드 강점은 사실상 독보적이고, 브랜드 위상도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Y&R의 분류에 따르면, 트럼프는 애플과 디즈니 같은 탁월한 브랜드들이 망라된 ‘최상층’에 속해 있다.

2016년 선거에서 힐러리 브랜드가 트럼프 브랜드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두 캠프 모두 선거제도의 규칙(투표수에서 뒤지더라도 선거인단을 더 확보하면 승리한다)을 알고 있었다. 클린턴의 브랜드 위상은 오바마가 2008년과 2012년 대선에서 승리한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미시간, 위스콘신 등 제조업이 근간을 이루는 대형 주에서 강력한 우위를 가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당시 트럼프는 이 곳들에서 모두 이겼다. 브랜드 강점—그가 차별성이 있고 적합한 후보로 인식됐다는 사실—이 결정적인 승리 요인이었다.

낮은 지지율을 고려하면, 트럼프의 높은 브랜드 위상은 미스터리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트럼프의 지지율은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낮은 편이지만 호감도는 버락 오바마가 첫 임기 중 비슷한 시기에 기록한 40%대 중반과 큰 차이가 없다. 아울러 리얼클리어폴리틱스 RealClearPolitics가 실시한 여론조사 평균에 따르면, 민주당 유력 후보인 조 바이든의 현재 호감도와도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브랜드 위상은 브랜드에 대한 존중뿐 아니라 인지도에도 달려 있기 때문에, 트럼프의 TV 기반 명성은 다른 모든 후보들에 비해 강력한 장점이다. 여론조사업체 모닝 컨설트 Morning Consult에 따르면, 2015년 중반 출마 선언 후 불과 한 달 만에 트럼프의 이름을 알게 된 비율이 92%로 오늘날 조 바이든의 인지도(갤럽 여론조사 결과)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대통령이라는 명성까지 더해지면서, 트럼프의 전반적인 브랜드 위상은 바이든보다 약간 더 높아졌다.

브랜드 기반 분석에서, 부티지지는 지금까지 올해 대선의 큰 이슈다. 그는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모든 민주당 후보 중 커다란 차이로 가장 높은 브랜드 강점을 보이고 있다(바이든은 과거 힐러리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부티지지는 트럼프에게는 여전히 한참 뒤진다. 그의 브랜드 위상은 샌더스나 바이든보다 낮지만, 현 단계에서는 아직 괜찮다. 브랜드 위상은 결국 브랜드 강점이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구축되기 때문에, 부티지지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트럼프의 수준으로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정치에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놀라운 일은 반드시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예측학자들(그리고 나머지 우리들)은 후보자들이 단지 사람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은 진열 중인 브랜드들이며, 미국인들은 어느 브랜드에 손을 내밀지 결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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