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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긴 한데 집밥은 먹고 싶다? 차세대 HMR ‘밀키트’가 뜬다

  • 기사입력 2020.03.27 10:47
  • 최종수정 2020.08.05 08:51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0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밀키트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평균 1~2만 원이라는 HMR(Home Meal Replacement·가정식 대체 식품)치고는 비싼 가격과 손이 많이 가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집밥에 대한 심리적 수요와 요리하는 즐거움이라는 장점이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한 결과다.◀

GS리테일의 심플리쿡 모듬꼬치(왼쪽)와 프레시지 사천마라탕·마라샹궈 제품을 요리한 사진. 밀키트는 어떤 난이도의 요리라도 큰 어려움 없이 조리할 수 있도록 손질돼 제공된다. 사진=각 사
GS리테일의 심플리쿡 모듬꼬치(왼쪽)와 프레시지 사천마라탕·마라샹궈 제품을 요리한 사진. 밀키트는 어떤 난이도의 요리라도 큰 어려움 없이 조리할 수 있도록 손질돼 제공된다. 사진=각 사

[Fortune Korea] 30대인 기자는 평소 슈퍼나 편의점에서 파는 HMR을 잘 사먹는 편이다. 하지만 요 근래 구매를 망설이게 되는 HMR이 슈퍼 매대에 올라와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 이 HMR은 고약하게도 직접 요리를 해야 했다. 기자가 뜨거운 물을 붓거나 전자레인지를 돌리는 수준이 아닌 ‘진짜 요리’를 해본 건 정말 오래전이었다.

그렇게 몇 개월을 외면하던 기자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이 HMR은 유통기한이 고작 며칠에 불과했다. 슈퍼가 이렇게 유통기한이 짧은 제품을 취급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인기가 많길래 이렇게 슈퍼에까지 들어왔을까. 기자는 결국 국물요리 종류로 하나를 집어들었다.

조리 시간은 20분 정도였다. 조리 과정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았지만 아주 복잡하지도 않았다. 조리 과정엔 칼, 도마, 행주, 냄비 총 4개 도구가 사용됐고, 따라서 설거지거리도 딱 4개가 나왔다. 쓰레기는 봉지와 플라스틱 용기 정도였다. 맛은 괜찮았다. 일반 HMR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식감이 더 좋았고 맛도 풍부했다.

◆ HMR과의 관계

밀키트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밀키트는 Meal(식사)과 Kit(세트)의 합성어로 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와 딱 맞는 양의 양념, 조리법을 세트로 구성해 제공하는 제품이다. 데우기만 하면 되는 기존 HMR보다 손이 더 가지만, 집밥에 대한 심리적 수요와 요리하는 즐거움까지 충족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밀키트는 정의하는 주체에 따라 HMR과 두 가지 관계로 나뉜다. 가장 대중적인 분류로는 밀키트가 HMR의 한 분류라는 것이지만, 업계 관계자 중 일부는 ‘밀키트가 일상적인 가정식으로 진화해가는 만큼 HMR과는 구별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밀키트가 HMR의 한 분류라고 주장하는 쪽에서도 의견이 꼭 동일한 것은 아니다. HMR의 4세대 제품이라고 보는 곳이 있는가 하면 5세대 제품이라고 보는 곳도 있다. HMR은 3분 요리나 즉석밥같이 편의성을 우선으로 한 1세대, 냉장·냉동식품 위주의 2세대를 거쳐 발전했는데 다양화·다변화라는 3세대 범위 안에 프리미엄 제품을 넣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밀키트의 세대 구별이 나뉜다. 프리미엄 제품을 3세대에 넣는 쪽에서는 밀키트가 4세대가 되고, 프리미엄 제품을 별도로 떼어내 4세대라고 칭하는 쪽에서는 밀키트가 5세대가 된다.

◆ 시장 형성 늦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의 국내 식품 구분에 따르면 HMR은 즉석섭취식품, 즉석조리식품, 신선편의식품, 사전준비식품으로 나뉜다. 즉석섭취식품은 삼각김밥이나 샌드위치 등을, 즉석조리식품은 냉동만두나 간단한 국밥류 등을, 신선편의식품은 샐러드나 드레스 등을, 사전준비식품은 밀키트를 각각 지칭한다. 앞서의 HMR 세대 구분과 비교하면 즉석섭취식품과 신선편의식품(비록 출시 시기는 최근이지만)을 1세대에, 즉석조리식품을 2·3·4세대에, 사전준비식품을 4·5세대에 매칭시킬 수 있다.

재밌는 건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배포한 ‘2016년도 가정 간편식 시장 규모 34.8% 급성장’ 보도자료까지도 HMR 분류에 사전준비식품 항목이 신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당 자료에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17년 6월 30일 고시 기준에 따라 간편식의 범위를 구분했다. 두 부처 모두 당시까지 밀키트 부류의 상품에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는 당연한 결과였다. 밀키트 시장이 발전한 미국이나 일본 등과 달리 우리나라는 밀키트 시장 형성이 늦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밀키트는 2017년에서야 비로소 이전 세대 HMR 혹은 수산물 코너에서나 팔던 즉시 요리 가능 상품들과 구별돼 인식되기 시작했다. eMFORCE 데이터랩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가정간편식 시장 트렌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에는 즉석식품과 간편식 키워드가 인접해 검색됐으나 2017년에는 분리됐다. eMFORCE 데이터랩은 즉석식품과 간편식 키워드 간 소비자 인식 차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해석했다. 즉석식품과 구별되는 간편식, 즉 밀키트 부류의 상품을 광범위한 소비자들이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 성장 속도 빨라

미국은 2012년부터 밀키트 시장이 형성돼 매년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한국무역협회가 닐슨 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13년 1,501억 원 규모이던 미국 밀키트 시장은 2018년 3조 5,340원으로 연평균 88% 성장률을 기록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밀키트 시장 규모가 6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이제 막 시장 형성 시기를 지나 성장궤도 위에 오르려 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밀키트 시장 형성 시기를 2016년으로 추정합니다.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밀키트 시장 형성이 빠르고 발전한 건 제반 환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구독경제가 보편화했는데 밀키트가 구독경제 붐을 타고 많이 팔렸어요. 우리나라는 구독경제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새벽배송이 2016년부터 활성화해 이때부터 비로소 밀키트 시장이 형성되고 발전하기 사작했습니다.”

시장 형성은 늦었지만, 우리나라 밀키트 시장 성장 속도는 미국을 앞지른다. 업계에서는 2017년 200억 원 수준이던 우리나라 밀키트 시장 규모가 2018년 400억 원 수준으로 두 배 성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밀키트 시장이 2023년 7,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 기업들 러시

이 같은 성장 잠재력 덕분에 기업들은 발빠르게 밀키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한 스타트업들이 먼저 포문을 열었고 이후 초기 성장세를 확인한 대형 식품제조사와 유통업체들이 덩달아 뛰어들었다.

스타트업들은 2016년부터 밀키트 사업에 뛰어들어 이 시장을 개척했다. 주요 기업으로는 프레시지와 마이셰프, 닥터키친, 푸드어셈블 등이 꼽힌다. 이 중 프레시지는 2020년 현재 우리나라 밀키트 업계 최강자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프레시지 지난해 매출 1,000억 원 가운데 40%가량이 밀키트 사업 부문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이다.

식품제조사 가운데는 이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한국야쿠르트(2017년 9월)와 지난해 4월 진출한 이래 생산능력을 급격히 늘리고 있는 CJ제일제당이 단연 돋보인다. CJ제일제당은 CJ프레시웨이가 재료 선별을 하고 CJ대한통운이 새벽 배송을 하는 식으로 CJ그룹 계열사 인프라를 적극 활용한 덕분에 밀키트 시장에 빠르게 안착 중이다. CJ제일제당의 올해 말 밀키트 생산능력은 1일 4만 개에 달해 국내 최대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직접 제품을 생산하는 CJ제일제당과 달리 한국야쿠르트는 밀키트 생산시설 없이 위탁생산으로만 수요를 충당한다.

◆ 기업 전략 차이

유통업체들 역시 한국야쿠르트와 같이 위탁생산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다만 홈플러스 정도를 제외하면 그룹 내 식품 계열사 위주로 위탁을 맡긴다는 점이 다르다. GS리테일은 위탁과 생산을 병행해 눈길을 끈다. GS리테일은 밀키트 시장 진출 시기도 2017년 12월로 유통업체들 가운데는 가장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PB상품 부문에서의 탁월한 역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유통채널망을 바탕으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할인점 업체들도 최근 밀키트 생산 규모와 종류를 늘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들 업체 중에서는 2013년 피코크를 론칭하며 HMR 대중화에 앞장선 이마트가 40여 개 밀키트 제품을 론칭해 단연 돋보인다. 밀키트에 특화된 스타트업들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종류이다. 이마트는 2024년까지 밀키트 연 매출 규모를 500억 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스타트업이나 식품제조사, 유통업체들은 기업 배경이 다른 만큼 밀키트 전략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대형마트 업체들은 주로 위탁생산과 저가 전략을, 밀키트 전문 브랜드(스타트업)들은 직접생산과 중고가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별도 유통 채널을 갖추지 못한 CJ제일제당과 한국야쿠르트는 새벽배송이나 방문판매를 통해 판매하는 전략을 취해 눈길을 끕니다. 밀키트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각 기업의 역량에 맞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 시장 상황 변화

전국에 오프라인 매장을 두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들은 밀키트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구독경제 중심으로 밀키트 시장이 성장해온 것이 아니라 대형마트를 비롯한 오프라인 쇼핑몰 위주로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상황에 변화가 감지돼 눈길을 끈다. 1980년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해 온 할인점 식품 판매가 2012년부터 감소한 반면, 온라인 식품 구매는 활성화하고 있다. 국내 온라인 음식료품 거래액은 2015년 5조 2,000억 원에서 2017년 10조 5,000억 원으로, 2019년 13조 4,000억 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G마켓, 옥션, 11번가 등의 오픈마켓 식품 거래액 증가율은 30~40%에 달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엔 배송 고도화가 있다. 과거엔 온라인 식품 구매를 꺼리는 소비자가 많았다. 배송 과정에서 식품이 상하는 것을 우려해서였다. 하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신선식품마저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최근 유통·배송업체들이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추고 냉장차량을 운영하면서 상황이 바뀐 덕분이다. 이제는 새벽배송을 통한 신선식품 주문이 당연시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식품 가공 기술의 발전도 밀키트 시장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밀키트 시장 수요 조사에서 항상 상위권을 형성하는 한식류는 가공이 꽤 까다로운 편입니다. 하지만 요즘엔 기술이 발전하면서 소비자들의 기호를 맞출 수 있게 됐습니다. 가장 난도가 높은 수산물류도 가공할 정도니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을 적극 공략할 수 있게 된 거죠. 이 같은 상황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건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레시피 아이디어가 중요해졌으니까요. 현재 밀키트 시장에서 쟁쟁한 식품제조기업이나 유통업체들을 제치고 스타트업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하 박스기사>----------------------

◇ 시니어 소비자는 밀키트 소비 확산의 주역

시니어 소비자는 밀키트 소비 확산의 ‘뜻밖의 주역’으로 꼽힌다. eMFORCE 데이터랩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가정간편식 시장 트렌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50~59세 시니어들의 밀키트 검색량은 지난해까지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eMFORCE 데이터랩은 시니어들의 심리적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라며 2019 CJ제일제당 전망보고서 등을 근거로 시니어들이 즉석 조리 식품보다 간단한 조리 과정이 있는 제품을 더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다음과 같은 해석을 내놨다. “시니어들의 HMR 소비가 늘고 있는 건 주지의 사실입니다. 시니어들은 다른 세대에 비해 온전한 한 끼, 즉 반찬까지 갖춰먹으려는 성향이 강해 HMR 중에서도 밀키트 소비가 높거든요. 다른 세대가 HMR 그 자체를 한 끼로 보고 간단히 떼우는 데 반해, 시니어는 HMR을 식탁의 한 구성으로 생각하는 거죠. 시니어 세대에도 가사노동의 효율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이 세대의 밀키트 소비는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 같습니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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