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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집단소송제ㆍ징벌적 손배제, 반드시 도입해야”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집단소송제ㆍ징벌적 손배제, 반드시 도입해야”
  • 김타영 기자
  • 승인 2020.03.25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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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0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굵직한 금융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다. 지난 3월 9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금융정의연대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나 최근 금융권 이슈와 금융정의연대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사진=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사진=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Fortune Korea] 두 명이 겨우 근무할 수 있을 정도로 좁은 사무실에 연신 전화가 울렸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와 기자가 들어서 공간이 부족한 탓에 직원은 밖에서 서성거렸다. 덕분에 전화는 김 대표가 대신 받았다.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대부분 불안하고 초조한 느낌이었다.

“DLF 사태 때문에 많이 바쁩니다. 지금이 DLF 배상 마지막 단계인데 아직 진도가 나가지 못한 분들이 좀 계셔서요. 보시다시피 피해자들 전화받느라, 또 만나서 면담하고 조언하고 대응계획 짜느라 분주합니다.” 계속된 전화에 머쓱해진 김 대표가 던진 말이다.

김 대표는 상당히 직선적인 인물이었다. 인터뷰어의 긴장을 풀어주고자 인터뷰 초기에 던지는 간단한 인사말이나 질문을 뒤로 하고 그는 바로 본론으로 직행했다. 김 대표는 말한다. “은행 본점 책임을 묻는 금감원 DLF 판결을 확인하고는 정말이지 온몸이 다 짜릿했습니다. 그동안은 영업점 직원의 일탈 정도로만 책임을 물었거든요. 본점 차원의 책임을 물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2013년 금융정의연대를 창립해 현재까지 활동해오면서 느낀 가장 뭉클한 사건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 노조활동에서 NGO활동으로

금융정의연대는 2013년 설립됐다. 설립 당시엔 김득의·이광철 공동대표 체제였지만 이후 이광철 대표가 빠지면서 현재 김득의 단독대표 체제로 바뀌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과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면서 금융정의연대 공동대표까지 맡은 이광철 전 대표는 현재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관으로 근무 중이다. 과거 소비자 운동에 매진했던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금융정의연대 상임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김 대표는 말한다. “금융정의연대 설립 이전에는 현재 저희가 하고 있는 정책 개선이나 소비자 피해 구제 활동을 민변과 참여연대에서 나눠서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다른 NGO단체도 있었지만 이들은 대부분이 소비자 운동 중심이었어요. 그래서 정책 개선이나 대안 마련에 좀 더 특화된 조직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쪽에서 광범위하게 있었고 그 결과 금융정의연대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금융정의연대 초기 구성원들이 이쪽저쪽에 발을 동시에 담그고 있었던 이유입니다.”

김 대표는 안진걸 당시 참여연대 사무처장의 제안으로 금융정의연대에 참여했다. 김 대표의 금융사 재직 및 금융 소송 경험이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사내 노조활동에 골몰했던 김 대표는 금융 문제의 핵심을 다루려면 외부 NGO활동이 더 알맞을 것이라 생각해 금융정의연대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말한다. “저는 노동운동부터 시작했습니다. 흥국생명 재직 시절 모회사인 태광그룹 이우진 회장의 비리를 검찰에 제보해 그걸로 보복성 징계를 받기도 했어요. 징계 이후에도 노조활동을 계속하다 2005년에는 해고를 당했고요. 이때까지만 해도 노조활동이 전부였는데 이후 금융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금융은 정책 문제가 더 큰데 주로 특정 금융사만 상대하는 노조활동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더라고요.”

그의 생각을 바꾸게 된 결정적 사건은 2008년 이자 관련 소송이었다. 김 대표는 덧붙인다. “2008년에 개인 자격으로 SC제일은행에 이자 관련 소송을 냈습니다. 이자납입일이 토요일이나 일요일 같은 은행 휴무일일 때 기산일을 언제로 할 것이냐 하는 문제였어요. 저는 공휴일 다음인 월요일이 맞다고 주장했고 SC제일은행은 금요일이라고 했습니다. 걸린 금액이 15만 원뿐이어서 SC제일은행이 설마 이걸로 변호사까지 써가며 소송을 할까 싶었나 본데 저는 했죠. 물론 이겼고요. 이긴 다음에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어 다른 은행이나 카드사, 보험사에 같은 사례가 있을 시 고객에게 그와 관련한 부당 이득을 돌려주도록 했습니다. 금융사 밖에서 이런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에 느끼는 바가 많았고 그래서 2013년 금융정의연대 참여를 흔쾌히 수락하게 됐습니다.”

◆ 상품 유통 금융사에 주목

2013년 설립된 이후 금융정의연대는 현재까지 금융정책 개선 부분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 청소년들의 TV 시청 시간대에 대부업체 광고를 제한했고, 최고 이자율을 39%에서 24%로 하향시키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압력을 행사했다. 자살재해사망보험금 약관을 인지하지 못해 소멸시효 2년이 지난 사건에 대해선 금감원이 해당 보험사에 중징계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했으며 개인 신용 변경 사항 발생 시 금융사가 대출금리 산정을 다시 하도록 여론을 형성하기도 했다. 카드사 신용정보 유출 사건, 기한이익상실 개선 건 등에서도 굵직굵직한 역할을 해왔다.

금융정의연대가 최근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는 사건에는 기사 서두에 나온 DLF와 라임, 키코사태 등이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DLF사태는 미국과 유럽의 예상 밖 금리인하에 파생상품 원금 전액이 손실 위기에 처한 사건을, 라임사태는 라임자산운용이 1조 600억 원대 펀드 환매를 중단한 사건을, 키코사태는 기업이 환차손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가입한 파생금융상품이 오히려 피해를 키운 사건을 말한다.

이들 사건에서 금융정의연대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상품 유통을 담당한 금융사와 소비자 간 문제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말한다. “이들 사건은 라임사태처럼 운용사의 잘못이 일부 드러난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걸로 운용사가 뭘 얼마나 어떻게 잘못했는지 따져 이를 근거로 소비자가 배상 책임을 묻기엔 피해자들 상황이 너무 안 좋아요. 그래서 저희는 은행 같은 상품 판매사에서 소비자 피해금을 일단 지급하고, 소비자들로부터 구상권을 위임받아 판매사가 라임을 상대로 소송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현재 드러나고 있는 불완전판매와 같이 판매사가 책임져야 할 부분 역시 당연히 책임지도록 하고요. 금융감독원이 키코사태를 통해 ‘불완전판매에 대해선 공소시효를 두지 않겠다’고 선언한 건 정말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이들 판매사 수장들도 강하게 질책했다. “현재 은행장, 지주회장 중에는 키코, DLF, 라임사태에 모두 연관된 사람도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채용비리에도 연루돼 있죠. 문제가 터질 때마다 꼬리 자르기를 해 살아남아서 지금은 은행장 연임하겠다고, 또 지주회장 되겠다고 하는 걸 보면 기가 찹니다. 무죄추정원칙 운운하며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시간을 끌어 생명연장하겠다는 거죠. 이전 정부까지만 해도 생각도 못 했던 일인데 민주적 절차를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나니 너도나도 이렇게 합니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 반쪽짜리 금융소비자보호법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지난 3월 5일 국회 본회의 금융소비자보호법 통과에 대단히 큰 의의를 뒀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거치며 처음 발의됐으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금융 규제 완화 기조와 맞지 않아 장시간 방치됐다가 9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DLF와 라임사태가 터지면서 금융소비자보호법 요구가 커진 덕분이었다.

김 대표는 금융소비자보호법 통과에 큰 의의를 두면서도 그 내용 면에서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말한다. “2011년 발의된 법안 초안과 올해 통과된 법안을 비교해보면 중요한 내용이 상당히 많이 빠져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끊임없이 주장해왔던, 사실상 금융소비자보호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빠졌고요, 입증책임 전환 부분도 설명 의무만 들어가고 적합성·적격성 내용이 빠졌습니다.”

집단소송제도는 피해자 중 일부가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해 승소하면 다른 피해자들은 별도 소송 없이도 이전 피해자 판결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금융 관련 피해는 소액인 경우가 많고 집단으로 발생하는 특수성 때문에 금융정의연대는 오래전부터 금융권 집단소송제 도입을 주장해왔다. 적은 피해 금액을 보상받고자 변호사를 선임하고 별도 시간을 내는 등의 일이 번거로울뿐더러 승소하더라도 다른 피해자들은 별도 소송을 제기해야 하다 보니 금융사에서 이를 악용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징벌적 과징금제도로 대체됐다. 김 대표는 대체된 제도가 ‘징벌’ 의미와 동떨어져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분개해 했다. 그는 말한다. “징벌이란 말이 들어가려면, ‘잘못하면 회사가 망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위기감을 심어줄 정도로 제재가 세야 합니다. 저는 징벌이란 말을 쓰려면 잘못된 방식으로 벌어들인 수익금의 5배까지 징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징벌적 과징금제도는 고작 50%입니다. 이게 어떻게 징벌입니까. 잔뜩 벌어서 반만 벌금으로 내고 나면 나머지는 다 수익인데요. 입증 책임 전환 부문은 소비자가 직접 체크해서 자신의 투자성향을 파악했느냐 등을 따지는 적합성·적격성 부분이 빠진 게 아쉽지만 그래도 설명 의무라도 들어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원칙 없는 규제 개혁 지양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위해 다양한 활동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었다. 당장 다가오는 총선을 겨냥해 각 정당에 제도 도입을 제안하는 한편 현행 제도 아래에서 집단소송제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효과를 낼 수 있는 여러 변형된 방법을 궁리하는 것 등이었다. 논평이나 성명, 인터뷰 등을 통해 여론 조성에도 한창이었다.

김 대표는 집단소송제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매우 필요하지만 이들이 금융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 제도는 어디까지나 문제가 발생했을 시 대응하는 후속방안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금융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금융사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말한다. “정책적인 면에서는 원칙 없는 규제 개혁을, 개별 금융사 입장에서는 핵심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이하 KPI) 확산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금융은 종이 한 장으로 이뤄지는 신용산업이잖아요. 그래서 원칙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전 정부부터 그런 모습이 많이 훼손되고 있어요. 예를 들자면, 케이뱅크를 위해 인터넷은행법을 개정해주려 하잖습니까. 굳이 개정한다면 직접적인 문제가 되는 공정거래법을 고쳐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땜질식으로 그 아래 있는 인터넷은행법에 손대려 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KPI는 금융사 직원들을 성과지상주의로 내몰아 불법적인 상품 판매도 마다치 않는 원인이 됐다고 그는 지적했다. 김 대표는 말한다. “금융권에서는 농담으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남북통일을 KPI 지표에 넣으면 어떤 식으로든 문서 상으로는 통일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요. 재밌는 조사가 있습니다. 금융노조가 2~3년 전에 조합원 대상 여론조사를 했는데, ‘KPI 때문에 고객에게 손실이 예상되는 상품을 팔아봤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0%가 그렇다고 했다는 거예요. 실적 관리를 위해 일단 팔고 본 거죠. 금융사들이 KPI 사용을 어쩔 수 없다고 한다면 적어도 필요 직무 이외, 가령 은행 같으면 비이자수익(펀드, 방카슈랑스, 카드 등) 상품 판매에서만이라도 KPI를 제외하면 금융사고 소비자 피해 규모가 훨씬 더 줄어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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