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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고 연차 직원 외면하면 조직이 곤란해진다

  • 기사입력 2020.03.25 13:57
  • 기자명 신제구 교수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0년 4월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고 연차 직원은 조직에 참 고마운 존재다. 조직에 애정도 많고 헌신도 많이 했다. 하지만 이들의 공로는 생각지 않고 찬밥으로 대하는 곳들이 있어 안타깝다. 고 연차 직원을 조직의 자산으로 대우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 신제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이미지=셔터스톡
이미지=셔터스톡

[Fortune Korea] 조직은 직장인들에게 삶의 공간이고 의미 가득한 기억이다. 조직생활을 통해 누군가는 행복한 가정을 꾸렸고 누군가는 불꽃같이 일을 통해 성장했으며 누군가는 조직이 자기 것인 양 청춘의 모든 것을 투자했다.

특히 오랜 세월을 조직에 머물렀던 분들이 갖는 감회는 당사자가 아니라면 감히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조직 입장에서도 그분들은 참 고마운 존재다. 요즘 우리는 이분들을 고령자라고 부르지 않고 고 연차 직원이라고 정의한다. 조직에 오래 다녔다는 다소 섭섭한 표현으로 간주될 수 있지만 틀린 말은 분명 아니다.

그런데 갈수록 고 연차 직원들을 바라보는 조직의 관점이 변하고 있다. 조직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했던 과거는 ‘과거의 일’로만 취급하고, 지금은 오히려 조직에 짐이 되거나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마디로 찬밥신세가 된 것이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의 변화 속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다. 특히 단기 성과주의의 일반화, 연공보다 내공이 중요해지고 고령자가 넘쳐나는 역삼각형 조직구조, 성과달성을 위해서는 기꺼이 방치된 갈등, 조급해진 경영진과 불안한 리더들 그리고 영리해진 젊은 직원들과 냉정해진 조직 정서는 고 연차 직원들은 한낱 고비용의 대상으로만 간주하기 쉽다.

이는 당연히 멀리 보지 못한 관점이다. 고 연차 직원들을 무작정 외면하면 조직만 곤란해질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최근엔 섭섭함 가득한 고 연차 직원들이 그들의 섭섭한 마음을 명분으로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가족이 원수가 되는 꼴이다. 따라서 고 연차 직원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입사원보다 더 예민하고 요령 있게 관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고 연차 직원은 계속 양산된다.” 고 연차 직원은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조직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에 대한 근본적이고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만약 고 연차 직원 직무전환 및 보직변경을 일방적으로 한다면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관리는 관리대로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조삼모사의 방법이 아닌 특단의 해법을 조직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둘째, “그들도 한때 저 연차 직원이었다.” 고 연차 직원이 골치 아프다고 직원을 뽑지 않을 수는 없다. 명심해야 할 것은 지금의 고 연차 직원들도 한때는 저 연차 직원이었다는 점이다. 저 연차 직원들도 곧 고 연차 직원이 될 것이고 똑같은 대접을 받을 공산이 크다. 고 연차 직원의 운명을 관찰한 저 연차 직원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예측할까? 시간은 흐르고 사람은 늙기 마련이다. 어쩌란 말인가?

셋째, “저항비용이 고용비용보다 더 커질 수 있다.” 고 연차 직원은 대체로 경험이 많다. 조직의 성과를 내는 부분에선, 속도감이나 질적인 부분에선 부족함이 있을지 몰라도 조직의 성과를 방해할 정도의 노련함과 고집은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만약 고 연차 직원을 막연히 푸대접해서 그들의 저항이 발생한다면 그들이 있어 조직에 드는 비용보다 더 많은 저항비용이 초래될지도 모른다. 고 연차 직원도 자기방어에는 노련하니까 말이다.

이제부터라도 고 연차 직원이 명예로운 유산을 남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조직에 이득임을 인지했으면 한다. 그렇다면 고 연차 직원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고 연차 직원을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업무를 부여하거나 축소하고자 할 때 조직에서 그냥 명령을 내리는 것은 바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눈치 빠른 고 연차 직원들의 기분이 유쾌할 리 없다. 교육은 이럴 때 하는 것이다. 고 연차 직원들에게 ‘낯선 경험과 새로운 기회’의 개념을 심어주어야 한다. 고 연차 직원들의 마음을 먼저 다스리고 그들의 동참을 이끌어 내야 한다. 그들 앞에서 조직의 효율성만을 떠드는 것은 잔인한 공격이다.

일방적인 지시나 명령은 효과도 없다. 고 연차 직원들은 어지간해서는 겁을 먹지 않는다. 고 연차 직원이란 세습되는 하나의 현상이다. 고 연차 직원은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고 연차 직원들이 마무리를 잘하고 조직에 기여하며 남겨진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도록 조직이 돕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고 연차 직원들에게 어떤 접근을 해야 그들을 도우면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첫째. “조직이 먼저 감사를 표현하라.” 고 연차 직원들이 조직을 섭섭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조직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사랑하지 않았다면 벌써 떠났을 조직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머물렀고 머물렀기 때문에 사랑도 깊다. 또한 사랑이 깊은 만큼 서운함이 생기면 상처도 깊다. 새로운 자리이동이나 역할변화를 일방적으로 명령한다면 고 연차 직원들은 자신들이 뭔가를 잘못했거나 불필요한 사람처럼 취급받는 듯한 기분 때문에 더 화가 나는 것이다. 그보단 조직의 현실을 설명하고 이들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이들의 협조를 구하려면 조직이 먼저 겸손하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 많이 고마웠다고, 덕분에 지금의 조직이 건재하다고 말이다. 그리고 또 한 번의 부탁을 하는 것이다. 고마운 선배님들의 협조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고백하고 부탁해야 한다. 이 부탁은 절대로 배신당하지 않을 것이다. 고 연차 직원들은 서운함을 치유 받은 상처를 움켜쥐고 자신이 평생 몸담았던 조직을 위해 기꺼이 헌신하고 도울 것이다. 자신의 헌신에 감사를 표할 줄 아는 조직을 돕지 않을 이유는 없다. 이미 마음의 보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둘째. “경력을 기회로 만들도록 지원하라.” 보통 고 연차 직원들은 적게는 20년 혹은 30년 정도 조직에서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해왔을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베테랑이다. 그런데 세월은 변화는 내공의 질적 변화도 가져왔다. 특히 최근의 4차 산업혁명이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를 맞고 있는 현시점에서 숙련된 전문가들도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아졌다. 따라서 지난 세월 동안 조직에서 갈고 닦은 내공이 허공으로 사라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고 연차 직원들은 괜한 불안과 자괴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조직에서는 지금처럼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고 연차 직원들의 경력이 생존의 밑천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노하우 혹은 유사한 경력으로의 전환교육 등을 통해 격려와 가능성 회복의 기회를 제공해주면 좋을 듯하다. 새롭게 부여되는 직무가 그렇다면 금상첨화다. 조직이 제시하고 본인의 판단이 선다면, 힘겨워도 기꺼이 동참하고 조직이 제시하는 새로운 업무와 변화를 기회 삼아 조직에 더욱 몰입할 것이다.

짧은 지면에 고 연차 직원들에 관한 이야기를 모두 담을 수는 없었다. 또한 고 연차 직원 모두가 피해자인 것처럼 판단하고자 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 불안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누구에게나 반복적으로 다가오는 바이러스 같은 현실이다. 앞으로도 반복될 고 연차 직원들을 외면하면 조직만 더 힘들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또한 고 연차 직원들을 이끄는 리더들에게도 그들을 2인자 리더로 육성하고 그들을 존중해주며 그들의 헌신과 저력을 유도케 하는 ‘리더십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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