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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TUNE'S EXPERT] 안병민의 ‘경영 수다’

혁신은 판타지가 아니다

  • 기사입력 2020.03.09 13:44
  • 기자명 포춘코리아 기자

이 콘텐츠는 포춘코리아 2020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과거의 낡은 것들을 뜯어고쳐 새 것으로 바꿔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세상이다. 그래서 모두가 혁신을 외친다. 여기 저기 구호처럼 들리는 혁신은 지겨울 정도다. 진정한 혁신을 이룬 예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래서 혁신에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글 안병민 대표◀

해가 바뀔 때면 모두가 새로운 계획을 세웁니다. 금연, 금주, 운동, 저축 등 이루고 싶은 나름의 소망에 대한 저마다의 실행계획들, 이름하여 ‘혁신 계획’입니다. 정초에 세웠던 그 비장했던 결심들, 아직 안녕하신지요? 눈 녹듯 말끔하게 사라졌다면 우리에겐 변화와 혁신에 대한 내성이 생긴 겁니다.
모두가 혁신을 이야기합니다. 바꾸겠다, 바뀌겠다 사방에서 외칩니다. 그럼에도 혁신은 지난(至難)하기 그지없습니다. 간절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변화에 대한 내성 때문입니다. 내성(耐性). 생물체가 어떤 약물에 대하여 가지는 저항 현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내성이 있다’ 혹은 ‘내성이 생겼다’는 말은, 쉽게 말해 ‘약발이 안 듣는다’는 얘기지요. 그럼에도 반드시 해야 하는 게 혁신입니다. 혁신하지 않으면 혁신 당하는 세상이라서입니다. 그렇다면 성공하는 혁신,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혁신의 이유를 명확히 하라
먼저, 모든 구성원들에게 혁신의 이유를 알려주어야 합니다. “왜 혁신해야 하지?” “혁신하면 뭐가 좋아지는 거지?” 이런 질문에 명쾌한 답을 주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리가 지금의 이 일을 왜 하는지부터 명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무엇을 위해, 무엇이 되어, 무엇을 할 것인가?” 여기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이 우리 일의 목적이자 우리 조직의 존재 이유입니다.
목적을 가진 조직, 존재이유를 아는 조직은 단단합니다. 방향도 뚜렷합니다. 힘들어도 가야 할 목적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내 일의 목적은 곧 나의 소명이기 때문입니다. ‘소명을 위해서 혁신해야 한다’는 말은, 그래서 당위(當爲)가 됩니다. 요컨대, 일의 목적이 곧 혁신의 이유이자 혁신의 동력이 되는 겁니다. 우리가 그토록 하고 싶어하는 일을 제대로, 잘 하기 위해서 하는 것임을 알기에, 고통스러운 혁신도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현실에 발을 딛고 서라
갓 창업한 경영자가 실패를 준비할 리 없습니다. 깨소금 볶는 신혼부부가 파국을 예정할 리 없습니다. 이들이 생각하는 내 사업과 내 결혼의 실패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못해 무자비합니다. 수많은 신생 기업들과 수많은 신혼부부들이 1년 안에 망하고, 1년 안에 헤어집니다. 망하겠다, 헤어지겠다 작정하고 사업을 하고 결혼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목표와 현실의 간극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입니다.
다들 크고 담대한 목표를 세우라 얘기합니다. 긍정의 마인드로 무장하라 얘기합니다. 하지만 그건 성공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크고 담대한 꿈을 갖는 것은 중요합니다. 새우잠을 자더라도 고래의 꿈을 꾸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꿈 역시 현실에 탄탄히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한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허공에 떠다니는 꿈은 망상가의 한낱 공상에 불과합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나 막연한 낙관주의로는 성공 혁신을 빚어낼 수 없습니다. 간절히 원한다고 소원이 이루어지는 건 동화 속 판타지(fantasy)일 뿐입니다.
가브리엘 외팅겐 뉴욕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이런 달콤한 상상을 ‘긍정적 공상’이라 부르며, ‘무한긍정의 덫’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다양한 연구와 실험 결과, 긍정적 공상의 빈도가 높을수록 성공 가능성은 떨어지더라는 겁니다. 가령 이런 겁니다. 학생들로 하여금, 받고 싶은 학점과 그 가능성에 대한 시나리오를 작성하게 하였습니다. 추후 성적을 확인해보니 자신의 성적이 잘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즉 부정적 시나리오를 작성한 학생들의 성적이 더 좋더라는 겁니다. 시험을 망치지 않을까 걱정했던 학생들이 그 상황을 피하기 위해 오히려 더 열심히 공부했던 거지요. ‘앞뒤 없는 낙관’이 아니라 ‘방어적 비관’이 성공에 더 도움이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담배 끊을 수 있어.” “그깟 살 빼는 거야 식은 죽 먹기지.”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 치고 제대로 금연하고 제대로 살을 빼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단지 높은 목표를 잡는 게 능사가 아닙니다. ‘내가 하면 잘 될 거야’라는 터무니없는 낙관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목표는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범위 안에, 구체적인 모습으로 존재해야 합니다. 목표에 대한 치열한 실행 역시 담보되어야 합니다. ‘나른한 몽상가(dreamer)’에 머물지 않고 ‘맹렬한 실행가(doer)’로 우뚝 설때 혁신은 성공합니다.

혁신의 걸림돌을 확인하라
혁신의 이유를 알았고, 현실에 기반한 혁신의 목표와 방향을 잡았다면, 다음은 혁신의 걸림돌을 구체화하는 겁니다. 혁신의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다양한 장애물에 대한 사전 확인 작업입니다. 예컨대, 디지털을 통한 서비스 자동화를 혁신목표로 잡았다면, 그에 따른 감성적 고객경험 훼손의 위험을 함께 따져야 합니다. 업무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겠다면, 혹시 모를 의견수렴과 의사결정의 공백을 살펴야 합니다. 문제를 외면한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내가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아야 병을 고칠 수 있듯이 문제를 적시해야 문제에 대처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날 것 그대로의 문제와 불편한 직면을 하는 것, 혁신 성공의 확률을 높이는 중요한 작업입니다.
다이어트를 하려 하지만, 식사 후에는 항상 달콤한 간식과 톡 쏘는 탄산음료가 당긴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혁신의 장애물을 확인하였으니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식사 후 간식이 당길 때면 물을 두 컵 마시고 온몸 스트레칭을 하겠다는 식의 대응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겁니다. 이를 ‘행동계기(Action Trigger)’라 합니다. 특정한 상황이 되면 미리 정의해놓은 특정한 행동을 하는 겁니다. 막연히 ‘공부하겠다’가 아니라 ‘하루 중 어느 시간대에 어떤 장소에서 얼마동안 공부할 것인지’ 정해두는 식입니다. 그저 ‘금연하겠다’가 아니라 ‘흡연욕구가 생기면 집 밖으로 나가 줄넘기를 200개씩 하겠다’ 정해놓는 겁니다.
‘인무원려 필유근우(人無遠慮 必有近憂)’라 했습니다. 멀리 내다보고 미리 준비하란 뜻입니다. 논어 위령공 편에 나오는 공자의 이 말은 혁신리더에게도 유용한 가르침입니다. 혁신의 장애물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 즉 행동계기를 미리 설정해두면 혁신의 성공가능성은 올라갑니다.
바야흐로 상시적 혁신의 시대입니다. ‘유수불부 호추불두’. 여씨춘추에 나오는 말입니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고 여닫는 문지방은 좀먹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 시대, 경영혁신도 똑같습니다. 지금, 여기, 내 눈 앞의 변화를 포용해야 합니다. 유연해야 합니다. 변화라는 질문에 혁신으로 응답하지 않으면 내일이 없는 세상입니다. 그래서 더욱 강조합니다. 혁신은 판타지가 아니라는 것을. 혁신은 현실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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