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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맞춤 정장의 매력
[포춘US]맞춤 정장의 매력
  • KRISTEN BELLSTROM 기자
  • 승인 2020.04.03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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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POKE: A Suit of One’s Own

다음에 소개하는 미래 지향적인 재단사들은 남성 중심의 맞춤 정장 문화를 타파하고 있다. 그 결과 여성들이 더 이상 기성복에 안주할 필요가 없게 됐다. BY KRISTEN BELLSTROM

사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평생 꿈인 남극 유람선 여행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악몽이 될 수 있다. 당신 동화책에 나오는 (그림 같은) 18세기 빌라가 필자에게는 삐걱거리고 낡은 폐가에 불과하다. 일부 패셔니스타들은 VIP 전문 쇼핑 도우미(Personal Shopper)들이 건네주는 뵈브 클리코 Veuve Clicquot 샴페인을 마시며 쇼핑을 즐긴다. 반면, 필자의 가장 괜찮았던 쇼핑 경험은 내 왼쪽 다리가 오른쪽 다리보다 거의 2.5센티미터—2.5센티미터나!—더 짧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였다.

(짝짝이 다리에 관한) 진실을 알려준 사람은 뉴욕시 소재의 디자이너 샤오 양 Shao Yang이다. 곧이어 그녀는 필자의 몸 가운데 분명히 문제가 있어 보이는 여러 군데를 ‘중계 방송’하기 시작했다: 어깨는 왼쪽보다 오른쪽이 약 0.6센티미터 높고, 엉덩이는 매우 삐뚤어져 있으며, 자세는 오목한 모양이다. 정말 그랬다. 약간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필자는 왜 딱 맞는 바지나 재킷을 찾을 수 없는지 수 년간 좌절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 오히려 드문 호사였다.

그리고 진정한 기쁨은 더 남아 있었다. 디자이너 양의 평가는 필자의 고질적인 비대칭 몸을 대칭으로 만들기 위해, 멋진 임시 프레임(맞춤 정장)을 제작하는 첫걸음이었다.

캐서린 사르겐트가 자신의 이름을 딴 메이페어 의상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포춘US
캐서린 사르겐트가 자신의 이름을 딴 메이페어 의상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포춘US

남성들은 수세기 동안 맞춤 정장이 주는 강력한 힘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 오후 디자이너 양의 플랫아이언 Flatiron 스튜디오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뭔가 새로운 것이 있었다. 그녀와 필자는 물론, 대부분 고객들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양의 회사 더 테일러리 The Tailory는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은 소수에 불과한 여성 맞춤 정장 재단사들과 기업 중 하나다. 이들은 오랫동안 중년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맞춤 정장을 자기만의 것으로 원하는 여성 고객들의 취향을 겨냥하고 있다.

오늘날 여성 맞춤복 시장의 규모는 훨씬 더 작지만, 이용 가능한 옷의 종류는 남성들과 별 차이가 없다. 전통적인 맞춤복 시장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있다. 캐서린 사르겐트 Kathryn Sargent(런던의 새빌 로 Savile Row /*역주: 런던의 고급 수제 양복점이 늘어서 있는 거리/에서 장인 타이틀에 오른 최초의 여성), 그리고 뉴욕의 다라 램 Dara Lamb(포춘 500대 기업에서 가장 인정받는 여성 재계 리더들 일부의 의상을 맡았던 여성) 등이 있다. ‘재단(Tailoring)’을 의미하는 많은 용어들처럼, ‘맞춤 정장(Bespoke)’이라는 단어는 누가 쓰냐에 따라 의미가 약간씩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맞춤 정장의 정의는 처음부터 손으로 재단하는 과정으로 다들 인식하고 있다. 아울러 완벽한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여러 차례의 가봉 중 첫 번째는 느슨하게 바느질한 옷을 만드는 과정을 포함한다.

좀 더 저렴한 것은 맞춤옷(made-to-measure)이다. 최근 몇 년간 이 업종은 작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더욱 단순화된—그리고 전자상거래 친화적인—이 방법은 표준 패턴(Standard Pattern)을 활용한다. 즉, 개인 치수와 선호도에 기초해 옷 모양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여성들은 이제 슈트키츠 SuitKits(‘가상의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온라인으로 옷을 제작한다)와 블루 슈츠 Blue suits(역시 맞춤 옷을 제공한다), 세네 Sene(신축성 있는 남성 및 여성용 애슬레저 의류업체), 곰리 앤드 갬블 Gormley & Gamble(새빌 로에 본사가 있다), 그리고 소수 업체에서 맞춤 정장을 주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업체들 중간에 위치한 그룹이 있다. 이 그룹은 일반적으로 ‘주문 제작(Custom)’이라는 포괄적인 용어로 불린다. 더 테일러리를 포함한 이 그룹은 기존 샘플은 무시하고, 개인별 패턴을 새로 만든다. 하지만 이들은 맞춤 정장 제작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기술력이 많이 필요한 일부 단계를 생략하는 기술에 의존한다.

이 접근방식들—시작 가격이 수백 달러에서 5,000달러 이상일 수 있다—이 서로 다를 수 있지만, 그들 모두는 동일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다. 오클라호마주립대의 의류 디자인학과장인 린 M. 부래디 Lynn M. Boorady 교수가 이 문제를 깔끔하게 정의 내렸다. "우리는 여성으로서 그 동안 모두 몸에 맞지 않는 정장을 입고 다녔다."

더 테일러리는 처음 찾는 고객들이 편안하게 느끼도록 꾸몄다. 이 작은 의상실은 남성복 판매업체—(넥타이, 와이셔츠 등) 물건으로 가득 찬 선반 그리고 트렌치 코트와 트위디 직물의 콤비 상의를 입고 있는 마네킹들—에서나 볼 수 있는 일부 익숙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분홍색 벨벳 덮개와 이동식 선반 하단에 놓여있는 섬세한 찻잔 세트는 시가를 피는 (남성의) 진부한 모습을 거부한다. 디자이너 양은 “우리 고객 대다수가 성소수자들”이라며 “나는 지극히 남성 중심적인 정장 재단업계와 달리, 모든 사람들이 익숙하고 환영 받는 느낌이 드는 공간을 원했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내 옷을 맞춤 제작하기 위한 과정에 돌입했다. 그러자 편안한 분위기 조성이 필수적인 또 다른 이유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울러 아마도 그 이동 카트가 술로 가득 차있는 이유도 알게 됐다. 한 벌의 옷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게 만드는 많은 결정들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 과정의 시작은 매우 간단했다. 디자이너 양은 내게 개인적인 스타일에 대해, 그리고 언제 어디서 정장을 입을지 물어봤다. 그러자 타워처럼 엄청나게 높이 쌓인 직물 책들이 등장했다. 각각 수십 개의 견본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나는 995달러짜리 정장을 맞추기 위해 업체가 추천한 옷감으로 결정했다. 그 예산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종류는 500개로 줄어들었다). 거기서부터, 우리는 수많은 안감 옵션들을 휙휙 넘겨봤다(나는 포효하는 사자들이 그려진 실크 안감 하나를 감탄하며 바라봤지만 선택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가두리용 천 색상, 단추, 자수 실, 모노그램 글꼴 등도 살펴봤다. 이제는 양복 디자인 자체를 정할 때가 됐다. 재킷 주머니, 옷깃, 벤트 Vent /*역주: 상의의 등, 겨드랑이, 스커트 등의 튼 곳/, 그리고 길이 등을 모두 고려해야 했다. 하의는 어떻게 잘라야 할까? 허리선은 어디까지로 할까? 발목 부분을 접단할까? 힙 부분을 조일 신치 Cinch를 쓸까? 벨트 루프 Belt Loop/*역주: 바지 허리에 다는 좁은 고리로 허리띠를 꿸 수 있게 해준다/는 할까 말까?

모든 결정을 내리고 디자이너 양의 줄자가 팔, 다리, 그리고 몸통을 따라 34군데를 측정한 후에, 오늘 할 일이 마무리됐다. 그녀가 아이패드를 몇 번 두드리자 내 치수는 그녀가 개발한 패턴 알고리즘에 입력된 다음, ‘테크 팩 Tech Pack’—치수와 모든 재료를 구체화한 내용—에 삽입됐다. 이 정보는 중국 청도에 있는 협력업체 공장으로 곧 전송될 것이다. 옷이 완성되기 전에 몸에 맞는지 확인하는 가봉을 위해, 19일 후 재방문할 때 첫 결과물을 보게 된다.

우리 모두가 참아왔던 "여자들은 쇼핑하고 있어!"라는 많은 농담들을 생각할 때, 그렇다면 왜 맞춤 정장 업계는 지난 대부분의 세기 동안 여성들을 홀대했을까? 흠잡을 데 없이 옷을 만들어 줄 수 있었다면 말이다. 전체 고객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여성인 사르겐트는 영국의 재단 역사—정장에 대한 현대적 개념 대부분이 형성됐다—를 원인으로 꼽는다. 그녀는 “여성용 맞춤옷은 역사적으로 행사 복장(Country Attire)—승마를 하거나 사교 행사에 입는 옷—으로 간주됐다. 이런 옷은 꽤…가장 좋게 묘사해 봐야 ‘누추하고 매력이 없다’로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현대 여성들은 이런 모습들—사르겐트는 “약간 메리 포핀스 Mary Poppins처럼 촌스러운 모습”이라고 말한다—과 무관한 것을 원했다. 하지만 전통적인 재단사들은 더 매력적인 의상을 앞세워, 여성들을 의상실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 거의 노력하지 않았다.

패션산업단지의 힘도 한몫을 했다. 여성 기성복은 일년에 두 번씩 신상품을 선보였다. 이로써 쇼핑객들은 넘쳐나는 새 직물, 재단, 그리고 옷단의 홍수에 파묻히게 됐다. 새로움은 맞춤옷의 적이다. 맞춤 정장 산업에서는 특히 더 그랬다. 정장 한 벌에 1만 달러라는 돈을 너무나 쉽게 지불하고, 구매자 스스로 몇 년, 심지어 수십 년간 입을 옷에 투자하고 있다고 믿어야 하는 산업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마도 여성 맞춤옷을 억제하는 가장 큰 요인은 문화적 측면보다는 해부학적 측면에 더 가깝다. 램은 “여자는 여기부터 여기까지의 약 25센티미터에서 많은 일이 일어난다”고 어깨와 가슴 사이의 공간을 손짓하며 말한다. "그리고 여기부터 여기까지”라고 두 손으로 허리와 엉덩이를 가리키며 말을 이어간다. "그 정도로 간단하다." 최고 재단사들의 축적된 지식과 기술은 상대적으로 단순한 남성 몸에 더 익숙하다. 반면 여성의 체격은 훨씬 더 다양하다. 그녀는 “그래서 훨씬 더 깨기 힘든 호두처럼 다루기 어렵다”고 말한다. 수십 년 동안, 압도적으로 많은 기존 남성 재단사들이 굳이 여성 맞춤옷을 시도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재단사들을 당황하게 한 바로 그 여성의 체형 덕분에, 맞춤옷은 전문직 여성들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블루슈츠의 설립자 자막 카즈라 Jamak Khazra는 “나는 신체 사이즈 때문에 기성복을 살 수 없는 여성들을 겨냥해 맞춤 정장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 United Therapeutics의 설립자 마르틴 로스블랫 Martine Rothblatt을 예로 들 수 있다. 트랜스젠더인 그녀의 키는 거대한 동상처럼 약 189cm에 이른다. 더 테일러리의 디자이너 양은 비슷하게 까다롭지만, 블루슈츠와는 다른 맞춤옷을 전문적으로 만든다. 즉, 의도적으로 중성적인 여성옷을 제작한다.

최고급 맞춤옷의 럭셔리한 소재는 다른 장점들도 갖고 있다. 램은 “아주 고급스러운 옷감은 착용자가 의사소통을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가는 은빛 세로줄 무늬로 된 짙은 청색의 영국 양털 재킷에 손을 뻗는다. 그녀는 "나이 든 여성들의 대화 상대는 대부분 남성일 것이라"며 "그 남성들은 대개 정장을 맞춤 제작해 입는다. 그리고 그런 옷감에 익숙해 있다”고 말한다. 램은 “(여성도 맞춤옷을 입으면) 이런 종류의 시각적 친숙함이 남성과 여성 사이의 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 정말로 당신에게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기회를 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존슨 앤드 존슨의 여성건강 담당 부사장 수전 니컬슨 Susan Nicholson 박사는 그런 메시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지난해 그녀는 캐서린 사르겐트로부터 라벤더 안감이 들어간 클래식 프린스 오브 웨일즈 /*역주: 웨일즈 왕자가 이 체크무늬 옷을 좋아했다고 한다/의 브라운 블랙 체크무늬 투피스를 구입했다). 니컬슨은 “개인적으로, 남성의 권력과 영향력을 상징하는 ‘맞춤 정장’을 선택한다는 것은 ‘이봐! 나도 영향력 있는 여자야’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이어 “몇 년 동안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사서 수백 달러를 들여 옷을 재단해 입었다. 말도 안되는 일을 했던 것이다. 이런 과정 끝에, 맞춤 정장을 입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사르겐트에게 자신이 꿈꾸는 정장에 대해 "어떤 모임에도 들어갈 수 있고, 거기에 어울린다고 느낄 수 있는 자신감을 느끼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제 맞춤 정장의 진실을 마주할 순간이다. 마지막 피팅을 위해 더 테일러리의 드레싱룸에서 나와 거울을 들여다봤다. 뒤를 돌아보니, 우아하면서 희미하게나마 날씬해 보였다. 어깨선은 매끄럽고 주름선 하나 없었다. 최소한의 나팔 모양을 한 바지는 발목 바로 위까지 깔끔하게 다리를 감싸고 있었다. 사르겐트가 내게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남자들은 이 좋은 것을 너무 오랫동안 누려왔다.” 이제는 여자들도 그럴 때가 된 것 같다.

 

▲정장에 도전할 준비가 됐나?: 맞춤 재단의 세계는 당신을 당황하게 할 수도 있다. 첫 경험의 기회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세 가지 팁을 소개한다.

-경청하는 재단사를 찾아라
재단사의 성격이 중요하다. 당신은 조언을 구하기 위해 그에게 기댈 것이다. 따라서 당신 체형에 대한 불안감 같은 민감한 주제라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라. 재단사는 당신이 무엇을 원해야 하는지 말하는 대신, 당신이 원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당신 취향을 먼저 파악하라
^맞춤 재단 시 구매자가 내려야 하는 결정의 수는 너무나 많다. 기성복에 익숙한 사람은 깜짝 놀랄 정도다. 그 과정에 집중할수록, 당신이 원하는 옷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디자이너 양은 고객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옷에 관련된 이미지를 포스팅하는 '핀터레스트 보드판’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옷감에 집중하라
가장 고운 옷감을 고르는 함정에 빠지지 말라. 정말이다. 그 옷감들은 더 부드럽고 고급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옷감이 너무 고우면, 정장이 쉽게 해지고 구겨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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