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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AI 스페셜 | 인공지능 의료

MEDICINE BY MACHINE

  • 기사입력 2020.04.01 12:59
  • 기자명 JENNIFER ALSEVER 기자

FEATURE

컴퓨터 알고리즘이 방대한 생물학적 데이터베이스를 샅샅이 뒤지고 있다. 그래서 인간이 발견하는 데 평생 걸릴 패턴을 재빨리 찾아내고 있다. AI가 병들어 가는 글로벌 제약업계의 숨은 치료법이 될 수 있을까? BY JENNIFER ALSEVER

캐나다 신생기업 딥 지노믹스 Deep Genomics가 작년 9월 ‘윌슨병이라는 유전 질환의 오래 된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했다. 더욱이 잠재적 치료법을 확인하기 위해 또 다른 딥 러닝 플랫폼을 사용했다’고 발표하자, 신약 개발업계는 흥분했다. 회사가 “AI에 의해 발견된 첫 치료 후보"라고 높이 평가한 이 분명한 이정표는 수십 개 언론사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아울러 지난 1월 설립 5년을 맞은 이 스타트업은 새로운 벤처자금 지원의 형태로 4,000만 달러를 조달했다.

그러나 이 발견 자체는 대부분의 언론 보도보다 훨씬 더 미묘한 의미를 갖는다. 신약 개발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놀라운 잠재력과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그 불가피한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기 때문이다.

딥 지노믹스 팀은 20만 개 이상의 유전자 돌연변이와 관련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소위 ‘훈련 알고리즘’에 주입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손상된 인간 DNA의 조각들과 연구 팀이 인코딩 한 오류 단백질—결과적으로 특정한 인간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사이의 연결 고리를 찾도록 컴퓨터를 훈련하는 과정이다. 브렌던 프레이 Brendan Frey 딥 지노믹스 CEO는 “AI가 분자생물학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고 설명한다. 토론토 대학에서 인공 지능의 선구자 제프리 힌턴 Geoffrey Hinton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후에 자신도 신경망 분야를 대표하는 연구자가 됐다.

윌슨병은 환자가 음식에 포함된 미량의 구리를 대사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그래서 간질환과 다수의 신경학적 문제 등을 유발하는) 희귀 질환이다. 이 회사의 AI는 매우 빠른 속도로 이런 연관성을 발견했다. 인공지능은 어떻게 Met645Arg라고 알려진 돌연변이가 필수적인 구리 대사 단백질에 결정적인 결함을 초래하는지 정확하게 해독했다.

다음으로 회사는 또 다른 AI 도구 세트를 활용했다. 수십억 개의 분자를 분류하고, 신속하게 비독성 화합물을 식별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 화합물은 유전적 결함으로 인한 오류를 수정하고, 기능성 단백질 생성을 도울 수 있다. 알고리즘은 12개나 되는 약물 후보를 내놓았는데, 각각은 인간의 세포 모델과 실험 쥐 모두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딥 지노믹스는 DG12P1로 알려진 그들 중 하나를 이르면 내년에 인간 임상실험에 투입하기를 기대한다.

미시간 의과대학에서 윌슨병 프로그램을 지도하는 프레드 아스카리 Fred Askari 박사는 과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큰 도약”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제약 산업의 전통적인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은 훨씬 더 위대한 업적일 수 있다. 프레이 CEO는 “전체 과정이 3~6년이나 소요되는 일반적인 임상 전 개발 일정에 비해 18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딥 지노믹스가 주장하는 것처럼 시간을 계속 줄일 수 있다면, 그 효과는 혁명적일 수 있다. 결국 발견 시간을 단축하면 환자에게 더 신속한 의료지원을 하고, 이론적으로는 제약업체에 더 적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빅 파마들이 이 분야에 뛰어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노바티스는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와 AI 주도의 약물 발견에 협력하고 있으며, 파이저는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을 사용하고 있다. 기타 존슨 & 존슨, 머크, 아스트라제네카, 글락소 스미스클라인 등은 소규모 AI기업과 신약 개발 파트너십을 맺어 왔다. 데이터 분석업체 피치북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투자자들은 수백 곳의 인공지능 스타트업에 총 24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유망하게 보이는 만큼, 인공지능을 덥석 채택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경고들이 있다. 첫째, 딥 지노믹스의 약물 후보는 아직 단 한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도 임상실험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회사도 인정하는 것처럼, 우리는 아직 그것이 확실한 효과가 있는지 모른다.

스크립스 리서치 Scripps Research의 저명한 심장학자로, 2019년 저서 ‘딥 메디신: 인공지능이 헬스케어를 다시 인간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발간한 유전학자 에릭 토폴 Eric Topol 박사는 지난 몇 년 간 AI의 희망과 과대 선전을 신중하게 검토해왔다. 그는 “약속은 넘쳐나지만 증거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토론토대 데이비드 뒤베노드 David Duvenaud 교수는 “AI는 우리가 미래에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자신하는 아이디어들과 정말 단순한 개념 증거에 불과한 아이디어들을 합친 용어”라고 말한다. 그의 유명한 연구결과는 지난해 AI 최대 학술모임인 인공신경망학회(NeurIPS)에서 ‘최고 논문’으로 선정됐다. 그는 이 모임에서 자신의 이론적 논문이 가진 단점을 담담하게 지적하며, 많은 참가자들을 놀라게 했다. 데이터 과학자 모스타파 벤헨다 Mostapha Benhenda는 “뒤베노드 교수의 이런 발언은 현재 많은 동료들이 공유하고 있는 AI 분야에 대한 냉정한 시각을 반영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어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공개적인 자기 비판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고 놀라워했다. 파리에 본사를 둔 그의 크라우드소싱 스타트업 멜위 Melwy는 신약 개발 알고리즘의 팩트 체크와 오류 수정을 주로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 가지 중요한 한계는 기계학습 시스템을 훈련시킬 양질의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유전적 및 분자적 상호작용을 규명하는 학술 자료들은 충분하다. 하지만 다수의 화학적 화합물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와 더 중요하게는, 많은 임상실험에서 확보한 환자 데이터가 종종 제약업체들의 소유여서 거의 공유되지 않는 현실이다. USC 로런스 J. 엘리슨 유전자변형 연구소의 설립 CEO 데이비드 아거스 David Agugus 박사는 “게다가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의 상당 부분은 그 특징이나 구조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상태”라며 “한마디로 쓰레기를 집어 넣어서 쓰레기를 얻는 격”이라고 지적한다.

그렇긴 하지만 AI가 신약 발견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면, 치솟기만 하는 약값에 대한 ‘해독제’를 마침내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커다란 잠재력이 바로 윌슨병 같은 유전 질환의 미스터리를 푸는 데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윌슨병은 환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빅 파마들이 신약 투자에 신경 쓸 가능성이 크지 않다(이 질환은 전 세계 인구 3만 명 중 1명꼴로 걸리며, 딥 지노믹스의 AI 프로그램이 해독하는 데 일조한 유전자 변형 Met645Arg는 질환을 유발하는 500개 이상의 돌연변이 중 하나일 뿐이다. 이에 따라 실험용 신약의 잠재적 시장이 더욱 작아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미국 건강보험플랜의 작년 가을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여 년간 이런 ‘희귀병’(미국 전체 환자 수가 20만 명 미만)에 대한 미국 내 승인 신약의 비율이 1998년 10%에서 2017년 44%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약값도 치솟아 1998년 1인당 연평균 7,136달러에서 2017년 18만 6,758달러로 26배나 올랐다. 오늘날 희귀병 10개 중 9개의 경우, 환자당 연간 1만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든다.

만약 AI가 그 섬뜩한 추세를 역전시키고 이런 흔치 않은 질병에 대한 새로운 표적 치료법을 발견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그 모든 과대 광고를 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의료 팀

기업가들이 더 나은 생물학적 목표와 실험적 화합물 식별에서부터 더 스마트한 임상실험 설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의 약물 개발에 기계 학습을 채택하고 있다. 몇몇 개척자들을 소개한다.

-딥 지노믹스: 신약을 발견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둔 이 스타트업은 작년 9월 ‘AI가 발견한 최초의 치료 후보물질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딥 지노믹스는 윌슨병—인간의 구리 대사 능력을 제한하는 유전 질환—치료를 위한 새로운 화학적 화합물질을 발표했다. 브렌던 프레이 CEO는 이 화합물에 대한 인간 임상을 내년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 때쯤이면 회사가 최대 5개의 신약 후보물질 실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톰와이즈: 가상 제약

이 샌프란시스코 회사는 기존 의약품을 대체하는 새로운 치료 적응증을 찾기 위해, ‘나선형 신경망’(안면 인식과 자율주행차에도 사용하는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회사 컴퓨터는 질병 단백질의 생화학에 대한 3D 그리드를 만든 후, 110억 개의 서로 다른 분자들로 이뤄진 다양한 조합을 통해 그것을 작동시킨다. 그 중 많은 분자들을 미국 국립보건원의 퍼브켐 PubChem 라이브러리 같은 공공 데이터베이스에서 공급 받는다.

그런 다음 알고리즘이 그 단백질의 생화학과 일치하는 분자의 조합을 식별한다. 애톰와이즈는 유망한 화합물을 추출한 후, 학계 및 제약업계 연구원들에게 보내 인간 세포와 동물 모델에서 시험하도록 한다. 회사는 현재 250곳의 연구 병원들과 공동으로 550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아톰와이즈의 설립자 겸 CEO 에이브러햄 하이페츠 Abraham Heifets 는 “비행기의 원형을 만들기 전에 시험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마치 비행기들이 제대로 비행하는지, 소음은 적은지, 연료 효율은 좋은지 확인하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이다. 비행기 한 대를 만들기 위해, 컴퓨터로 1,000개의 날개를 실험하는 것처럼 말이다.” 

-랜턴 파마: 버려진 화합물을 되살리다

이 댈러스 회사는 ‘실패한’ 임상실험에서 수백 가지 약물의 데이터를 샅샅이 조사한 후, 환자의 일부 특정 유전자에 효과가 있을 수 있는 약물을 찾아낸다. 이런 ‘약물 복구’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랜턴은 이 알고리즘이 상황을 극적으로 가속화하기를 희망한다. 최근 이 회사는 폐기된 화학요법제를 포함해 빅 파마들이 과거 보류했던 4개의 화합물을 사들였다. 랜턴의 AI 플랫폼은 이 화합요법제가 일부 특정 폐암 환자들에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랜턴의 AI 엔진은 10년 된 이 약물의 초기 소유주 등으로부터 얻은 임상 자료와 기타 데이터를 조사한 후, 대부분 약물에 반응할 가능성이 높은 특정 환자들에게서 이른바 6-유전자 ‘특징’(six-gene ‘signature’)을 찾아냈다. 특히 평생 흡연 경험이 없는 선암(腺癌) /*역주: 선을 구성하는 세포에서 발생하는 암. 위암과 대장암이 대표적이다/ 여성 환자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회사는 이 특정 코호트 환자들의 치료법을 테스트하기 위해, FDA와 협력해 새로운 임상실험을 설계하기를 희망한다).

랜턴이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은 200만 달러도 채 안 된다. 제약사들이 일반적으로 화합물 후기 실험에서 지출하는 비용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판나 샤르마 Panna Sharma CEO는 “약의 1회 비용이 30만 달러를 넘어서는 안 된다”며 “우리가 신약을 더 빠르고, 더 저렴하고, 더 맞춤형으로 만들 수 있다면,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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