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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AI 스페셜 | 시리, 나 면접 잘했지?

SIRI, DID I ACE THE INTERVIEW?

  • 기사입력 2020.04.01 13:16
  • 기자명 MARIA ASPAN 기자

세계 최대 기업 중 일부는 현재 더 뛰어난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해 AI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주의 사항이 있다. 이 기술은 오래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인사 부서가 AI 로봇 사랑법을 배우는 방식을 소개한다. BY MARIA ASPAN

피터르 샬크비크 Pieter Schalkwijk는 회사 케첩 공장—미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크다—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암스테르담 사무실에 있다. 그는 동료들에 대한 자료를 정리하며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더 많은 인력을 채용하려고 노력 중이다. 샬크비크는 크래프트 하인즈 Kraft Heinz의 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 담당 HR 수장이다. 그는 5,600명이 근무하는 자신의 지역에서 능력 있는 신규 인력을 찾는 일을 책임지고 있다
.
이 일은 업무량이 많다. 최근 샬크비크는 40~50명의 인턴 채용에 1만 2,000개의 지원서를 받았다. 지원자가 많은 이유는 2018년 가을부터, 최근 대학을 졸업한 수천 명이 각각 30분 동안 ‘비디오 게임’을 했기 때문이다. 샬크비크는 "젊은 세대는 이런 채용 방식에 좀 더 개방적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비디오 게임은 스타트업 파이메트릭스 Pymetircs가 개발한 인지 행동 테스트다. AI를 활용, 지원자의 성격 특성을 평가하는 것이 목적이다. 한 게임에서는 지원자가 키보드의 스페이스바를 눌러 풍선을 부풀리도록 요구한다. 한번 누를 때마다 가상 현금을 받거나, 풍선이 터져 모든 돈을 날릴 때까지 계속 누를 수도 있다(평가 항목은 ‘리스크에 대한 욕구와 접근 방식’이다). 또 다른 게임은 기억력과 집중력을 평가한다. 지원자에게 점점 더 긴 숫자의 순서를 기억하고, 반복할 것을 요구한다. 다른 게임들은 지원자들이 얼마나 관대하고 믿을 만한지 (혹은 회의적인지)를 기록한다. 가상 현금을 더 많이 준 후, 가상의 파트너들과 그것을 나누기 원하는지 묻는다.

그들의 테스트 결과는 크래프트 하인즈의 최우수 직원 250명과 비교된다. 그런 다음 샬크비크는 파이메트릭스가 판단하기에 성공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원자가 누구인지를 보고 받는다. 게임 수행 능력으로 드러났듯, 우수한 지원자들의 특성이 회사가 높이 평가하는 ‘위험 추구형, 감정 지수형’ 인재의 특성에 가장 많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그 자료는 채용 결정에 도움을 준다. 아울러 AI의 도움을 받아 채용하는 인력이 생기는 것이다.

샬크비크는 인력의 선발, 평가, 고용, 그리고 관리에 이르기까지 AI에 의존하는 많은 HR임원들 가운데 한 명이다. 2018년 딜로이트 조사에서는 IT기업을 포함한 전체 HR 임원들의 32%가 ‘인재 관리’를 위해 AI를 도입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 비율은 오늘날 거의 확실히 더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일부 세계 최대 기업들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당신이 구직자라면, 로레알이나 펩시코가 도입한 AI 채용 솔루션 마이어 시스템즈 Mya Systems 챗봇을 통해 지원서를 심사 받을 수 있다. 아마도 익스피디아 그룹이나 비아컴CBS에서는 ‘채용 공고를 위한 증강언어 플랫폼’ 텍스티오 Textio가 심사하는 채용 공고에 지원할 수 있다. 또한 크래프트 하인즈 뿐만 아니라 유니레버나 JP모건 체이스에서도 파이메트릭스 게임을 하도록 요구 받을 수 있다. 혹은 힐턴과 델타 항공사가 사용하는 자동 하이어뷰 HireVue 화상 면접 중 하나에 참여할 수 있다.

당신과 AI와의 관계는 채용 제의 단계를 넘어 확대될 수 있다. 일단 채용되면, 당신은 MS의 링크트인이 만든 직원 몰입도(Employee Engagement) 조사를 작성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 모른다. 당신의 답변은 상사가 실적 목표를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고용주는 기업용 인사/재무 관리 회사 워크데이의 AI가 찾아준 승진 기회를 당신에게 추천해줄 수 있다. 만약 아마존 창고에서 일하는 당신이 생산성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회사 AI는 당신을 해고할 것을 권고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당신이 IBM에서 일하다가 그만두려고 계획한다면, 회사 AI는 퇴사 계획을 예측하고 관리자에게 당신이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경고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기업들은 현재 AI에 상당한 책임을 위임하고 있다. 인사 업무에서 AI가 차지하는 역할의 종류는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낮은 실업률과 수요 초과의 경색된 노동시장으로 인해, 기업들은 인재 전쟁에서 모든 기술적 혜택을 활용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다.

링크트인이 AI를 활용하는 채용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67%는 시간 절약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 기술을 채택한다고 응답했다. 더 적은 비율인 43%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더 중요한 동기를 언급했다. 그들은 “AI가 의사결정의 편견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샬크비크는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편견을 갖고 있다. 나는 편견은 줄이고, 데이터 활용은 늘리는 채용 결정을 원했다”고 설명한다.

AI 개발사와 그 기술을 채택하는 기업은 “AI의 최대 장점은 채용 과정에서 편견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조직 내 성별과 인종의 다양성을 더욱 촉진할 수 있다(이 두 요소는 기업 실적과 직원 몰입도의 향상과 연관되어 있다). AI는 또 다른 형태의 편견도 제거할 수 있다. 값비싼 명문대 교육을 받지 않은 지원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파이메트릭스를 사용하기 전, 크래프트 하인즈의 채용 담당자는 이력서를 분류하면서 일류 대학을 찾는 경향이 있었다. 샬크비크는 "하지만 오늘날에는 당신이 케임브리지대 출신이든 아니든 상관없다"고 강조한다.

좀 더 광범위하게 보면, AI는 회사가 직원들의 장점을 더 잘 인식하도록 도울 수 있다. 이에 따라 링크트인과 기업용 클라우드 전문기업 워크데이를 포함한 시장 경쟁사들은 AI 솔루션을 구축하고 있다. 두 기업은 이를 통해 채용 담당자들이 직원의 능력을 더 잘 인식하거나, 추적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워크데이의 내부 인재 관리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그레그 프라이어 Greg Pryor 수석 부사장은 "우리는 이 기술을 활용해 과거에는 파악하지 못한 팀원들의 리더십을 찾아내고 있다. 아울러 그들을 좀 더 사려 깊은 방식으로 지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워크데이는 AI 솔루션을 판매할 뿐만 아니라, 자사 직원들에게도 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잠재력에도, 많은 고용주들이 AI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그들이 AI를 사람에게 적용하면서 긍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아이러니하게도 부정적인 측면도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AI를 제대로 적용하면 편견과 차별을 없앨 수 있는 잠재력을 발휘하지만, 부주의하게 적용하면 동일한 문제들을 오히려 증폭시킬 수 있다. 규제를 받지 않는 새로운 시장에서, 그런 문제들이 너무 늦게 발견될지 모른다. AI를 사용하는 일부 임원들조차도 이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또는 단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개인적인 회의감을 표하고 있다.

벤처 캐피털사 이머전스 캐피털 Emergence Capital의 창업자이자, 일부 AI 스타트업에 투자한 고든 리터 Gordon Ritter는 "우리는 AI가 어떻게 진화할지 아직은 한참 더 지켜봐야 한다”며 “AI가 과연 친구일까 아니면 적일까?”라고 반문한다. 그는 AI가 인류에 이로울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많은 경영진이 여전히 불확실하게 보고 있다

프리다 폴리 Frida Polli는 "AI는 10대의 섹스와 유사하다"며 "모두가 자기가 하고 있다고 하는데, 아무도 그게 뭔지 정말 모른다"라고 비유한다.

그 농담은 AI업계에서 한동안 회자됐다. 파이메트릭스의 공동 창립자 겸 CEO인 폴리는 이 업계에 오랫동안 몸을 담고 있기에, 실상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 그녀는 신경심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하버드대와 MIT 연구실에서 일했다. 이후 이혼을 하고, 어린 딸을 부양했다. 하지만 학계의 ‘열정 페이’를 못 이기고 결국 번아웃 상태에 빠졌다. 그래서 그녀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입학한 후, 2013년 과거 MIT 동료와 함께 인지평가회사를 설립했다. 파이메트릭스는 기업들이 이력서나 출신 대학보다 지원자의 능력에 기초, 더 훌륭하고 다양한 채용을 도울 것을 약속한다. 피치북 PitchBook에 따르면,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은 이 뉴욕 소재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는 현재 1억 9,000달러로 평가 받고 있다. 또한 1,000만~2,000만 달러의 연간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100여 개 기업들이 이 회사의 ‘채용 게임’을 활용하고 있다.

폴리는 열성적인 AI 전도사로서, 이 기술의 오용 가능성에 대한 비난을 인정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방어하기도 한다(선명한 푸른 눈과 거의 백발에 가까운 머리색깔이 말을 빠르게 하는 그녀와 잘 어울린다). 그녀는 “분명 나쁜 AI들이 존재한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성ㆍ인종ㆍ계급의 지속적인 차별에서 드러나듯, 사람이 인공지능보다 훨씬 더 나은 존재는 아니다. 폴리는 "채용 방식에는 인간이 진행하는 공식 절차(앞문)와 그 밖의 비공식 절차(뒷문)가 있다”며 “지금은 그 공식 절차가 완전히 망가졌다"고 주장한다.

인사 관리에서 AI가 가장 널리 사용되는 곳은 바로 채용 분야다. 이 분야에서 ‘인공 지능’은 이력서의 키워드 검색과 같은 기본적인 자동화 기능을 겸비하고 있다. 하지만 AI는 더욱 구체적으로 말하면 ‘머신 러닝’을 의미한다. 다른 말로, 소프트웨어가 지원자의 배경 및 행동과 그에 따른 잠재적 성과 사이의 상관 관계를 스스로 학습한다는 뜻이다.

맥길 대학(McGill University)에서 조직 행동을 가르치는 마티사 홀리스터 Matissa Hollister 조교수는 “문제는 머신 러닝이 학습된 정보에 따라 편견을 가질 수도, 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실 세계가 편견을 갖고 있는 정도에 따라, 알고리즘이 그 편견을 학습하고 영구화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 문제는 일부 유명한 사례들에서 이미 발생하고 있다. 아마존은 수 년간 이력서 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했지만,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AI가 여성을 차별하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은 과거에 대부분 남자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평가했다. 때문에 남성들이 항상 더 선호되는 인재라고 스스로 학습하게 됐다.

프리다 폴리가 설립한 신생기업 파이메트릭스는 지원자의 성격 특성을 평가하기 위해 AI와 연동된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 그녀는 “AI는 기업들의 다양한 채용을 도와 결과적으로 더 좋은 실적을 내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사진=포춘US
프리다 폴리가 설립한 신생기업 파이메트릭스는 지원자의 성격 특성을 평가하기 위해 AI와 연동된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 그녀는 “AI는 기업들의 다양한 채용을 도와 결과적으로 더 좋은 실적을 내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사진=포춘US

더욱 최근에는 화상 면접 평가를 위해 AI를 활용하는 하이어뷰가 편견 문제로 정밀 조사를 받고 있다. 하이어뷰의 시스템은 지원자들이 스마트폰이나 랩톱 카메라를 이용, 자동화된 질문에 대한 답을 녹화하도록 한다. 그러면 이 소프트웨어는 단어 선택과 얼굴 표정을 포함한 면접 요소들을 분석한다. 유타 소재의 이 기업—작년 10월부터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 Carlyle Group이 대주주가 됐다—은 2014년 안면 분석 제품을 선보였다. 그 이후 약 100곳의 기업들이 100만 명 이상의 지원자를 평가하는데 사용해 왔다.

그러나 곧바로 비난에 직면했다. 안면 인식에 의존하는 AI는 유색 인종의 얼굴, 특히 피부가 검은 여성의 얼굴을 종종 잘못 식별하거나 잘못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어뷰 관계자는 “안면 분석 기술이 안면 인식까지 발전하지 못했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유명한 한 개인정보 감시기구가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에 하이어뷰의 ‘불공정하고 기만적인 관행’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안면 분석과 투명하지 않은 알고리즘 평가를 사용한 혐의를 제기한 것이다.

하이어뷰의 CEO 케빈 파커 Kevin Parker는 하이어뷰의 평가에서 안면 분석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 회사는 편견을 없애는 데 상당히 집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어 “지원자들의 평가 방법을 표준화함으로써, 하이어뷰는 일반적인 채용보다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며 "이것은 (채용 담당자가) 전형적으로 ‘내가 보니까 알겠어’라고 하는 성급한 판단보다 확실히 더 낫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하이어뷰가 직면한 비판은 홀리스터 교수가 부각시킨 문제점과 일치한다. 기계는 편견을 제거하는 것만큼이나 더 크게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대부분의 IT 산업에서 그렇듯, 그 기계를 설계하는 사람들이 주로 백인이고 남성일 때 더욱 문제가 된다. 폴리는 "머신 러닝 알고리즘은 유아와 같다. 그것은 자신이 처한 환경으로부터 학습을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 기술을 만들며 다양한 그룹을 제대로 적용한 적이 없다"고 설명한다.

이에 못지않게 노동 운동가들을 불안하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근로자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AI 기술이 규제를 받지 않고, 그 실체도 불투명하다는 사실이다. 일반 기업과 판매업체는 동등고용기회위원회(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ㆍEEOC)의 차별금지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EEOC는 AI를 특정한 별도의 규정이 없다. 일리노이 주는 최근 고용주들이 자동 화상 면접을 이용할 때, 그 사실을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업계 관계자들과 비판가들은 바람직한 첫 걸음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단지 첫 걸음을 뗀 것에 불과하다.

전 구글 직원이자 뉴욕대 산하 AI 나우 인스티튜트 AI Now Institute의 공동 설립자인 메러디스 휘태커 Meredith Whittaker는 "AI가 편견을 갖고 있다는 증거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또한 AI가 노동자들에 대한 자비심을 갖고 있다는 증거도 없다"며, “AI를 활용한 채용 시스템은 노동자가 아닌 고용주에게 판매되고 있다”고 꼬집는다.

그렇더라도 기업들은 AI가 노사의 이해관계를 증진시킬지 여전히 파악 중이다. 대부분은 HR 분야에 AI를 도입한지 기껏해야 몇 년 정도밖에 안됐다. 채용 분야의 자동화를 연구하는 코넬대의 아이페오마 아준와 Ifeoma Ajunwa 조교수는 "이런 추세가 계속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AI는 아직까지 아주 매력적인 도구는 아니다"라고 평가한다.

에릭 밀러 Eric Miller는 타임스퀘어 중심가의 높은 건물 안에 있었다. 그 건물 밑에는 새해 전날 모인 일부 사람들이 여전히 거리에 흩어져 있었다. 그 사이 그는 자신의 컴퓨터와 대화를 주고 받고 있었다. 컴퓨터는 그가 쓴 글이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밀러는 "컴퓨터가 현재 내가 쓴 글을 1억 200만 개의 다른 채용 공고와 비교하고 있다. 그렇게 해줘서 고맙다"며 불쾌하다는 듯 은근히 비꼬며 말했다. 몇 분 후, 일부 수정된 글이 컴퓨터의 검열을 통과할 수 있었다. 밀러는 "컴퓨터가 내 글을 좋아했다! 이건 처음이다"라고 만족했다.

물론 밀러는 애초에 이 ‘AI 비평가’를 회사로 초대한 사람들 중 한 명이다. 그는 비아컴CBS의 글로벌 인재 채용 담당 부사장이다. 그는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200개 이상의 구인 목록 데이터베이스를 훑어보고 있다. 지난 1년간 그의 팀은 스타트업 텍스티오가 만든 AI 기술을 통해, 이런 구인 목록을 축적해왔다. MS 출신의 베테랑들이 설립한 시애틀 소재의 텍스티오는 본질적으로 ‘깨어있는 워드 프로세서(a woke word processor)’라는 상품을 만들고 있다.

텍스티오의 프로그램은 자사의 전체 시스템(1억 200만 개의 공고들이 있다)내에 있는 고객사의 구인 목록 및 기타 공지 내용을 다른 기업들의 것과 비교한다. 이 머신 러닝 기술은 각각 다른 채용 공고가 누구로부터, 어떤 반응을 얻는지 측정한다. 그리고 어떤 단어와 문구가 지원자의 관심을 끄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이런 거부 반응은 채용 공고가 미묘한 언어적 편견을 포함하거나, 내용 자체가 단지 평범하고 형편없을 때 일어난다—를 끊임없이 평가한다.

밀러가 작업 중인 직무 기술서에서 ‘전문가(Expert)’라는 단어가 밝은 파란색으로 강조되어 있다. 그것이 다소 남성적인 어조를 내포하고 있다는 표시다. 그 단어를 ‘권위자 (Authority)’로 교체하면 더욱 성 중립적인 표현이 된다. 밀러는 ‘공격적인 마감 시간을 맞출 수 있는(Meet Aggressive Deadlines)’ 신입 사원을 원하지만, ‘공격적인’ 같은 무거운 단어는 배제된다(그는 "아마 이런 부분을 간과하겠지만, 텍스티오는 이런 사소한 것까지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한다). 소프트웨어는 심지어 ‘결과를 이끌어 내다(Drive Results)’ 같은 기업 용어도 골라낸다. 잠재적인 지원자들의 반감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텍스티오는 그들이 ‘결과를 얻다(Get Results)’라고 쓰기를 선호한다.

이것이 바로 현재 비아컴CBS가 채택한 방식이다. 밀러는 “텍스티오가 ‘성 중립’이라고 평가한 직무 기술서를 포함한 채용 분야에 지원자 수가 28% 늘어났다. 그리고 텍스티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채용 분야일수록 11일 가량 더 빨리 마감됐다”고 말한다. 또한 이런 과정을 통해, 회사는 전통적으로 남성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엔지니어링 직종을 포함, 지원자들의 성별이 눈에 띄게 다양화하는 결과를 보고 있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인사 분야에 AI를 도입하는 것은 무난한 첫 걸음처럼 보인다. 하지만 비아컴CBS가 그렇게 하는데 약 1년의 시간이 걸렸다. 밀러는 AI 도입을 원하는 동료 HR 임원들에게 ‘경계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는 "인사 부서는 사내에서 이미 ‘이질적인’ 나쁜 놈들로 낙인이 찍혀있다. 그렇지 않은가? 당신이 기계 같은 것을 도입하기 시작하는데, 직원들이 알아 차린다면 커다란 잡음이 생길 수 있다"고 전한다.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 그는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한다. "충분히 연구하고, 확인하고 또 확인해라." 학계와 비평가들도 같은 충고를 한다. “당신 회사나 거래처가 정기 감사를 실시하도록 해라. 가능하면, 독립적인 제3자가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런 방법을 통해, AI 자체가 특정 집단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할 수 있다”.

그러나 감사는 정확히 어떤 사람들이 해야 할까? 코넬대의 아준와는 어느 독립적인 기관이 ‘자동화 공정 채용(fair automated hiring)’ 인증서를 발급하는 날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감사 대상자들이 스스로 감사를 할 수 밖에 없다. 폴리는 “파이메트릭스를 위해 학계 출신의 감사관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 감사관과도 이야기 중”이라고 전한다. 그리고 하이어뷰의 파커는 “3월 말까지 감사관을 고용하고자 한다”고 설명한다.

이 모든 상황들로 인해, 기업 법무팀을 긴장하게 만드는 모호한 영역(Gray Area)이 늘어나고 있다. 밀러는 "AI 문제에 체계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손해를 입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제대로 다룬다면 오히려 돌아오는 보상은 엄청나게 클 것"이라고 강조한다.

AI 솔루션 제공업체들은 이런 보상이 회사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날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한다. 일례로, 파이메트릭스는 자사 기술이 기업들의 전반적인 실적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폴리가 제공한 익명의 사례 연구에 따르면, 한 보험 고객사는 파이메트릭스가 ‘매우 추천한다(Highly Recommended)’고 평가한 영업 사원들의 연간 매출이 다른 직원들보다 33% 더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암스테르담 사무실에서, 피터르 샬크비크는 다른 지표들을 활용해 보상을 측정하고 있다. 크래프트 하인즈는 광범위한 전문 지식을 갖춘 인재를 채용해오고 있다. 파이메트릭스의 테스트 실행 전에는, 인턴 채용자의 약 70%가 경영학 학위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경영학 학위 소지자는 5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반면, 40% 정도는 공학 학위 소지자였다. 샬크비크는 “크래프트 하인즈가 초기 결과에 매우 만족해 했다. 더 나아가 일부 미국 내 채용 과정에서도 파이메트릭스 테스트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역시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다. 일례로, 크래프트 하인즈는 모든 잠재적인 채용자들에게 파이메트릭스 게임을 하도록 요구하지는 않을 것 같다. 샬크비크는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겐, 여전히 나이 차별을 느낄 수 있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올 여름 실적 검토 때까지, 파이메트릭스의 효과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그 때쯤 그는 AI의 도움을 받아 고용한 신규 채용자들이 과거 인사 담당자들이 고용한 채용자들보다 실적이 더 좋은지 처음으로 완전한 평가를 받게 된다. 그 실적 검토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질 것이다. 하지만 무의식적인 편견을 피하기 위해, 최근 교육을 받은 ‘인간’ 관리자들이 이를 수행할 것이다. 이처럼 회사가 AI에 위임할 업무의 범위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샬크비크는 “AI는 우리를 도울 수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옳은 일을 하는지 계속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사람이 여전히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업무에 관여할 것”이라고 말한다.

▲AI가 직장을 재편하는 다섯 가지 방식

더 많은 기업들이 (주로 민첩한 스타트업들이 만든) AI 솔루션에 의존하고 있다. 인재 발굴 및 관리에 투입되는 더 많은 시간과 복잡한 절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AI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5개 영역을 소개한다.

1. 챗봇 채용담당자
이 대화형 로봇들은 시간제 또는 저임금 직원을 대규모 고용하려는 대기업을 타깃으로 한다. 콜 센터 혹은 계절에 따라 인력 충원을 하는 소매점이 여기에 해당한다. AI 지원 챗봇인 마이아 시스템즈는 로레알과 펩시코를 포함한 고객사들이 지원자들의 신분 조사와 면접 일정을 짤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2. 철저한 신원 조사
취직을 하려면 앞으론 트윗도 조심해야 한다. 파마 테크놀로지스 Fama Technologies는 AI를 이용, 잠재적 채용자들과 현 직원들의 SNS 글을 분석한다. 인종 차별, 여성 혐오 또는 중독의 징후를 찾아내는 것이 목적이다. 체커 Checkr는 우버와 리프트를 포함한 기업들에 전반적인 AI 지원 신원 조사를 제공한다.

3. 직원 상담사
더 많은 기업들이 AI를 배치, 기존 직원들을 관찰하고 돕고 있다. 워크데이는 직원들의 능력을 추적하고, 그들에게 승진 기회를 적극 제공하기 위한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인재 채용 스타트업 에이트폴드닷에이아이 Eightfold.ai는 이와 비슷한 자사 플랫폼을 통해, 불필요한 직원을 25%까지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4. 경영 코치
기업들은 직원 몰입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AI가 문제점을 파악해 교정하도록 하고 있다. MS의 링크트인 AI 기술은 직원들을 정기적으로 조사한다. 그런 다음 사기가 저하되거나 예외적으로 실적이 저조한 직원들을 포착, 관리자들이 그런 문제점들을 개선할 수 있도록 방법을 제안한다.

5. 실적 (검토) 도우미
기업들이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주도해온 업무에도 AI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링크트인은 작년 9월 신제품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기업과 직원들이 실적 목표를 함께 점검하고, 그에 따른 피드백을 더욱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있다(회사 전체의 실적과도 비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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