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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보잉의 장기 하강

BOEING’S LONG DESCENT

  • 기사입력 2020.04.02 09:55
  • 기자명 DAN CATCHPOLE 기자

과거엔 주주우선 문화가 737 맥스 위기에 부채질을 했다. 이제는 그 문화가 항공우주 거물의 회복을 가로막고 있는지도 모른다. BY DAN CATCHPOLE

최근 1년 동안, 세계 최대의 이 항공우주 회사는 스스로 자초한 스캔들에 휩싸여 있었다. 737맥스 위기—보잉사 최신 제트 여객기의 소프트웨어 오작동과 관련된 두 번의 충돌로 346명이 사망했다—로 인해, 회사는 가혹한 검증을 받게 됐다. 언론과 사고 조사관, 규제 기관, 의회 및 법무부의 정밀 조사 결과 보잉의 기업 문화에서 심각한 결함이 발견됐다. 잘못된 문화 탓에 회사는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공급업체들도 직원들을 해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결과적으로 항공사들에 대한 신뢰도 무너졌다. 

더욱이 보잉의 앞날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문제는 맥스 스캔들만이 아니다. 사고 발생 훨씬 전에, 회사는 기내 복도가 한 줄(single-aisle)인 737 협폭동체기와 두 줄인 787 광폭동체기 사이의 제품 라인업 공백을 메우려고 애썼다. 하지만 중간 규모의 이 틈새 시장을 위해,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의 최신 제트 여객기를 출시하려는 계획은 보류됐다. 회사가 맥스를 다시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내부 관계자들은 이런 ‘쌍둥이 위기’가 엔지니어링에 근거한 결정과 장기적인 전략보다, 주주들에게 지속적으로 단기적인 보상을 하는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보잉의 사업적 성공과 혁신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한 통계가 회사의 우선 순위를 상징하게 됐다. 회사가 지난 6년간 자사주 매입에 434억 달러나 쏟아 부었다는 사실이다. 반면 상업용 비행기 연구개발에는 157억 달러를 투자하는 데 그쳤다. 보잉 이사회는 737 맥스 추락 이후 두 달도 채 안된 2018년 12월, 2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환매 계획을 승인하기도 했다. 물론 나중에 이 계획은 보류됐다.

회사는 맥스—보잉 역사상 가장 빠르게 판매된 제트기다—주문 계약금을 받아 자사주 매입 대금을 마련했다. 결과적으로, 주식 환매는 최근 매출 급감에도 불구하고 2016년 이후 회사 주가를 세 배 이상 끌어 올리는 데 일조했다. 보잉의 상업용 제트기 판매는 감소했지만,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방산-우주 및 글로벌 서비스 사업부가 계속 주가를 부양했다.

그러나 맥스 스캔들은 월가만 좋은 일을 시키는 보잉의 주가 상승세에 종식을 고했다. 연일 터지는 새로운 폭로는 회사의 주주 중심적 사고방식 탓에, 맥스 위기와 제품 출시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음을 보여준다(아마 일부분 책임이 있을 것이다). 캐너코드 제뉴어티Canaccord Genuity의 항공우주 애널리스트 켄 허버트 Ken Herbert는 “월가는 새로운 디자인의 비행기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다”라며 “지금까지 보잉 이사회는 리더십을 발휘하거나, 회사에 꼭 필요했던 감독을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고 지적한다.

보잉은 이번 기사에 대해 코멘트를 거부했다. 그러나 신임 CEO 데이비드 캘훈 David Calhoun이 직면한 문제는 그가 보잉사의 ‘주주배당 중독’을 타파하고, 회사의 장기적인 회복을 계획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보잉의 기업문화 문제는 2년 혹은 10년간 형성된 게 아니다. 항공우주 전문가들은 1997년 보잉이 경쟁사 맥도넬 더글러스 McDonnell Douglas를 인수하며, 재무를 우선시하는 그 회사의 분위기와 상당수 경영진을 수용한 것을 그 원인으로 분석한다.

737 맥스 위기로 인해, 보잉은 수백 대의 상용기 인도를 보류하게 됐다. 새 제품을 설계하려는 노력도 발목이 잡혔다. 사진=포춘US
737 맥스 위기로 인해, 보잉은 수백 대의 상용기 인도를 보류하게 됐다. 새 제품을 설계하려는 노력도 발목이 잡혔다. 사진=포춘US

보잉은 합병 이전 몇 년간은 자사주 매입을 거의 하지 않았다. CEO 해리 스톤사이퍼 Harry Stonecipher가 이끄는 맥도넬 이사회는 주식 환매를 열렬히 추구했다. 합병 후 1년 만에, 자사주 매입은 보잉 전략의 중요한 기반이 됐다. 보잉 임원을 거쳐 훗날 CEO에 오른 스톤사이퍼는 또한 공격적인 비용절감을 적극 추진했다. 덕분에 보잉은 1970년대 이후 한번도 기록하지 못한 7%의 세후 이윤을 달성했다. 그의 후계자 짐 맥너니 Jim McNerney 도 계속 이윤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다. 스톤사이퍼는 2004년 시카고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내가 보잉의 문화를 바꿨다고 말할 때, 훌륭한 제조업체보다는 사업체로 탈바꿈시켰는 의미였다”며 “분명 보잉은 훌륭한 제조업체지만 사람들은 돈을 벌고 싶어 회사에 투자한다”고 강조했다.

비용 절감의 부작용은 2003년 시작된 보잉의 787 드림라이너 프로그램 Dreamliner program에서 곧 불거졌다. 경영진은 납품업체에 핵심 부품 개발을 아웃소싱해 비용을 절감하도록 했다. 하지만 업체 중 상당수는 이런 일에 적합하지 못한 것으로 판명됐고, 결국 반복적인 고장과 지연으로 이어졌다. 2011년 마침내 제트기가 비행을 시작했다. 그러나 당초 계획보다 3년이 늦어졌고, 예산을 250억 달러나 초과했다. 2013년에는 787 두 대의 배터리에서 전기화재가 발생, 규제당국이 거의 한 달 동안 비행을 금지했다.

항공우주 컨설팅 회사 리햄의 스콧 해밀턴 Scott Hamilton 사장은 “787의 고통스러운 유산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787 문제가 불거지자, 회사 경영진은 2011년 737에 새 엔진을 장착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기종을 만드는 대신 이름만 737 맥스로 바꾼 것이다. 해밀턴은 “당시 그들은 어쩔 수 없었다”며 “다만 문제는 경영진이 787 프로그램을 얼마나 망쳤는지인데, 이 조치는 향후 수십 년간 보잉의 제품 전략을 완전히 파괴했다”고 비판한다.

보잉은 787 문제가 불거진 동안에는 자사주 매입을 중단했다. 하지만 2013년 재개 후 연평균 62억 달러 규모의 주식을 사들였다. 반면 상용기 연구개발에는 연평균 24억 7,000만 달러를 지출하는 데 그쳤다. 2016년경 787 프로그램은 회사의 현금 흐름에 긍정적이었다. 따라서 그 해 경영진은 잉여 현금 흐름의 100%를 주주들에게 돌려주기로 약속했다. 해밀턴은 “당시 50%만 지급했다면, 비행기 개발 프로그램 비용을 모두 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회사는 현재 그 프로그램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보잉은 2015년경 새로운 중간 규모 시장 비행기(Mid-Market Airplaneㆍ사내에서는 NMA로 불린다)의 부족에 직면하고 있었다. 이 범주에 속하는 제트 여객기는 4,000~5,000마일의 거리에 걸쳐 약 250명의 승객을 실어 나른다. 중간 규모의 시장은 가까운 장래에 강력한 수요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상용기 사업 부문이다. 따라서 보잉과 경쟁사 에어버스 입장에서는 이 분야가 매우 중요하다. 컨설팅 회사 틸 그룹의 리처드 아불라피아 Richard Aboulafia는 “보잉은 향후 10년간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의 기종 두 대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2016년 당시 CEO 데니스 뮬런버그 Dennis Muilenburg는 “보잉의 영업이익률을 10%대 중반으로 두 배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회사의 비행기 개발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든 목표였다. 이에 따라 NMA 디자인 결정을 미루는 관행은 보잉 경영진의 연례 전통이 됐다.

보잉의 우유부단함은 에어버스가 시장을 지배할 빌미를 제공했다. 애널리스트들과 컨설턴트들은 “맥스 기종의 문제를 고려할 때, 보잉이 아무리 일러도 2021년이나 돼야 NMA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데 동의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항공우주 애널리스트 론 엡스타인 Ron Epstein은 “그 시간표를 지키더라도 보잉이 에어버스의 2가지 새 기종 A321XLR과 아마 A330네오에 시장을 빼앗길 것”이라며 “그 중 일부는 기정사실이 됐다. 실제로 XLR은 이미 보잉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캐너코드의 애널리스트 허버트는 “보잉이 앞으로 5년간 내릴 결정은 25년 동안 이 사업을 결정할 것”이라며 “그들은 (재무보다) 제조업 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회사 설립 후 첫 85년간 효과를 발휘했던 문화를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보잉이 707과 727, 737, 747을 출시한 1950년대 말과 60년대에 발휘한 전무후무한 창의력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맥스 위기의 여파는 보잉을 반대 방향으로 밀어 넣을 수도 있다. 맥스 사고와 관련된 비용은 90억 달러를 넘어섰고, 어렵지 않게 두 배가 될 수도 있다. 보도에 따르면 보잉은 현금 흐름을 개선하고 주주 배당을 위해 자금을 차입하고, 연구개발 지출을 줄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엡스타인은 “그런 조치들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단계”라며 “앞으로 나아갈 유일한 길은 투자자들의 단기적 이익을 보류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이어 “그렇게 하지 않고 반대로 연구개발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고, 주주들에게 현금을 지급하면, 보잉의 미래를 망가뜨리는 지름길”이라고 단언한다.

▲수치로 보는 보잉

204%
2016년 2월 11일 이후 보잉의 주가상승률

434억 달러
보잉이 2013년 이후 주주의 자사주 매입에 지출한 돈
출처: 회사 자료

90억 달러
주문 취소와 비용 초과, 생산 중단 등 737 맥스 위기가 현재까지 보잉에 끼친 추정 피해액
출처: 회사 및 애널리스트 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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