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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유능한 부하 질투하면 리더만 고립된다

  • 기사입력 2020.02.25 10:51
  • 최종수정 2020.03.25 13:13
  • 기자명 신제구 교수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0년 3월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연상부하 혹은 연하상사라는 단어가 전혀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다. 예전에는 유능한 부하가 사랑스러웠을지 몰라도 이젠 마냥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하를 질투하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 신제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이미지=셔터스톡
이미지=셔터스톡

[Fortune Korea] 조직에서 직급보다 직능이 더 중요해졌다. 혁신이란 이름으로 감행된 수많은 변화의 노력은 과거의 많은 것들을 부정해왔고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직급과 직능의 문제다. 나이가 많아지면 직급도 높아지던 시절은 이미 왕년의 이야기가 되었다. 특히 최근의 애자일(agile) 조직을 선호하는 과정에서 직급은 더욱 의미가 없어졌다. 불필요한 계층이 불필요한 절차를 만들고 불필요한 절차가 의사소통과 의사결정의 속도를 방해한다는 믿음에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직급의 단계가 줄어들다 보니 나이와 직급의 상관관계도 낮아진 셈이다.

더욱이 직급의 조건 또한 나이가 아닌 직능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보편화되었다. 나이는 위아래가 있어도 승진은 위아래가 없어진 것이다. 유능한 부하가 불안한 리더를 추월하는 사례는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그래서 예전과 달리 자신의 유능한 부하를 경쟁자로 인식해 어이없는 질투를 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자행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예전에는 유능한 부하를 가진 리더라면 천군만마(千軍萬馬)를 가진 것과 같았다. 가끔 소유욕까지 발동되어 지나칠 정도로 유능한 부하를 독점하고자 했다. 자신의 자산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유능한 부하가 자신의 상사가 될 수 있다는 가정이 철저하게 부정됐을 때 이야기다.

최근 연상부하 혹은 연하상사라는 단어가 전혀 낯설지 않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부하직원을 이끌거나 나이가 더 어린 상사를 모셔야 하는 역전 상황이 전개되어 기존의 리더들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상황에서 리더들은 딜레마를 경험하게 된다. 유능한 부하는 리더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존재이지만 리더의 생존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유능한 부하가 고맙기도 하지만 그로 인한 불안감 또한 감추기 어렵다.

특히 경험과 경력은 많지만 실제적인 역량이 부족하거나 리더십의 한계를 스스로 지각하고 있는 리더는 더 심란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유능한 부하를 경쟁자로 인식하여 갑질을 하거나 부당한 업무지시 혹은 책임 전가 등 이유 없이 시비를 걸기도 한다. 더욱이 본인의 자리가 위협을 받는다는 공포감이 있는 리더라면 부하는 더는 마음 편한 협력자가 아니라 리더 본인의 약점을 잘 아는 미래의 경쟁자 혹은 미래의 가해자로 인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전개되면 유능한 부하는 곧장 질투의 대상이 되고 만다. 질투심에 불타는 리더는 판단력을 가장 먼저 상실하다. 사람이 질투심을 품게 되면 본래의 역할은 망각하고 불안정한 감정에 치중하게 되어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워진다. 이런 현상을 ‘살리에리 증후군 Salieri Syndrome’이라고 한다. 살리에리 증후군이란 ‘천재성을 가진 주변의 뛰어난 인물로 인해 질투와 시기, 열등감을 느끼는 증상’을 말한다. 1984년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천재 음악가이자 친구인 모차르트에게 극심한 열등감을 느낀 살리에리가 자신의 열등감을 이기지 못해 모차르트를 독살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처럼 끔찍한 결과는 질투에 희생된 기존 기득권자의 오만한 불안감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누군가에 대한 질투심을 감추지 못하고 열등감과 증오심을 드러내는 사람이 정상적인 판단과 행위를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최근 힘겨워진 조직 현실 속에서는 어쩌면 자신의 상사가 될 수도 있는 유능한 부하가 예쁘게만 보이지는 않을 수 있고 그 상상만으로도 죄 없는 부하는 일단 밉상 그 자체가 된다. 아울러 살리에리의 경우처럼 자신을 인정해주었던 더 높은 리더가 자신을 제치고 자신의 유능한 부하를 직접 챙기거나 더 아낀다는 징검다리 판단이 서면 누구나 견디기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

물론 유능한 부하를 둔 모든 리더가 살리에리 증후군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리더는 살리에리 증후군을 언제 자각하게 될까? 첫째, 오래전에는 본인도 경쟁력이 있다고 믿었으나 세월이 지나 직급이 높아지다 보니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꾸준히 학습하기보다는 유능한 부하에 의존해 조직으로부터 생소한 과업이 부여되었을 때 정작 본인은 당황하는데 유능한 부하가 너무나 능숙하게 대응할 때. 둘째, 유능한 부하의 탁월한 기여와 업적에 대하여 다른 부하직원들이 감탄하거나 그를 추종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셋째, 더 높은 상사가 리더 본인을 생략하고 유능한 부하를 직접 찾거나 그를 곁에 두고자 할 때. 넷째, 유능한 부하에게 부끄러운 질투심으로 그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에도 민감하게 되고 조급해진 자기 모습에 마음이 상하게 되는 때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쯤 되면 리더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다. 결국 유능한 부하에 대한 살리에리 증후군은 누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결국 리더 자신이 초래한 부주의와 의존적 관성 탓으로 봐야 한다. 리더는 보통 세 가지로 분류되다. 하수는 유능한 부하를 질투하고 선수는 유능한 부하를 이용하며 고수는 유능한 부하를 지원한다. 유능한 부하는 리더의 수준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는 법이다. 그래서 유능한 부하 중 눈치가 빠른 사람은 리더가 자신을 질투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눈치채는 순간 떠나려 할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리더의 복수극을 가만히 앉아서 고스란히 당할 바보는 없기 때문이다. 질투심 가득한 리더의 불안한 표정과 행동은 리더 본인만 모를 뿐이지 주변인들의 눈을 피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그렇다면 살리에리 증후군이 리더 본인에게 미치는 부정적 피해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자신이 미워하는 부하직원의 미운 행동만 보려 하므로 자신의 행동은 돌아보지 못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둘째, 조직 내 공정한 경쟁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어 리더의 편견과 불공정에 대한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셋째, 유능한 인재를 잃고 기회주의자에게 기회를 주게 된다. 넷째, 유능한 부하의 당연한 기여와 몰입을 희생시켜 기대했던 성과를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다섯째, 유능한 부하를 망가뜨린다는 나쁜 리더라는 평판을 받게 되어 누구도 곁에 머물려 하지 않고 리더 본인만 고립된다.

억울한 대우를 기꺼이 인내할 사람은 세상에 없다. 능력을 발휘하고 그 대가로 인정을 받고 사랑을 받고 싶은 것이 사람이다. 그런데 그 능력 때문에 미움을 받고 고통을 겪게 된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오히려 예전에는 무능한 리더가 자신의 무능함을 감추고 유능한 직원을 이용하거나 통제하던 시절에는 살리에리 증후군이란 힘 있고 비겁한 리더의 평범한 행위로 해석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위험한 행위가 될 수 있다. 성과에 도움이 되는 유능한 부하의 능력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안타까움 외 리더가 소외되거나 심하면 조직내부 SNS 등을 통한 투서나 직접적인 공격성 저항으로 리더가 불행해질 가능성은 커졌다. 유능한 부하는 자신을 공격하고 미워하는 리더 곁을 결코 빈손으로 떠나지는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리더가 행여나 살리에리 증후군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부하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요즘 리더들은 밀레니얼 세대와의 화해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많이들 하고 있어 밀레니얼 세대를 비롯한 많은 부하직원과 소통도 잘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자신보다 유능한 부하를 바라보는 심정은 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이제는 변화의 속도를 사람이 따라잡기는 힘들어졌다. 차라리 변화의 방향으로 변화를 잘 따라가는 길을 택해야 한다. 유능한 부하는 꼭 필요한 존재이고 그들로부터 배울 것도 있고 함께 할 일도 많다. 따라서 유능한 부하는 경쟁자가 아니라 파트너이며 리더의 또 다른 멘토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한다면 유능한 부하는 마음 든든한 버팀목이며 조력자가 된다. 하수는 직원들 위에 있고 선수는 직원들 앞에 있으며 고수는 직원들 옆에 있다는 말이 틀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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