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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도판 명화로 예술적 영감을 깨우다
거대한 도판 명화로 예술적 영감을 깨우다
  • 김병주 기자
  • 승인 2020.03.13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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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 Leisureㅣ일본 오츠카 국제 미술관

일본 오츠카 국제 미술관은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등 전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는 명화들을 도판 형태로 제작·전시하고 있는 곳이다. 예술 소외계층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건립된 오츠카 국제 미술관을 소개한다글 김현정 숭실대학교 혁신 코칭·컨설팅 센터 주임교수

정교한 복원 작업을 거친 최후의 만찬.(출처 : 일본 오츠카 국제미술관)
정교한 복원 작업을 거친 도판 형태의 최후의 만찬.(출처 : 일본 오츠카 국제미술관)

이제 기업은 더 이상 합리적, 이성적 프로세스로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과거 공급자 우선의 시장에서는 기술을 개발해 만드는 대로 소비가 이루어졌다. 포드의 보급형 자동차, 흑백 TV 등 그간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이 등장하자 사람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구매하기 위해서 줄을 서 기다리는 수고로움을 감수했다.

이제 니즈를 충족하는 물건은 지천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면서 무언가를 계속 갈구한다. 그리고 기업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기존의 합리적 이성적 프로세스를 넘어 그 이상의 인간의 본질에 다가가려고 기를 쓰고 있다.

합리성을 중시하는 미국에서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선도적 기업이 참선 프로그램 등을 도입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간의 집단 무의식에 도달하려는 노력이자, 모든 걸 비워내어 자신의 내면 바닥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더 이상 그들은 열심히 머리를 굴려서 나오는 답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 벽화를 그대로 재현해놓은 홀(사진 : 일본 오츠카 국제미술관)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 벽화를 그대로 재현해놓은 홀(사진 : 일본 오츠카 국제미술관)

필자가 박사 학위를 받은 컬럼비아 대학은 뉴욕 한복판에 있는 학교다. 실용적인 지식보다는 예술과 철학을 커리큘럼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유럽 최고의 경영대학원인 인시아드는 예술의 도시 파리와 인근 해 있음을 그들의 경쟁력의 주요 근간으로 내세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조적인 것이다.”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시상식에서 헌사했던 마틴 스콜세이지의 말처럼 경영자는 가장 개인적인 그 세계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 그랬을 때 가장 경쟁력있는 창조물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그래야 하는혹은 너무나도 당연시되는것들을 걷어내고 진정으로 인간이 원하는 본질에 다가가려면 말이다. 진짜 미켈란젤로가 그린 최후의 만찬을 보고 싶다면, 미켈란젤로를 바탕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복원가의 욕심 가득한 리터치와 세월의 묵은 때를 벗겨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우리는 비로소 말간 인간의 본성을 만나게 될 터이다.

세계 산업을 선도하는 뉴욕이나 런던과 같은 도시에 가면 대단한 미술 박물관을 찾아볼 수 있다. 가장 강력한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시각이다. 시신경 세포는 청각, 촉각 등을 감당하는 세포 수를 압도한다. 그리고 우리는 미술 박물관에서 천재 화가들이 보내는 인생의 본질에 관한 고찰을 그림으로 만나볼 수가 있다.

모네의 수련 그림을 그의 유언대로 외부에 전시하고 있다.(출처 : 일본 오츠카 국제미술관)
모네의 수련 그림을 그의 유언대로 외부에 전시하고 있다.(출처 : 일본 오츠카 국제미술관)

세대를 넘어서 수 백 년의 세월동안 전해졌다는 것은 수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주었다는 뜻이자, 무의식으로 나눈 소통이 제법 성공적이었음을 의미한다. 또 평론가들이 말하는 작품성이 아니라 일반인들과의 소통의 결과이다. 우리는 평생 계속적으로 변화하며 미술계를 선도한 천재 화가이자 살아서 모든 명성과 영광을 누린 피카소의 그림에 열광한다. 또 미안하리만치 비참한 삶을 살다가 간 반 고흐의 그림도 역시 사랑한다. 인간이 무엇을 원하는지 우리는 의식, 무의식적으로 이 미술을 통해서 소통할 수 있다.

필자는 뉴욕에서 박사과정을 하던 중 현대 미술관 (Museum of Modern Art)에서 끌로드 모네의 작품 수련의 실물을 처음 접했다. 그 압도적인 느낌은 여전히 생생하다. 교과서나 관련 서적에서 보던 기껏해야 손바닥만한 모네의 작품은 사실 한 벽을 가득 메운, 내 시야를 한참 벗어난 크기였다. 한참 동안 앉아서 마치 연못 위에 표류하는 듯한, 혹은 그 연못에 빠진 듯한 몽환적인 기분에 압도당했다.

너무 아름답지만, 실제로 저 연못에 들어가면 어떤 느낌일까?” 수많은 상상과 느낌이 온몸으로 펴졌다. ‘아름답긴 하지만, 저 안에 들어가면 기분은 별로 일거야. 겉으로는 아름답다고 하지만, 사실 그 생태계를 생각하면 아름다운 것이 아름다운 것만은 아닐 거야라는 엉뚱한 상상에 빠져들기도 했다. 아마 뉴욕에서 박사생활을 하는, 일견 화려해 보이는 나의 삶에 대한 감상이 그림을 통해 오롯이 나에게 전해졌을지도 모르겠다.

프랑스 인시아드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던 중 함께 일하는 동료가 근교를 여행시켜주겠다고 어디를 가고 싶냐고 물었다. 나는 수련의 감동을 따라 모네의 피사체 연못이 있는 지베르니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8월의 여름을 달려 도착한 그곳에서 나는 여전히 잊지 못할 실망감과 마주했다.

이걸 보고, 그걸 그린 거야?”

아마 모네가 본 그 연못은 아름다웠을 것이고, 수련이 아름답게 핀 시절이었으며, 수많은 감상을 담아 바라본 풍경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내가 본 그 연못은 그냥 그저 그런 각종 수생식물의 뿌리만 어지러운 흔한 연못이었다. 그 흔한 연못은 모네라는 천재에 의해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연못으로 재탄생했으리라. 그리고 아마 수많은 관광객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며 발길을 돌렸으리라.

고흐의 해바라기 작품 7점을 한 곳에 모아 놓았다.(사진 : 일본 오츠카 국제미술관)
고흐의 해바라기 작품 7점을 한 곳에 모아 놓았다.(사진 : 일본 오츠카 국제미술관)

피사체가 완벽해서가 아니다. 그것을 구현해 낸 그것이 감동인 것이다. 실제와 우리가 만드는 서사는 보는 이에 따라 전혀 다르게 구현이 된다.

실제하는 것을 구현해 내는 방식도 기업마다 다르다. 애플은 이미 삼성과 LG가 다 가지고 있었던 기술로 아이폰을 구현해 냈다. 아이폰 출시 이후 삼성은 6개월 만에 갤럭시를 출시했다. 핵심기술을 삼성이 거의 다 가지고 있었다는 증거다.

최근 출시 된 갤럭시 폴더블 폰은 그 자체로도 혁신적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12만 번의 가혹한 폴딩 실험을 견디는 모습에 더 큰 감동을 받았다. 그것을 구현해 내기 위한 그들의 땀과 열정. 그들의 고뇌와 좌절,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그들의 절박한 의지가 사람들의 가슴을 두드렸다. 기능적으로 필요해서, 혹은 기술에 매혹당해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더 많은 이들은 그 정서에 화답을 할 것이다.

일본 도쿠시마현 나루토에 위치한 오츠카 국제 미술관에 가면, 이 지베르니의 연못과 모네의 수련을 실물크기로 도판에 프린팅해 재현한 것을 볼 수 있다.

뉴욕 현대 미술관이나 프랑스의 지베르니에 가지 않아도 수련이라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지베르니의 연못을 재현한 바로 옆에 모네의 수련을 설치한 것은 매우 영리한 배치라 할 수 있다.

또 이곳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사실은 세월의 때가 한참 묻은, 그리고 이름을 알지 못하는 복원가의 손을 거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방문객들은우리가 익히 봐왔던 최후의 만찬과 붓과 면봉으로 때를 벗겨내 조금 더 원본에 가까운 최후의 만찬작품을 앞뒤로 만날 수 있다. 예수의 눈썹 옆에 못을 박아 원근법을 사용한 흔적도, 12제자의 발의 표정도 볼 수가 있다. 그것을 거대한 실물크기로 볼 수 있는 곳은 전세계에서 이 오츠카 국제 미술관뿐이다.

심지어 오츠카 국제미술관에서는 바티칸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의 벽화는 아예 통째로 성당을 재현하는 놀라운 도전도 서슴지 않았다. 관람객들은 한참 고개를 꺾어야 천장에 그려진 천지창조를 관람할 수 있다.

큰 소리로 나치의 만행을 고발한 듯 분노의 힘이 넘치는 3.49 m x 7.77 m 크기의 거대한 피카소의 게르니카도 있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대표 작품이자 수많은 관람객 사이를 전투적으로 헤치고 나서야 볼 수 있는 모나리자도 감상할 수 있다. 심지어 코앞에서 만져가면서 볼 수도 있다.

세상의 모든 명화를 원작 크기와 질감까지 살려 도자기로 구현했다.(출처 : 일본 오츠카 국제미술관)
세상의 모든 명화를 원작 크기와 질감까지 살려 도자기로 구현했다.(출처 : 일본 오츠카 국제미술관)

그림으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다고 말했던 반 고흐의 해바라기 일곱 작품도 한자리에서 만난다. 전혀 밝지 않은 삶을 살지 않은 그가 가장 밝은 색인 노란색으로 그려낸 화려한 해바라기부터 점점 꽃잎이 떨어져 가는 해바라기, 그리고 자신의 그림을 보고 다시 그린 그림까지 가난한 화가의 그림이 순서대로 일곱 점이 전시되어 있다. 그의 그림이 어떻게 달라지고 발전했는지, 고갱과의 두 달 간의 전쟁 같은 동거가 미친 영향 등을 기술적으로 비교를 해 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그 외에 우리가 어딘가에서 봤음 직한 고대벽화부터 현대의 유명 그림 100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어떤 그림이 당신의 마음을 파고들지는 모른다.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그것이 당신의 무의식이, 그리고 인간의 집단 무의식이 당신에게 던지는 메시지일지 모른다.

오츠카 국제미술관은 일본의 제약 기업인 오츠카 제약 그룹이 창업 75주년을 맞아 사회 환원사업으로 미술 도판 기술을 가진 자회사를 활용해 세계 명작을 도판 형태로 복제·전시하는 명화 미술관이다. 뉴욕, 파리, 런던, 마드리드 등으로 진품을 보러 가기 어려운 이들의 교육을 위해, 그리고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오츠카 마사히토 회장이 지난 1998년 설립했다. 특히 이 곳은 실물크기의 완벽한 미술 교과서로, 쇠락해 가는 지역사회에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사업으로 명성을 쌓아나갔다. 소유하고 있는 작품들 모두 각각의 소유자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도쿠시마현의 아름다운 하얀 모래를 타일로 구워서 재현한 색도 바래지 않는 불멸의 작품이라 부를 수 있다.

특히 루브르를 비롯해 콧대 높은 박물관들과 입이 떡 벌어지는 가치를 가진 그림을 소장하고 있는 개인들이 복제를 허가하고 그 과정을 도왔다는 것도 감동적이다.

지근거리에 위치한 오츠카 그룹에서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도 흥미롭다. 유명한 고베의 와규 스테이크와 페어링할 수 있는 알코올 없는 와인도 주문할 수 있다. 원본을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가서 볼 수 있다면, 입안 전체로 퍼지는 맛과 온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알코올의 기운을 다 느낄 수 있다면, 그렇게 최선의 선택만이 가능하다면 무얼 고민하겠는가? 하지만, 그런 경우는 흔치 않다. 결국 인생은 차선으로 최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예술의 감동을 이어가고 싶다면 오사카가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인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을 찾아 근교 도시를 여행해 보는 것도 좋다. 예술적 영감을 통해 나와 인간의 본성을, 예술과 같은 비즈니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완벽한 여행이 될 것이다.

김현정 교수는...?
비지니스 리더들을 돕는 코치이자, 컨설턴트, 교수, 코칭 사업가로 활동 중이다. 미네소타 대학에서 상담심리학을 공부하고, 삼성전자 리더십 개발센터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29세부터 외국계 회사 CEO와 임원들을 대상으로 리더십과 커리어 분야의코칭을 시작했고, 콜럼비아 대학에서 조직과 리더십 전공 박사학위를 받았다.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조교수, 연세대학교 상담코칭 지원센터 코칭 훈련 책임교수, 아주대학교 협상코칭연구센터 센터장을 거쳐 현재는 숭실대학교 혁신 코칭·컨설팅 센터에서 주임교수를 맡아 국내 최초 리더십 코칭 최고위 과정을 론칭했다. 저서로는 이그제큐티브 코칭의 이론과 실제’, ‘러닝’, ‘직장인 10년차등이 있으며, 리더는 어떻게 성장하는가블루오션 전략 확장판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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