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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뎅기열 백신의 공포가 퍼지다
[포춘US]뎅기열 백신의 공포가 퍼지다
  • Erika Fry 기자
  • 승인 2020.03.05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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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DEMIC OF FEAR

프랑스 제약 대기업 사노피는 자사의 뎅기열 백신이 서서히 퍼지는 전염병 뎅기열을 퇴치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필리핀에서 백신을 처음 선보인 후 발생한 비극과 온갖 문제가 이 약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아울러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백신 접종에 대한 공포를 자아냈다. By Erika Fry

그 장면은 조용하지만 너무나 무서울 정도다. 카메라 한 대가 (교회 옷을 입고 차가운 금속 테이블 위에 누워 있는) 미동도 하지 않는 아이 위로 움직인다. 똑같은 장면의 동영상은 한 두 개가 아니다. 이 비디오들은 필리핀의 한 시체 안치소에 죽은 채 누워 있는 아이들의 참상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 많은 숫자가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이 동영상들에서는 침착한 여성 두 명의 모습이 두드러진다. 그들 중 한 명인 애니 가비토 Annie Gabito는 근엄하고 당당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또 다른 한 명인 페르시다 아코스타 Persida Acosta는 대개 이런 장면의 중심에 있다. 필리핀 공익변호사협회(PAO) 회장인 그녀는 슬픔에 빠진 가족에게 위로의 말이나 손을 내민다. 그녀는 생기를 잃은 아이의 몸을 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진다. 

지난 2년간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된 이 비디오들은 수백만 뷰를 기록했다. 동영상들은 정부 소속의 일반 검시관들 대신, 필리핀 공익변호사협회가 구성한 법의학팀이 아이들에 대한 부검을 실시한 후 촬영됐다. 협회는 이 과정에서 148명에 달하는 아이들의 죽음을 조사했다. 

아코스타와 피해자 가족들은 하나 같이 부검 결과를 인용하며,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동일범을 지목한다. 바로 프랑스 제약 대기업 사노피가 만든 뎅그박시아 Dengvaxia—뎅기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처음으로 승인된 유일한 백신—가 그 주범이다. 뎅기 바이러스는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3억 9000만 명을 감염시키고 있다.

필자는 작년 7월, 희생된 아이들 중 18명의 부모를 만났다. 그들은 혼잡하고 꽉 막힌 거대 도시 마닐라를 벗어나, 토요일에 가비토의 소박한 2층짜리 자택을 찾았다. 현재 그녀는 ‘범죄와 부패에 대항하는 자원봉사자’라는 필리핀 비영리 단체에서 무급으로 일하고 있다. 아울러 자신이 “뎅그박시아 희생자들”이라고 부르는 148명 아이들의 가족을 돌보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가비토가 점심을 만드는 동안, 필자는 부모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한 사람씩 줄지어 서 있는 위층 부엌의 테이블에 앉았다. 그들은 모두 죽은 아이들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이 그림에는 아이들의 이름과 가비토의 단체가 지정한 뎅그박시아 희생자 번호가 적혀 있었다. 많은 부모들이 예방접종 날짜가 기록된 아이들의 뎅그박시아 카드와 두 장의 사진을 가져 왔다. 이 사진들은 접종 전후의 모습을 비교해 보여줬다. 건강한 아이의 모습들(4학년 졸업 사진, 가족 사진, 애완고양이와 찍은 셀카 사진)과 접종 후 병든 모습(잔뜩 부은 신체 부위나 병상 침대와 링거 주사기 사진)은 극명하게 대조됐다. 부모들은 자발적으로 아이들의 부검 사진도 일부 보여줬다. 그들은 “뇌나 내부 장기의 이미지가 뎅그박시아의 끔찍한 효과를 명백하게 보여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단체의 대표 수마첸 도밍게스 Sumachen Dominguez는 필자에게 “아무도 우리의 고통을 경청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현재 그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지난해 뎅그박시아 희생자들의 사연은 정부 청문의 주요 주제로 다뤄지며, TV 방송을 도배했다. 영화 같은 이 이야기는 필리핀 정부가 뎅기 면역 캠페인을 너무 성급하게 밀어붙인 탓에, 수 많은 아이들이 마치 제물로 바친 돼지처럼 죽어가는 현실을 고발했다. 심지어 이 이야기에는 딱 들어맞는 ‘악질 기업’도 등장한다. 연간 매출 420억 달러를 올리는 외국의 거대 제약사가 마치 백신에 심각한 결함을 있었다고 고백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필리핀 언론과 이 사건과 관련된 대부분 정치인들이 서서히 외면하는 동안에도, 뎅그박시아 논쟁은 필리핀 사회에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뎅그박시아 접종 프로그램에서 일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사노피의 일부 경영진과 직원들은 ‘무분별한 경솔함으로 살인을 초래한’ 혐의로 기소됐다. 수많은 필리핀 정부 보건 공무원들과 몇몇 과학 연구원들도 기소를 피하지 못했다. 그 재판들은 올해 열릴 예정이다.

사노피는 이번 사건으로 재정적으로도 큰 타격을 입었다. 파리에 본사를 둔 이 유수의 글로벌 백신 제조업체는 2016년 뎅그박시아의 출시 직전까지도, 판매 호황과 전 세계적인 호응을 예상했다. 회사는 현재 세계 전역에서 뎅그박시아를 판매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물론 아직까지 규제 승인을 받은 곳은 미국과 유럽연합 외에 20개국 정도다). 아울러 세계보건기구(WHO)의 필수 의약품 목록에 백신을 포함시키려 애쓰고 있다. 사노피는 2017년 뎅그박시아에 대해 1억 8,600만 달러를 감가상각 처리했다. 하지만 전체 손실—회사가 백신 개발과 생산 인프라에 투자한 모든 노력과 사라진 매출, 명성 훼손 등등—은 그 몇 배가 될 것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은 백신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는 점이다. 이미 예방 접종 범위가 위험할 정도로 낮은 필리핀에서는 뎅그박시아 공포로 백신 접종률이 더욱 떨어지면서, 한때 진정된 것으로 평가됐던 전염병의 문이 다시 열렸다. 실제로 지난 2년간 홍역과 소아마비가 새로 발생했다. 뎅기열—어떤 사람들에게는 뼈에 사무칠 정도로 고통스럽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아울러 최근 수십 년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퍼지고, 모기가 전염시키는 가장 흔한 질병으로 부상한 재앙이다—을 퇴치하는 일도 기회비용이 심각하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이 이야기의 비극적이고, 셰익스피어도 울고 갈 첫 번째 반전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뎅그박시아 논쟁이 실제 효과가 있는 백신을 영원히 사장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 백신이 모든 사람에게 효과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뎅기열이 긴급하고 심각한 공중 보건 문제로 부상하는 나라의 수 많은 국민들에게는 유용할 수 있다. 사실 이 백신이 전 세계 보건 캠페인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면, 매년 많은 생명을 구했을 것이다. 지난해 파키스탄부터 온두라스와 필리핀에 이르기까지, 파괴적인 뎅기열 발발이 각국 정부를 시험에 들게 했던 현실을 고려하면, 그 점은 분명하다. 두 번째 반전은 뎅그박시아가 페이스북 동영상에 등장하는 148명의 어린이들을 비극적인 죽음으로 내몰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예고된 패착

‘사노피가 뎅기 백신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한다’는 평이한 제목의 보도자료가 2017년 11월 29일 오전 11시 36분(미국 동부 표준 시간 기준), 프랑스어와 영어로 전 세계에 배포됐다. 세계 최초의 뎅기 백신인 뎅그박시아를 가장 많이 접종한 필리핀 시각으로는 11월 30일 자정 직후였다.

필리핀은 20개월 전 자랑스럽게 사노피 백신이 포함된 공공 면역 프로그램을 최초로 시행한 나라였다. 끊임없이 국민들에게 고통을 가하고, 과도한 비용에 허덕이는 국가 보건시스템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뎅기열을 겨냥한 과감한 조치였다.

필리핀 정부가 약 89만 명의 아이들에게 보급한 뎅그박시아는 전 세계적으로 공중 보건의 승리로 인식돼 왔다. 사노피 백신의 개발은 정말 복잡하고, 기술적으로 어려웠다. 아울러 수십 년에 걸쳐 수십 억 달러의 공공 및 민간 자금을 투입한 광범위한 노력의 결정판이었다. 게다가 뎅그박시아는 가장 많은 돈을 지불할 수 있는 부유한 서구 국가들이 아니라, 이 백신이 더 절실한 가난한 나라들에 우선 보급되고 있었다. 축하할 이야기였다.

그러나 사노피의 보도자료—고도로 기술적인 언어가 함축된 문단이 숨어 있었다—에는 분명 모든 필리핀 국민들이 백신 접종을 주저할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었다. ‘그러나 과거 뎅기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 장기적으로는 예방 접종 후 뎅기열에 걸리면 더 많은 중증 질환 사례가 발생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다른 말로 하면, 뎅그박시아에 의해 뎅기열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사람들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였다. 뎅그박시아가 오히려 그들을 더 질병의 위험에 몰아 넣었다는 것이다. 

사노피가 며칠간 공을 들여 작성하고, 계획한 이 성명은 지역을 떠나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다. (중증 질환으로 악화될) 확률이나, 위험의 정도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명은 ‘심각한 뎅기열’이 무슨 의미인지, 혹은 다른 대규모 접종 캠페인이 진행 중인 필리핀과 브라질 국민들이나, 뎅그박시아 접종 승인을 받은 다른 15개국 국민들이 얼마나 걱정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과거 뎅기열에 걸리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백신을 맞지 말라고 권고할 뿐이었다.

뎅그박시아의 실패가 시작된 순간이었다. 그것은 또한 예견된 낭패였다. 이 백신을 많은 이들이 지지했지만, 소수의 과학자들은 앞에 놓인 문제들을 예상했다. 비판가들 중 가장 큰 목소리를 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사노피 소속 컨설턴트였다. 그는 “백신이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건 당국자들과 대중들이 반드시 이해해야 할 중요한 조건이 있다”고 공개 경고했다. 무엇보다 연구진에게는 (보도자료가 발표된) 2017년 11월 30일에 필리핀을 재앙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뉴스가 ‘더 많은 연구와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윤인규 국제백신연구소 수석고문은 “실제로 놀라운 일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놀라운 일로 보였다”고 설명한다.

마닐라에 소재한 WHO 필리핀 사무소의 군도 와일러 Gundo Weiler 소장은 “이런 상황을 둘러싸고 소통이 어려웠다”고 토로한다. 그는 “특히 두려움이 지배하는 환경에서, 일반인이 백신 과학과 뎅기열의 복잡한 내용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 점이 전체 상황의 문제였다”고 덧붙였다.

뎅기열에 걸린 소년이 작년 7월 필리핀 마신 마을 체육관의 모기장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포춘US

필리핀 보건부 차관 에릭 도밍고 Eric Domingo는 뎅그박시아의 상황을 한마디로 잘 요약했다.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그것이 거대한 괴물로 변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말 무서운 점은 이 괴물이 정말 빠르고, 그리고 쉽게 만들어진 사실이다. 뎅그박시아에 발생한 일은 소셜 미디어 시대의 모든 불완전한 의학적 혁신에 일어날 수 있다. SNS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정치와 불안, 잘못된 정보가 감정적으로 증폭되며, 과학의 이성적인 질문과 의심을 범죄와 음모로 빠르게 낙인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 뎅그박시아의 개발이나 관리에 대한 어떤 측면에서도 고의적으로 무분별했던 사실은 없었다. 물론 그 이야기는 오만과 맹목적인 낙관, 그리고 이해하기 어려운 조급함의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사태는 2008년 12월 크리스 비바커 Chris Viehbacher가 사노피 CEO에 올랐을 때부터 분명하게 예견됐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즉시, 뎅그박시아를 생산하기 위해 3억 9,800만 달러를 들여 프랑스 리옹 외곽에 공장을 짓는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회사는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뎅기 백신 임상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해왔지만, 공장 설립은 성공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아니면 아마도 도박이었을 것이다. 당시 이 백신 후보는 여전히 임상 단계였고, 출시까지는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더욱이 완전히 실패할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했다. 하지만 잠재력은 엄청났다. 비바커는 2010년 어닝 콜에서 애널리스트들에게 그 약이 “우리가 판매한 백신 중 가장 위대한 제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역학자들이 “방치된 열대성 질병”이라고 부르는 뎅기열의 예방은 엄청난 미충족 수요 분야였다. 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약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반세기 동안, 이 바이러스가 동남아시아에서 128개국(전 세계의 약 절반에 해당한다)을 휩쓸면서, 발병 건수는 30배나 증가했다.

뎅기열은 아이데스 아이집티 Aedes Aegypti 암컷 모기—회복력이 좋고 질병을 퍼뜨리는 해충이다—에 의해 감염된다. 이 모기는 또한 글로벌화된 현대 세계에서 번성하는 황열병과 치쿤구니야 chikungunya, 지카를 효과적으로 전염시킨다. 이 위험한 존재는 화물선을 타고 날아다니며, 플라스틱 쓰레기와 폐타이어들이 쌓인 물 속에서 번식한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보건 자선단체 웰컴 트러스트의 제러미 패러 Jeremy Farrar 국장은 “이 모기는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 환경에 너무나 잘 적응하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사노피 경영진은 지구 온난화 과정에서 뎅기를 옮기는 모기들의 활동권도 확대되며, 그 끔찍한 질병을 퍼뜨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때 흔히 ‘뼈를 부러뜨리는 열’로 불렸던 뎅기는 극심한 고통을 수반한다(뎅기라는 이름의 유래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사악한 영혼이 일으키는 갑작스러운 발작을 의미하는 카-딩가 파포 ka-dinga papo라는 스와힐리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생각한다). 환자들은 두통과 열, 심각한 관절통의 고통에 시달린다. 2주간 지속되는 이런 복합 증세로 인해 입원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혈장 누출(plasma leakage)’—단백질이 풍부한 혈액이 혈관에서 빠져 나와 주변 조직으로 스며 들며 생명을 위협하는 증세—을 겪기도 한다.

대부분의 뎅기열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상당수는 아무 증상이 없다). 하지만 그 중 5%는 환자를 공포스러울 정도로 갑작스레 쇼크 상태에 빠뜨리거나, 출혈열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한다.

전문가들은 뎅기열 때문에 죽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장 심각한 질병이라도 환자가 회복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조기 발견이 필요하며, 일정 기간 동안 환자의 혈액 수준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특히 뎅기열 환자들이 병동에 몰려드는 발병 기간 동안, 자원이 부족한 의료 시스템에서는 이런 일이 쉽지 않다. 이로 인해 뎅기열은 연간 약 2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사노피는 이런 모든 점을 고려할 때, 게이츠 재단이나 국제백신동맹(GAVI) 같은 기부단체들은 물론 정부들도 이 병을 예방하기 위해 기꺼이 돈을 쏟아 부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잠재적 시장은 훨씬 더 컸다. 비바커는 언젠가는 뎅그박시아가 뎅기열이 유행하는 국가의 국민들뿐만 아니라, 이런 나라를 여행하는 부유한 서구 국민들까지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백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노피의 신임 CEO가 (역사는 오래됐지만 활기를 잃은) 이 프랑스 제약 거물을 혁신하기 위해 꼭 필요로 했던 일종의 ‘게임 체인저’였다. 회사의 최고판매 제품 중 세 가지가 조만간 더 이상 특허 보호를 받지 못하고, 그로 인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잃을 위기였기 때문이다.  

비바커 자신이 변화를 상징했다. 독일 태생의 이 캐나다인은 비 프랑스인으로는 최초로 사노피 CEO에 올랐다(회사는 지난해 포춘 글로벌 500 순위에서 288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그가 느리고, 엄격한 사노피의 계층적 문화를 쇄신하기를 바랐다(이번 기사에 대한 코멘트 요청에 응하지 않은 비바커는 2014년 쫓겨났다).

사노피는 인수를 통해 세계 최대의 제약사 중 하나로 성장했다. 그러나 회사 역사는 프랑스의 유명한 과학자 루이 파스퇴르 Louis Pasteur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파스퇴르는 다른 무엇보다 광견병과 탄저병 백신을 발명한 주인공이다. 그는 유서 깊은 바이오의학 연구소인 파스퇴르 연구소를 설립했는데, 그 중 일부는 오늘날 사노피 파스퇴르로 편입됐다. 리옹에 소재한 이 백신 사업부는 연 매출 60억 달러를 올리고 있다. 현재 사노피 파스퇴르는 독감과 소아마비, 뇌막염 예방 백신의 전 세계 공급량을 상당 부분 생산한다. 비바커는 그 사업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발견했다.

비바커의 지원을 받은 뎅기 백신은 회사의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가 됐다. 아울러 사노피 연례 보고서에서 주요 항목으로 등장했고, 어닝 콜에서는 회사 성장에 동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혁신적인 글로벌 제품으로 자주 언급됐다. 회사는 빨리 움직여야만 했다. 다른 많은 경쟁자들이 뎅기 백신 개발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이 잠재 시장에 첫 번째로 빠르게 진출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사노피는 임상 및 상업 개발 과정에 드는 시간을 크게 줄임으로써, 우위를 확보하려 했다. 회사의 임상 시험은 대폭 단축된 일정에 따라 진행됐고, 비용이 많이 드는 뎅그박시아의 3상 연구는 2b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시작됐다. 회사는 또한 최종 승인과 함께 곧바로 백신을 공급할 수 있도록, 미리 생산 인프라도 늘렸다.

백신의 상업적 성공을 위해 전력투구 하기로 결심한 사노피는 새로운 내부 조직을 만들었다. 리옹에 위치한 이 뎅기 백신 회사는 모든 업무를 아우르는 기민한 ‘최정예 팀’으로 구성했다. 업무를 보다 신속하게 조정하기 위해, 규제 담당과 마케팅 및 유통 같은 모든 기능을 조직 내에 포함시켰다.

비바커는 2013년 5월 애널리스트들에게 “우리는 강력한 뎅기 백신을 갖고 있다”고 장밋빛 청사진을 밝혔다. 그는 회사가 2015년까지 매년 백신 1억 개를 생산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뎅기열은 공중보건 문제일 뿐만 아니라 상업적인 기회라고 생각한다. 세계 인구의 절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백신의 테스트 결과는 사노피의 낙관을 완전히 뒷받침하지 못했다. 회사는 2b상 결과가 나왔을 때 이미 3상에 돌입한 상태였다. 하지만 임상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태국 어린이 4,000명에게 시험 접종한 이 백신은 이후 2년 동안 뎅기열 감염을 30% 줄이는데 그쳤다. 한마디로 백신은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그러나 3상 결과—10개국의 어린이 3만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두 가지 연구에 근거한다—는 더 희망적이었다. 물론 뎅그박시아가 완벽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사노피와 과학계는 뎅기열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는 백신을 만들었다고 믿었다.

1년 내내 발생하는 전염병에 대처하다

스티븐 J 토머스 Stephen J. Thomas 뉴욕주립대 업스테이트 의대 교수는 “뎅기열은 정말 어렵다”고 토로한다. 그는 20여 년 전 미군과 함께 바이러스 연구를 시작한 의사다. 1950년대 초반부터 그 바이러스에 제기됐던 의문점들은 오늘날까지도 풀리지 않고 있다. 토머스 교수는 “세계 인구 절반은 매일 뎅기병에 걸릴 위험 속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왜 어떤 사람들은 병에 걸리고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지 모른다. 우리는 왜 어떤 사람들은 많이 아프고,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지도 모른다. 그 동안 뎅기 연구자들을 괴롭혀온 많은 의문점들이 바로 백신 개발자들에게도 매우 큰 문제가 되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사노피를 포함한 수많은 뎅기 백신 개발업체들의 유료 자문역을 맡아온 그는 “인간 질병과 매우 흡사한 동물 모델이 없기 때문에, 뎅기열 연구가 더욱 어렵다”고 설명한다.

다만 우리는 뎅기열이 교활하고 복잡한 질병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뎅기열의 기본적인 역학은 멘사 논리 문제처럼 어렵다.

뎅기 바이러스는 유사하지만 뚜렷한 차이가 있는 4가지 변종(뎅기 혈청군 1~4로 알려져 있다)이 있다. 개인이 첫 뎅기열에 걸리면, 감염되는 변종으로부터 평생 면역이 생긴다. 또한 짧은 기간 동안, 나머지 3개 변종으로부터도 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이런 ‘교차 보호 (cross-protection)’는 2개월에서 2년 정도 지속된 후에 사라지며, 개인은 두 번째 감염으로 더 심한 병에 걸리기 쉽다.

보건 당국자들이 두 번째 감염을 걱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첫 뎅기 감염 후에 가벼운 병에 걸리거나 전혀 아프지 않는 경향이 있으며, 어떤 이유에서인지 3~4번 째 감염 시에도 큰 증상이 없다. 생명을 위협하는 최악의 뎅기, 즉 출혈열이나 쇼크를 유발할 수 있는 혈장 누출을 동반한 경우는 거의 항상 두 번째 감염에서 발생한다.

설상가상으로, 뎅기열이 유행하는 대부분 국가에서 4가지 변종 모두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 두 번째 감염이 발발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의미다(더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만들어내는 유전적 돌연변이의 발생 가능성도 커진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대부분 지역에서 이런 현상은 벌어지지 않았다. 뎅기열 환자 수가 왜 그렇게 급증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바이러스 학자들은 이런 사실들을 고려, 모기 통제와 함께 뎅기열 퇴치를 위한 최선의 전략은 4가지 변종 모두에 대해 4중 백신—항체를 중화시키는 형태로 골고루 보호막을 제공한다—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결정했다.

바로 사노피가 뎅그박시아에서 추구한 목표다.

전 세계 보건 및 뎅기 연구계는 당연히 회사를 응원했다. 그들은 수십 년간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는 것을 지켜봤다. 아울러 모기를 통제하는 구식 방법들의 실패와 이에 따른 사망자 증가도 목격했다. 과학자들의 협업체인 뎅기 백신 이니셔티브(DVI)는 임상 시험 장소를 파악하고, 바이러스 발생에 대한 감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DVI는 모든 백신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처음 5년간 35억 건의 엄청난 투여량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WHO는 뎅기 백신 실험의 설계 방법에 대한 지침을 작성했다. 아울러 DVI와 공동으로 뎅그박시아 데이터에 대한 기술적 협의를 위해 필리핀을 포함, 7개국의 규제 당국자들을 초청했다.

2018년 2월 21일 마닐라 상원회관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부모들이 뎅그박시아 백신을 맞고 사망한 아이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있다. 사진=포춘US

2015년 1월 토마스 트리옹프 Thomas Triomphe가 사노피 파스퇴르의 신임 아태지역 수장으로 선임됐을 때, 뎅그박시아에 대한 그의 최대 우려 중 하나는 간단했다. ‘과연 공급이 충분할까?’ 그가 관장하는 광범위한 지역은 인도에서 호주까지 19개국을 포함했고, 거의 모든 나라가 회사의 새로운 뎅기 백신의 잠재시장이었다.

필리핀은 백신을 출시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였다. 당시 뎅기 바이러스는 이 나라에서 1년 내내 사망자를 낳았고, 연간 약 3억 4,500만 달러의 경제적 피해를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2015년 치명적인 타격을 가해, 20만 건의 질병과 600건의 사망이 보고됐다.

그리고 필리핀 국민들은 수수방관하는 것처럼 보이는 정부에 절망했다. 필리핀 아동 의료센터의 줄리우스 레치오네스 Julius Lecciones 소장은 “국민들은 전염병을 정부가 진정으로 자신들을 어떻게 돌보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로 여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들에게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물론 지방 관리들이 보여주기 식으로 모기 방역활동을 할 수 있었지만, 일부 뎅기 전문가들은 이를 “정치적 소독(political fogging)”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2015년 말이 다가오며, 필리핀 정부는 행동할 기회를 잡았다. 예산에는 연말까지 써야 할 불용 자금이 있었다. 12월에 약 7,000만 달러가 뎅그박시아에 빠르게 할당됐다. 같은 달, 필리핀은 브라질 및 멕시코와 함께 이 약을 승인했다.

정부는 필리핀의 3개 지역에 사는 9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접종 프로그램을 시행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학교를 중심으로 추진된 뎅기열 면역 노력은 여름방학 첫날인 2016년 4월 4일 시작됐다.

일부 사람들은 그 시기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닐라의 한 초등학교에서 열린 캠페인 출범 행사에는 많은 인파와 일부 VIP 참석자들이 모였다. 사노피 파스퇴르 산하 뎅기 회사의 기욤 르로이 Guillaume LeRoy 사장은 당시 필리핀 보건장관인 자넷 가린 Janette Garin과 한 자리에 있었다. 전문의 출신인 가린은 아이 중 한 명에게 첫 주사를 놓았다. 현재 하원의원이 된 그녀는 그날 행사 후, 마닐라 외곽의 한 지역에서 열린 또 다른 출범식에 참석했다. 이번에는 당시 대통령이었던 베니그노 아키노 Benigno Aquino 3세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자유당 색깔인 노란 셔츠를 입고 있었고, 환호하는 군중들 앞에서 가린이 백신을 접종하고 아키노는 연설을 했다.

이런 광경을 본 일부 사람들을 행사 시기와 관련된 다른 의문을 품게 됐다.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아키노는 임기를 끝까지 마치고 재선에 도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는 그 출범식에서 비참한 병에서 국가를 구하는 자유당의 선거운동 이벤트를 떠올렸다.

”뎅그박시아를 면밀히 체크해야 한다.”

당시 뎅그박시아는 필리핀에서 판매되고 있었지만,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이 백신의 효과와 투여 방법에 대한 논쟁이 계속됐다.

2015년 7월, 뉴 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뎅기열 전문가들이 뎅그박시아의 임상 실험 결과를 재고하게 만든 한 연구가 실렸다. 이 분석은 2b상과 3상 실험에서 얻은 3년간의 후속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노피의 낙관론을 상당 부분 검증했다. 하지만 아울러 경종도 울렸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 백신이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수에게 효과가 있었다. 뎅기의 변종 4가지 모두(특히 타입 3종과 4종)에 대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였으며, 이전에 뎅기열에 감염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들(물론 전자에 비해 효과는 떨어졌다)에게도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예방접종 후 처음 25개월 동안, 2~16세 어린이들 중 뎅기 환자가 60% 감소했다. 이 비율은 9세 이상 어린이의 경우, 거의 66%로 더 높았다. 백신을 접종한 아이들의 입원 빈도와 중증 뎅기열 사례도 현저하게 감소됐다. 하지만 이 데이터는 특이하지만 명백한 경향을 보여줬다. 특히 3년 차 추적 연구에서만 이런 추세가 나타났다. 예방 접종을 받고 오히려 뎅기열에 걸린 영유아들의 입원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이다.

사노피의 3상 실험에서 뎅그박시아를 투여 받은 2~5세 아이들은 실제로 백신을 맞지 않은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뎅기열 때문에 입원할 가능성이 7배 이상 높았다. 물론 전체 숫자는 적었다. 백신 접종을 한 2~8세 아이 3,598명 중 19명(0.6%)이 뎅기열에 걸려 입원했다. 반면, 대조군의 비율은 0.4%였다. 하지만 이 데이터는 예방 접종을 한 9세 이상 어린이의 경우, 위험도가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높다는 점은 보여주지 못했다.

연구진은 이런 추세를 설명할 수 있는 결정적인 결론은 없었다. 하지만 연령(어릴수록 육체적으로 그리고 면역적으로 취약했다)과 혈청 상태(아이의 과거 뎅기열 감염 여부)와 관련된 몇 가지 이론을 제시했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사노피가 두 살 정도의 아이들에게 백신을 투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 결과 그것은 불가능해졌다. 따라서 앞으로는 아홉 살 정도의 아이들에게만 이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스콧 홀스테드 Scott Halstead가 2015년 여름 뉴 잉글랜드 저널 보고서를 처음 읽었다. 당시 그는 놀란 나머지, 의자에서 거의 떨어질 뻔했다고 말한다. 현재 89세인 그는 뎅기 연구계의 최고 권위자다. 홀스테드는 아시아 지역에서 육군 의사로 복무하던 1957년 이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의 경력은 뎅기열이 번창한 시기와 일치했고, 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 분야에서 기초적이고 핵심적인 다수의 발견에 일조했다.

아시아에 최초로 뎅기 연구소를 연 주인공도 홀스테드였다. 그는 뎅기열 진단과 사례 관리 표준을 개발하기 위해, 1960년대에는 방콕에서 활동했다. 1970년대에는 코네티컷 주 뉴 헤이븐 New Haven 연구실에서 원숭이의 뎅기 감염 병원성을 연구했다. 1980년대 쿠바에서는, 미주 지역 최초로 발발한 뎅기 유행출혈열 연구를 도왔다. 1990년대 제네바에서는 사노피가 뎅그박시아 임상에서 사용한 WHO의 뎅기열 환자분류 체계 확립에 일조했다. 홀스테드는 소아 뎅기 백신 이니셔티브(훗날 DVI로 바뀌었다)도 설립했다. 이 단체는 2003년 게이츠 재단으로부터 5,500만 달러를 지원 받았다.

비록 논란은 있지만, 홀스테드의 대표적인 연구 공헌은 ‘항체 의존 증진(antibody-dependent enhancement)’ 이론일 것이다. 그가 1970년대에 실시한 원숭이 뎅기 연구의 일부에 근거한 이 이론은 사람들이 두 번째로 뎅기열에 감염되면 왜 더 아프게 되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목표다.

사노피는 홀스테드를 뎅그박시아 컨설턴트로 영입했다. 그는 몇 차례 회의를 위해 파리로 날아갔지만, 그 만남이 무의미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우리는 사실상 아무 것도 논의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백신에 대한 문제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홀스테드는 뎅그박시아가 사람들을 한꺼번에 4가지 변종에 모두 노출시킴으로써, 항체 의존 증진 문제를 해결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좀 더 어린 백신 접종자들의 높은 입원률을 밝힌 뉴 잉글랜드 저널의 새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홀스테드는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즉시 알았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오래 전 정립한 이론이 맞았다고 확신했다: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백신(뎅그박시아)이 첫 뎅기 감염처럼 작용한 것이다. 즉 그들이 나중에 모기에 물려 뎅기열에 걸렸을 때, 더 심각한 감염을 일으키도록 만드는 것이다.

필리핀이 학교를 중심으로 뎅그박시아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두 달 전인 2016년 2월, 홀스테드와 한 전직 동료는 의학 저널 ‘백신’에 논문을 게재했다. ‘과거 뎅기열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이 백신접종을 하면, 나중에 더 심각한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내용이었다(그 이후로 그는 뎅그박시아와 관련된 문제들을 요약한 12편 이상의 논문을 썼다).

그의 주장에 사노피는 꿈쩍도 하지 않고, 공개적인 답변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WHO 산하 전략자문그룹(SAGE)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SAGE는 국제 사회에 백신 사용에 관한 권고안을 마련하는 위원회다.

SAGE의 선언은 중요하다. 각국 정부는 약을 승인할지 아니면 국가적인 계획으로 시행할지 스스로 결정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SAGE의 권고를 따른다. 가장 중요한 백신 구매기구인 GAVI도 마찬가지다. 특히 뎅그박시아는 저소득 국가들을 겨냥하고 있었기 때문에, SAGE는 이것을 바로잡아야 할 더 큰 책임감을 느꼈다.

SAGE 워킹그룹의 공동 의장을 역임한 테리 놀런 Terry Nolan은 "처음 임상 결과를 봤을 때 우리 모두 약간 실망했다”고 회고한다. 현재 사노피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그는 “뎅그박시아는 확실히 효용성이 있었지만 대단한 건 아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효과를 넘어, 더 심각한 감염에 걸린 아이들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 현상이 연령과 관련이 있고, 더 어린 아이들에게만 제한적이었을까? 아니면 홀스테드 같은 전문가들이 소리 높여 주장하듯 과거 뎅기열 감염 여부와 관련이 있었을까, 그래서 좀 더 큰 아이들도 위험에 처했던 것일까?

필리핀의 한 아이가 2016년 4월 사노피의 뎅그박시아 백신을 맞고 있다. 당시 필리핀 정부는 100만 명의 취학 아동들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운동을 펼쳤다. 사진=포춘US

결국 위원회는 보완책을 마련했다. SAGE의 전문가들은 ‘뎅그박시아가 덜 효과적이고, 뎅기열에 한번도 걸리지 않았던 아이들에게 심각한 질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더 높다’고 가정하는 모델에 의존했다. 그래서 SAGE는 이 백신을 아이들의 뎅기 감염률이 70% 이상인 곳에서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SAGE는 그러나 뎅기 감염률이 50% 미만인 곳에서는 뎅그박시아를 접종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했다(위원회는 초창기 청소년에 대한 백신 접종이 향후 30년간 뎅기열 입원률을 10~30% 감소시킬 것이라고 추정했다). 목표는 백신과 관련된 잠재적 위험보다 이익이 더 큰 지역에 백신을 투입하는 것이었다. 감염률에 관한 믿을 만한 데이터가 부족한 점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과제였다.

그러나 놀런은 “우리는 그 발표가 매우 신경 쓰였다. 그래서 첫 번째 권고에서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마치 ‘이봐, 당신이 뎅그박시아를 계속 면밀히 관찰해야 해’라고 말하는 식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신중했든 아니든, 그 권고는 필리핀 정부의 뎅그박시아 프로그램을 지지한 것으로 해석됐다. 필리핀의 상당수 어린이들이 9세까지 최소한 한 차례 뎅기열 감염을 경험한 적이 있어, 이 아이들은 백신 접종의 유력한 후보였다.

홀스테드는 WHO 위원회의 결론을 비웃었다. 그는 “SAGE가 사노피에 일종의 허가증을 발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뎅기열을 연구하는 국제과학계—사실상 홀스테드가 설립을 주도했다—에도 책임을 물었다. 특히 사노피가 뎅그박시아의 결점을 더 빠르게 인정하지 않고, 백신 공포와 그 후폭풍을 관리하도록 필리핀을 돕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홀스테드는 “의도적이거나 어떤 악의로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그냥 가만히 서서 “이런, 너무 나쁜 거 아니야?”라며 방관하는데 그쳤다”라고 비판한다.

#덴게이트가 SNS로 퍼지다

안토니오 단스 Antonio Dans 필리핀 의대 교수가 2017년 11월 29일 사노피의 보도자료를 본 시각은 새벽 1시 20분이었다. 그는 회사 성명서를 읽고 즉시 25명의 동료들을 상대로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사노피가 보낸 이 뉴스 특보를 읽어 보게. 사전 감염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 없이 뎅기 백신을 맞은 60만 명 이상의 필리핀 아이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지네. 사노피와 WHO, 보건부는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거야?

이 글은 곧 천 번 이상 공유됐고, 11월 30일 새벽에는 많은 댓글과 분노한 표정의 이모티콘들이 달렸다. 그는 역시 필리핀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아내 레오닐라 Leonila와 함께 몇 주 후 뎅그박시아 관련 질문과 코멘트를 다루기 위해, ‘헬스케어 괴짜전문가들’이라는 별도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다.

사노피의 지역 경영진을 포함한 필리핀 과학계의 많은 사람들은 호소력 강한 단스 부부의 소셜 미디어 포스트를 뎅그박시아 사건의 발화점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그들의 글은 필리핀 의료계의 소셜 미디어 피드를 도배했다.

이 커플은 이미 필리핀의 뎅그박시아 프로그램을 매우 강력한 목소리로 비판해왔다. 심지어 국가의 면역 운동이 시작되기도 전에 사노피 백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왔다. 많은 의학계 동료들은 이제 그들을 “백신접종 거부자(anti-vaxxer)”라고 부른다.

임상 역학자이자 의사이자 공중보건 옹호자인 단스 부부는 곧 시작될 면역 프로그램을 신문에서 읽은 후, 관심을 갖게 됐다. 그 후 그들은 뉴 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실린 뎅기 백신 실험의 분석에 눈을 돌렸다. 뎅그박시아가 일부 어린이들에게 해를 끼칠 것을 우려한 부부는 동료학자 11명이 서명한 4페이지 분량의 서한을 필리핀 보건장관 가린에게 신속하게 보냈다. 이 편지에서, 그들은 또한 백신의 예방기간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들은 3회에 걸친 백신 투여는 실행하기 어렵고, 어린이 100만 명을 위한 백신 공급—7,000만 달러 규모의 이 프로젝트 비용은 공공 프로그램에 포함된 다른 모든 백신 예산보다 더 많았다—에 지나치게 많은 돈이 투입된다고 지적했다.

이 부부는 정부가 최소한 WHO가 개입할 때까지 예방 접종 프로그램을 연기할 것을 촉구했다. 단스 부부는 다음날 아침 가린과 함께 방을 가득 채운 전문가들을 만났다. 당시 가린은 그들에게 “보건부가 예방 접종을 실시할 만반의 준비를 했다. WHO도 곧 공식 권고를 할 것이라고 알려왔다”고 확언했다. 실제로 예방 접종 운동은 일주일 후에 시작됐다.

단스 부부는 그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결정했다. 그들은 홀스테드의 논문을 발견하고 연락을 취했다. 그들은 임상자료의 (통계적으로는 유의하지 않더라도) 흥미로운 ‘안전 신호’가 홀스테드가 약술한 이론적 현상에서 기인한 것이며, 사노피는 그런 징후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는 점을 확신했다.

그들은 몇 차례 언론 인터뷰를 가졌다. 그 후 2016년 10월에는 7분 분량의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과거 뎅기열을 앓지 않았던 아이들에게 뎅그박시아가 해로울 수 있다고 부모들에게 경고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동료들은 이들 부부가 정부의 건강 캠페인을 훼손하는 공개적인 방식에 반대했다. 두 차례 과학자들을 보내 이 커플과 임상실험 데이터를 검토하게 했던 사노피도 크게 실망했다. 그래서 회사 표현에 따르면 “여론을 호도하는 의사소통”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단스 부부에게 급히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그들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때쯤 필리핀의 정치 분위기도 달라졌다. 2016년 여름, 아키노가 이끄는 당은 논란의 포퓰리스트 정치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Rodrigo Duterte에게 대선에서 패했다. 가린도 보건부 장관에서 물러났다. 그녀의 후임자는 뎅그박시아 프로그램에 의구심을 가졌다. 한편, 의회와 상원도 일부가 성급하게 실행했다고 여긴 백신 프로그램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1년 후인 2017년 11월 29일, 사노피가 뎅그박시아에 대한 최신 정보를 발표하면서 비로소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토마스 트리옹프는 문제가 더욱 명확해진 12월 1일 아침 싱가포르 사무실에 있었다. 그의 관심은 필리핀에서 진행 중인 기자회견을 방영하는 텔레비전에 온통 쏠렸다. 필리핀 정부가 백신 접종 프로그램 중단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 소식은 트리옹프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그의 팀은 사노피의 11월 29일 언론성명 발표를 전후로 필리핀 보건부와 접촉해 왔다. 그는 “분명 적신호는 없었다”며 “물론 자료를 제시하면 복잡해진다. 20초 안에 파악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규제당국은 사노피의 새로운 조사 결과가 필리핀에 어떤 의미인지 알고 싶어했다. 트리옹프는 “회사가 필리핀 정부와 대화를 계속 진행 중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더 이상 사노피와 정부 보건 당국자들 사이의 대화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이제는 온라인 상에서 격렬한 감정적 분노와 함께 폭발했다.

며칠 만에 상원의원들은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해시태그 검색어 #덴게이트가 트위터에 불쑥 등장했고, ‘대량학살’이라는 단어도 호출됐다. 정치 블로거들과 고통 받는 시민들은 모두 전 정부가 ‘실험용 약’을 시험하기 위해, 필리핀 아이들을 ‘연구실의 쥐’로 만들었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널리 존경 받는 한 지도자는 “아키노가 도입한 뎅그박시아가 과연 2018년 크리스마스 전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일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대변인도 “이 뻔뻔한 공중 보건 사기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처벌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백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의사들은 온라인에서 엄청난 악플에 시달렸다. 사노피와 아무 관련이 없고, 필리핀 정부의 뎅그박시아 캠페인에 복합적인 감정을 가졌던 전염병 전문가 에드셀 살바나 Edsel Salvana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CNN 필리핀 방송에 출연해 “아이들이 백신을 맞았을 때의 혜택과 비교할 때, 위험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신중한 견해를 밝혔다.

사노피의 임원인 토마스 트리옹프(오른쪽)와 유 탄-웬이 2017년 12월 11일 필리핀 상원이 개최한 정부의 뎅그박시아 접종 프로그램 청문회에서 증언을 하고 있다. 사진=포춘US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는 즉시 분노한 댓글로 가득 찼고, 그들 중 일부는 그의 아이들도 죽어야 한다고 썼다. 그는 “정말 끔찍했다”며 “나는 그저 객관적인 각성을 촉구한 것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뎅그박시아 뉴스가 나올 때마다, 여전히 온라인에서 공격을 받는다. “우리들 중 상당수가 독설로 인해 맹목적이 됐다.” 그는 많은 악플들이 정치적 의제를 갖고 있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가장 실망스럽고 놀라운 것은 이런 사람들의 반응이었다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의사나 전문 과학자들보다 그렇지 않은 비전문가들을 믿으려 했다.”

12월 4일 사노피 경영진은 후폭풍을 잠재우려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사노피가 보기에 커져가는 분노는 모두 커다란 오해였다. 회사는 이 모든 혼란이 하나의 작은 실수에서 비롯됐다고 느꼈다. 바로 11월 29일자 보도자료에 포함된 ‘심각한(severe)’이라는 단 하나의 단어였다. 사노피는 과거 뎅기열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이 뎅그박시아를 접종하면 ‘중증 뎅기열’에 걸릴 위험이 더 높아진다고 밝히는 바람에, 불필요한 우려를 낳았다.

사노피는 임상시험 디자인 용어에서 ‘심각한’이라는 단어를 바로 가져다 쓴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 단어는 원래 맥락에서 벗어나 다른 의미를 갖게 됐다. 

사노피 파스퇴르의 글로벌 의료 책임자 응 수 핑 Ng Su Ping은 회사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대응했다. 그녀는 “필리핀 일반 대중들은 심각한 뎅기열을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질병으로 생각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회사의 새로운 발표문이 정말 경종을 울린 방식으로 전달됐다”고 설명한다.

이 연구의 정의에 따르면 ‘심각한 뎅기열’은 광범위한 증상들을 포함했다. 한쪽에서는 발열과 잇몸 출혈이 발생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치명적인 출혈과 쇼크까지 나타난다. 하지만 임상시험에서 뎅기열로 사망한 참가자는 없었으며, ‘심각한 뎅기열’로 보고된 사례는 중간 정도의 증상만 보였다. 과거 뎅기열에 걸리지 않은 상태에서 백신을 맞은 어린이 1,000명 중 4명이 이후 5년간 이 병에 걸릴 위험이 더 높았다. 이전에 뎅기열에 걸리지 않았고, 백신도 맞지 않은 아이들은 1,000명당 1.7명이 더 높은 감염 위험률을 보였다.

사노피는 투명성과 과학적 정확성의 차원에서, 임상시험의 공식 용어를 지키기 위해 보도 자료를 신중하게 작성했다. 그러나 숫자와 뉘앙스를 모두 누락한 탓에, 대중은 ‘심각한 뎅기열’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게 됐다.

현재 필리핀 소아병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안나 옹림 Anna Ong-Lim 의사는 “의학지식이 없는 문외한이 ‘심각하다’는 말을 들었다면, 무슨 다른 결론을 내렸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사노피는 규제로 인해 뎅그박시아를 대중에게 직접 홍보할 수 없어, 소셜미디어에서는 침묵을 지켰다. 대신, 회사는 필리핀의 고위 이해당사자들에게 데이터에 기반한 사례를 계속 제시했다. 매킨지 컨설턴트 출신인 트리옹프는 대중의 공포감이 조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절망적이었는지 떠올리며 “정말 무서워 보였을지 모르지만, 사실 전혀 무섭지 않다. 제품의 전반적인 유익성/위험성 개요에는 전혀 변화가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돌이켜보면, 당시 상황은 자신이 깨달은 것보다 더 정치화됐다고 말한다. “아마 우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거나,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혼란을 잠재우려고 노력했던 것은 사노피만이 아니었다. 필리핀 보건부도 마찬가지였다. 에릭 도밍고 보건부 차관은 “매일 우리는 혼란에 휩쓸렸다. 정말 힘들었다”라고 토로한다.

필자는 작년 7월 도밍고의 집무실을 방문했다. 마닐라 중심부에 있는 보건부 건물은 초록이 무성했다. 그는 셔츠 바람으로 약속 시간보다 늦게 나타났다. 당시 보건부가 뎅기열 경보를 내린 지 일주일 정도 됐다. 홍역 발생에 매달린 건 몇 달째였고, 때때로 디프테리아 보고사례도 관리했다.

상냥한 도밍고는 지난 2년을 복원하려고 애쓰거나, 혹은 포장도로에서 6~7번 트럭에 치여 쓰러지고도 오뚝이처럼 일어서려는 사람처럼 말했다. 만신창이가 되도록 두들겨 맞았지만, 그 동안 벌어진 모든 일들의 부조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태도였다.

뎅그박시아의 혼란은 그의 출근 첫날부터 벌어졌다. 그는 정부가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중단한 12월 1일 아침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그 타이밍 덕분에 그는 부서 내의 다른 사람들과 달리 비난에서 자유로웠다. 아울러 그는 뎅그박시아 문제에 대해 가장 앞장 서서 기관을 대변하게 됐다.

도밍고는 “뎅그박시아 이슈는 거대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말한다. “우리는 위험을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우리가 그 사실을 알게 됐으니, 차분히 이 아이들에게 어떤 위험이 있는지, 우리가 무슨 일을 할지, 어떻게 그 위험을 완화할 것인지, 어떻게 그들을 돌보고, 어떻게 그들에게 말할지를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처음엔 모두가 순조롭게 진행될 거라고 기대했다”라고 말한다.

그들이 예상하지 못한 것은 다가올 분노에 불을 붙일 불씨였다. 즉, 거의 즉시 거품처럼 불어난 ‘뎅그박시아 관련 죽음’에 대한 소식이었다. 도밍고는 “이 뉴스가 순식간에 소셜 미디어로 퍼져 나갔고, 그 후 꽤 많은 방송국들이 부검 과정을 중계하며 ‘첫 사망자, 두 번째 사망자’ 이런 식으로 매일 카운트다운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한다. 한편에서는 시위가 급증했다.

평소 지역사회에서 사랑 받던 필리핀 보건 종사자들은 ‘아동 살인자’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부모들은 그들이 실시하는 예방 접종이나, 심지어 구충제 같은 기초의약품도 거부했다.

보건부 자체적으로는 보고된 사망자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한편, 대중들은 정부의 답변을 요구하고 나섰다.

필리핀 상원의 블루리본 위원회는 2017년 말과 2018년 초, 백신의 실패를 규명하기 위해 잇따라 청문회를 개최했다. 뎅그박시아 사망에 대한 주장과 오보, 근거 없는 보도와 함께, 특히 혼란과 공포, 분노가 인터넷에 독극물처럼 퍼지던 시기였다.

표면상으로는 진상규명을 위해 열린 청문회—몇 시간에 걸쳐 TV로 중계됐다—는 팝콘을 먹으며 즐기는 ‘정치적 드라마’와 ‘공개적인 태형’ 중간 사이의 성격을 띠었다. 그 중심에는 대중들의 이목을 끄는데 탁월한 솜씨를 지닌 ‘세리머니의 장인’ 리처드 고든 Richard Gordon(74) 상원의원이 있었다.

고든은 위험에 관한 문제들과 실제로 사노피의 발표가 필리핀에 무엇을 의미하는지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필리핀이 어린이들을 위험에 빠뜨린 백신을 구매한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그는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당시 TV 뉴스를 직접 진행했던 고든은 원고(原告)로서 청문회 의장을 맡았다. 그는 관료와 정치인, 과학자, 제약회사 대표 등 다수의 인물들을 호출했다. 고든은 진지함으로 청문회를 주재하다가 자주 눈에 띄게 격노했다. 그는 증인들을 다그치고, 호되게 꾸짖었다. 때론 정당한 이유로 분노하기도 했다. 토론은 종종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고든은 “예”나 “아니오” 이상을 대답하려는 증인들이나, 복잡한 기술적 문제를 한 단어로 요약하지 못하며 허둥대는 과학자들을 몰아세우곤 했다. 그는 서류를 군데군데 읽으려고 애쓰며 떨고 있는 공무원에게는 훈계도 했다.

그는 증인들의 억양—그는 특히 프랑스인 트리옹프를 “미스터 개선문(Mr. L’Arc de Triomphe)”이라고 빈정거렸다—부터 대머리 외모까지 모든 것을 조롱했다. 고든은 전 보건부 장관 가린이 증언을 위해 긴급 맹장수술을 4일이나 연기했음에도, 그녀를 다그치기 위해 증언대에 서기만을 별렀다.

그러나 고든은 또한 누군가가 비난하기를 갈망하는 대중을 위해 큰 그림을 그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전 정부가 긴급한 공중 보건의 이익을 위해 번거로운 절차를 생략하고 효율을 추구했다고 호소했지만, 고든은 그것이 수십만 명의 필리핀 학생들을 무모하게 위험에 빠뜨린 교활하고 부패한 음모라고 주장했다. 정치적 의제는 청문회의 본질을 정반대로 왜곡했다. 때마침 뎅기열이 과연 그렇게 공중 보건을 위협하는지 같은 기본적인 현실조차 논쟁에 휩싸였다.

그는 가린과 아키노 전 대통령이 사노피와 가진 회동에 초점을 맞췄다. 필리핀이 2015년 12월 뎅그박시아를 승인하기 몇 주 전, 대통령이 파리에서 이 제약회사 간부들을 환대한 사실을 앞세워 그 타이밍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당시 아키노는 파리기후협약 회의를 위해 파리에 있었고, 다른 많은 프랑스 기업가들도 만났다). 그는 “정부가 당시 임상시험이 끝나기도 전에 뎅그박시아를 배포하고 있었다”고 추궁했다. 하지만 절반만 맞는 사실이었다(사노피는 2017년까지 임상 참가자들의 장기 추적조사를 진행 중이었지만, 연구를 완료한 후 WHO 지침에 따라 제품을 등록했다). 고든은 또한 사노피를 겨냥하며, 회사가 전 세계 규제당국과 합의를 본 오래된 역사를 거론했다.

언론은 청문회 과정에서 뎅그박시아 사망 의혹 보도를 이어갔는데, 백신을 맞은 아이들이 나중에 사망한 사건이었다. 모두는 아니지만 일부 매체들은 백신과 사망자 사이의 연관성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고 조심스럽게 보도했다. 사망한 아이들의 부모들도 청문회에 참석했고, 한번은 아이들의 사진을 청문회장의 청중들에게 보여줬다.

고든 위원회는 결국 아키노와 가린 그리고 다른 관리들의 기소를 요구하는 뎅그박시아 스캔들 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일부 상원의원들은 서명을 거부하고, 반대 의견을 남겼다. 필자가 작년 7월 고든을 만났을 때, 그는 필리핀 적십자회장 자격으로 늦게까지 일하고 있었다. 저녁 7시를 넘긴 시간이었다. 당시 그와 직원들은 계속 발발하고 있는 뎅기열로 최대 피해를 입은 지역에 의료용 텐트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고든은 뎅그박시아가 청문회에 사진이 전시된 아이들의 죽음을 초래했는지 여부에 대해 “그 백신이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었다고 믿거나, 결론을 내릴 만한 충분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 다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뎅그박시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사노피에 미리 경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필리핀이 훨씬 더 심각하지만 정부 책임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보건위기(홍역)를 겪고 있다는 점이 명백해졌을 때, 고든 청문회는 차츰 관심에서 멀어졌다. 홍역은 2018년 2만 1,800여 건이 발발하며, 전년(4,585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2019년에는 더욱 악화됐다.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10월 19일까지 4만 2,612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566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중 다수는 생후 9개월 미만의 어린이였다.

최근 몇 년간 필리핀의 면역 억제율은 뒷걸음질 쳤고, 뎅그박시아 공포가 상황을 훨씬 더 악화시켰다. 영국에 기반을 둔 ‘백신 신뢰 프로젝트(Baccine Confidence Project)’의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백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필리핀 사람들의 비율은 불과 32%로 2015년 93%에서 크게 떨어졌다.

보건부의 도밍고 대변인은 “번쩍 정신이 들게 만드는 공중 보건 상황에도 불구하고, 홍역은 상대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또 다른 이전투구의 또 다른 빌미를 제공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필자에게 “집단이 완전히 양극화되면 나라가 조용할 날이 없다. 정말 계속 된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작년 여름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 상호 비난전이 한창이었다. 공격을 받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특히 한 여성의 이름이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의심스러운 주장

공익변호사협회(PAO) 회장인 아코스타는 필리핀에서 독특한 역할을 맡고 있다. PAO는 법무부 산하 기관으로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헌장을 준수한다. 아코스타는 2001년 이 자리에 임명된 이후 줄곧 협회를 이끌어 왔다.

필자가 작년 7월 마닐라 정부청사 꼭대기 층을 차지하고 있는 PAO를 방문했을 때, 좁은 로비는 냉방이 잘 안 되는 에어컨 소리로 웅웅거렸고 민원인들로 붐볐다. 한쪽 벽에는 아코스타의 대형 사진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사방의 사람들은 모두 분주해 보였다.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진 이들은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다른 모든 바닥에 높이 쌓여 있는 서류더미 사이에서 바쁘게 움직였다.

정부의 공공 면역 운동에 의해 보급된 뎅그박시아 때문에 아이가 죽거나, 병에 걸렸다고 믿는 부모들은 자신들을 지지하는 아코스타를 믿고 따랐다. 그녀는 그들이 신뢰하는 드문 정부 관리였다. 한마디로 그들을 지켜주는 ‘외로운 정의의 수호자’였다.

필자가 작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 동안, 보안요원이 휴대폰으로 한 남자가 난도질을 당해 죽는 동영상을 보여줬다. 그들이 그곳에서 다루는 사건의 종류를 설명하는 그만의 방식이었다. 내가 뎅그박시아 때문에 왔다고 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 그런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아코스타를 만날 수는 없었지만, 필자는 약 10년간 PAO에서 일했던 두 명의 여성 변호사(그들은 이름을 밝히는 것이 자신들의 커뮤니케이션 정책에 어긋난다고 말했다)를 취재할 기회를 얻었다. 둘은 당시 144건의 조사와 44건의 형사 사건을 포함해 뎅그박시아 사건을 앞장서서 처리하고 있었다(PAO는 작년 11월 초까지 91건의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두 변호사는 내게 모호하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장을 계속 했다. PAO가 제기한 소송에서 ‘아이들을 직접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은 사노피가 경고한 심각한 뎅기열 감염이 아니라, 뎅그박시아 그 자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PAO가 모든 시체를 부검했고 모든 경우에 있어 근본적인 사인은 뎅그박시아가 야기한 ‘장기 및 신경 친화성(Viscero-and neurotropic) 질병’이라는 점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뎅기열, 즉 백신이 그 힘을 더 강화한 뎅기열이 사망과 관련이 있다고 믿지 않았다(그럼에도 사망자 중 한 아이의 사망진단서는 사망 원인으로 뎅기열을 적시했다).

두 변호사는 PAO의 뎅그박시아 조사에 대한 비판을 “개인적 공격”이라고 일축하고, 이 기관의 방식과 법의학적 결론을 옹호했다. 그들은 법정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고 장담했다.  그들은 “우리는 명백한 증거(부검한 시체)를 봤다. 하지만 PAO의 많은 비판론자들은 그걸 보지 못했다”며 이 기관이 필리핀 내에서 백신에 대한 공포를 조장한다는 지적을 반박했다. 이어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뎅그박시아라는 백신이 출시되는 바람에, 그 공포도 자라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이 변호사들이 인용한 사망원인(장기 및 신경 친화성 질병)은 신뢰할 수 있는 부검결과가 아니라, 사노피가 공개한 뎅그박시아의 표준 위험성에서 유추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무서운 질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많은 백신들은 부작용의 작은 위험성이 있다. 예를 들어 매운 드문 경우지만, 로타바이러스 백신 주사는 장을 꼬이게 하는 ‘장중첩증(intussusceptions)’이라는 부작용을 유발한다. 마찬가지로, 소아마비 생백신(live polio vaccine)을 맞고 소아마비에 걸릴 확률은 240만분의 1에 불과하다. 그리고 황열병 백신은 정말 매우 드물게 장기의 기능저하를 유발하는 치명적인 현상으로 이어진다. 뎅그박시아는 황열병 백신의 바이러스 중심구조를 근간으로 만들었다. 따라서 사노피는 이 백신의 가능한 위험요소로 장기 및 신경 친화성 질병을 상정하고, 임상시험에서 뎅그박시아의 이런 부작용을 연구했다(하지만 관찰된 사례는 없었다).

필리핀 의학 전문가들은 공개적으로 “PAO의 포렌식 조사관들은 무자격자들이다. 그들의 연구 결과는 완전히 엉터리”라고 비난한다.

미국과 필리핀에서 모두 해부학 및 임상 병리학자 면허를 가진 레이먼드 로 Raymond Lo 는 “그들은 병리학자도 아니다. 단 하루도 훈련을 받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어 “그들은 공개적으로 TV 카메라가 비추는 가운데, 유혈이 낭자한 이 모든 장기를 전시하는 부검을 실시했다. 병을 퍼트릴 수도 있었다. 그들은 이 모든 걸 조롱한 셈”이고 비판한다(로는 정부의 면역 캠페인을 위해 병원에서 뎅그박시아를 조달한 전직 관리자였다. 따라서 PAO는 그가 ‘무분별한 경솔함’으로 아이들의 죽음을 초래했다고 고발했다. 현재 그는 혐의를 벗기 위해 싸우고 있다).

로는 PAO의 법의학 보고서 중 33건을 검토했다. 그는 “임상 기록과 사망 증명서, 그리고 문제의 아이가 자연사했음을 보여주는 병원 병리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이 보고서는 모두 내장 및 신경 친화성 섬유성 질병을 사망 원인으로 지목했다”고 말한다. 필리핀 병리학회도 단스 부부와 마찬가지로, PAO의 연구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다. 안토니오 단스는 PAO의 포렌식 조사관들이 모두 ‘장기 팽창’과 ‘출혈’이라는 두 가지 기본적인 관찰에만 근거해 결론을 내렸다고 지적한다. 그는 “사망하는 거의 모든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아주 단순한 증상”이라고 설명한다.

PAO에 자녀들의 부검을 맡긴 부모들은 아이들의 병세와 죽음을 근본적으로 다르게 묘사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 사건을 갑작스럽게 맞았고, 다른 사람들은 수 차례에 걸친 입원과 수술 과정을 거쳤다. 아이 몇몇은 백신 접종 후 몇 주 후에 죽었고, 다른 몇몇은 몇 년 후에 죽었다. 하지만 모두 발열과 두통, 기침, 현기증, 요로감염, 과민 증세, 피로, 팔다리 부종 같은 일반적인 증상들을 겪었다. 부모들은 또한 모두 “뎅그박시아 접종 이전에는 아이들이 건강하고 정상이었지만, 백신을 맞은 후에 죽었다”고 믿고 있다.

많은 부모들은 처음에는 뎅그박시아를 아이의 죽음이나 질병의 원인으로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의 교사와 장례식 참석자들, 병원 간호사, 그리고 후에 그들을 뎅그박시아 희생자 페이스북 그룹과 연결시켜 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 후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 이 부모들은 한때 건강했던 자식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결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은 후에는, 사망진단서에 쓰인 사인들— 렙토스피라병, 공수병, 백혈병, 심장비대증 등등—보다 뎅그박시아가 주범이라는 사실이 더 타당하게 보였다. 

“단 한 명의 죽음도 간과할 수 없다”

필리핀 정부는 작년 3월 소위 ‘뎅그박시아 사망’에서 역할을 한 혐의가 있는 다수의 개인들을 기소했다. 가린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6명의 사노피 직원, 그리고 백신을 공급 받은 필리핀 아동의료센터의 총책임자 줄리우스 레치오네스, 필리핀에서 사노피의 뎅기열 임상을 조사했던 연구원 로즈 카페딩 Rose Capeding, 그리고 소수의 보건부 직업공무원들이 포함됐다. 그들은 모두 ‘살인을 초래한 무분별한 경솔함’으로 기소됐는데, 이 혐의는 최고 6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피고들은 모두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사노피는 법무부의 조사 결과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직원들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필자가 7월 피고인 몇 명과 통화했을 때, 그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그만뒀다. 그들은 국민을 위해 일생을 바쳤다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재판을 받는 과정은 비용이 많이 들고, 스트레스가 심했다. 또한 그들을 공적으로 만들었다. 피고인 중 한 명인 린던 리 시 Lyndon Lee Sy 전 보건부 대변인은 9월 심장마비로 사망했는데, 그의 가족과 친구들은 이 사건이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다른 이들은 “연구진에 대한 기소가 오싹한 선례를 남겼다”고 지적한다.

리처드 앤서니 파둘론 Richard Anthony Fadullon 법무부 부장검사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백신과 정부의 ‘성급한’ 조치에 사망 책임을 묻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PAO의 방식과 조사 결과가 자신의 노력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PAO가 고발한 사건을 기소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파둘론은 “우리는 일어난 죽음에 눈을 감을 수 없다. 단 한 명의 죽음도 결코 지나칠 수 없다. 그 사건은 희생자들의 가족에게도, 정부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뎅그박시아 접종의 결과로 죽었을까? 그것은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질문으로 남아있다. ‘보고된 사망자가 백신 접종과 인과관계가 있다는 어떠한 임상적 증거도 없다’는 게 사노피의 공식적인 답변이다.

PAO가 뎅그박시아 사망과 부검 결과를 모두 공개적으로 밝히는 동안, 보건부가 구성한 태스크 포스는 백신 접종 사망자들의 사례를 조용히 검토해 왔다. 보건부에 따르면 정부 프로그램에 따라 백신을 접종한 89만 1,295명 중 10월 25일 기준으로 315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그 중 41건은 뎅기열 때문이었다(뎅기열 발생 건수는 총 6,171건이었고, 백신을 맞은 사람 중 심각한 ‘중증’ 뎅기열에 걸린 사례는 124건이었다). 이 연구는 계속 진행 중이다. 하지만 보건부는 현재 PAO가 주장하는 것처럼, 뎅그박시아 자체와 그 어떤 죽음도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사노피의 경고대로 백신이 유발하는 ‘중증’ 뎅기열도 죽음과 직접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뎅기열로 인한 41건의 사망도 현재로서는 보건부와 WHO의 권고에 따른 면역력 강화의 결과와 관련이 있었는지 명확히 판단할 수 없다.

백신을 맞지 않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뎅기열로 죽을지 역시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수는 (백신을 맞고 죽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2016년 뎅그박시아 사용을 권고한 SAGE 위원회의 공동 의장을 맡았던 웰컴 트러스트의 제러미 패러 소장은 “당신은 공중 보건에 엄청난 위협을 가하는 이 질병의 백신을 갖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수혜를 본다는 점은 분명한 반면, 더 심각한 질병에 노출될 사람의 숫자는 적다”고 가정한다.

그는 “공중보건의 혜택이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분명 백신 접종을 적극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다”라고 부연한다. 그렇긴 하지만 패러가 언급한 많은 사람들도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파악할 수 있다면, 예방 접종 전에 테스트할 의무가 있다”고 믿는다.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약은 해가 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위반하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겉으로 보기에 손쉬운 해결책은 가령 과거 뎅기열에 걸린 사람 등 해를 입을 위험이 없는 그룹에게만 뎅그박시아를 접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뎅기열에 걸린 사람들 중 약 4분의 3이 아무 증상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즉, 대다수는 감염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다. 물론 진단 테스트가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상당히 비싼 반면 그렇게 정확하지 않고(예를 들어, 믿을만하게 지카와 뎅기열을 구별할 수 없다), 최종 결과를 확인하기까지 며칠 또는 몇 주가 걸릴 수 있다. 즉, 전염병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려는 정부 입장에서 실현 가능한 해결책이 아니다.

정확히 그렇게 작년 8월 필리핀에서 뎅기열이 다시 발병했다. 상황이 악화되며, 다소 불편한 국가적 논의가 시작됐다(물론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과연 뎅그박시아를 다시 도입해야 할 시기인가?”

의학계의 많은 사람들은 “백신을 책임감 있게 사용할 수 있고, 민간 시장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수요도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필리핀의 소수 유명 인사들과 정치인들이 싱가포르와 태국을 방문, 뎅기열 백신을 접종하며 뉴스를 장식했기 때문이다.

비록 정부가 뎅그박시아 관련 사망 사건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백신 재도입 가능성을 비쳤다. 비록 그는 대부분의 뎅그박시아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켰지만, 기자들에게 “국내 전문가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보건부는 뎅그박시아의 면허를 다시 발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작년 8월 중순 ‘사노피 파스퇴르가 재신청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회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노피 파스퇴르 필리핀의 장-앙투안 쟁수 Jean-Antoine Zinsou 대표는 “그 제품이 결국 돌아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지난해 필리핀 내 전염병은 9월까지 약 36만 건이 발생하고 1,373명의 사망자를 내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악화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10대 딸 키티도 감염됐다. 뎅그박시아를 맞은 것으로 알려진 그녀는 10월 입원했지만 현재는 완쾌됐다.


▲뎅그박시아 공포의 약사

1993년: 프랑스 제약 대기업 사노피가 뎅기열 백신 개발을 시작한다.

2009년: 백신 출시까지 몇 년이 더 남았지만, 사노피는 3억 9,800만 달러를 들여 리옹 외곽에 생산시설을 세운다.

2011년: 사노피가 10개국에서 어린이 3만 1,000명을 대상으로, 2종류의 백신 3상 임상시험에 돌입한다.

2015년 12월: 현재 뎅그박시아로 불리는 사노피의 백신이 브라질과 멕시코, 필리핀에서 첫 승인을 받다.

2016년 2월: 저명한 과학자인 스콧 홀스테드와 필립 러셀이 “뎅기열에 걸리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뎅그박시아를 접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논문을 ‘백신’ 의학저널에 게재한다.

2016년 4월 4일: 필리핀이 취학 아동 100만 명 접종을 목표로 뎅기열 예방을 위한 첫 공중 접종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2016년 4월 15일: WHO가 뎅기열이 창궐한 국가들에 뎅그박시아 접종을 권고한다.

2017년 11월 29일: 사노피가 ‘과거 뎅기열에 걸리지 않았던 사람에게 더 이상 뎅그박시아 백신을 투여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새 성명을 발표한다.

2017년 12월: 필리핀 정부가 뎅그박시아 접종 프로그램과 사노피의 백신 판매 허가를 보류한다. 아울러 이 제약사에 환불을 요구한다.

2019년 3월: 필리핀 법무부가 사노피 임원 6명 등 뎅그박시아 예방 접종 프로그램에서 일정 역할을 한 개인 20명을 기소한다.

2019년 8월: 필리핀 정부가 뎅기열 전염병 발생을 선포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뎅그박시아를 다시 도입할 뜻을 내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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