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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불임 치료 주식회사

Fertility Inc.

  • 기사입력 2020.03.05 11:17
  • 기자명 BETH KOWITT 기자

정자와 난자가 펜실베이니아 컨벤션 센터를 점령했다. 홀의 한쪽 끝에서, 작은 풍선 크기의 난자와 수정하려는 거대한 정자가 난자 은행 서비스를 홍보하는 부스 위에서 회전한다. 근처에서는 더 많은 정자와 난자로 구성된 거대한 모빌—이번에는 괴이한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다—이 내려다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또 다른 부스에서는 구불구불한 꼬리가 달린 스트레스 해소용 고무공을 나눠주고 있다. 한편, 참석자들은 황금색 난자 안에 숨어 있는 티셔츠를 받기 위해 아케이드 게임기 주위에 몰려 있다. By BETH KOWITT

물론, 불임 치료업계가 활용할 수 있는 정자와 난자의 이미지화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유전 형질’이 컨벤션 센터 주변을 떠다닌다는 사실은 한때 틈새 시장과 개인맞춤형 고액시장으로 인식됐던 이 산업이 대중 시장에 진출할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때는 작년 10월 중순이었다. 전시장을 채운 8,000명의 의사와 간호사, 블로거, 투자자, 의료회사 경영진은 미국 불임학회(ISMR)의 연례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필라델피아를 대거 방문했다. 한 업계 임원은 이 행사를 “불임 치료 콘퍼런스의 슈퍼볼"이라고 표현했다. 그들은 불임 트라우마와 배아 연구소의 팀 구성 같은 주제를 논의하는 세미나에 참석했다. 이들은 자가 정자검사와 대리모 수정 같은 서비스를 선전하는 전시자들과 수다를 떨며 명함을 교환했다.

첫날 오후, 청중들은 기조 연설 중 하나—과학적인 주요 발전 대신 ‘비즈니스로서의 체외수정(IVF)’에 초점을 맞췄다—를 듣기 위해 연회장으로 이동했다. 헬스케어 투자 펀드를 운용하는 데이비드 세이블 David Sable이 발표자였다. 그는 청중들에게 “지금은 크게 생각하기에 나쁜 시기가 아니다”라며 체외수정이 최대한 효과를 거두기 위해, 어떻게 산업계가 기업가정신을 발휘해야 할지 비전을 제시했다. 체외수정은 여성 난자를 채취하고 수정한 후, 그 결과 생긴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는 의료적 과정이다. 그는 “우리는 비즈니스로서의 체외수정 이슈에 있어 중요한 길목에 서 있다. 하지만 우리 영역으로 진입하는 이 대규모 신규 환자들에 대해 정말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우리는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행동을 촉구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세이블은 불임 치료 전문의로 훈련을 받을 무렵인 지난 1988년, 레지던트로서 처음 불임학회 회의에 참석했다. 첫 체외수정 아기가 태어난 지 이제 막 10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 이후 수십 년간, 이 부문은 전통적인 의료시스템 밖에서 거의 ‘사치품’처럼 인식돼다가 상당한 수익을 안겨주는 중요한 산업으로 바뀌었다. 투자은행 파이퍼 샌들러 Piper Sandler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불임 치료 시장 규모는 2017년 약 70억 달러에서 2023년까지 154억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주요 출산 인구층인 밀레니얼 세대는 나이가 들며 차츰 불임 치료를 받고 있다. 그에 따라 그들은 미국 경제의 다른 많은 부분을 변화시킨 것처럼, 이 분야도 재편할 것이다.

시장정보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2018년 6억 4,600만 달러를 이 분야에 투자했다. 벤처투자 기업 언코르크 캐피털의 파트너 스테퍼니 팔메리 Stephanie Palmeri는 “대규모 투자금이 이 분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지난 몇 년간 단순한 배란 추적기부터 유전학과 불임의 연관성을 발견하려는 연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사업이 닻을 올렸다. 업계의 높은 이윤과 증가하는 성공률에 이끌린 사모펀드 회사들은 영세한 불임 치료 신생기업들을 키우고 있다. 일례로 출산 보험 제공업체 프로지니 Progyny는 작년 10월, 업계에서 처음으로 기업공개에 성공한 스타트업 반열에 올랐다. IPO 이후 주가는 150% 넘게 급등했다.

한편, 평균적인 체외수정 비용 4만~6만 달러는 환자들이 대부분 부담한다. 이들에게는 상당한 고비용이다. 이에 따라 신생기업 창업자들과 투자자들은 불임 치료를 통해 큰 돈을 벌면서도, 자신들이 하는 일이 이런 치료를 대중화하고 환자들의 접근성을 제고하고 있다고 홍보한다. 스탠퍼드 로스쿨의 생명윤리학 교수 행크 그릴리 Hank Greely는 “어떤 사람들은 체외수정을 통해서라도 정말 ‘유전적 아이’를 갖고 싶어한다. (부부에게는) 엄청난 고통의 원천이자, (기업가와 투자자들에게는) 엄청난 시장을 형성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분야의 성장동력은 여성들이 첫 아이를 갖는 나이가 점점 더 고령화된다는 점에 있다. 
첫 출산을 하는 나이는 아직 연구가 미흡한 분야의 여러 요소 중 하나지만, 의사들은 부부의 임신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확신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30대 초반 여성이 20대 여성보다 출산할 가능성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2018년 출산율 증가를 보인 집단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여성들뿐이었다.

난임 치료 스타트업 두 곳을 설립한 기술 창업전문가 마틴 바르사브스키 Martin Varsavsky는 “나는 투자자들에게 ‘섹스는 매우 좋지만 30~40대에겐 아기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 없다’고 말하곤 했다. 사람들이 그 점을 깨닫고 있는 것 같다”라며 “대신 나중에 여성들이 아이를 갖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대수명이 늘어나는데 “35세까지 밖에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게 과연 타당한가? 연령 범위가 너무 좁다”고 지적했다. 전반적으로 사회가 불임을 걱정하거나, 치료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프로지니에 따르면, 미국 부부 8쌍 중 1쌍이 불임으로 고통 받고 있다. 천식이나 당뇨병보다 더 높은 비율이다. 일부 추정치에 따르면, 체외수정 아기는 이번 세기가 바뀔 때쯤 전 세계 인구의 1%를 차지할 전망이다. 오늘날의 0.1%에 비해 10배나 급증한 규모다. 이 아이들 중 많은 수가 불임 진단을 받은 부모 대신, 성소수자와 독신 부모(동일한 체외수정 기술에 의존한다) 같은 비전통적 가족에서 태어날 전망이다.

모든 원동력에도 불구하고, 현대 불임 치료 산업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신생 분야로 남아있다. 이 산업이 가진 ‘신선함’은 잠재력뿐 아니라 리스크의 일부로도 작용한다. 의학계 내부에서는 체외수정이 여전히 규제가 미흡하고, 상업적인 측면만 강조하는 ‘서부의 골드러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정 이해관계자들이 난임 치료의 효과를 과장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어떤 이들은 이 분야가 여성 건강에 집중하고 있다고 환영하는 반면, 다른 이들은 이 산업이 여성의 가치를 생식 능력과 동일시하는 고정관념만 강화했다고 지적한다.

이 산업은 여성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절반 가량은 남성들이 불임을 초래하거나 일조한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최근 들어서야 남성 파트너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다른 의료 시스템 분야들과 달리, 불임은 감정적으로 복잡한 문제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릴리는 “우리가 아이들보다 더 신경 쓰는 대상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분야는 특히 두려움과 감정이 지배한다”며 “특히 아이를 낳는 문제가 걸리면 ‘판돈’은 더 커진다”고 분석한다.

필자는 미국 불임학회 회의 몇 주 후에, 맨해튼 미드타운에 있는 세이블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26층 회의실에서는 미국 불임 치료의 메카인 뉴욕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이 대도시는 체외수정 산업의 일부 주요 원동력—고소득 초임 부모의 고령화—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소우주다. 실제로 뉴욕은 미국 내에서 체외수정이 가장 많이 이뤄진다.

세이블이 생식 내분비학자(불임 치료 전문의의 의학계 용어)였던 과거에는 우리 둘 사이에 놓인 회의실 테이블 위의 녹음기에 당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장치는 당시 그의 직업에 따르던 위험요소였다. 그는 “예전에는 환자들이 와서 녹음을 하곤 했다”며 "체외수정 환자만큼 그 문제에 대해 더 해박하거나 동기를 부여 받는 사람은 없다"고 설명했다. 의료 분야에서 이례적인 이런 적극성은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인이다.

불임 치료 분야에 투자한 메이븐 벤처스의 파트너 사라 데시판데 Sara Deshpande는 “보통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일반 치료를 기피한다”며 “치료가 실제로 삶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불임 치료를 시작하는 부부들처럼 절박하게, 정형외과로 달려가거나 사마귀를 빼려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은 없을 것이다.

세이블은 지난 2004년 안식년을 가졌다. 그는 곧 이어 투자회사 스페셜 시츄에이션스 펀즈 Special Situations Funds에 합류, 헬스케어 펀드를 출범시켰다. 당시 세이블은 불임 치료 분야의 트렌드를 따로 잡으려 노력했지만, 오랫동안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그는 과학과 결과들은 향상되고 있었지만, 그 분야는 “혁신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세이블은 자신이 오랫동안 몸담았던 분야가 10년 전부터 바뀌기 시작하는 것을 목격했다. 미국 불임학회는 2012년 ‘난자 냉동은 더 이상 실험적인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그 후 몇 년 동안, 사모펀드는 이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아울러 공급 부족의 노동시장 경색이 지속되며, 더 많은 고용주들이 인재들을 붙잡기 위해 출산 관련 보험을 도입하게 됐다. 현재 미국 주 중 3분의 1은 기업들이 불임 보험에 가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뉴욕이 동참했다. 이 대도시는 1월 1일 기준으로, 직원 100명 이상을 보유한 종합보험 가입 기업들이 근로자들의 체외수정을 3회 지원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커다란 변화를 감지한 세이블은 2018년 체외수정 전용 벤처 펀드를 출범시켰다.

현재, 미국 여성들은 매년 약 30만 사이클의 체외수정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세이블의 계산에 따르면, 이 수치는 결국 110만 사이클에 가까운 규모로 증가할 수 있다(한 치료 사이클은 난자 추출과 수정, 배아 착상 과정을 말한다. 여성이 임신하는 데는 평균 2.2사이클이 걸린다). 그의 추정치는 불임으로 고통 받는 700만 명을 고려한 것인데,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은 비용 때문에 치료를 피하고 있다.

여기에는 또한 ▲가족을 형성하기 위해 보조 생식기술에 의존하는 성소수자들 ▲치료를 받는 동안 생식력 유지를 원하는 암 환자 ▲치명적인 유전질환 보균자들(낭포성 섬유증 없는 배아를 선택하기 위해, 체외수정을 할 수 있다)이 포함된다.

개인사가 사업으로 연결되다: 모던 퍼틸리티의 공동 설립자 겸 CEO 애프턴 베처리는 불임을 유발할 수 있는 호르몬 장애 진단을 받은 후, 임신 테스트 신생기업을 창업했다. 사진=포춘US

현재 미국 아기의 약 2%가 체외수정을 통해 태어난다. 서구 국가 중 최저 비율에 속한다. 치료 주기가 110만 사이클로 늘어나면, 미국은 체외수정 출산 비율이 10%에 육박하는 덴마크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다. 차이는 무엇일까? 덴마크는 국가가 치료비를 지급하는 반면, 미국은 보통 환자들이 부담한다. 세이블은 “체외수정은 혼란스러운 소비자 시장이다. 당신이 몇 달에 한번씩 2만 달러의 수표를 쓸 여유가 있다면, 매우 좋은 방법”이라며 “하지만 접근성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현재 미국에는 불임 치료 클리닉이 450개에 불과하고, 일부 주에는 전무하다. 그는 “효율성과 자동화를 제고하면 비용을 인하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작다 보니 우선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냉동배아나 난자를 보관하는 데 사용하는 구식 기술이다. 역사적으로, 많은 배아학자들이 동물 사육에서 그 기술을 처음 사용했다. 그들은 인간 배아 연구를 시작할 때, 자신들의 저장 시스템을 활용했다. 이 시스템은 다름 아닌 액체 질소로 가득 찬 (때로는 손으로 직접 라벨을 붙인) 농장의 탱크들이다.

세이블이 투자한 회사 중 한 곳인 TMRW는 로봇 저온보관 시스템을 21세기에 도입하려고 시도 중이다. 난자와 배아의 냉동 기술이 개선되며, 그 활용은 급증했다. 이에 따라 오래된 인프라들은 신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TMRW는 난자나 배아를 보관하는 미국 환자의 수가 2005년 1만 7,000명에서 2017년 거의 70만 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추정한다. 회사는 2025년까지 그 수가 26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체외수정 분야에 투자하는 세이블의 펀드는 작년 5월 1,2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A 라운드를 주도하며, 처음으로 이 신생기업에 투자했다. TMRW의 저장 및 추적 자동화 시스템은 2018년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4,000개의 난자와 배아 손상을 초래한 탱크 고장을 예방하기 위해 고안됐다. 아울러 의사들이 잘못된 배아를 이식하는 혼란을 차단하는 목적도 있다. 창업자 겸 공동 CEO 조슈아 에이브럼 Joshua Abram은 “이 분야는 이제 (의사나 연구자 같은) 장인의 기술보다 표준화된 요법을 강조하는 서비스 사업“이라고 말한다.

불임 치료와 관련된 매우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우리 대부분이 그것에 대해 거의 무지하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여성들의 피임 교육에 중점을 둔 의료 시스템의 결과다. 이 분야에서 활동하는 한 기업가는 필자에게 “투자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모든 프레젠테이션의 처음부터 기본적인 생물학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대부분 신생기업들은 필수적으로 잠재 고객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했다. 하지만 자칫 교육이 마케팅으로 오해되는 불편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작년 11월 어느 날 밤, 뉴욕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카인드보디 Kindbody는 (교육과 마케팅의) 경계선을 넘으려고 시도하고 있었다. 회사는 ‘여성 건강 네트워크’라고 자칭하지만, 주로 난자 냉동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난자 냉동은 카인드보디의 플랫아이언 Flatiron 지점에서 열린 ‘퍼틸리티 101’이라는 행사에 참여한 여성 50명과 남성 2명에게는 분명 중요한 관심 주제다. 이 공간의 현대적 감각과 스파 같은 분위기는 일반적인 진료실이라기보다, 동네의 고급 미용실에 더 가깝다(CEO 겸 설립자 지나 바르타시 Gina Bartasi는 “의료 회사가 꼭 우중충한 느낌을 줄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다). 카인드보디의 설립에 참여한 의사 파히메 사산 Fahimeh Sasan은 벽화 옆에 서서 방문객들에게 “(난자 냉동을 통해) 당신의 미래를 ‘소유’하라”고 조언한다. 이어 참석자들에게 프로세코 Prosecco 화이트와인 한 잔과 치즈를 음미하며 편한 시간을 보내라고 권한다.

그리고 사산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참석자들에게 “체외수정이나 임신, 가임력 보존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앞서 중요한 점은 기본적인 것을 이해하는 일”이라며 “불행히도 그 기본을 가르쳐 주는 사람은 없다. 구글 검색은 오히려 우리를 더 두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일부 청중들은 공감한다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사산은 가임력과 난자 냉동의 광범위한 개요를 본격적으로 설명했다. 그녀가 마침내 상품 홍보를 시작하자, 이런 공감대는 다소 퇴색했다. 사산은 “오늘 밤 가임력 검사를 신청하는 사람에게는 100달러 할인과 함께, 난자 냉동 비용 6,500달러(약값과 보관 비용은 별도다)에서 500달러를 깎아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밤 행사가 끝날 무렵 너무나 많은 여성들이 할인 코드를 받기 위해 줄을 서는 바람에, 문을 나서기도 쉽지 않았다.

강연 후 참석자들은 사산에게 유산부터 바늘 공포증까지 모든 것을 물었다. 그러나 한 여성의 질문은 이 산업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우려를 시사했다. “부정적으로 말하려는 건 아니지만, 혹시라도 당신 회사가 난자 냉동을 진행한 후 파산하거나 사업을 중단하면 어떻게 되나?"

그녀의 걱정은 근거가 충분했다. 뉴욕시 5번가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있는 부티크 난자 냉동 전문 스튜디오 트렐리스 Trellis는 2주전, 갑자기 고객들에게 메일로 영업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사모펀드 지원을 받는 체외수정 클리닉 네트워크 인테가메드 IntegaMed는 ‘난자를 냉동하는 여성은 불임 치료를 원하는 여성과는 크게 다르며, 이들은 자신만의 독립된 공간에서 특별 맞춤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아이디어에 기초해 트렐리스를 출범했다. 트렐리스에서 최고개발책임자를 지낸 팸 슈만 Pam Schumann은 필자가 작년 봄 이 클리닉을 방문했을 때 “사람들은 수정능력을 얻기 위해 이곳에 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스튜디오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문을 닫았다. 슈만은 필자에게 “아직 냉동 난자를 사용하기 위해 다시 방문한 고객이 없다”며 “이 문제가 약간의 딜레마”라고 말했다. 트렐리스의 모회사 인테가메드는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지만, 이메일을 통해 ‘뉴욕시에서 사업을 하는 비용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렐리스의 독립적인 운영으로 손익을 맞추기에는 신규 등록 건수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트렐리스에서 냉동된 난자는 인테가메드 네트워크의 불임 치료 클리닉 중 한 곳에 보관되고 있다).

투자업계에 뛰어든 의사: 불임 치료 전문의 출신 데이비드 세이블은 2018년 체외수정 전용 벤처 펀드를 설립했다. 사진=포춘US

회사의 설명은 미국의 국가적 추세와 일치한다. 난자 냉동은 급성장하고 있지만, 아주 낮은 수준에서 벗어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포춘이 입수한 가장 최근 데이터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여성들은 1만 1,000사이클의 난자 냉동을 실시했다. 2009년 475사이클에서 크게 증가한 규모다. 하지만 이 분야 전체를 통틀어, 냉동 난자의 90%가 사용되지 않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분야가 너무 생소해 성공률에 대해 확실히 말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불임 치료 클리닉 CCRM-뉴욕의 설립 파트너이자 진료 책임자인 브라이언 러바인 Brian Levine은 “난자 냉동은 환자나 유형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있다. 지금 내가 두려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여성들이 성공의 기준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과장 광고에 현혹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난자 냉동에 대한 논쟁은 보다 철학적인 산업 내에서의 주도권 다툼을 시사한다. 한쪽에는 카인드보디나 지금은 문을 닫은 트렐리스 같은 회사가 있다. 이들은 ‘가임력’의 부여라는 슬로건과 ‘매력적인 전문여성’을 장려하는 화려한 이미지를 앞세운다. 이 기업들의 설립자들은 불임 이슈를 ‘치료해야 할 문제’에서 ‘잡아야 할 기회’로 재포장하길 원한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생식 사회학 연구 그룹에서 일하는 루시 반 데 비엘 Lucy van de Wiel은 “많은 신생기업들이 스스로를 불임 클리닉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며 “대신 ‘당신의 생식 능력을 관리할 수 있는 가임 클리닉’이라고 선전한다”고 비판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불임 치료와 관련된 절차를 의료 문제로 진지하게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측 모두 난자 냉동과 좀 더 광범위하게는 불임 치료의 개념이 궁극적으로 어떻게 형성될지에 경제적 관심을 갖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9년에야 비로소 불임을 질병으로 지정했고, 미국 의학협회는 2017년 그 뒤를 따랐다.

기업들을 위해 출산 보험 서비스를 공급하는 캐럿 퍼틸리티 Carrot Fertility의 공동 설립자겸 CEO인 태미 선 Carrot Fertility은 “그 이전에 불임 치료를 마치 소비자 상품처럼 생각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질병으로서) 지위의 변화는 그 분야를 정당화하고, 그에 따른 보험 적용의 증가에 일조했다. 하지만 캐럿 같은 기업들도 불임 진단—전통적으로 보험 적용의 전제조건이었다—을 받은 여성들에만 국한되지 않고, 가임 치료를 확대하려는 자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들은 성소수자들과 혼자 아이를 갖길 원하는 사람들을 겨냥하고 있다. 이른바 ‘사회적 불임’으로 고통 받는 집단, 또는 생물학적인 이유를 넘어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이다. 포용성을 발휘하는 기업들은 현재 그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선은 “우리가 과거 생각했던 것보다 이 분야의 기회는 훨씬 크다. 5년만 지나면 꽤 큰 판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보통 사람들이 생식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과학도 여전히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난자는 인체에서 가장 큰 세포지만,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한 가지 이유는 이른바 ‘문화적 갈등’이다. 정부는 인간 배아 폐기를 수반할 수 있는 연구를 지원하는 데 관심이 없다. 세이블은 “나는 30년간 그 윤리적인 벌집 속에서 살아왔다"라며 "우리가 처음 생식 유전학을 연구했을 때, 협박 우편을 받기 시작했다”라고 회고한다. 민간 부문의 지원을 받아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진행되는 연구 유형에 따라 왜곡될 위험이 있다.

프로젝트 자금을 유치하려면, 잠재적인 사업적 활용에 기초를 둬야 한다. 순전히 과학적인 호기심이나, 여성의 삶을 개선하려는 관심은 뒷전으로 밀린다. 일부는 이런 상황이 혁신을 방해한다고 지적한다. 이 산업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퍼틸리티IQ의 공동 설립자 제이크 앤더슨-비알리스 Jake Anderson-Bialis는 “출산율을 개선하거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기술로 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라고 설명한다. 그는 많은 신생기업들이 단순히 테스트 과정을 약간 바꾸거나, 클리닉 대기실을 새 단장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비판한다. 예를 들어, 월경 추적 앱은 여성들이 수십 년간 종이 달력에서 해오던 것을 흉내 내는 수준에 그친다. 앤더슨 비알리스는 “이 분야에서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체외수정으로, 20~30%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자금 지원 부족은 불임 치료의 문제를 세이블이 말하는 “극히 주관적인” 사고의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업계가 규정하는 불임의 정의를 생각해보자. 이에 따르면 불임은 35세 이상의 여성이 6개월간, 혹은 35세 미만의 여성이 1년간 노력한 후에도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그 원인은 혈액검사처럼 간단한 방법으로 확실하게 진단할 수 없다. 실제로 3분의 1은 단순히 ‘설명할 수 없는 불임’으로 간주된다.

이 분야의 많은 신생기업 창업자들은 하나 같이 자신들의 생식 기능에 대해 모호한 답변을 듣고 회사를 차렸다. 애프턴 베처리 Afton Vechery가 기준 가임력과의 비교 평가를 요구하자, 의사는 그녀에게 아기를 낳을 준비가 될 때까지는 일단 지켜보자고 말했다. 베처리는 스스로 그 테스트를 하기로 했다. 결국 그녀는 불임을 유발할 수 있는 호르몬 장애인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발견했다. 검사 비용은 1,500달러가 들었다. 그녀는 이 일을 겪은 후 모던 퍼틸리티 Modern Fertility를 공동 설립했다. 그녀는 “당시 임신에 대한 모든 논의가 사전 예방적인 것과는 반대로 사후약방문에 그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이 스타트업은 고객들이 가정에서 불임 치료 클리닉들이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호르몬 테스트를 할 수 있게 해준다. 비용은 159달러에 불과하다.

이 시험에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검사가 측정하는 것 중 하나가 항 뮬러관 호르몬(anti-Mullerian hormoneㆍAMH)이다. 호르몬 테스트는 난소 보유량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측정하려는 여성들에게 유용하다. 하지만 의사들은 의료진의 조언 없이 한번만 테스트를 하면, 피시험자의 가임력을 정확히 알 수 없고 과도한 우려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모던 퍼틸리티는 AMH이 가임력을 완벽하게 예측하지는 못하지만, 현재까지 난소 보유량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표지(marker)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회사는 사용자들에게 시기별로 몇 차례 호르몬을 측정할 것을 권고한다. 아울러 베처리는 “테스트를 선택하는 고객들로부터 수집한 익명화 데이터는 미래의 가임력을 더 잘 예측할 수 있는 임상 연구에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의사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자가 검사와 다른 비전통적인 방법으로 불임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유가 있다. 넥스트젠 제인의 CEO이자 공동 창업자 리디 타리얄 Ridhi Tariyal은 ‘현재 응급실 환경에서는 여성의 고통을 인지하고 치료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연구 결과를 언급하며, “여성들이 의료 시스템을 헤쳐 나가는 데는 난관이 너무나 많다. 무엇보다 불신이 크다”라고 지적한다. 타리얄의 스타트업은 생리혈을 분석하고 고통스러운 장애의 근본적인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자궁내막증을 겪는 여성들로부터 생리대를 수집한다.

타리얄은 넥스트젠 제인의 자본을 조달하려고 노력했다. 여성의 생리혈을 앞세워 투자유치에 나선 점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당시 그녀는 자궁내막증이 단지 여성의 삶의 질보다, 오히려 출산에 미치는 영향력을 강조하는 편이 투자자들의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는 점을 깨달았다. 타리얄은 ”그 방식은 여성의 가장 큰 가치가 생식 능력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라고 강조한다. 그녀는 투자자들이 갈수록 임신과 불임 치료에만 집중하는 현상이 가뜩이나 홀대를 받고 있는 다른 여성 건강 분야에 대한 관심을 더 빼앗지 않을까 우려한다. 정말 심각하지만 대부분 무시되는 흑인 산모 사망률이 대표적인 문제점이다.

모자 보건 분야가 발전하며 해체돼야 할 바로 그 전형들로부터, 불임 치료 산업이 아직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타파해야 할 대표적인 패러다임은 ▲여성다움과 모성다움의 동일시 ▲생물학적 유대가 가정을 이루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믿음 ▲출산 부담은 여성에게 있다는 고정관념이다. 어느 정도 규모의 투자가 이런 전형들을 바꿀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하지만 업계 전반적으로, 패러다임의 변화는 정말 중요한 돌파구가 될 것이다.

▲출산 산업의 성장
많은 사람들이 임신을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불임 치료 산업에는 체외수정 외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다.

-자가 테스트
모던 퍼틸리티: 2017년 설립된 이 호르몬 가임력 테스트 제공업체는 그 동안 총 2,200만 달러를 조달했다. 투자자들 중에는 글로시에 Glossier 같은 핫한 소비자 신생기업을 지원해 온 포어러너 벤처스 Forerunner Ventures도 포함돼 있다.

-웨어러블 기기
AVA: ‘가임력 측정의 핏비트’로 알려진 Ava 팔찌는 여성의 가임 기간 결정을 돕기 위해, 피부 온도와 맥박, 심박수 등을 추적한다. 2014년 설립된 이 회사는 자사 기술로 3만 명이 임신에 성공했다고 밝히고 있다.

-보험
프로지니: 기업들을 위해 출산 보험을 제공하는 프로지니는 작년 10월 기업공개에 앞서, 클라이너 퍼킨스와 TPG, 머크 벤처스 같은 벤처 캐피털로부터 거의 1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회사는 현재 흑자를 내고 있고, 시가총액도 3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진단
넥스트젠 제인: 이 스마트 생리대 제조업체는 생리 중 배출되는 세포를 분석, 자궁내막증 같은 생식 장애를 연구하고 있다. 2014년 설립한 이 스타트업은 지난해 9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A 투자금을 조달했다.

-난자 냉동
익스텐드 퍼틸리티: 뉴욕시에 본사를 둔 이 클리닉은 미국 최대의 난자 냉동 시술업체라고 주장한다. 작년에는 체외수정 같은 다른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사모펀드 리걸 헬스케어 캐피털 파트너스 Regal Healcare Capital Partners로부터 1,500만 달러를 조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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