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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인간과 기계의 간극을 메우다
[포춘US]인간과 기계의 간극을 메우다
  • Clay Chandler 기자
  • 승인 2020.03.04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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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DGING THE GAP BETWEEN HUMAN AND MACHINE

인간과 기계는 서로를 이해할 때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할 땐 대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두 권의 중요한 신간이 그 관계가 잘 돌아가는데 필요한 조건을 탐구한다. By Clay Chandler

1979년 펜실베이니아 주 스리마일 섬 원전 원자로의 부분적 붕괴는 일반적으로 기계적 오작동과 인재(人災)의 산물로 설명된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핵 재앙인 이 대참사를 촉발한 원인은 파이프—원전의 두 원자로 중 하나에 물을 공급해 과열되지 않도록 방지한다—의 오작동이었다. 발전소 운영자들은 백업 시스템을 차단함으로써, 의도하지 않게 사태를 악화시켰다.

그러나 클리프 쿠앙 Cliff Kuang은 매우 흥미로운 신간에서 “스리마일 섬은 설계 실패 사례에 가깝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차라리 내버려뒀다면 원자로가 자가복원을 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너무나 엉망이었던 제어실 설계”로 인해 발전소 운영자들이 문제점을 파악할 수 없게 된 바람에, 단순한 펌프 고장이 핵 악몽으로 비화했다는 주장이다. 쿠앙은 “원전과 인간들이 전혀 소통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그 발전소는 인간들의 상상력을 예상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반면 인간들도 기계의 작동을 예상할 수 없었다”고 비판한다.

존 마에다의 ‘기계와 소통하는 법’(펭귄 출판사 출간) 사진=포춘US

인간과 기계의 소통 부재는 2019년 가장 중요한 디자인 신간 두 권의 중심 주제다. 한 권은 쿠앙이 디자이너 로버트 패브리컨트 Robert Fabricant와 공동 저술한 ‘사용자 친화적: 숨어 있는 디자인 규칙들이 우리가 살고, 일하고, 노는 방법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라는 책이다. 다른 한 권은 디자인과 기술 분야의 대가 존 마에다 John Maeda가 쓴 ‘기계와 소통하는 방법: 인간을 위한 컴퓨터적 사고’이다.

두 책 모두 사람과 기계가 서로를 이해할 때 위대한 일을 성취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때는 대재앙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쿠앙은 ‘인간 중심’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반면 마에다는 인간, 특히 디자이너들에 대해 다소 비판적이다. 즉, 그들은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 않고 있고, 따라서 기술이 할 수 있는 모든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제목에 충실한 ‘사용자 친화적’은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기술 및 디자인 전문매체 패스트 컴퍼니 Fast Company 편집자 출신인 쿠앙은 독자들이 디자인 전문지식이 없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인간 중심 디자인의 부상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디자이너들이 그들의 제품 및 서비스 사용자들을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는 너무 널리 퍼져있어,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생산자들이 항상 인간을 우선시했던 것은 아니었다. 쿠앙은 20세기 무렵 기계시대의 여명기로까지 ‘사용자 친화적’이라는 아이디어를 추적한다. 그 당시 디자인의 지배적 정신은 인간 중심적인 것이 아니었다. 프레드릭 윈슬로 테일러 Frederick Winslow Taylor 같은 경영 전문가들은 공장에서 기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간 행동을 교정하려 했고, 헨리 포드 같은 산업계 거물들은 대놓고 고객들을 무시했다.

쿠앙은 예술과 기능적 디자인을 재결합하려는 독일 바우하우스 운동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아울러 날렵한 유선형 윤곽과 현대성의 매력을 앞세워 고객들을 매료시킨 레이먼드 로위 Raymond Loewy(코카콜라 병을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하다), 노먼 벨 게데스 Norman Bel Geddes 같은 디자이너들의 성공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그는 미국 산업 디자이너 헨리 드레이퍼스 Henry Dreyfuss에게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당초 브로드웨이 세트 디자이너로 별볼일 없이 시작한 드레이퍼스는 산업 디자이너 중 처음으로 “디자인은 제품을 사용하려는 인간의 이해에 기반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쿠앙은 이 새로운 시각이 어떻게 디자이너들이 대공황 이후 소비를 늘리고, 2차례 세계 대전 동안 전투기 조종사와 전차장들(tank commanders)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디지털 혁명의 강력한 주자로 부상하는 데 도움이 됐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도널드 A. 노먼 Donald A. Norman의 커리어를 추적한다. 스리마일 섬의 문제를 규명하는 의회 조사를 이끌었던 노먼은 ‘사용자 경험’이라는 용어를 발명했고, 결국 스티브 잡스에게 발탁돼 애플에서 일했다.

클리프 쿠앙이 로버트 패브리컨트와 공동 저술한 ‘사용자 친화적’(맥밀런 출판사 출간) 사진=포춘US

신간 ‘사용자 친화적’은 특히 실리콘밸리에서 인간 중심 디자인의 득세를 잘 묘사하고 있다. 쿠앙은 컨설턴트 회사 IDEO의 부상을 시기별로 서술하고 있다. IDEO는 최초의 컴퓨터 마우스를 개발하는 데 일조했고, ‘디자인 사고’라는 용어를 만들었고, 스탠퍼드 디자인 스쿨의 초기 커리큘럼을 마련했다. 애플과 페이스북의 디자인을 서술한 챕터는 광범위한 인터뷰가 돋보인다. 쿠앙은 뛰어난 디자이너지만, 이번 신간에서 그가 발휘한 최대 장점은 철저한 취재와 능숙한 스토리텔링 능력이다.

쿠앙이 전하는 대부분 이야기들의 교훈은 사용자들의 별난 기벽(嗜癖)을 수용하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조정하고, 심지어 지나칠 정도로 단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가장 복잡한 기술이라도 사용자가 지침이나 훈련을 받지 않고 이해할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제안한다. 그는 “기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단순해져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훨씬 더 단순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존 마에다는 그런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가 보기에, 기술이 너무 복잡한 것보다 인간이 따라가지 못하는 게 문제다. ‘인간이 만물의 척도가 돼야 한다’고 말하는 디자이너들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마에다는 이 논쟁에 독특한 시각을 제시한다. 그는 전통적인 훈련을 받은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이다. 아울러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스쿨 학장을 역임했고, 영향력 있는 보고서 ‘기술업계의 디자인’의 저자다. 하지만 그는 MIT 아이디어 랩 Idea Lab에서 강의를 했고, 이베이와 벤처 캐피털의 개척자 클라이너 퍼킨스에서 고위직을 역임한 컴퓨터 과학 전문가이기도 하다. 작년 8월 마에다는 글로벌 마케팅 및 통신 대기업의 기술 컨설팅 자회사 퍼블리시스 사피엔트 Publicis Sapient에서 최고경험책임자라는 새 직책을 맡았다.

마에다는 저서 ‘기계와 소통하는 방법’에서, 전통적 관점에 집착하는 고전적 디자이너들을 경멸한다. 이들은 디자이너의 역할은 박물관에서 큐레이션에 적합한 완벽하고, 완성된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반면 마에다는 “디지털 시대에 가장 강력한 디자인은 불완전하고 점진적인 디자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엔지니어들이 “최소 기능 제품 (minimum viable product)”/*역주: 완제품 출시 전에 최소 실행 가능한 형태로 선보여 고객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제품/이라고 부르는 각각의 제품을 “일단 세상에 내던지고, 나중에 야생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관찰한 후 수정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마에다는 이런 세상에서 “기계와 소통"할 수 없는 디자이너들은 조연으로 밀려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대신 "부지런히 손가락을 써서 혼란과 복잡성의 많은 장벽들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자들”이 숨은 영웅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예측한다.

◆당신은 어떤 종류의 디자이너인가?

기술 및 디자인 전문가인 존 마에다는 디자이너들을 세 가지 범주로 분류한다. 재계 리더들은 이 디자이너들의 문제 해결 스타일이 하나 이상의 범주 설명과 중복된다는 점을 발견할 것이다.

‘고전적’ 디자이너들은 특정 그룹의 사람들을 위해 구체적 사물이나 제품을 만들며, 일반적으로 형태가 분명한 단일 제품이라는 최종 목표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것이 전통 디자인 학교에서 가르치는 접근법이다.

’상업적’ 디자이너들은 고객이 제품 및 서비스와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추구하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혁신을 도모한다.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라는 아이디어는 이 범주와 연관되어 있다.

’컴퓨터를 적극 활용하는’ 디자이너들은 프로그래밍 기술과 데이터를 통해, 사용자들을 빠르게 만족시키려 한다. 이들은 불완전하거나 점진적인 디자인을 종종 적용하고, 그 성과를 관찰한 후 수정을 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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