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4-07 08:57 (화)
우아한형제들·딜리버리히어로 "한 식구되기 참 힘드네"
우아한형제들·딜리버리히어로 "한 식구되기 참 힘드네"
  • 김타영 기자
  • 승인 2020.01.28 16: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0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가 지난해 12월 30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결합신고서를 제출했다. 공정위는 빠르면 30일 이내에, 늦어도 120일 이내에 결합 승인 여부를 발표해야 한다. 하지만 두 기업 간 결합이 독점 논란에 휩싸이면서 공정위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포춘코리아가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의 결합 문제 포인트를 짚어봤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국내 첫 유니콘 기업 엑시트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우아한형제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국내 첫 유니콘 기업 엑시트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우아한형제들

[Fortune Korea] 국내 첫 유니콘 기업 엑시트 혹은 해외 자본의 시장 독점. 모바일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을 운영 중인 우아한형제들(이하 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 간 인수·합병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다. 그 뉘앙스처럼 전자에는 긍정적인 시각이 후자에는 부정적인 시각이 반영돼 있다.

지난해 12월 13일 두 기업의 결합 소식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여론은 전자의 흐름이 더 강했다. 디자이너 출신 김봉진 대표의 특이한 이력이라든가 4조 7,500억 원으로 평가받은 막대한 기업 가치, 배달의민족 성장 과정 등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같은 달 30일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서가 접수되면서부터는 후자 여론이 강하게 고개를 들었다. 국내 모바일 배달 플랫폼 2, 3, 4위 사업자인 요기요, 배달통, 푸드플라이 등을 운영 중인 독일계 기업 딜리버리히어로가 시장 과반을 점유한 1위 사업자 배달의민족까지 흡수하는 것이 맞는지 논란이 일었다.

◆ 을지로위원회의 딴지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乙을 지키는 길)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위가 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 결합을 조건 없이 승인해서는 곤란하다’는 주장을 내놓으며 논란은 더 커졌다. 공정위와 을지로위원회 이름이 함께 오르내리면서 두 기업 간 결합 이슈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함께 늘었다.

을지로위원회는 두 기업의 결합으로 모바일 배달 플랫폼 시장이 사실상 독점화한다고 해석했다. 모바일 배달 플랫폼 시장이 기존 음식 서비스 시장이나 온라인 쇼핑 시장과 구별되는 ‘독립된’ 시장인 만큼 시장점유율이 99%에 이르는 압도적인 독점기업이 탄생한다는 것이었다.

을지로위원회는 또 두 기업의 결합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배달기사들의 피해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요 모바일 배달 플랫폼 업체들이 한 가족이 되다 보니 경쟁 의지나 필요가 줄어들어 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 시장 규모 갑론을박

모바일 배달 플랫폼 시장은 그 경계를 독립된 플랫폼으로 한정할 것인지 종속된 플랫폼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따라 시장 규모에 다소 차이가 난다. 하지만 둘 중 어느 기준을 적용하든 현재 딜리버리히어로 산하 플랫폼 합산 점유율이 90%를 훨씬 웃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은 배달의민족(55%), 요기요(33%), 배달통(10%) 등 3개 플랫폼이 전체 시장의 99%를 차지한다고 파악했다.

모바일 배달 플랫폼 시장 자체만 놓고 보면 을지로위원회의 독점 우려는 매우 타당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모바일 배달 플랫폼 시장이 기존 음식 서비스 시장이나 온라인 쇼핑 시장 등과 구별하는 게 맞는지 의문스럽다는 주장도 나온다.

모바일 배달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여전히 전화 주문이 모바일 앱 주문보다 많은 상황에서 이 시장을 구별하는 게 큰 의미가 있을까요? 모바일 배달 플랫폼 시장만 놓고 보더라도 네이버나 다음이 배달 앱만 사용하지 않을 뿐 그들 앱 내에서 부가 서비스로 운영 중이어서 이들도 사실상 시장 참여자로 보는 게 맞습니다. (시장점유율에 잡히지 않는) 강력한 숨은 사업자가 있다는 말이죠. 게다가 최근엔 모바일 배달 플랫폼 업체들이 음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물건 배달로 서비스를 확대해 온라인 쇼핑 시장과도 구별되지 않습니다.”

◆ 종속 사업자 피해 우려

전화 주문은 여전히 모바일 앱 주문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인다. 모바일 배달 플랫폼 업계에서는 전화 주문이 2배 이상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주문’ 영역으로 배경을 확대하면 딜리버리히어로의 시장점유율은 40%에도 미치지 못해 독점은커녕 과점과도 거리가 멀다. 전화 주문이 모바일 앱 주문으로 이동할 여지가 많은 만큼 시장 확대로 독점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모바일 배달 플랫폼을 별도로 생각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되는 건 아니다. 을지로위원회나 소상공인연합회, 라이더유니온 등 단체가 우려하는 건 모바일 배달 플랫폼에 종속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배달기사들의 피해이기 때문이다. 시장 지배력이 커진 이들 플랫폼이 과거와 같이 가맹점이나 배달기사 확보에 열 올릴 필요가 없어지면서 종속 사업자들의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배달의민족 측은 수차례 ‘중개 수수료 인상은 없다’고 강조해왔다. 오히려 4월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과금 체계를 통해 중개 수수료를 업계 통상 수준 절반 이하인 5.8%로 낮추고 소상공인에게 부담이 됐던 깃발 꽂기(상호 노출을 확대하는 유료 서비스)를 3개 이하로 제한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다.

배달의민족은 딜리버리히어로와의 인수·합병 발표 이후부터 꾸준히 이 같은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종속 업계 관계자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한 관계자는 말한다. “중개 수수료나 요금 외 부문에서 피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알기 쉽게 소비자 입장을 예로 들면 서비스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건 맞지만 할인쿠폰 발행 요건을 까다롭게 한다든가 횟수를 줄이는 등 피해가 있을 수 있죠. 소비자는 플러스알파에 관련한 문제이지만, 저희는 수입에 연관된 문제라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 B마트 론칭 목적?

이런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모바일 배달 플랫폼 시장을 독립된 시장으로 볼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로 남는다. 그 여부에 따라 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의 결합이 독점 문제로 비화할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가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독점은 경쟁 기업의 출현을 제한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된다.

최근 배달의민족이 음식 외 다양한 물건을 배달하는 ‘B마트’를 론칭한 건 모바일 배달 플랫폼 시장과 온라인 쇼핑시장 구별이 무의미한 것 아니냐는 근거로 자주 제시된다. 이전엔 모바일 배달 플랫폼 사업이나 온라인 쇼핑 플랫폼 사업 모두 ‘통신 판매 중개’라는 기업 분류만 같을 뿐 그 내용은 아주 다른 사업으로 인식됐지만, B마트 론칭으로 배달 상품 종류가 확대되면서 그 경계가 매우 모호해졌다.

배달의민족이 B마트를 론칭한 것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재밌는 얘기가 떠돈다. 배달의민족이 공정위 독점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B마트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모바일 배달 플랫폼 시장보다 큰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보면 배달의민족이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이 많이 줄어들어 독점 논란을 희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B마트 론칭시기가 지난해 12월인 점도 이 같은 풍문이 생겨난 배경이다.

◆ 배달 플랫폼 정체성

이런 해석은 상황과 시기가 맞아떨어져 상당히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그 근거가 상당히 빈약하다. 굳이 B마트를 론칭하지 않더라도 '모바일 배달 플랫폼 사업이 온라인 쇼핑 플랫폼 사업과 상당히 유사해 독립된 시장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이 B마트 없이도 시장점유율 논란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다는 말이다.

모바일 배달 플랫폼과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모두 통신 판매 중개업으로 묶인 건 ‘앱이나 웹을 통해 판매를 중개한다’는 점에서 기본 사업 구조가 같다고 봤기 때문이다. 다만 모바일 배달 플랫폼은 단순 중개에 더해 플랫폼 인력의 ‘배달’에 포커싱한다는 측면에서 온라인 쇼핑 플랫폼과는 구별된다는 인식이 있었다. 중개에 포커싱하는 오픈마켓 위주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확연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쿠팡 같은 기업을 대입하면 모바일 배달 플랫폼과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경계는 크게 흐려진다. 쿠팡은 오픈마켓은 물론 직접 물건을 매입해 파는 사업(업계에서는 도소매 e커머스 사업으로 구분한다)도 같이 운영 중인데, 실제 수익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건 후자 쪽이다. 쿠팡에서 가장 유명한 콘텐츠인 로켓배송 역시 후자 쪽 물건에 국한된다. 쿠팡은 오픈마켓 부문은 통신 판매 중개업이란 측면에서, 도소매 e커머스 부문은 배달(쿠팡 경우엔 배송)에 포커싱한다는 측면에서 완전히 겹치진 않지만 배달의민족과 어느 정도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지앤지커머스 사례도 배달의민족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B2B 오픈마켓 플랫폼 도매꾹으로 유명한 지앤지커머스는 배송 대행 서비스를 결합해 B2b2C 사업을 영위 중인데, 단순 중개에 더해 배송 서비스까지 책임진다는 측면에서 배달의민족과 유사한 면모를 보인다. 물론 두 사례 모두 배달의민족과 차이도 크다. 쿠팡 사례는 ‘통신 판매 중개업이면서 배달에 포커싱하는’ 교집합이 아니라 각 사업이 구분돼 있다는 점에서, 지앤지커머스는 사업 포커싱이 배송에 맞춰진 게 아닐뿐더러 배송에 자사 인력을 사용하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하지만 최근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쿠팡과 지앤지커머스 사례는 보는 입장에 따라서 배달의민족이 온라인 쇼핑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

◆ 다이내믹한 시장

공정위가 모바일 배달 플랫폼 시장을 독립된 별도 시장으로 파악하고 딜리버리히어로가 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고 결론 내려도 인수·합병 승인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공정위는 2009년 비슷한 상황에서 이베이코리아의 G마켓 인수를 승인한 바 있다.

당시 사례는 현재 배달의민족·딜리버리히어로와 상당히 비슷한 면모를 보였다. 국내 오픈마켓 2위 사업자인 옥션을 운영 중인 이베이코리아가 1위 사업자인 G마켓 인수를 추진한 것이었다. 당시 G마켓과 옥션의 오픈마켓 합계 시장점유율은 90%에 달했다.

공정위는 2009년 당시 3년 동안 판매수수료 인상을 금지하는 등의 조건을 달며 합병 유예기간을 뒀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0년 옥션과 G마켓의 합계 점유율이 72%까지 떨어지면서 이를 근거로 이베이코리아의 G마켓 인수를 승인했다. 공정위는 온라인 쇼핑 시장의 진입장벽이 낮고 경쟁 역동성이 높아 현재 독점 상태가 미래 경쟁기업 등장을 크게 제한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모바일 배달 플랫폼 시장은 상당히 다이내믹한 곳입니다. 2017년에는 카카오가 카카오톡 앱에 주문하기 서비스를 넣어 이슈가 됐고 지난해에도 쿠팡이 쿠팡이츠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굉장히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을 흔들었잖아요. 이 시장이 성립된지 10여 년인데 최근에도 거의 매년 새로운 대형 플레이어들이 들어올 정도입니다. 향후에는 해외에서 들어올 수도 있고요. 신규 플레이어가 언제 뒤집어엎어도 이상하지 않은 시장입니다.”

◆ 쿠팡, 위메프도 어려워

업계에서는 현재 모바일 배달 플랫폼 시장에 충격을 안길만한 루키로 쿠팡에서 운영하는 쿠팡이츠와 위메프에서 운영 중인 위메프오를 꼽는다. 이 같은 기대에 대해 쿠팡이츠는 “더 좋은 고객 경험을 위해 노력할 뿐”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위메프오는 “기대가 과분하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위메프오 관계자는 말한다. “저희는 중개만 하고 직접 배달은 하지 않습니다. 주력 사업을 보조하는 정도의 효율적 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죠. 그래서 세간에서 평가하는 것처럼 그렇게 사업 확장에 열을 낸다든가 하는 건 없을 겁니다. 그래서 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가 결합하는데 딱히 큰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고 생각하고요. 저희를 루키 후보로 생각하셨다면 딜리버리히어로 독점 체제는 깨지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독점체제 아래에서는 쿠팡 역시 힘을 쓰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을 내놨다. 그는 말한다. “쿠팡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보여준 능력을 모바일 배달 플랫폼 시장에서도 보여줄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양 시장에서 요구되는 능력치가 다르거든요. 가령 새벽배송과 비교해보세요. 쿠팡은 고작 3개월 만에 국내 유일 전국구 새벽배송을 시작할 정도로 이쪽에서는 대단한 능력을 보였지만, 모바일 배달 플랫폼 쪽은 서비스 구상 1년이 다 돼 가도록 서울 지역도 다 커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모바일 배달 플랫폼 사업을 계속하는 게 맞는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 의외의 진입장벽

업계 일각에서는 자사 앱에 주문하기 기능을 넣어 모바일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다음 등도 유력한 독점 브레이커 후보로 점치는 곳들이 있다. 하지만 업계 대부분 관계자는 그 현실성을 대단히 낮게 평가한다. 접근성이나 확장성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쿠팡과 마찬가지로 모바일 배달 플랫폼 사업에 필요한 노하우나 가맹점 확보 등의 능력치를 고루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2014년 티몬이 전국에 깔린 유통망과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6개월 만에 손을 털었습니다. 가맹점 확보에서는 비교적 우위에 있었지만 노하우가 부족했던 게 원인이었죠. 이와는 반대로 노하우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던 우버이츠는 가맹점 확보가 어려워 지난해 진출 2년 만에 철수하는 굴욕을 맛봤습니다. 쿠팡이 지난해 하반기에 그렇게 시장을 흔들었는데도 시장점유율 1%를 못 가져갔잖아요. 구조는 간단해 보이는데 의외로 진입장벽이 낮지 않습니다.”

배달의민족은 독점 논란과는 무관하게 요기요 등 딜리버리히어로 산하 플랫폼들과 치열하게 경쟁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말한다. “계속 강조하지만 저희는 독립된 플랫폼을 유지하면서 국내 경쟁체제를 계속 유지·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입장입니다. 저희가 이번 인수·합병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글로벌 진출의 발판이 마련됐다는 거예요. 국내에서 키워온 노하우를 가지고 해외에서 펼쳐 보이겠다는 거죠. 국내에서만 계속 머물러서는 성장이 정체되기 쉽거든요. 시장에서도 이런 부분에 좀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