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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힘들수록 버팀목 역할해야'…롯데쇼핑, 올해는 반등할까?

  • 기사입력 2020.01.28 15:39
  • 최종수정 2020.01.29 14:22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0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수년간 이어진 어수선한 그룹사 상황과 시장 환경 악화, 그리고 미흡한 대처가 맞물리면서 롯데쇼핑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롯데그룹 내에선 특히 롯데쇼핑이 올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롯데쇼핑은 올해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롯데월드타워. 사진=뉴시스
롯데월드타워. 사진=뉴시스

[Fortune Korea]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님의 별세로 공기가 바뀌었습니다. 신 명예회장님이 롯데를 어떻게 세웠고, 또 롯데가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어떻게 기여했는지가 부각되면서 분위기가 많이 고양됐어요. 특히 롯데쇼핑이 그렇습니다. 롯데그룹의 근간이 되는 계열사이니까요. ‘그룹이 힘들 때일수록 우리가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롯데쇼핑 한 관계자가 최근 기자에게 전한 사내 분위기다.

지난 1월 19일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롯데쇼핑에 때아닌 애사심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롯데쇼핑은 불가항력적인 사드 사태와 국정농단 사태가 잇달아 터지면서, 또 e커머스 업체들의 대두로 실적이 우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잔뜩 위축돼 있던 터였다. 각성한 롯데쇼핑은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 가슴 무거운 롯데쇼핑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20년 상반기 LOTTE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 행사에서 작심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이날 행사 내내 무거운 표정으로 일관하던 신 회장은 오후 6시에 연단에 올라 “오늘 좋은 이야기는 해 드릴 수 없을 것 같다”는 말로 시작해 20분간 임직원들을 상대로 융단폭격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지금이 외환위기·금융위기 때보다 더 엄중하다”며 “이대로라면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날 신 회장 발언이 가장 쓰라린 사업부는 유통 부문이었다. 롯데그룹 주력 사업 부문인 유통과 화학은 지난 3분기 잇달아 ‘어닝쇼크’ 성적표를 받았다. 화학은 사이클을 타는 사업이라는 변명거리라도 있었다. 하지만 유통은 그렇지 못했다. 게다가 같은 어닝쇼크라고는 하지만 화학 부문은 그래도 2,000억 원대 당기순이익을 낸 반면 유통 부문은 200억 원대 적자를 냈다. 유통 사업부 체면이 땅에 떨어진 셈이었다.

롯데쇼핑이 이날 더 머쓱했던 이유는 신 회장이 이전에 지적한 내용을 똑같이 반복해 지적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영어의 몸이었던 지난 2018년 하반기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의 입을 빌려 롯데쇼핑에 ‘혁신’이 보이지 않는다고 질책한 바 있었다. 유통 부문 경쟁사인 신세계나 CJ, GS는 되든 안 되든 이것저것 시도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롯데쇼핑은 너무 몸을 사려 그런 모습을 찾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롯데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이후 사업 보고에서도 ‘검토 중’이라는 표현이 잦아 “도대체 언제까지 (실행 대신) 검토만 하고 있을 거냐”고 크게 질책받았다고 한다. 신 회장은 올해 VCM에서도 혁신 제품이나 사업이 보이지 않는다고 책망했다. 이를 두고 그룹에서는 식품·유통 사업부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주류를 이뤘다.

◆ 대처 미흡한 부분도 있어

유통 사업부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롯데그룹은 2014년부터 이어진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 재판 등 과정을 잇달아 거치며 어수선한 시기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롯데쇼핑은 사업을 재정비할 틈도 없이 반쯤 발가벗은 몸으로 중국 한한령 충격과 e커머스 업체들의 심각한 도전을 받았다.

물론 롯데쇼핑의 대처가 미흡한 부분도 있었다. 롯데쇼핑은 2018년 하반기부터 e커머스 업체들의 시장 잠식을 견제코자 본격 대응에 나섰지만 골든타임은 이미 한참 전에 지난 상황이었다. 초기의 미묘한 격차는 이제 따라잡기 버거워 보일 만큼 커졌다.

롯데쇼핑은 2018년부터 최근까지 e커머스 리딩 업체들과의 격차를 줄이거나 성장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대규모 투자와 e커머스사업본부 출범 같은 오피셜한 내용 외에도 다른 유통업체 인수 같은 내용을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말한다. “지난해 중순쯤 미니스톱 매각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는 풍문이 돌았는데, 그 대상이 롯데쇼핑이었습니다. 같은 해 9월과 12월에는 연이어 티몬 인수를 위해 접촉하고 있다는 말도 나왔죠. 단순히 롯데쇼핑의 현 상황 때문에 이렇게 이름이 많이 오르내리지는 않았으리라 봅니다. 인수할 기업을 탐색하는 건 맞는데 신중을 기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같은 업계 풍문에 대해 롯데그룹 주요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최근 분위기를 보면 가능성이 없진 않습니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편 같은 이슈로 재정이 넉넉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판단하기 어렵네요. 앞으로 일어날 자산(부동산) 유동화 작업 규모나 시기에 주목하면 밖에서도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1월 19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빈소에서 아버지 제단에 향을 올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월 19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빈소에서 아버지 제단에 향을 올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 녹록지 않은 시장 상황

VCM 행사를 통한 비전·전략 제시와 분위기 환기, 신격호 명예회장 별세가 끼친 애사심 고양 효과는 고무적이지만, 사실 유통사업 부문 반전이 쉬운 건 아니다. 롯데쇼핑의 역량은 둘째치고 시장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싱크탱크인 롯데미래전략연구소는 지난해 하반기 ‘유통 중장기 전략 보고서’를 작성해 임원 수뇌부에 전달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서 연구소는 2018년 136조 원 규모이던 국내 오프라인 유통점 매출이 2021년 142조 원 정점을 찍은 뒤 하락반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연구원은 각 오프라인 유통채널이 필연적으로 구조조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100개인 백화점이 2028년 66개로 줄어드는 것을 비롯해 △대형마트 494개→328개 △슈퍼마켓 4,780개→3,993개 △편의점 3만 8,014개→3만 5,403개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롯데쇼핑은 오프라인 시장축소라는 구조적인 위험을 e커머스 사업 확대로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도 쉽지는 않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롯데쇼핑이 어수선한 시기를 겪으며 정체된 사이 쿠팡이 e커머스 채널에서 초격차 플레이어 위치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주요 관계자는 말한다. “인정하긴 싫지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내부 평가에 따르면 쿠팡이 e커머스 관련한 거의 모든 지표에서 1위에 올라선 것으로 나타나요. 유의미한 숫자와 추정을 바탕으로 판단컨대,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e커머스 플랫폼이 나타나거나 쿠팡에 현격한 경영 변동 사항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현재 비즈니스 구조에서는 쿠팡을 이기기가 매우 어렵다고 봅니다.”

◆ 주목받는 기회 요인

그렇다고 해서 롯데쇼핑이 반등할 확률이 제로인 것은 아니다. 시장 상황이 어렵다는 건 모두 다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롯데쇼핑 안팎에서 주목하는 기회요인이 있다. 최근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롯데쇼핑 기회요인에는 지난 12월 완료된 원톱체제 통합법인화와 올해 상반기 예정된 온라인 통합 쇼핑앱 롯데온(ON) 론칭이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12월 19일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롯데쇼핑 사업 구조를 원톱체제로 변환했다. 기존에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됐던 백화점, 마트, 슈퍼, e커머스, 롭스 사업 부문은 롯데쇼핑 통합법인 내 사업부로 전환됐다. 롯데쇼핑 통합법인은 속한 모든 유통 사업부를 총괄해 빠르고 일관성 있는 사업 전략을 수립·추진할 수 있게 됐다.

온라인 통합 쇼핑앱 롯데온은 쿠팡을 비롯한 e커머스 업체들의 공세에 맞대응할 예정이다. 롯데온은 기존에 백화점·마트·닷컴·슈퍼·롭스·홈쇼핑·하이마트 등 7개 계열사가 각각 관리하던 온라인몰 상품을 한곳에 모아 선보일 수 있게끔 개발 중이다. 롯데온은 전국 1만 2,900여 개 오프라인 점포를 이용해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새로운 O4O(On-line For Off-line) 고객 경험 제고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통업계에서 주목하는 롯데쇼핑 기회요인은 언론에서 짚은 내용보다 좀 더 디테일한 면이 있다. 업계는 지난 12월 정기인사 때 롯데쇼핑 원톱에 오른 강희태 롯데그룹 부회장 겸 유통BU장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에 주목한다. 강 대표는 2017년 롯데백화점 대표이사에 오른 이후 3년 만에 그룹 부회장과 유통BU장, 롯데쇼핑 대표이사 자리를 한번에 꿰차는 기염을 토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롯데쇼핑이 원톱체제로 전환된 것보다 강희태 대표이사가 롯데쇼핑 전체 사업부를 지휘하게 된 것에 주목한다. 경쟁 관계이긴 하지만 그의 능력을 상당 부분 인정하기 때문이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가 2018년 5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사파이오볼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e커머스사업본부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가 2018년 5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사파이오볼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e커머스사업본부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

1959년생인 강 대표는 1987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올해까지 33년을 줄곧 롯데그룹 유통 부문에서만 일한 유통 전문가이다. 롯데가 국내 최대 유통왕국을 건설하는데 젊음을 다 바친 상징적인 롯데유통맨이기도 하다.

롯데그룹 내에서만 이름이 돌던 그가 국내 유통업계의 주목을 받게 된 건 2014년 롯데백화점 중국사업부문장을 맡으면서부터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2014년은 롯데그룹 암흑기의 시발점이 된 해였다.

사실 롯데백화점 중국사업은 사드 사태 이전에도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입지, 상품 소싱, 모객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사업이 어려웠다. 강 대표이사는 2014년 수습 혹은 소방수 역할로 중국에 급파됐다.

설상가상으로 2016년 사드 사태가 터지면서 롯데백화점 중국사업은 대위기를 맞았다. 이전까지 상품MD나 백화점 단일 점포 운영 위주로 경험을 쌓았던 강 대표였기에 롯데그룹 내에서는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지 않았다. 오히려 ‘강 대표가 사지를 찾아갔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이때 강 대표는 중국 자본을 끌어들여 위기를 돌파하는 수완을 발휘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롯데백화점 중국사업을 한중 합작화시켜 사드 제재는 피하면서도 철수 시간은 버는 묘수였다. 결과적으로 롯데백화점 중국사업부는 피해를 최소화했다. 강 대표는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으로 유통업계의 주목을 받으며 2017년 롯데백화점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 확실한 성과 낼까?

강희태 대표이사는 국내 복귀 후 롯데 e커머스 사업 전략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했다. 그는 3년째 방치됐던 계열사 온라인 유통채널 통합 논의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2018년 8월에는 e커머스사업본부를 출범해 한 사업부에서 온라인 유통채널 통합 사업을 집중·발전시키도록 했다. 롯데백화점 대표이사 직함이었지만 롯데쇼핑 내 모든 계열사의 온라인 유통사업 방향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이미 그는 당시부터 롯데쇼핑 원톱으로 인정받고 있었던 셈이다.

이런 배경을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 론칭 예정인 롯데쇼핑 온라인 통합 쇼핑앱 롯데온 역시 강 대표이사의 손길을 탔다는 해석이 자연스럽다. 최근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롯데쇼핑 두 가지 기회요인인 원톱체제 전환과 통합 쇼핑앱 론칭 모두가 ‘강희태’라는 키워드로 연결되는 셈이다. 이제 정식으로 롯데쇼핑 원톱에 오른 만큼 한 계열사에 불과했던 롯데백화점 대표이사 타이틀로 일을 진행했을 때보다 더 확실한 성과를 낼 것이란 예상이 힘을 얻는 이유이다.

유통업계 주요 관계자는 말한다. “‘역량 있는 리더니까 롯데쇼핑이 살아날 거야’ 같은 막연한 생각은 안 합니다. 지금 유통시장은 경영의 신이 와도 어렵다는 걸 아니까요. 하지만 뭔가 조금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롯데그룹 부회장이기도 한 만큼 그룹 내에서도 영향력이 상당하지 않겠어요? 지금은 실현가능성이 낮지만, 롯데 글로벌로지스를 롯데쇼핑에 합병시켜 온라인 쇼핑 배송 역량을 (쿠팡 수준으로) 강화한다든가 하는 방법들을 예상해봅니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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