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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코리아 커버스토리] 레이프 요한손 아스트라제네카 회장①

통 큰 투자 결단 글로벌 제약사
“한국 시장서 큰 승부 걸겠다”

  • 기사입력 2020.01.29 13:35
  • 최종수정 2020.01.29 15:12
  • 기자명 하제헌 기자

※ 이 콘텐츠는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2020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암, 심혈관, 신장 및 대사, 호흡기 질환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ㆍ개발하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다. 얼마 전, 레이프 요한손 아스트라제네카 회장은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에 6억3,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 분야에 대한 최대 수준 외국인 투자다. 최근 레이프 요한손 회장이 투자 결정을 마무리 짓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짧은 일정으로 온 레이프 요한손 회장을 포춘코리아가 단독 인터뷰했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레이프 요한손 아스트라제네카 회장. 사진 차병선 기자.

지난해 말 스웨덴 경제사절단이 한국을 방문했다.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가 역대 최대 규모 사절단을 꾸려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것. 뢰벤 총리와 함께 한국을 방문한 스웨덴 경제인들은 쟁쟁한 면모를 과시했다. 스웨덴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발렌베리 가문을 이끌고 있는 마르쿠스 발렌베리 스톡홀름엔스킬다은행(SEB) 그룹 회장이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와 함께 아스트라제네카, 에릭슨, 사브, 스카니아, 스포티파이 등 스웨덴이 배출한 글로벌 기업 60여곳의 CEO 100여명이 동행했다.
뢰벤 스웨덴 총리는 한국을 ‘세계 최고 혁신•창의 국가’로 평가했다. 아울러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협력할 최적의 파트너라고 천명했다. 한국과 스웨덴은 제약•바이오, 5세대(5G) 이동통신, 미래차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스웨덴 경제사절단을 초청해 환대했다. 경제사절단이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은 데 대한 감사 인사였다. 가장 눈에 띄는 선물을 준비한 건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였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한국 정부가 추진할 바이오•헬스케어 산업 혁신 전략에 동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2024년까지 5년동안 6억3,000만 달러, 우리 돈 7,5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투자 부문은 연구개발 증진, 혁신적인 헬스케어에 대한 접근성 제고, 양질의 고용 등 전반에 걸쳐 있다. 이는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산업 분야에 대한 사상 최대 규모 외국인 투자다. 레이프 요한손 아스트라제네카 회장이 스웨덴 경제사절단의 주요 인사로 환대 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과 인연 깊은 거물 경제인 레이프 요한손
키가 큰 레이프 요한손 회장은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본사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그는 한국바이오협회, 코트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바이오협회와 함께 투자계획 이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온 참이었다. 회의실 테이블 위엔 커피가 담긴 투박한 머그잔과 생수병이 놓여 있었다.
레이프 요한손 회장은 빠듯한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여기에는 포춘코리아와 진행할 인터뷰도 포함되어 있었다. 웃으며 악수를 청하는 그의 손목에는 플라스틱과 고무로 만든 검은색 시계가 채워져 있었다. 아스트라제네카를 이끄는 최종 의사결정권자이자 전 세계에 영향력을 끼치는 거물 경제인답지 않은 소박함이 묻어났다.
레이프 요한손 회장은 스웨덴 최고 기업들을 거치며 ‘빅샷’으로 성장했다. 시작은 평범했다. 그는 스웨덴 칼머스 공과대학에서 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엔지니어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다. 이후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전자•통신, 자동차, 제약 산업에 속한 글로벌 기업을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했다.
레이프 요한손 회장의 발자취를 살펴보면 부러움마저 든다. 그는 1994년부터 1997년까지 일렉트로룩스 CEO를 지냈다. 이후 곧바로 볼보로 자리를 옮겨 2011년까지 CEO로 활약했다. 이때 그는 제약회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의 이사회 멤버로도 참여했다. 볼보 다음은 에릭슨이었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에릭슨 이사회 의장으로 활약했다.
그가 아스트라제네카와 인연을 맺은 건 2012년부터였다. 그 해 4월 아스트라제네카 이사회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같은 해 6월엔 아스트라제네카 회장으로 선출돼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스웨덴 왕립 과학아카데미 위원회 의장과 유럽기업인라운드테이블 의장을 역임했고 보아오 포럼 아시아지역 자문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원래 인터뷰를 통해 가장 알고 싶었던 것은 아스트라제네카가 한국에 투자한 이유였다. 하지만 레이프 요한손 회장의 화려한 경력을 알고 나니 개인에 대한 호기심을 떨칠 수 없었다. 레이프 요한손 회장은 한국을 잘 아는 기업인이었다. 그는 1970년대, 당시 젊은 엔지니어로서 포스코 전신인 포항제철을 방문하며 한국과 첫 인연을 맺었다고 말했다.
레이프 요한손이 말한다. “한국에 처음 방문했던 것은 1977년입니다. 이후 한국에 자주 왔습니다. 연 2회 꼴로왔으니까요. 지난 6~8년간은 뜸했죠. 볼보 CEO로 재직했을 때엔 삼성중공업 건설 중장비 사업 부문을 인수하기 위해 서울을 자주 찾았습니다.”
그는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경영인이었다. 1999년 당시 볼보 CEO였던 레이프 요한손은 중요한 결단을 내렸다. 그는 2000년대 초반이 되면 대형 자동차 회사 10여곳 만이 생존할 것이라 예측했다. 그는 미련 없이 볼보자동차를 미국 포드에 매각했다. 대신 볼보는 삼성중공업의 건설기계 부문을 인수했다. 그가 에릭슨에 몸담고 있을 때는 5G 네트워크를 개발하기 위해 SK텔레콤과 협력관계를 맺기도 했다.
레이프 요한손 회장은 아스트라제네카가 한국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에 투자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 살짝 언급했다. “한국은 상당히 흥미로운 나라입니다. 꽤 오래 전부터 한국을 방문하면서 많은 변화를 지켜볼 수 있었어요. 그 사이 한국은 더 개방된 국가가 되었고, 세계 경제 활동에 활발히 참여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만약 우리가 한국에서 무엇인가를 이루게 된다면, 이것을 보다 폭넓게 전 세계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스웨덴 소재 아스트라제네카 R&D센터 전경. 아스트라제네카는 스웨덴 예테보리, 영국 케임브리지, 미국 메릴랜드주 게이더스버그 등 세 곳에 주요 연구개발 센터를 두고 있다.

▶한국은 아스트라제네카 전략 시장 중 한 곳
일반인들에게 아스트라제네카는 생소할 수 있다. 전문의약품을 생산하는데 주력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연구•개발에 큰 강점을 지닌 제약사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오랜 역사를 가진 제약사이기도 하다. 1913년 스웨덴에서 설립된 아스트라 에이비(Astra AB)와 1926년 영국에서 설립된 제네카(Zeneca PLC)에 뿌리를 두고 있다. 각자 제약 사업을 영위하던 두 회사는 1998년 합병해 글로벌 제약기업 아스트라제네카를 탄생시켰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스웨덴 경제계 실력자인 발렌베리 가문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레이프 요한손 회장이 설명한다. “발렌베리 가문은 아스트라 에이비 창립 당시부터 주주로 참여했습니다. 제네카와 합병하면서 발렌베리 가문의 지분율이 희석되기는 했어요. 현재 발렌베리 가문이 소유한 아스트라제네카 지분은 4% 정도에 머물고 있습니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는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전체 임직원 수는 64,600명에 달한다. 아스트라는 1992년 한국 법인을 세웠다. 이후 1997년엔 제네카가 한국에 들어왔다. 본사가 합병하자 한국아스트라와 한국제네카도 몸을 합쳐 1999년 한국아스트라제네카로 거듭났다. 김상표 사장이 이끌고 있는 한국아스트라제네카에는 연구개발 인력 70여명을 포함해 37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2018년 아스트라제네카가 올린 매출액은 221억 달러다. 2019년 제약산업 전문저널 ‘Pharmaceutical Executive’는 아스트라제네카가 매출액 기준 글로벌 12위 제약사라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 케임브리지, 스웨덴 예테보리, 미국 메릴랜드주 게이더스버그 등 세 곳에 주요 연구개발 센터를 두고 있다. 이 세 곳을 중심으로 8,900여명에 달하는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암, 심혈관, 신장 및 대사, 호흡기 질환 치료제를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를 위해 매년 59억 달러 가량을 투자하고 있다.
레이프 요한손 회장에게 본격적인 질문을 이어갔다. 그는 아스트라제네카가 한국에 투자하게 된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의약품 접근성이 좋은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체계적인 보건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환자들이 혁신적인 의약품을 쉽게 접할 수 있어요. 건강보험 적용으로 환자가 혁신 신약을 이용하는 데 비용 부담도 크지 않은 편입니다. 두 번째는 한국의 의약품 승인 과정이 글로벌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입니다. 엄격한 승인 기준에 더해 짧은 시간 안에 의약품 승인이 이뤄지죠. 아스트라제네카의 연구개발 주력 분야는 암, 호흡기 질환, 심혈관계와 대사성 질환 치료제입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주요 질환을 스웨덴(인구 1,000만명)보다 큰 한국에서 관찰, 연구•개발할 수 있다면 상당히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스트라제네카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취하고 있다. 다른 제약 기업은 물론, 바이오 벤처, 의과대학 등과 파트너십을 구축해 신약 개발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실행하는 데 있어 한국은 무시 못할 잠재력을 가진 곳이다.
아스트라제네카가 발표한 2018년 실적을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글로벌 매출 비중이 가장 큰 곳은 미국이다. 2018년 미국은 매출액 68억 7,600만 달러를 올려 전년 대비 11% 성장했다. 이는 아스트라제네카 전체 매출의 33%에 해당한다. 그 뒤는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성장시장(emerging market)이 차지했다. 이 시장에선 매출액 68억 9,1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12% 성장했다. 이 역시 아스트라제네카 전체 매출의 33%를 차지하는 수치다.
김상표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대표이사 사장은 “한국은 아스트라제네카가 아시아 시장에서 올린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한국은 아스트라제네카가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고려하는 10개 우선순위 국가 중 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한국의 바이오헬스 혁신을 위한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이를 위한 MOU 체결식에 참석한 레이프 요한손 회장(뒷줄 가운데).

▶연구•개발에 강한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레이프 요한손 회장은 아스트라제네카가 다른 제약사와 구별되는 경쟁력에 대해 설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파스칼 소리엇(Pascal Soriot)을 CEO로 영입한 이후 연구•개발(R&D) 생산성이 2배를 넘어 4배로 증가했습니다. 동종 업계 어떤 회사보다 R&D 생산성이 높아요. 이런 결과의 비결은 R&D와 관련한 결정을 외부에 있는 여러 이해관계자와 함께한 것에 있습니다. R&D 지출의 절반 정도는 다른 기업이나 연구소 등을 인수하는 데 투자하고 있고 나머지 반은 내부 연구개발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R&D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 엄격한 체계를 갖추고 있는 점도 아스트라제네카가 다른 제약 회사와 차별되는 점이다. 생명과학이나 의학 분야 R&D 실행에 있어 매우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의사결정 시 냉정하고 결정적인 결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특정한 프로젝트에 투자를 할 것인가’, ‘어떤 가설 검증을 시도하고 있었는데 그에 대해 더 노력을 해볼 것인가, 아니면 과감하게 포기를 할 것인가’와 같은 사안에 대해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레이프 요한손 회장이 설명한다. “절대로 과거의 결정에 연연해서 흔들려서는 안됩니다. 중요한 투자 결정을 내릴 때 ‘이미 이 프로젝트에 2백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는데 조금 더 밀고 가야 하지 않을까?’하고 흔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내렸던 결정은 미래의 것과 독립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과거의 결정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파스칼 소리엇 CEO의 능력과 결단력을 높이 사고 있습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EvaluatePharma)가 발간한 ‘Vantage 2019 Q4 Kick Starting Ideas’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글로벌 대형 제약사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의 주가 상승률은 31%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대형 제약사 평균 주가 상승률 6%에 비해 무척 큰 수치다. 회사 성장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 주가는 1998년 아스트라와 제네카의 합병 이래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이밸류에이트파마는 ‘Vantage 2020 Preview’ 보고서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가 2020년 글로벌 대형 제약사 가운데 최대 매출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출 성장은 항암제 포트폴리오에서 나올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출시한 대표적인 항암제는 세가지가 꼽힌다. 먼저, 폐암 표적 치료제인 ‘타그리소(Tagrisso)’가 대표적이다. 두 번째는 난소암과 유방암•췌장암 치료에 쓰이는 다중 ADT리보오스 중합효소(PARP•DNA 손상 복구를 포함해 세포의 많은 기능에 관여하는 효소) 억제제 ‘린파자(Lynparza)’가 있다. 그리고 비소세포폐암(암세포 크기가 큰 폐암. 전체 폐암의 85% 정도를 차지한다) 3기 치료에 쓰이는 항-PD-L1(암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 PD-L1 기능을 억제) 면역항암제(암세포가 인체 면역체계를 회피하지 못하게 하거나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더 잘 인식해 공격하도록 하는 약물) ‘임핀지(Imfinzi)’가 있다. 이 세 항암제는 뛰어난 효과를 입증하고 있어 아스트라제네카 성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연구원들 모습. 8,900여명에 달하는 연구인력이 암, 심혈관, 신장 및 대사, 호흡기 질환 치료제를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연구원들 모습. 8,900여명에 달하는 연구인력이
암, 심혈관, 신장 및 대사, 호흡기 질환 치료제를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한국은 우수한 바이오헬스 인프라 갖춰”
“한국은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들을 보유하고 있어요.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큽니다.” 레이프 요한손 회장이 말했다.
한국은 종양학 분야에 우수한 의료진과 병원이 포진돼 있다. 이뿐만 아니라 임상 환자 모집과 임상 데이터 관리에서도 우수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로부터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한국 연구진들의 높은 연구수준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는 한국을 임상시험 거점 국가로 삼고 있다. 특히 항암제 분야에서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 임상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전 세계 14개 기관을 ‘종양학 제휴 센터(Oncology alliance center)’로 지정하고 있다. 이 중 3개 기관이 바로 한국의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 세 군데 병원들을 통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130개 이상의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이는 다국적 제약사 가운데 가장 많은 임상연구 진행 케이스에 속한다. 여기에 투자한 금액만 1억 500만 달러 이상이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를 사용한 첫 번째 환자와, 난소암 치료제 린파자를 사용한 아시아 지역 첫 환자도 한국에서 나왔다.
또한 아스트라제네카는 한국에서도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항암연구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2014년 한국 보건산업진흥원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후,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항암연구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매년 연구 계획안 4건씩을 채택해 후원하고 있다. 채택된 연구팀은 글로벌 아스트라제네카 R&D 조직과 네트워킹 기회도 제공받고 있다.
이번에 아스트라제네카가 발표한 한국 투자 계획 중 눈에 띄는 부분이 하나 있다. 한국 제약 바이오 기업의 중국 진출을 돕겠다는 것이다. 레이프 요한손 회장에게 이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이 계획은 ‘최상의 R&D는 국제적인 맥락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우리의 사고방식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우리가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돕는다면, 한국 제약산업은 한 단계 성장할 겁니다. 이렇게 한국 제약산업이 발전하면 한국과 협업하고 있는 저희 아스트라제네카에도 당연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사실 아스트라제네카는 중국에서 크게 성장하고 있다. 2018년 아스트라제네카는 중국에서만 37억 9,500만 달러 매출을 올렸다. 전년에 비해 30%나 성장한 수치였다. 그 결과 아스트라제네카는 2018년 이머징마켓(emerging market)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글로벌 톱10 제약사로 평가 받았다. 자신들이 중국에서 구축한 탄탄한 판매망과 협업 네트워크를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에 소개하고 연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제안이었다.
동일한 선상에서 아스트라제네카도 전 세계적으로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는 대상 기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는 한국의 SK와도 파트너십을 가지고 있다. SK의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텍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블록버스터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Forxiga)’와 ‘온글라이자(Onglyza)’의 원료의약품을 제조•생산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 원료의약품을 이용해 치료제를 생산해 전 세계 환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레이프 요한손 회장은 설명을 이어갔다. “SK와 파트너십 만으로도 98개국 300만 명이 넘는 당뇨병 환자들에게 우수한 치료제들을 공급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SK와 파트너십을 공고히 해나갈 수 있다면 SK와 아스트라제네카, 한국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을 겁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해 그들과 협업을 한다면 결국 아스트라제네카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투자를 추진하려는 겁니다.”

레이프 요한손 회장은 "전 세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주요 질환을 스웨덴(인구 1,000만명)
보다 큰 한국에서 관찰, 연구•개발할 수 있다면 상당히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더욱 중요해 지는 제약산업
레이프 요한손 회장은 자동차와 전자, 통신 기업에서 CEO로 활동했다. 지금은 거대 제약 회사를 움직이고 있다. 각 시대에서 가장 중요했던 산업 분야에 몸을 담가 기업을 이끈 것이다. 그가 핵심 산업 분야를 두루 거치며 최고경영자로 일할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했다.
레이프 요한손 회장은 싱긋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과거 제가 몸담았던 기업들은 기술 집약도가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군에 속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제가 추구하고 좋아했던 분야입니다. 그런데 제가 일했던 여러 기업들은 당시 커다란 변화를 거치고 있거나 이를 필요로 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20여년 전 자동차 산업은 치열한 경쟁으로 거대 업체만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그 때 제가 볼보에 있었던 것이고요. 새로운 일을 하면 긍정적인 긴장감이 생기죠. 그런데 저는 이를 즐기는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자극에 흥미를 많이 느끼는 사람이었다고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레이프 요한손 회장은 제약 산업이 무척 흥미롭다고 말했다. 그는 제약 산업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어떤 사람이라도 평생에 한 번쯤 약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건강과 질병 치료, 보다 나은 보건 의료 체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이런 점에서 매우 중요하고 흥미로운 산업입니다.”
과학은 눈부시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단순히 신체 단위에서 어떤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을 발견하는데 의미를 부여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세포 단위, 면역 체계 단위, 유전자 체계 단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 세 가지에 대한 모든 이해를 종합해, 이제는 사람들에게 동일한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개개인에 맞는 맞춤의료를 실행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레이프 요한손 회장이 이어서 설명한다. “제약 산업은 디지털을 접목해 이점을 얻어내기 상당히 좋은 분야입니다. 일례로, 의약품을 분자 단위로 연구개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제조•생산 공정 측면에서는 알약이나 정제 단위별로도 추적 관리가 가능해지고 있고요. 그리고 실질적으로 누군가가 약을 복용했을 때 우리 몸 안에서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 모든 환자들의 치료 결과를 환자 단위별로 모아 빅데이터로 분석을 해서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생물학과 인공지능(AI) 전자 공학, 5G와 같은 기술의 접목으로 많은 이점을 얻어낼 수 있는 흥미로운 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척 바쁜 일정 속에서 인터뷰에 응한 레이프 요한손 회장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회사를 이끄는 최종 의사결정자로서 한국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한국에도 훌륭한 비즈니스 리더가 많기 때문에 제가 감히 어떤 조언을 드릴 만한 입장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한가지 떠오르는 것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보호주의 정책에 의존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 같다는 점입니다. 혹시라도 보호주의 정책에 대한 유혹이 있더라도 그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간혹 이러한 정책이 있어 우리 업계를 보호해준다면, 회사나 업계에 조금 더 유리하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겠죠.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를 잘 생각해 보시면 이해가 될 겁니다.”

■ 레이프 요한손 아스트라제네카 회장은...
現 아스트라제네카 회장 • 이사회 의장 (2012.06~)
    아스트라제네카 이사회 이사 (2012.04~)
前 스웨덴 소재 통신회사 LM Ericsson 이사회 의장 (2011~2018.03)
前 AB Volvo CEO (1997~ 2011)
前 AB 일렉트로룩스(AB Electrolux) CEO (1994~1997)
前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 이사 (1998~2011)

스웨덴 왕립 과학아카데미 위원 (1994~)
스웨덴 왕립 과학아카데미 위원회 의장 (2012~2017)
유럽기업인라운드테이블 위원 (2009~2014 의장 역임)
보아오 포럼 아시아지역 자문위원회 위원

칼머스공과대학 공학과 이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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